795화 나는 겁쟁이일 뿐이다
극남지.
부랴부랴 달려온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기이한 허공에 제방, 신방, 남천문의 의지가 낡은 수정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의외군. 대제가 태어난 것 때문에 몇만 년 만에 우리가 이렇게 한자리에 앉다니."
제방의 영은 영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감탄했다.
"긴말할 필요 없다. 소식이 이미 전해졌고 불꽃이 붙었다."
신방의 영은 눈을 찌푸리고 물었다.
"남천문, 어떻게 연합할 생각이오?"
"……세 가지 방안이 있소."
남천문의 의지가 변한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첫째, 우리는 연합하여 규칙을 바꿔 천하의 모든 진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기운을 숨기지 못하게 해야 하오. 그럼 여러 세력이 진남을 쫓기 쉬울 거요.
둘째, 신격쟁탈전을 할 때 진남이 들어오면 자네들은 최선을 다해 신격쟁탈전을 방해하여 다른 천재들이 신격을 받게 하시오.
셋째,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 자식이 무신뇌겁을 불러오지 못하도록 연합하여 무천도대 같은 곳을 부숩시다."
지금의 진남은 그것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진정한 위협은 신으로 된 후의 진남이었다.
때문에 그것은 이번에 미리 제방, 신방과 만나 연합하여 진남을 쫓고 진남이 신격쟁탈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필수적인 일을 상의하려 했다.
그리고 판을 새로 짜 진남이 신이 될 희망을 없애버리려 했다.
"이것들은 가능하오. 그러나 자네들은 하는 일이 적은 것 같은데?"
신방의 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신격쟁탈전이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비법을 움직여 구천 위의 천재들이 창람대륙에 오게 할 거요."
남천문의 영은 신방의 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렇소?"
옆에 있던 제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설마 천신이 있는 세력의 구천 천재?"
"당연하오."
남천문의 영은 제방의 영을 보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번에 연합해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것은 절대 제방을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말한 대로 합시다."
신방의 영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같구나. 알려주지 말자. 나중에……."
제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리며 중얼거렸다.
"나에게 만 년에 한 번 얻기 힘든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 진남이 제방 심사에 참가했을 때 그것은 진남의 비밀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후에 그는 진남을 신방에게 추천했었다.
그러나 그는 삼생겁과 구천 위의 강자와 연관이 있는 진남의 신비한 무혼에 관한 건 신방에 알려주지 않았다.
남천문과 천신은 이를 알 기회가 없었다.
아니면 이렇게 판을 짤 리 없었다.
"여러 세력의 사람들이 다 왔소. 우리도 갑시다."
남천문은 몸을 날려 사라졌다.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뒤를 따랐다.
* * *
한참 후, 남천신지.
수많은 제자와 장로들이 놀란 눈으로 보는 앞에서 매우 강한 기운이 허공을 뚫고 남천신지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갔다.
이들은 무도종의 종주, 요지성지의 성주, 요신금지의 주인, 유실약원의 주인, 고난삼림의 주인, 구자고해의 주인, 살신금지의 주인 그리고 팔대 고족의 족장과 천하를 흔들고 몇천 년 동안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정상급 무신들이었다.
진남을 도와줬던 많은 거물들은 오지 않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서도 창람대륙 역사에서 가장 성대한 만남이었다.
예전의 제방, 신방, 남천문 그리고 신비한 천신의 싸움이나 팔천 년 전에 비월 여제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른 건 대역무도하고 죄악이 매우 크오! 때문에 나, 제방, 신방은 여러분과 연합하여 창람 전체를 뒤져서라도 진남을 죽이려 하오.
만약 이번에 나서지 않고 진남을 도와주면 우리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거요. 반면, 만약 이번에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
낡은 궁전에서 남천문, 제방, 신방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구천의 신뇌처럼 울려 퍼졌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 매우 성대한 만남은 잠깐 후에 끝났다.
성대한 만남이 끝나는 순간 신념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파도처럼 여러 세력에 주입되었다.
"명령을 들으시오. 이장로, 삼장로, 칠장로, 구장로, 네 분은 사대 전의 모든 무인들을 거느리고 법인을 움직이시오. 네 분의 신념이 연신비(連神碑)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요."
"나의 명령을 전하거라. 세 지존 장로는 폐관을 마치고 족인들을 거느리고 법인을 움직여 신념을 연신비에 주입하시오."
"스승님, 이번에 남천문……."
많은 세력은 실제론 진남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타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삼대 거물의 말에 동의하고 신념을 전했다.
연신비는 남천문의 여섯 번째 지보였다.
특수한 법인을 움직이면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신념을 비석에 주입하여 다른 신념과 소통할 수 있었다.
매우 큰 전쟁이 일어날 때만 남천신지는 이 법보를 드러냈다.
유실약원의 주인의 의지는 억지로 눌렸다.
혈족, 염족, 뇌족의 사람들은 남천문과 거래를 하고도 아무 일 없는 척했다.
시간이 흘러 한참 후 여러 세력의 무인들의 신념이 연신비에 주입되었다.
성대한 만남의 결과도 드러났다.
'음양노인(陰陽老道), 천도무신, 제이제사(第二帝使), 제삼신사(第三神使)가 모든 걸 책임진다. 여러 세력의 무인들은 스스로 세력으로 나뉘어 반신지국이나 오대 주로 가 진남을 찾는다. 뭔가를 발견하면 바로 보고해야 한다.'
"나는 음양노인이다. 너희들에게 비술을 전수해주겠다. 이 비술을 배우면 바로 떠나거라."
연신비 안에서 들려오는 쉰 소리가 모든 무인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비술은 매우 간단했다.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무인들은 비술을 장악했다.
자세히 관찰했다면 여러 세력이 사나운 기세의 유광으로 변하여 하늘로 들어가는 걸 발견했을 것이었다.
"여러 세력이 연합하여 진남을 쫓는다고?"
"뭐? 모든 세력이 다 모였어?"
남천신지의 조작으로 한 개의 소식이 폭풍처럼 반신지국과 중주 전체를 휩쓸었다.
모든 무인들은 다시 놀라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방금 타오른 불꽃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었다.
'방금 제위에 올랐는데 이 정도로 엄청난 공격을 당해야 한다고?'
* * *
같은 시각, 중주의 한 허공, 칠요비선검 안.
진남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자 무상의 검광이 그들을 반천맹의 많은 대전 중 가장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이곳에 길이가 방원 오천 장에 달하는 오색찬란한 커다란 호수가 있을 줄 아무도 몰랐다.
호수 가운데는 높이가 삼십칠 장 되고 나뭇가지가 옥 같고 나뭇잎이 얼음 같은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는 희미한 기운을 뿜었다.
"이건 설마……."
소충과 방금 도착한 무연각, 원도천산의 주인은 바로 이 나무에 끌렸다.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 같소. 이 나무는 보제옥혼수(菩提玉魂樹)요. 전에 마발은 우연한 기회에 이 나무의 뿌리를 조금 얻었소. 후에 세심한 보살핌을 받고 나무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소."
칠요검령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것은 안색이 창백하고 목소리가 거칠었다.
마치 큰 병에 걸린 것 같았다.
"진짜 보제옥혼수구나!"
소충 등은 헛숨을 들이켰다.
상고시기에 보제옥혼수는 창람의 나무보다 조금 약했다.
그것이 갖고 있는 일부 현묘함은 창람의 나무도 비교가 안 되었다.
슉-!
이때,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바다처럼 드넓은 보이지 않는 힘이 태고의 용으로 변하여 엄청난 속도로 진남에게로 날아갔다.
진남은 거대한 대제의 힘을 드러내 용을 부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적은 양의 힘이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그러자 진남의 기운은 구속을 잃은 것처럼 겉에 드러났다.
무연각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제방, 신방, 남천문이 연합하여 천지규칙을 고쳐 너의 기운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게 했구나."
"방금 삼대 거물은 모든 세력을 연합하여 창람의 여러 곳으로 가 진남을 쫓기 시작했소!"
원도천산의 주인은 영패를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삼대 세력도 동시에 위협을 느끼는 날이 있을 줄 몰랐소!"
"모, 모든 세력?"
사마공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용제와 구미요제도 큰 충격을 받았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적이라는 말은 이해하기도 쉽고 말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진짜 이런 상황이 되니 직접 그들의 세력을 보지 못했다 해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서늘해졌다.
"진남,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너의 적이 되었다. 두렵느냐?"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제옥혼수에서 세 개의 검광이 떠올랐다.
마발검신이 죽은 후 변한 삼대 선천검태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삼대 선천검태에 쏠렸다.
"선배님, 온 세상 사람들과 적이 되어도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또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남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러나……."
그는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전신의 주인이다.
그의 인생에는 두려움이란 없었다.
하지만 마발검신 같은 대단한 인물이 그에게 남천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기 위해 경지를 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것.
이런 은정을 그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소충과 무연각 등은 모두 침묵했다.
그들은 속으로 마발검신이 이렇게 큰 희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발의 천부, 수단, 패기 등으로 언젠가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진남이 신으로 되기를 기다려 진남과 함께 남천문을 부숴도 되었다.
"다들 내가 천부가 비범하고 수단이 좋아 미래에 큰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들 모른다. 나는 경지가 무신 오 단계에 도달한 후부터 무도에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종문이나 문파를 만들어 무도를 전수하고 싶었다."
마발검신의 목소리가 커다란 호수 위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후에 그녀가 죽고 그녀의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죽었다.
남천문이 나를 부하로 받아들이려 했을 때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남천문은 그녀를 이 등급 적으로 정하고 내가 먼 길을 떠났을 때 그녀를 죽였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수련을 시작하여 일월과 구주를 진급시키고 나의 목숨을 걸고서라고 사악한 길에 올라 구천에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은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남천문은 너무 강했다."
마발검신은 한숨을 쉬었다.
왜 스스로 남천문을 부수고 싶지 않겠는가?
피범벅이 된 치마와 싸늘해진 수많은 시체들을 그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천으로 간 후 그는 자신의 진신이 구천에 도달하지 못하고 스스로 신이 되지 못하면 아무리 강해져도 남천문을 부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스승님께서 전에 사람은 죽은 후 혼계(魂界)에 들어가 육도윤회(六道輪回)를 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네가 스스로 제위에 올라 남천문을 부술 희망이 생기자 나는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래서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이런 방식으로 막대한 책임을 너에게 전가했다. 나는 그저 빨리 끝내고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해보고 싶을 뿐이다."
마발검신은 말했다.
"너는 길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처음부터 내가 너를 계략에 빠뜨린 거다. 나는 그저 겁쟁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