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5화 드디어 왔나?
"아차, 붕멸의지!"
진남은 마음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끼쳤다. 붕멸의지가 용솟음쳐 올라 붕멸 갑옷을 이루어 그의 몸을 꽁꽁 감쌌다.
슉-!
보이지 않는 힘이 엄청난 속도로 규천용경에서 뿜어져 나왔다.
힘은 붕멸 갑옷을 뚫고 진남의 왼쪽 눈으로 들어왔다.
"흡!"
진남은 헛숨을 들이켜며 뒤로 물러났다.
방금 천신금침(天神金針)이 그의 왼쪽 눈을 찌른 것 같았다.
그의 왼쪽 눈은 매우 비범했지만 날카롭고 격렬한 아픔이 느껴졌다.
"제심……."
진남은 긴장되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모든 경지를 드러내려 했다.
그러나 이때 그의 마음속의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고 장면 안의 살짝 쳐들었던 금색 머리도 원 상태를 회복했다.
"……공격이 사라졌어?"
진남은 눈길이 사나워졌다.
"진남 왜 그러오?"
사마공은 어리둥절했다.
'진남은 왜 느닷없이 헛숨을 들이켜는 거지?'
"진남,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소충은 기쁨이 사라지고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것은 진남이 보이지 않는 공격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그렇다면 큰일이었다.
이 세상에는 그것이 느끼지 못하는 공격이 매우 적었다.
"이 전장은 좀 기이합니다. 저는 방금 보이지 않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진남은 말하며 신념을 드러내 몸을 훑어봤다.
자신의 몸을 훑어보던 진남은 경악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의 육신과 왼쪽 눈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는데? 그 공격은 나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것이 아니었나?'
"그래? 진남, 우리 이곳은 가지 말자."
소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천천히 말했다.
용신인 소충은 이 길에 있는 수많은 금기를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아니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었다.
"안 됩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진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공격이 전신의 왼쪽 눈이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
그럼 이곳은 전신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전신의 다른 부위일 가능성이 없지만 어찌 됐건 가봐야 했다.
"좋다. 나중에 내가 귀띔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말거라."
소충은 진남을 바라보며 한참 침묵하더니 꼬리를 흔들며 법인을 만들어 십금 중 하나인 용허비술을 펼쳤다.
'이 자식은 그 대인의 삼생겁이다. 이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분이 절대 보고만 있지 않을 거다.'
슉-!
얼마 안 돼 용신과 사마공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져 시커먼 전장에 나타났다.
휙-!
전장에 나타나자 진남은 손을 뻗어 백오십 개의 천절용발을 전부 납계에 넣었다.
시간이 없었다.
이곳의 오묘함을 알아내든 알아내지 못하든 천절용발은 반드시 가져가야 했다.
"이 금색 머리는 조금도 움직임이 없네? 그러면……."
진남은 왼쪽 눈으로 힐끗 보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천도를 휘둘렀다.
'만약 이 머리가 진짜 범상치 않다면 단천도의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원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펑-!
낮은 폭발음과 함께 금색 머리는 마른 나무처럼 아무런 저항도 없이 두 동강이 났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거지?'
"우선 이 전장을 둘러보자."
진남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시커먼 전장을 바라보았다.
전장은 매우 드넓고 끝이 없었다.
예전에 상고 시기에 이곳에서 하늘과 땅의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광경을 보자 진남의 마음속에 느닷없이 아주 작지만 마치 세상과 떨어진 것 같은 고독감이 생겼다.
"저 시골 그리고 세 개의 낡은 이보, 그리고 저기 있는……."
진남은 마음을 정리하고 왼쪽 눈을 움직여 사방을 둘러봤다.
진남은 살짝 실망했다.
모든 물건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그 공격은 터무니없이 나타난 것 같았다.
"응?"
진남은 한 구의 남루한 시체 밑에서 수피 조각을 발견했다.
진남은 발끝으로 수피를 끌어냈다.
수피는 크지 않았다.
수피에는 먼지가 두껍게 깔려 있었다.
"역시 조금도 움직임이 없구나."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손가락을 튕겨 수피 위에 쌓인 먼지를 전부 떨어뜨렸다.
쿵-!
먼지가 떨어지는 순간 오래된 수피에서 신광이 뿜어져 나오며 측정하기 어려운 위압이 사방으로 퍼졌다.
수피에 그림이 나타났다.
그림에는 형상과 빛이 수없이 많았다.
마치 엄청난 제술을 펼치고 싸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형상들 중에 한 청년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모든 이들은 죽고 그 청년만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건……."
진남은 손이 살짝 떨렸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청년을 보자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생각났느냐?"
시공을 넘은 것 같은 부드러운 소리가 청년의 입에서, 그림에서 흘러나와 진남의 귓가와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뭐가 생각났다는 거냐?"
진남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가 의문을 드러내자 시커먼 화염이 그의 몸에서 다시 타오르더니 그는 사라졌다.
수피 고화는 그를 따라 떠나지 않고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절대…… 잊지…… 잊지 말거라."
부드러운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더니 조용해졌다.
수피 고화도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원도천산의 가장 깊은 곳.
청색 형상이 수경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수경 안에는 수많은 장면이 얼른거렸다.
누군가 있었다면 이 장면들이 여러 위험지역과 보물이 있는 곳의 모습이라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제방, 신방이 파견한 그 자식들은 어디로 갔지? 안 돼. 오늘은 반드시 너희들을 찾고야 말겠다."
청색 형상은 중얼거리더니 손을 저어 오래된 빛을 뿜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남이 지금까지 그도 제대로 알지 못한 현묘한 곳에 들어갔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 * *
같은 시각, 창람대륙, 가장 남쪽, 남천문.
창람대륙에서 아무도 남천문 안이 끝없이 시커먼 공간이라는 걸 몰랐다.
이 시커먼 공간에는 수많은 이보, 시골, 고서, 전승 등이 밤하늘의 별처럼 조용히 떠 있었다.
이 끝없는 시커먼 곳을 남천문의 영은 완전히 장악할 수 없었다.
고작 절반 정도밖에 장악하지 못했다.
완전히 연화하지 않았기에 어둠의 깊은 곳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때문에 남천문도 가장 깊은 곳에 매우 엄청난 존재가 천천히 오른쪽 눈을 뜬 걸 몰랐다.
"이 그림은 어디서 온 거지? 운명인가? 아니면 구천에서 시험하느라 보낸 건가?"
* * *
그 시각, 원도천산, 여덟 번째 공간.
진남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머릿속에는 여전지 좀 전의 광경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수피 고화가 전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럼 전신의 혼 외에 또 무슨 물건이 나와 연관이 있을까? 전신이 아니면 청년은 왜 영혼에서부터 익숙한 느낌을 줬을까?'
"생각났느냐고? 뭘 생각하라는 거지"
진남은 중얼거렸다.
"오 대인, 진남이 왜 이러는 겁니까?"
사마공은 바로 전음했다.
그는 진남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그러자 소충의 용안에 신광이 스치더니 더 말하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진남은 시커먼 전장에서 그것과 사마공이 보지 못하는 걸 본 게 분명했다.
용신의 혼인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그 대인의 삼생겁이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는 것 외에 이 자식은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기에 신비한 존재를 불러낸 걸까?"
소충은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소충은 자신이 진남에 대한 이해가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는 걸 발견했다.
"모든 도우들은 명심하거라. 열한 번째 공간 변화가 일어날 때 아직 죽지 않은 모든 도우들은 원도천산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오래된 위엄을 뿜는 소리가 여덟 번째 공간의 상공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천지가 흔들렸다.
"열한 번째 공간 변화?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간다고?"
진남은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그 말을 듣자 바로 정신을 차렸다.
"용신, 사마공, 우리는 두 개 공간밖에 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시간이 긴박합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그는 수피 고화가 어떻게 된 건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서가 너무 적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천절용발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들은 천절용발이 삼백팔십 개밖에 없었다.
아직도 사십 개가 모자랐다.
끝날 때까지 전부 다 찾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뭐가 그렇게 급하냐? 아홉 번째 공간에 가서 용혼의 혈을 뿜으면 천절용발 몇백 개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충은 용위를 뿜었다.
그는 큰소리쳤지만 결국 고분고분 진남을 따라갔다.
"됐습니다. 제가 운을 보태주지 않으면 찾을 수 있습니까?"
사마공은 귀찮아하며 말했다.
"너……."
소충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용히 하십시오.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대제 경지 사 단계의 거물입니다."
백 장도 날지 못하고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 빛이 스쳤다.
예전이라면 대제 경지 사 단계 거물은 그가 많은 양의 천절용발을 갖고 있는 걸 발견해도 두렵고 의심스러워 공격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도천산의 주인이 한 말 때문에 대제 거물들은 모험을 해서라도 그의 천절용발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
진남의 예상대로 대제 경지 사 단계의 거물은 바로 공격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보물이 있는 곳, 위험지역에서도 싸움이 시작되었다.
모든 무인들 사이의 싸움은 이제부터 진정으로 격렬해졌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한 시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무인들이 열 번째 공간에 모였고 격렬한 싸움을 시작했다.
진남 등은 운이 지난 몇 번보다 훨씬 좋았다.
규천용경이 천절용발이 열 개나 있는 곳을 세 번 발견했다.
또 그들은 많은 무인들의 연합공격을 받았다.
연합공격을 펼친 무인들을 격파한 후 진남과 사마공은 천절용발과 여러 가지 이보들을 나눠 가졌다.
"부숴라."
그 시각, 열 번째 공간의 새하얀 평원에서 진남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칼을 휘둘렀다.
수많은 천황도의가 휘몰아쳐 앞에 있는 여덟 명의 무조 경지들을 전부 벴다.
"거둬라."
진남은 소매를 휘둘러 천절용발을 전부 주머니에 넣었다.
"진남. 우리 천절용발을 얼마나 모았느냐?"
소충은 옆에서 수염을 꼬며 물었다.
"이미 사백구십 개를 모았습니다. 충분합니다."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평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얼마 안 돼 열한 번째 공간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전에 조금 남은 상처를 전부 회복해야 했다.
소충과 사마공은 방해하지 않고 소곤거렸다.
뭔가 상의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중요한 순간에 모든 것이 맹렬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무인들이 싸움에서 죽었다.
대제들처럼 강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도세계의 잔혹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쿵-!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열 번째 공간에서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천지가 커다란 손에 잡힌 것처럼 비틀리기 시작했다.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다른 위험지역이나 보물이 있는 곳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신비한 전승지에 있던 묘묘 공주, 당청산, 소운절, 맹랑야, 만봉혼, 전패왕, 강공주, 여칠마, 혈문, 인염, 뇌호, 궁양 등 천재 무제들, 여러 세력과 고족에서 경지가 대제 팔 단계 이상인 거물들은 동시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신광이 드러났다.
"드디어 왔나?"
진남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표정이 확고했다.
그는 이 시간을 오래 기다렸다.
너무 오래 기다려 체내의 엄청난 제심과 줄곧 조용하던 전혈이 들끓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공간변환!"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 소충, 사마공과 다른 공간의 모든 무인들은 갑작스런 진법에 끌려 들어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