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뇌겁을 부수거라
제겁이 나타나고 한참 후.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 유실약원, 고난삼림, 구자고해 그리고 팔대 고족의 가장 깊은 곳에서 태고신시(太古神屍), 천외기혈(天外奇血), 무명요서(無名妖書) 등 여러 세력과 줄곧 깊이 잠들어있던 지보들이 깨어나 엄청난 빛을 뿜었다.
이 지보들은 전에 천지규칙과 접촉한 적 있었다.
때문에, 누군가 천지규칙을 초월하자 그것들은 원도천산에서 벌어진 일을 느낄 수 있었다.
슈슈슉-!
얼마 안 돼 지보들은 강한 파동을 일으켰다.
원도천산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신들의 신통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주인'에게 전했다.
* * *
요신금지, 한 신궁 안.
"어르신께 아룁니다. 용총(龍塚) 안의 이상한 움직임에 대한 조사를 마쳤습니다. 팔천 년 전에 대제 경지에 도달한 태고자금전룡의 영혼지화(靈魂之火)가 문득 세게 타오르기……."
한 곱사등 노인이 공손하게 공수하고 말했다.
"죽은 지 팔천 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얌전히 있지 않는구나. 명령을 전하거라. 그것을 죽여라. 이렇게……."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것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의 주인은 안색이 어두워져 신좌(神座)의 손잡이를 부쉈다.
'진남? 감히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 하다니! 진남은 전에 제위에 오르다 실패하고 아무 전도가 없는 하룻강아지가 되지 않았나? 어떻게 지금 계속 제위에 오르려 하는 거지?'
* * *
팔대 고족 중 전족의 신비한 깊은 곳.
몸집이 크고 체내에 전혈이 바다처럼 출렁거리는 중년 사내가 무표정하게 오래된 돌 궁전으로 걸어갔다.
"족장님을 뵙습니다."
돌 궁전 옆에는 커다란 산 같은 신광이 반짝거리는 오래된 존재가 있었다.
오래된 존재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말했다.
말소리는 우레 같았다.
거인은 무신 거물이었다.
"전황 선배님, 성해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중년 사내는 거만하게 굴지 않고 공손하게 인사하고 물었다.
"성해는 청색 전광을 뿜고 있다. 선조께서 남기신 족훈에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전족이 짊어진 사명이 도착한 것 같다."
전황은 말했다.
두 눈이 매우 밝았다.
"전황 선배님, 미리 말씀드립니다. 선조께서 남기신 족훈은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자가 평범한 자라면 저는 족훈을 어기고 천고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우리 전족을……."
중년 사내는 표정이 결연했다.
그는 전황뿐만 아니라 전족의 오래된 존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눈을 찌푸렸다.
'예전에 중주를 시끌벅적하게 하고 무도규칙을 초월한 진남이 원도천산에서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 한다고? 한데,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줄곧 깊이 자고 있던 성해가 빛을 뿜는 거지?'
* * *
육대 금지 중 유실약원.
가장 깊은 곳에 구름까지 우뚝 솟아오른 몇 그루의 오래되고 커다란 선수(仙樹)가 있었다.
멀리서 보면 몇 개의 커다란 선국(仙國)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쿵-!
문득 몇 그루의 거대한 선수가 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뭇잎에서 선광이 반짝거리기 시작하더니 천지를 하얗게 물들였다.
"진남!"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르고 있어!"
"진남은 어떻게 한 거지?"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외다. 진짜 의외야. 전에 공주가 나에게 자신이 마음에 둔 사내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하고 성경천도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때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 비웃었거늘, 지금 보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몇 그루의 선수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의 놀라고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천 년 전의 비월, 삼천 년 전의 마발을 그것은 잘못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못 봤다.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오?"
다른 한 선수가 길게 헛숨을 들이켜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괜찮소. 이제 나의 명령을 전하거라. 만약 제방, 신방, 남천문이 주살령을 전해오면 내가 이미 생사관을 닫았다고 하거라. 어떤 일이 있어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전하라."
오래된 선수는 한참 망설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 * *
육대 금지 중 구자고해.
끝없는 허공에 떠 있는 드넓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문득 귀청을 찢는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오래된 고요함을 깼다.
"하하하,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구나. 저 정도의 신물을 연화할 수 있는 사람이면 평범하지 않을 거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구자고해의 주인 구자무신이었다.
"구자, 혼자 여기서 뭘 웃는 거요?"
이때,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오래된 누각이 나타났다.
누각의 옆의 허공에는 바람에 마발이 흩날리는 백의 사내가 서 있었다.
"무연, 알면서 뭘 묻소?"
구자무신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화제를 돌렸다.
"마발, 자네가 여기 온 건 설마……."
"맞소. 진남이 이제 곧 제위에 오르오. 그러니 전에 나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하오."
마발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 결정했소?'
구자무신은 침묵하더니 천천히 물었다.
"진남이 결심을 내렸으니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할 거요."
무연각의 청년은 옆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런 엄청난 일은 마발검신만 할 수 있었다.
"알았소. 자네가 결정했으면 나도 나의 약속을 지킬 거요. 그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소."
구자무신은 말했다.
"맞소."
마발검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한 장면이 떠오르고, 끝없는 바다가 나타났다.
백 마리의 금룡이 끝없는 먹구름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번에 자아무제가 되는 것에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반응이 일어났소."
무연각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진남이 수많은 위험을 겪고 오늘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걸 직접 봤다.
마발검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앞을 집중하여 바라봤다.
그들뿐만 아니라 창람대륙의 여러 세력의 엄청난 거물들과 제방, 신방, 남천문은 이 시각 모두 원도천산에 시선이 쏠렸다.
* * *
같은 시각, 원도천산.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원도천산의 주인은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곳에 쏠렸겠지? 이번에는 너희들을 막지 않겠다. 모두 함께 기적의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자꾸나……. 응?"
말을 마친 그는 이상함을 느끼고 백 마리의 제겁뇌룡을 바라보았다.
슉-!
뇌룡들은 몸에 금빛으로 빛나고 뇌정이 번쩍이는 역린이 있었다.
역린에서 뿜어진 신망은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벌판의 불길처럼 빠르게 온몸으로 번졌다.
뇌룡은 위엄이 다시 한번 증폭하더니 마치 신룡이 된 것 같았다.
"멋있는 자식!"
원도천산의 주인은 두 눈에 빛이 났다.
그는 백 마리의 제겁뇌룡을 뇌겁의 최고치라고 생각했다.
이런 변화가 또 생길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이 무사히 도겁을 할 수 있다면 천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제의 힘도 훨씬 커질 것이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는 무제가 되는 일도 남달랐다.
"의지여, 이 속에 융합되거라!"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남은 백 마리의 제겁뇌룡의 변화를 보자 호통을 쳤다.
제심 속의 전신지의와 붕멸의지는 두 개의 빛으로 변해 들끓는 먹구름 속으로 솟구쳤다.
쿵-!
순식간에 백 마리의 제겁뇌룡이 다시 변신했다.
그것의 비늘은 검은색으로 물들고 용안은 청색으로 물들었으며 기운은 더욱 커지고 웅장해졌다.
마치 태고선산 같았다.
뇌겁이 떨어지기만 하면 대지를 부술 것 같았다.
더 대단한 것은 제겁뇌룡들이 초월의 기운을 살짝이나마 풍긴다는 것이었다.
아주 미약했지만 유난히 눈에 띄고 눈부셨다.
"이럴 수가! 뇌룡들이 모두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자아겁룡(自我劫龍)이 되었다는 말인가?"
원도천산의 주인도 이를 보곤 깜짝 놀라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
그는 참된 진리를 장악했고 무천도대를 연마했다.
그래서 초월의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아겁룡?"
"저자는 뇌겁마저 천지규칙을 초월했어?"
"대단해, 너무 대단해!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일은 보통 이 정도 경지까지 할 수 없다고!"
대제 거물들과 천재 무제 그리고 무조 무인들은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세계관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몰래 숨어서 관찰하던 여러 엄청난 존재들도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무천도대 하나 존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백 마리의 겁룡은 이미 무천도대의 정도에 이르렀다.
"몇백 마리의 자아겁룡이라? 내가 겪었던 수많은 좌절과 위험이 헛되지 않았구나! 이제 너희들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보여봐라!"
진남은 엄청난 뇌겁을 보고도 기세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도광으로 변해 달려들었다.
크라아아-!
하늘에 있던 자아겁룡들은 진남의 행동에 화가 났는지 포효했다.
그것들의 포효에 천지가 흔들리고 규칙이 무너졌다.
산처럼 거대한 용발은 진남에게 마구 날아왔다.
멀리서 보면 진남은 너무 작아서 용발에 맞아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안 돼! 자아겁룡은 너무 강해. 진남은 상대가 되지 않아!"
소충은 표정이 변했다.
천지뇌겁이 강할수록 좋은 점도 많았다.
그러나 수많은 절세 인물들이 뇌겁에 맞아 죽었다.
지금 보기엔 진남이 아니라 대제 정상급의 거물이라고 해도 자아겁룡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르릉-! 쾅-!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과 함께 소충은 경악했다.
그 강하던 자아겁룡은 진남의 도광 앞에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것이 뿜어내는 힘도 진남과 비슷했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완벽하게 초월했고 자아겁룡은 초월의 기운만 가지고 있기에 진남에게 진압당한 건가?"
소충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었다.
진남은 두 번이나 무제가 되는데 실패를 하고 나서 운이 달라졌다.
화로 인하여 복을 얻은 셈이었다.
덕분에 지금 쉽게 강한 살초를 피한 것이다.
"도우들, 내 말을 듣거라. 누구든지 진남의 뇌겁을 부수면 결과가 어떻든 나와 신방에서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만약 진남을 돕는 자가 있다면 우리와 철천지원수를 지는 거고 어디에 있건 반드시 쫓아가 죽이겠다."
"도우들, 진남의 뇌겁을 부수려고 손을 쓴 자에게 남천신지는 수많은 이득을 주겠다! 반대로 감히……."
이때, 만영고와 성경천의 몸에서 제광과 파란빛이 솟아오르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변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제방과 남천문이었다.
진남이 도겁에 성공할 가능성을 보이자 몇만 년 동안 서로 겨루던 삼대 거물은 이례적으로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요신금지의 사람들은 뭐 하느냐? 진남은 대역무도한 역적이다. 감히 하늘을 거스르는 짓을 저질렀으니 저놈의 뇌겁을 부수거라!"
이어, 강한 요기가 소운절의 몸에서 솟아오르더니 위엄 있는 목소리로 변했다.
목소리는 요신금지의 주인이었다.
"유혼족들은 명령을 듣거라. 뒷길은 남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뇌겁을 부수거라. 필요한 경우에는 체내의 생사혼주(生死魂珠)를 사용해도 된다."
"명족들은 듣거라……."
"해족들은……."
여러 소족장들의 몸속에서 오래된 기운들이 솟구쳐 올라 호통으로 바뀌었다.
무천도대에는 팔천 년 이래 처음으로 방대한 살기가 흘러넘쳤다.
스스로 무제가 되려고 하는 일을 천하에 모르는 이가 없게 되자 모두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제방, 신방, 남천문이 연합했어!"
"그들은 몇 만 년 동안 싸우면서 한 번도 연합한 적이 없었는데 의외구나!"
창람대륙의 여러 세력들은 그 모습을 보자 놀라서 외쳤다.
동시에, 그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엄청난 살기 속에서 진남이 스스로 무제가 될 수 있을까?'
"네가 무제가 될 수 있다면 아무리 위험해도 도와줄 거다. 하지만 무제가 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존재들은 혼잣말을 했다.
희망이 없는 일이거나 변고가 있다면 그들은 절대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