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3화 제압당했어?
"하하하, 음양 노인네 말이 맞았네. 반천맹이 원도천산에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하더니, 내가 직접 세 시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구먼!"
이때, 하늘에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지는 엄청난 힘의 영향을 받고 시간마저 멈춘 것 같았다.
"설마……."
요신금지, 해족, 명족, 전족의 대제 정상급 거물들은 무언가 알아차리고 표정이 굳었다.
다른 대제 거물들과 무조 경지의 무인들은 엄청난 압력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일월, 무도종은 너에게 후한 대접을 한 것 같은데 왜 배신을 한 거냐?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오늘 반드시 답을 얻어야겠다!"
하늘의 다른 쪽에서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들린 웃음소리와 달리 차가운 목소리는 아무런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원 오백여 리의 허공에 금이 생겨 마치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허공이 부서질 것 같았다.
"설마 너희 둘만 온 건 아니겠지?"
일월검신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어느새 일월로 만들어진 엄청난 힘을 가진 고검을 들고 있었다.
"저 둘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 오늘 과거의 원한을 제대로 해결해보자."
수많은 무조 경지의 무인들 중에서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무표정한 노파가 맨발로 천천히 나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공에 잔잔한 검은색 물결이 일었다.
"나는 전에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로 무도종과 요신금지가 남천신지의 명령을 들을 줄이야. 좋다, 마침 무신이 된 후로 혼자서 세 무신과 싸워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겠구나."
일월검신은 순식간에 강력한 검의를 드러내며 구름 속으로 솟아올랐다.
여파로 사방에 커다란 바람이 일고 천지가 흔들렸다.
"뭐? 혼자 세 무신 경지 거물과 싸운다고?"
"설마……."
한편, 일월검신의 엄청난 기세에 보잘것없어 보이던 무인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얼굴에 충격을 드러냈다.
'무신 경지 거물 세 명이 나타났어!'
'일월검신까지 하면 무신 네 명이야!'
반신지국에 무신 네 명이 동시에 나타난 건 오랜만이었다.
"방금 일월검신의 말을 들어보니 저 세 분은 남천신지, 무도종, 요신금지의 무신들인 가 봐!"
"삼대 세력은 숨어서 반천맹을 기다리느라고 늦게 나타난 거였구나!"
여러 세력의 대제 거물들과 맹랑야, 소운절, 당청산 등 천재 무제들은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그들은 삼대 세력이 반천맹을 상대로 이런 작전을 펼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월검신 선배님이 직접 우리를 배웅해주겠다고 한 이유가 있었구나. 선배님은 이런 상황을 이미 짐작했겠지?"
진남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도 몰래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일월검신의 진짜 실력을 잘 몰랐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일월검신에게 불리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하지?'
"일월검신, 솔직히 말하면 반천맹은 실력이 좀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우리에게 많은 시끄러움을 안겨줬지. 그러나 우리가 정말 반천맹에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늘색 혈문(血紋) 두루마기를 입고 이마에 오래된 문 표시가 있는 중년 사내가 무서운 살기를 풍기며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중년 사내는 남천신지의 무신 경지 거물 중 한 명이었다.
"죽어라!"
중년 사내가 호통치자 방원 몇백 리의 허공이 깨지고 파란색에 길이가 천 장이 되는 흉악한 용들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허공에 숨어있던 무도종의 무신 거물과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가 순식간에 공격해왔다.
구렁이 같은 붉은색 사슬과 시커먼 부적들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천지는 검은색, 파란색, 붉은색 세 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싸우기 적합하지 않으니 전장을 바꾸자. 너희들도 다른 세력의 무신들이 몰려오기를 바라지는 않겠지?"
일월검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발끝을 차고 날아올랐다.
그는 아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엄청난 검의가 마치 영성이 있는 것처럼 흩어져 파란색 용, 붉은색 사슬, 검은색 부적을 산산조각 내고 없애버렸다.
"전장을 바꾸고 말고 무슨 구별이 있느냐? 다른 무신들이 몰려오면 또 어떠하냐?"
무신 경지 거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공격했다.
그들은 오래된 신술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월검신은 눈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드디어 고검을 칼집에서 뽑았다.
쿠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이 연거푸 들렸다.
허공이 끊임없이 무너지고 사방이 여러 색상으로 물들었다.
"이런……."
누구라도 놀랄 장면이었다.
무인들은 싸움하는 무신들의 형상은 볼 수 없지만, 깊숙한 곳에서 싸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싸움으로 인해 천지가 흔들렸다.
마치 천지가 무너지고 세상이 멸망할 것 같았다.
"이게 무신들의 힘인가?"
진남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진남은 처음으로 여러 무신들의 싸움을 목격했다.
"극도천강인(極道天?印)!"
하늘의 깊숙한 곳.
무도종의 무신 경지 거물은 수많은 강기들 중에서 눈빛을 반짝이며 한 손으로 법인을 만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일월검신의 몸에 수많은 금빛 법인이 떠올랐다.
금빛 법인이 닿을 때마다 일월검신의 몸을 감싼 검의는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엄청난 소리를 냈다.
극도천강인은 무도종의 오대 신술 중 하나였다.
신술을 펼치기만 하면 상대방은 피할 수 없고 견뎌야 했다.
신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상대방은 육신이 부서졌다.
또,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짧은 시간 동안 신술에 제압당했다.
"천명종(天冥鐘)!"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는 기회를 잡아 신속하게 검은색 부적을 사용했다.
일월검신의 몇 리 밖에 넓이가 팔십 장 되는 부적의 종이 생겨나 일월검신을 가두었다.
"하하, 일월. 예전에 반천맹은 남천신지의 제자와 장로들을 많이 죽였지? 오늘 너를 죽이기 전에 반천맹의 제자들을 먼저 죽일 테니 잘 보거라!"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두 눈에서 파란색 빛을 뿜으며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래쪽으로 날아갔다.
"안 돼!"
진남, 혈문, 인염, 뇌호 등 대제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하늘의 깊은 곳에서 거대한 산 두 개가 그들에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늦었다!"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하늘 깊은 곳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들의 실력으로 도망가기 전에 죽을 게 뻔했다.
"싸우자!"
짧은 순간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제심 속에 있던 두 개의 의지를 빠르게 움직였다.
"허공에서 바로 나를 공격한 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내가 다른 세력들이 엮이지 않게 하려고 올라오면 내 발을 묶어두고 그 틈에 반천맹의 제자들을 죽이려고 하다니.
계획은 좋았다. 그런데 아쉽구나! 다들 모이거라!"
일월검심은 외치며 법인을 만들었다.
진남과 혈문, 인염, 뇌호 등도 몸속에 방대한 검의가 폭발하더니 한곳에 모였다.
그들의 검의는 삼백 장 높이의 검의산(劍意山)으로 변해 두 개의 동술을 막았다.
진남 등이 연화한 검부는 그들의 기운을 숨기는 작용만 하는 게 아니었다.
검부는 일월검신이 그들의 몸에 남겨둔 방어 부적이기도 했다.
"위험했어!"
진남, 혈문, 인염 등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자 죽다 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방금 두 개의 공격은 너무 강했다.
일월검신이 수단을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더라도 중상을 입거나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일월, 역시 소문대로 일 처리를 세심하고 물샐틈없이 하는구나.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생각해두었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쩌겠느냐? 나는 저것을 뚫을 수 있다!"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빠르게 손을 썼다.
그는 두 눈에 찬란한 빛이 스치더니 엄청난 살초를 연속 사용했다.
"얼른 이곳을 떠나자!"
"원도천산에 들어가자!"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하늘의 깊은 곳에서 여러 개의 절세 신검이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명령을 내리고 청동 아치형 문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이 엄청난 싸움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진남……!"
묘묘 공주, 당청산, 양궁, 용제 등은 눈이 커져서 본능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술을 사용하기 전에 엄청난 공격이 검의산에 내리꽂혔다.
콰콰콰쾅-!
귀청을 찢을듯한 폭발음이 연속 들리고 수많은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염산들은 소멸되고 바닥에는 커다란 틈이 생겼다.
검의산은 강했지만 연속되는 공격을 받자 흔들리고 무너지려고 했다.
마치 폭풍우에 흔들리는 쪽배처럼 수시로 뒤집힐 것 같았다.
진남은 그나마 나았다.
그는 온몸의 혈기가 들끓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심지어 일부는 큰 타격을 입었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설마 두 신술로 계속 나를 묶어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늘 깊은 곳에서 일월검신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몸에서 저승에서 올라온 것처럼 서늘한 검의가 폭발해 극도천강인과 검은색 부적을 얼음으로 봉인했다.
이것은 그의 양대 검의 중 하나인 유월검의(幽月劍意)였다.
"극도, 감천추(極道, 憾天錘)."
"명신나찰부(冥神羅刹府)."
"남천일격(南天一擊)."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 무도종 무신,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는 발끝을 차며 세 개 방향에서 살초를 날렸다.
그들은 일월검신의 주변을 전부 봉인했다.
"천지는 넓고 만물은 변하지만 달과 태양은 영원하다!"
일월검신은 물러서지 않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고검을 휘둘렀다.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검의들이 사방을 가득 채워 모든 것들을 베었다.
천 리 밖에서 강한 동술로 바라본다면 태양과 수많은 별들이 떠오른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세 무신들의 공격 속에서도 검의는 여전히 빛을 발했다.
이번 접전은 아까보다 더 강했다.
방원 몇천 리의 허공은 혼돈 상태가 되고 수많은 빛들이 그 속에서 반짝였다.
마치 천지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평범해 보이던 원도천산의 기이한 화초들과 돌, 하천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장막을 펼쳤다.
엄청난 싸움에 원도천산의 주인도 놀랐다.
그는 이번 싸움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다."
"일월검신이 제압당하기 시작했어."
원도천산 산기슭에서 여러 세력의 대제 정상급 경지가 된 원로들은 무언가 발견하고 시선이 흔들렸다.
그들은 원도천산에 들어가지 않고 네 무신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일월검신이 제압당했어?"
혈문, 인염, 뇌호 등은 이미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네 무신들은 싸우느라 우리를 신경 쓸 새가 없으니 얼른 이곳을 떠나자."
그때, 무조 경지 무인 다섯 명이 서로를 마주 보고 의견을 통일했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제술을 움직여 흔들리는 검의를 넘어 앞으로 날아갔다.
원도천산 산기슭에 들어가 여러 세력에 섞여 있으면 무신들이 그들을 죽이고 싶어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원도천산에 들어간다면 안전할 수 있었다.
혈문, 인염, 뇌호 등도 마음이 흔들렸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그들 다섯을 잡아 오려고 했다.
슉-
천지에 가득하던 끊어진 붉은색 사슬과 영기가 없던 검은색 부적들은 빛을 뿜으며 날아와 무조 경지 무인 다섯 명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무도종의 무신과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가 사용한 사슬과 부적은 처음부터 반천맹의 무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검의산이 나타나자 무도종의 무신과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는 쓸데없는 힘을 빼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던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