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화 뭐가 있습니까?
낯선 공간의 커다란 도장 위.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세 명의 대제 거물이 허공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펼치는 살초는 놀라웠다.
나머지 만봉혼, 혈문, 인염, 뇌호 등 천재 제물들, 대제 거물들은 세 조로 나누어 싸움을 펼쳤다. 그들은 연달아 온갖 수단을 펼쳤다.
"무홍, 능백, 사소설 너희들은 우리의 상대가 안 된다. 나와 연합하여 혈문 일행을 물리치자!"
만봉혼과 강공주는 형상을 바꾸며 소리쳤다.
"너희들 세력에 가입하라고? 우리는 서열이 너희들보다 낮다. 그러나 우리 셋이 연합하면 너희들은 상대가 안 된다. 너희들이 우리들 세력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
혈문, 인염, 뇌호는 차갑게 웃었다.
"진짜 미안하다. 우리 구자고해의 후계자들은 다른 고족의 사람들과 연합하지 않는다."
무홍 등은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의 형세로 보아 그들은 경지가 가장 낮고 약한 세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작에 엄청난 수단을 준비하였기에 여든 개의 천절용발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것이었다.
"뭐지?"
이때, 만봉혼, 강공주 일행 그리고 하늘 위의 세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은 모두 뭔가 느낀 듯 안색이 변하여 고개를 돌렸다.
"만봉혼, 혈문 그리고 도우들, 오랜만이다."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시커먼 화염이 일더니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진…… 진남?"
만봉혼, 강공주 일행 그리고 다른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이 어떻게 여기 나타났지?'
"지난번에는 너희들이 연합하여 나를 죽이려 했다. 이번에는 내가 너희들의 천절용발을 가져가겠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며 조보간을 휘두르더니 여든 개의 천절용발을 전부 주머니에 넣었다.
"하하하, 진남, 너 길이 있는 천당으로 가지 않고 문이 없는 지옥으로 찾아왔구나. 너 혼자 천절용발을 전부 가져가려고?"
"도우들 같이 공격하여 저자를 죽입시다."
만봉혼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속이 후련했다.
진남이 이번에 나타난 건 죽음을 자초한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번에는 운이 좋아 도망쳤지? 이번에는 꿈도 꾸지 말거라."
혈문, 인염, 뇌호도 기뻐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우르릉-!
많은 천재 무제들과 대제 거물들이 엄청난 기세를 뿜자 커다란 도장이 흔들렸다.
주위의 허공도 전부 막혔다.
"우습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가 혼자 모든 천절용발을 가져가려 할까?"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체내에서 방대한 기세가 폭발했다.
마치 절세신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
사람들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무조 경지 정상의 진남이 어떻게 대제 경지 육 단계나 평범한 대제 경지 칠 단계와 맞먹는 기세를 뿜을 수 있지?'
"속임수다!"
잠깐 후 외침이 울려 퍼졌다.
강공주였다.
그는 고작 무조 경지의 진남이 지금 이런 기세를 드러낸 건 시간을 끌려는 것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설사 네가 대제 경지 칠 단계와 맞먹는 힘이 있다고 한들 뭐 해? 어르신, 공격하십시오!"
만봉혼도 반응하고 크게 소리쳤다.
허공에 있던 세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은 정신을 차리고 법인을 만들었다.
세 개의 엄청난 금술이 형성되더니 도장에 금이 갔다.
기세가 비범했다.
"너희들이 이렇게 빨리 발견할 줄 몰랐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진남의 눈에 단호함이 드러났다.
그는 몸을 움직여 칼로 조각상을 내리쳤다.
펑-!
큰소리가 나더니 조각상이 부서졌다.
그것이 완전히 부서지는 순간 눈부신 빛이 도장에서 뿜어져 나왔다.
대제 거물들의 위압도 빛을 누를 수 없었다.
"누가 나를 깨웠느냐?"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에 붉은색 뇌정을 감은 형상이 빛 속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형상은 기운이 대단했다.
"어……"
만봉혼, 강공주 등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도 조각상 안에 이런 현기가 숨어 있을 줄 몰랐다.
"내가 깨어났으니 규칙대로 지금부터 모두들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나의 전승을 받게 된다."
붉은색 뇌정 형상은 말하며 손을 저었다.
도장 위쪽의 하늘에 뇌정이 가득 찼다.
사람들은 안에 갇혔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 심사에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진남은 이 광경을 보자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
"무엄하다. 무릎을 꿇거라."
붉은색 뇌정 거인은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두 눈에 끝없는 분노가 솟아오르더니 몸을 날려 진남의 앞으로 다가와 세게 내리쳤다.
이 한방은 대제 경지 팔 단계의 거물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진남, 너 죽었어!"
이 광경을 본 만봉혼, 혈문 등은 흐뭇했다.
그들은 아직까지 어떻게 된 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이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건 확실했다.
"다음에 만나자."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 검은색 화염이 나타나더니 그는 사라졌다.
시간이 딱 맞았다.
* * *
잠시 후, 다른 공간.
진남이 나타나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 이 붉은색 뇌정 형상은 설마 삼천여 년 전의 제혈뇌제(啼血雷帝)인가?"
"저 여인은 몸매가 좋구나."
사마공과 소충은 정신을 집중하고 바라봤다.
진남은 장면을 훑어봤다.
장면 안의 만봉혼, 강공주, 혈문 등 천재 무제들과 정상급의 대제 거물들 그리고 제혈뇌제의 얼굴에 드러난 놀라움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진남이 갑자기 사라져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우리 계속합시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소충과 사마공이 무천도대를 열어야 하기에 도합 사백스무 개의 천절용발이 필요했다.
지금 그들에게는 백팔십 개가 있었다.
아직 이백사십 개가 부족했다.
때문에 부담이 컸다.
진남, 사마공, 용신의 혼은 계속 천절용발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운이 나쁜 걸까?
일곱 번의 공간 변화가 끝나고 그들이 규천용경을 여섯 번 움직였지만 장면에는 고작 두세 개의 천절용발뿐이고 한 번도 열 개 이상이 나타난 적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수확도 없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일곱 번째 공간에서 몇십 명의 무조 경지 그리고 세 명의 대제 거물의 공격을 받았다.
거물들을 격파하고 그들이 갖고 있던 천절용발을 전부 챙기니 이미 이백서른 개에 도달했다.
"허공의 힘이 진짜 짙구나."
여덟 번째 공간에 나타나자 소충이 의아하게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봤다.
공간은 전체가 기이한 회색과 백색 두 가지 색이었다.
허공에는 회색의 기운이 떠있었다. 회색 기운은 강렬한 허공파문을 일으켰다.
여덟 번째 공간은 허공 공간이었다.
"오궐 대인, 이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서 규천용경을 펼치십시오. 이번에는 운이 좋기를 바랍니다."
사마공은 옆에서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거라. 너의 나쁜 운이 옮지 않고서야 어찌 연속 여섯 번이나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겠느냐?"
소충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규천용경을 펼쳤다.
"어?"
장면이 나타나자 세 사람은 동시에 시선이 끌렸다.
거울에 회색과 흰색 두 가지 색의 보탑이 나타났다.
탑은 십삼 층이었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보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허공지의(虛空之意)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보탑이 바로 여덟 번째 공간이었다.
"고작 세 개입니까?"
가장 먼저 보탑 위에 있는 세 개의 천절용발을 본 사마공은 실망했다.
심지어 의심이 들었다.
"원도천산의 주인은 진짜 사람을 골탕 먹이는구나. 안 되겠다. 영혼의 물로 발을 씻어야겠다."
소충도 우울했다.
"응? 장현운?"
시선을 거두려던 진남은 보탑 아래에 있는 네 개의 형상을 발견했다.
그들은 장현운, 장천추, 기제미 그리고 여칠마였다.
장현운 일행은 보탑 아래에 도착한 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쳐들고 네 가지 전혀 다른 법인을 만들고 눈부신 빛이 반짝이는 부적을 꺼내 보탑에 붙였다.
"용신, 저들은 뭐 하는 겁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천절용발은 탑 꼭대기에 있다. 저들은 왜 천절용발을 챙기지 않고 이 부적들을 꺼냈지?'
"저들이 꺼낸 건 네 가지 다른 위치와 대응하는 전송 부적이다. 보탑과 결합하면 허공의 힘을 빌어 기운이 은밀하여 발견할 수 없고 위력이 강한 네 가지 오래된 전송대진을 이룰 수 있다. 외부 사람들은 전송대진을 통해 여덟 번째 공간에 올 수 있다."
용신은 힐끗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외부의 사람들을 전송해 온다고요? 저들은 삼대 세력과 명족의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려는 겁니까?"
진남은 당황하더니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 목적이라면 처음에 강자들을 원도천산의 입구에서 바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있나?'
"용신, 전송 부적을 보탑과 결합하지 않으면 오래된 전송대진을 만들 수 없습니까?"
진남은 뭔가 생각나 깜짝 놀랐다.
"당연하다. 이곳은 원도천산의 주인이 만든 공간이다. 아무리 강한 전송대진도 쳐들어올 수 없다. 이 여덟 번째 공간 허공의 힘의 도움을 받고 내외가 호응해야만 이룰 수 있다."
용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럼 이상하구나. 매번 공간 변화는 무작위다. 저들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건 별로 기이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저들은 왜 하필 허공의 힘이 많은 여덟 번째 공간에서 만나려는 걸까? 그리고 저들은 방금 여덟 번째 공간에 왔는데 어떻게 보탑의 위치를 찾았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롭잖아.
제방, 신방, 남천문 이 세 거물은 판을 짜기 시작했다. 이 네 명이 짠 판은 틀림없이 남천문이 짠 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들의 목적을 알 수 없지만 제위에 오를 때는 주의해야겠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규천용경이 있어 다행이다.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허, 또 한 개뿐이군."
규천용경이 다시 움직이자 사마공은 거울에 떠오른 장면을 보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의 일곱 번까지 하면 이미 여덟 번이었다.
'설마 더 이상 천절용발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없나?'
"젠장! 나는 믿을 수 없다. 용혼의 혈, 변하거라!"
소충은 욕설을 퍼붓더니 법인을 만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채색의 흐릿한 혈액이 튕겨 나와 규천용경 안으로 들어갔다.
규천용경 전체가 윙윙 하고 떨리더니 동력이 순식간에 폭등하고 거울 속의 장면도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장면이 천천히 멈췄다.
"헉……"
소충과 사마공은 바로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 장면을 본 소충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사마공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
"안에 뭐가 있습니까?"
그들의 반응에 진남은 궁금하여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거울 속 장면을 본 그는 눈을 찌푸렸다.
장면 속에는 시커먼 전장이 나타났다.
땅에는 시체와 부서진 법보가 가득했다.
계곡이 가로세로 가득 나고 매우 난잡했다.
몇 만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처참하게 싸우던 기세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차가운 충격을 주었다.
한 산 위에 어두운 빛을 뿜는 금색 머리가 있었다.
머리 주위에는 천절용발이 둘러 있었다.
"여든하나…… 여든아홉…… 아흔둘…….
백오십 개! 천절용발이 백오십 개 있소!"
사마공은 흥분되었다.
백오십 개의 천절용발이다.
좀 전에 것의 배가 되었다.
"백오십 개요? 후, 이제 우리는……."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도 흥분되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땅에 박혀있던 금색 머리는 살아난 것처럼 위로 살짝 쳐들더니 끝없는 허공을 넘어 진남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