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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71화 (771/1,498)

770화 이런 날이 있구나!

"고난삼림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너에 대해서 물어보더군. 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데, 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느냐?"

진남은 이 화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자래가 꺼내자 피하지 않았다.

"나도 생각했다. 그러나 창람대륙은 대제와 대제가 아닌 자의 차이가 무척이나 크다. 나는 대제가 되면 그때 그녀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진자래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신념이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주고 새로운 길을 걷게 해주었다.

"진자래, 얼른 돌아오지 않고 뭐 하느냐? 육신을 너무 오래 떠나있으면 불마의지가 흩어진다."

이때, 위엄 있지만 미약한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곧 돌아가겠다."

진자래는 대답을 하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 이젠 예전과 같지 않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전에 깊은 우정을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나를 부르거라. 반드시 달려가겠다.

……그리고 부탁이 있다. 천천에게 위험이 있으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진자래는 말을 마치고 진남에게 인사를 한 뒤 천지 사이로 사라졌다.

그녀가 잘 지낸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는 버틸 수 있었다.

"그래."

진남은 사라지는 불의를 보며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진자래의 말에 대답한 것은 천절용발 때문이 아니었다.

진자래와의 우정 때문도 아니었다.

진남은 진자래의 태도에 감동했다.

전에 진남은 그런 마음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일생을 다 쏟아붓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으며 앞이 심연인 줄 알면서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랑인 것 같았다.

"공주, 강벽난……."

진남의 머릿속에 묘묘 공주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제명쟁탈전에서 사망수정으로 변하던 강벽난도 떠올랐다.

"에잇, 생각하지 말자. 계속 천절용발이나 찾자."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발끝을 차고 앞쪽으로 사라졌다.

부근의 천절용발은 진자래가 다 거두었는지 진남은 반 시진이 지나도록 용발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곧이어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공간이 바뀐다.'고 하자 백불 공간은 이그러지고 진남 등 무인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잠시 뒤, 세 번째 낯선 공간.

"살기가 짙구나. 이번에는 위험지역이구나."

진남은 떨어지자마자 산맥, 수림 등에서 강한 살의를 느끼고 긴장했다.

이곳의 살의는 화염 공간의 불길보다 더 강렬했다.

경지가 부족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었다.

"응? 용발이 반응을 보이네? 이 반응을 보니 주변에 무인들이 적지 않겠구나……."

진남은 납계를 훑어보고 왼쪽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런."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삼백 리 안에 세 개의 그림자가 태고 비술을 움직여 경지를 숨기고 소리 없이 귀신처럼 날아왔다.

세 그림자 중 둘은 대제 칠 단계이고 한 명은 대제 사 단계였다.

진남의 육신은 대제 사 단계와 비슷했다.

그가 양대 무도의지를 움직이면 대제 칠 단계와 싸울 수 있었다.

즉, 최선을 다하면 눈앞의 적들과 대항하여 시간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실력을 드러내면 그가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는 일이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아직 가장 깊은 곳에 이르지 못했는데 목적이 폭로되면 어떤 변고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었다.

홍진변신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었다.

대제 오 단계 이상의 거물들은 본 모습을 알아볼 가능성이 컸다.

"지금 싸울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 돌파하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발끝을 차고 대제 사 단계 무인에게 날아갔다.

"먼저 공격한다고?"

다른 대제 칠 단계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고작 무조 경지인 자가 반항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방향을 바꾸었다.

"응?"

잠시 뒤, 진남과 대제 사 단계의 거물은 몇십 리 정도로 가까워졌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상대방은 쉰아홉 개의 천절용발을 가진 사람이 진남일 줄 몰랐다.

진남도 대제 사 단계의 거물이 유혼족의 소족장인 만봉혼일 줄 몰랐다.

"하하하, 고작 무조 경지가 왜 이렇게 많은 천절용발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너라면 이상할 것도 없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겠다. 천절용발을 내놓고 나에게 굴복하면 너를 살려주마."

만봉혼은 호탕하게 웃으며 유혼의 기운을 풍겼다.

그는 흥분했다.

평범한 무조 경지였다면 그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낙음대제도 손해를 보게 하고 무도규칙도 초월한 무조 경지이니 그는 관심이 생겼다.

"그래?"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보답천하를 펼쳤다.

그는 그림자로 변해 천지 사이를 날아다녔는데 그 속도가 빠르고 변화무쌍해 잡을 수 없었다.

"역시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구나. 다른 수단을 사용했다면 일반 대제 사 단계를 만나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필 나를 만나다니. 안쓰럽구나.

만고유혼(萬古幽魂)!"

만봉혼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법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방원 몇십 리가 시커멓게 변하고 수많은 귀신과 영혼들이 모여 커다란 창으로 변했다.

창은 살기를 뿜으며 진남에게 날아갔다.

만봉혼은 천재무제 구 위였다.

경지가 일반 대제 사 단계가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그의 공격은 평범한 대제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마치 큰 위기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처럼 허둥대며 왼팔과 오른팔로 막았다.

"걱정 말거라. 나는 아직 너에게 관심이 있어서 바로 죽이지 않는다. 너를 포로로 잡아 나를 위해……."

만봉혼은 음침한 미소를 짓고 서서히 다가갔다.

모든 것은 그가 계획한 대로였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표정이 굳었다.

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유혼의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남은 넘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반동력을 이용하여 뒤로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몇십 리 밖으로 날아갔다.

"막았어?"

만봉혼은 다시 놀랐다.

'고작 무조 경지의 진남이 어떻게 막은 거지?'

"진남, 어디로 도망갈 생각이냐!"

이때, 귀청이 찢어질 듯한 호통이 들렸다.

대제 경지 칠 단계의 거물들이 눈부신 제광을 뿜으며 허공에서 나와 사방을 흔들었다.

그들은 시선이 무덤덤했다.

두 대제는 유혼족과 해족의 사람이었다.

"진남, 일부러 허점을 드러내서 내가 긴장을 늦추게 하고 반동력을 이용하여 도망가려고 했구나! 아쉽겠다, 조금만 더 갔으면 좋았을 텐데!

사숙, 저놈을 진압해주세요!"

만봉혼은 두 눈에 차가움이 드러났다.

'놈이 나를 곤경에 빠뜨릴 뻔했어. 이번에 단단히 혼내줘야 해!'

"통혼제권(通魂帝拳)!"

유혼족의 대제 칠 단계 거물은 바로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쳤다.

허공이 무너지고 엄청난 권의가 깨진 빙하처럼 쏟아졌다.

이 공격을 맞으면 대제 육 단계라도 얼어붙을 것이었다.

팔대고족의 대제 거물은 일반 대제 거물들보다 더 강했다.

"너희들이 나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제지도(神帝之圖)!"

진남은 외치자 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이고 그의 등 뒤에 웅장한 형상이 연속 나타나 위엄을 풍겼다.

형상들은 고난삼림의 다섯 무신 거물들과 대제 거물들이 그에게 주입해둔 의지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많은 대제 거물들의 의지가 들어있지?"

"무신 거물들도 있어. 다섯 개 무신의 의지도 있어!"

만봉혼과 두 대제 거물은 충격을 받았다.

"멸하거라!"

진남은 신념을 움직였다.

웅장한 의지들이 깨어나고 나서서 주먹을 휘둘렀다.

수많은 권의가 모여 절세신검처럼 유혼족 대제 거물의 검의를 베었다.

쿵-! 쿵-! 쿵-!

사방이 흔들렸다.

대제 칠 단계 거물의 권의도 많은 의지의 공격에 먹혔다.

슉-!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더 싸우지 않았다.

그는 신념을 움직여 수많은 의지를 오색찬란한 날개로 변화시켜 펄럭거렸다.

엄청난 강풍이 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신제지도가 아무리 강해도 많이 사용하면 위력이 점점 약해질 것이다.

"아차! 도망가지 못하게 해요! 같이 쫓아갑시다!"

만봉혼은 안색이 변해서 고함을 질렀다.

이번에 진남을 도망가게 하면 쉰아홉 개의 천절용발을 잃는 정도가 아니었다.

유혼족 소족장의 체면도 같이 잃는 것이었다.

슉-!

두 대제 만봉혼을 데리고 태고비술을 움직여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살의공간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과 신제지도의 위력으로 엄청난 속도를 냈다.

그리고 움직임이 기이하게 금제 살기가 사이를 이리저리 다녔기에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제 거물들이 연합하고 만봉혼이 여러 수단을 펼쳤기에 그를 쫓아가지는 못해도 뒤를 바짝 쫓았다.

꼬리처럼 완전히 떼어버리지 못했다.

"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따라잡을 수 있어. 더 많은 대제 거물들이 몰릴 수도 있어.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진남은 중얼거리며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저들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계략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일한 길은 이 공간의 현묘함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잠시 뒤, 진남은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멀지 않은 곳에 큰 산들이 모여 있었는데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산들은 살기가 가득하여 당장 실체로 변할 것 같았다.

특히 깊은 곳은 더욱 현묘했는데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뚫어볼 수 없었다.

"저기로 가자."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군산으로 날아갔다.

"위험지역에 들어가서 우리를 피하려고? 진남, 순진하구나."

만봉혼과 두 대제는 냉소를 짓고 뒤를 따랐다.

"천지유혼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살기는 무형이니 곳곳에 살기로 가득 채워라."

"내 몸은 물이다. 모든 물은 이곳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하라."

산에 들어서자마자 만봉혼과 해족의 대제는 법인을 만들었다.

수많은 고목들 사이에 차가운 기운들이 솟아오르고 살기가 가득한 병사로 변해 진남을 공격했다.

방원 몇백 리의 나무와 꽃들 그리고 하천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더니 안개로 변했다.

수많은 살기가 그 속에서 연신 폭발했다.

"붕멸의지!"

진남은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붕멸의지가 번지면서 신제지도에 녹아들자 제의와 신의가 어두워졌다.

한 쌍의 날개는 한번 펄럭일 때마다 폭풍을 일으키며 살기들을 박살 냈다.

"유혼족과 해족들은 위험지역에 들어오니 수단들이 더욱 강한 힘을 얻었구나. 이제 시끄럽게 되었어."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응? 누가 훔쳐보는 거 같은데?"

진남은 표정이 변해서 고개를 들었다.

만봉혼과 다른 두 대제 거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늘의 깊은 곳에서 한 쌍의 눈이 그들을 지켜보는 것을 느꼈다.

'사방에 그림자도 없고 천절용발도 반응이 없다. 그럼 누군가 엄청난 이보를 사용하여 멀리서 이 근처의 상황을 살펴보는 거야.'

진남은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르자 바로 다른 쪽으로 날아갔다.

슉-!

또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의 깊은 곳에서 혈광이 펼쳐지더니 날카로운 혈색대검으로 변해 폭풍우처럼 진남에게 쏟아졌다.

이것은 무인이 하는 공격이 아니라 이곳을 살펴보던 이보의 공격이었다.

만봉혼과 다른 두 대제 거물은 눈빛이 밝아졌다.

"하하하, 진남. 너도 이런 날이 있구나! 만봉혼 도우, 우리 이제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는 게 어떻소?"

우렁찬 목소리와 흥분이 섞인 웃음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소리만 듣고도 이보를 움직여 이곳을 살피는 자가 혈문족의 소족장인 혈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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