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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63화 (763/1,498)

762화 참된 진리를 깨달아라

"체면을 봐달라고? 전족의 체면이 뭐가 대단해?"

만봉혼은 표정이 어둡고 말투가 사나웠다.

그는 줄곧 전족 같은 위족을 얕잡아봤다.

"만봉혼, 뭐라고?"

전족 일행 중 눈을 감고 있던 두 노인이 눈을 뜨며 말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제위에 사방의 허공이 떨렸다.

이들은 전족의 대제 정상 경지의 거물이었다.

"늙은이들, 뭐 하는 거요?"

하늘 위의 커다란 먹구름 속에서 머리가 흐트러지고 복숭아꽃이 새겨진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가 산만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다가왔다.

"만약 전족이 규칙을 깨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요."

홍룡의 등에 있던 용제가 담담한 표정을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 보라색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해족, 명족 그리고 사방의 허공에 있는 엄청난 존재들도 눈빛이 사나워졌다.

여러 세력에는 정식으로 공포하지 않았지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젊은이들의 전쟁에 거물들은 참견할 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 규칙을 깨면 그들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어……."

무인들은 허공에 꿈틀거리는 기세를 보자 마음이 떨렸다.

'원도천산이 열리기 전에 세력들이 큰 전쟁을 치르는 건 아니겠지?'

"어르신들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나쁜 놈들과 소인배들은 제가 처리하면 됩니다."

전패왕은 눈빛이 싸늘하고 전의가 폭등했다.

그가 두 노인을 말린 건 원도천산이 열리기 전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남천신지, 무도종, 요신금지의 거물들이 아직 오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방이 권고를 듣지 않고 오히려 모욕하니 그도 가만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잠깐."

급박한 순간에 낭랑한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응?"

전패왕은 걸음을 멈추었다.

"강공주, 여칠마, 혈문 등도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쿵-

몇천 리 밖의 허공에서 오래된 붉은색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신광은 용처럼 사람들의 앞으로 날아오더니 멈추었다.

이어 금사로 만든 긴 치마를 입고 검은 머리에 피부가 하얗고 눈길이 그윽하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여인은 긴치마를 날리며 신광을 밟으며 사람들에게 걸어왔다.

여인의 기운은 무조 경지 정상밖에 안 되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 거물, 천재 무제 앞에서도 여인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다.

마치 절세 여황 같았다.

"만봉혼, 전족의 체면을 봐줄 수 없다고 했느냐? 그럼…… 내 체면은 봐줄 수 있느냐?"

짧디짧은 세 마디였지만 글자마다 신비한 위압이 있었다.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이런 위압은 경지 때문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왕의 기세였다.

신분이 범상치 않거나 천지의 보살핌을 받는 자만이 이런 위압이 있었다.

소운절, 만봉혼 등도 이런 위압이 없었다.

"저 여인이 왔어?"

전패왕, 강공주, 여칠마, 혈문 등과 깊숙이 숨어있던 거물들은 모두 놀랐다.

'저 여인이 나타났다는 건 저 여인의 배후에 숨어있는 인물이 드디어 창람대륙으로 돌아와 본색을 드러내려는 건가?'

"공주, 오랜만이다."

맹랑야와 소운절은 눈을 반짝거렸다.

"……묘묘 공주, 너 무슨 뜻이냐?"

만봉혼은 굳은 표정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맹랑야, 소운절, 나는 너희들과 친하지 않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거라. 방금 한 말은 간단하다. 오늘 나는 당청산과 궁양을 지킬 거다. 누가 감히 계속 공격하면 나는…… 그 종족과 싸울 것이다."

그녀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작은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청산, 운이 좋구나."

맹랑야는 바로 살기를 거두어들였다.

"공주, 말이 심하다. 너와 당청산이 사이가 좋은 걸 알았으면 나는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운절은 맹랑야를 힐끗 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주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당연히 공주의 체면을 봐줘야지."

만봉혼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묘묘 공주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유실약원은 전족이나 다른 세력과 달랐다.

유실약원의 후계자가 되면 모든 거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와 싸운다는 말이 좀 과장이긴 했지만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가자!"

무홍, 능백, 사소설은 이 광경을 보자 입술을 깨물더니 망설이지 않고 기법을 움직여 사라졌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그들이 계속 궁양을 죽이려 하면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고맙다."

묘묘 공주는 맹랑야, 소운절 등을 무시하고 당청산과 궁양에게로 걸어갔다.

자세히 관찰하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마음속으로 우러나온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쉽게 정리되는구나."

사방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들은 여러 세력의 후계자들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고 무조 경지밖에 안 되는 묘묘 공주가 이렇게 큰 힘이 있을 줄 몰랐다.

"공주……."

진남은 먼 곳에 있는 익숙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응? 맹랑야와 소운절은 왜 또 공주에게 다가가는 거지? 설마 이 자식들이 공주에게 다른 마음이 있나?"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묘묘 공주가 맹랑야와 소운절 같은 사람의 호의를 받으면 그는 기뻐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도천산에 들어가면 너희들을 혼내주겠다."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눈빛이 사나워졌다.

위기가 사라졌으니 그는 손을 쓸 필요 없었다.

그러나 방금 맹랑야, 소운절, 만봉혼 등의 행동을 그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

* * *

시간이 흘러 하루가 빠르게 지났다.

그사이 모든 것이 평온하고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진남 등도 제자리에 숨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방에서 더 많은 무인들과 대제 거물들이 몰려왔다.

여러 세력의 대제 거물들을 제외하고도 원도천산 주위에는 대제 거물들이 이미 스물세 명이나 되었다.

반신지국 정상들의 모임이 슬슬 모습을 갖추었다.

퍼퍼퍼펑-!

이때, 화염군산에서 폭발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땅에서부터 하늘로 우뚝 솟아오르고 패기 있는 원도천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을 덮고 있던 얼음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원도천산이 반응을 일으켰어."

사방의 무인들, 맹랑야, 소운절, 강공주 등 천재 무제들 그리고 능력을 가늠할 수 없는 대제 정상의 거물들도 일제히 바라봤다.

"원도천산이 열릴 날이 오라지 않은 것 같구나. 그런데 남천신지, 요신금지, 무도종의 사람들은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 세력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진남뿐만 아니라 맹랑야 등과 여러 세력의 대제 거물들도 의문이 생겼다.

그들이 받은 정보에 따르면 삼대 세력은 진작에 출발했다.

움직이는 속도가 아무리 늦다 해도 이미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쿵-!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줄곧 조용하던 삼백여 개의 화염산에서 엄청난 신위가 뿜어져 나오더니 수많은 화염이 솟구쳐 올라 기세가 방대하고 흉악한 화룡(火龍)을 이루었다.

"아차!"

"어서 물러나라!"

화염산에 숨어있던 무인들, 대제 거물들은 안색이 변하여 제술을 움직여 날아갔다.

많은 무인들은 미처 움직이지 못하여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삼백여 마리의 화룡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커다란 용구가 한 마리 한 마리 나오더니 원도천산에 부딪혀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건……."

무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군룡이 산에 부딪히는 장면을 그들은 종래로 본 적 없었다.

"그렇구나. 누군가 원도천산을 봉인했었네. 삼백여 개의 화염산으로 만든 살진을 움직여야만 봉인을 풀 수 있구나."

"수단이 대단하구나. 전에 많은 거물들이 원도천산에 들어가려다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구나."

"이 봉인방법은 재미있구나."

각 세력의 거물들은 오묘함을 발견하고 눈에 기이한 빛이 드러났다.

놀라운 부딪힘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한참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

커다란 원도천산도 화염에 싸여 끊임없이 불에 탔다.

쩌저저적-

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치 엄청난 봉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엔 맑은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모든 화염이 사라졌다.

원도천산을 덮고 있던 얼음도 사라졌다.

원도천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원로 거물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원도천산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게 원도천산이야?"

"너무 평범하잖아?"

"전혀 칠대 금지 중 하나 같지가 않잖아?"

무조 경지의 무인들은 두 눈에 의혹을 드러냈다.

원도천산은 영기가 두어 가닥 떠 있고 기이한 화초들이 자랐으며 산기슭에 다섯 장 높이의 녹이 슨 청동 아치형 문이 있었다.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어라……?"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맹랑야, 소운절, 묘묘 공주, 당청산 등 천재 무제들과 대제 거물들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원도천산의 돌이나 꽃, 풀들까지 모두 신비한 의지를 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비한 의지는 미약하게 느껴졌지만 심오하고 미묘해서 그들조차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 원도천산에 들어간 후 기회가 있으면 이런 의지를 잘 감오해 보거라. 맹주께서 말씀하시길, 원도천산의 주인은 이미 참된 진리를 깨달았다고 했다.

네가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고 하는 건 창람대륙의 현재 무도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만약 참된 진리를 깨닫는다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일월검신은 진남에게 전음했다.

"참된 진리를 깨달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진남은 깜짝 놀랐다.

현재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은 제방과 신방 그리고 남천문에서 수정하는 바람에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 위제와 위신(?神)이었다.

원도천산의 주인은 참된 진리를 깨달았기에 제방, 신방, 남천문의 봉쇄를 돌파했다.

"원도천산의 주인이 무도규칙의 힘을 받지 않는 법을 알아냈기에 원도천산이 제방, 신방, 남천신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겁니까?"

진남은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그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는 원도천산의 주인에게 흥미가 생겼다.

"빨리 산으로 들어가거라!"

이때, 하늘에서 호통이 울려 퍼졌다.

유영족이 몰고 온 커다란 먹구름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아치형 문으로 날아갔다.

요신금지, 해족, 명족, 전족의 원로 거물들도 행동을 지시했다.

무인들은 더 이상 허튼 생각할 새도 없이 제술들을 펼쳤다.

일단 원도천산으로 들어가는 일이 우선이었다.

"다들 듣거라. 우리는 이제 모습을 드러낼 거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제멋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내가 직접 명령을 내려야만 청동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월검신은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말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진남 등을 감싸고 있던 방대하고 현묘한 검의가 사라졌다.

"응?"

요신금지, 유영족, 해족 등 세력의 거물들은 동시에 그들을 돌아보았다.

"일월검신?"

"혈족의 소족장 혈문, 염족의 소족장 인염, 뇌족의 소족장 뇌호잖아?"

"반천맹의 사람들도 왔어? 설마 계속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진남?"

무인들과 천재 무제들 그리고 고족의 거물들은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묘묘 공주, 당청산, 궁양, 용제, 구미요제, 오창천 등은 진남을 보자 당황했다.

"도우들, 오랜만이오."

혈문, 인염, 뇌호는 미소를 짓더니 기세가 확 바뀌었다.

그들은 제광이 번쩍이고 제위가 휘몰아쳐 위풍당당했다.

그들은 숨어서 맹랑야, 소운절 등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지켜보며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의 신분은 맹랑야나 소운절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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