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당청산의 이름을 진작에 들었다.761화 궁지에 몰리다
"당청산?"
궁양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당청산일 줄 몰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다.
당청산은 그와 진남의 관계를 알았다.
"당청산, 왜 나를 공격하는 거야? 이건 구자고해의 일이다. 너희 살신금지와 아무……."
정신을 차린 흑포 대제는 서둘러 물었다.
"내가 너를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다. 아무 이유 없다. 죽어라."
흑포 대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청산은 흑포 대제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흑도도 뽑지 않았는데 수많은 도의가 뿜어져 나와 하늘 가득 살기가 퍼졌다.
사방의 무인들은 이 광경에 충격을 받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흑도 당청산은 명불허전이었다.
"사형이 나타났어."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살기가 사라지고 두 눈에 빛이 났다.
당청산이 나타났으니 궁양은 안전할 것이다.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
"구자고해에서 후계자를 뽑는 걸 보니 조용한 것 같지는 않구나. 그리고 사형은 이제 경지가 대제 사 단계 정도에 도달했구나."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에 잠겼다.
"당청산, 너 경지가 높다지만, 너무 안하무인이구나! 그럼 우리도 봐주지 않겠다!"
싸늘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한 화염산에서 세 개의 형상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형상은 엄청난 제술을 뿜으며 당청산을 공격했다.
그들은 두 명의 청년과 한 명의 소녀였다.
기운이 대제 삼 단계의 경지에 도달했고 체내에 매우 현묘한 힘이 가득했다.
평범한 대제는 비교할 수 없었다.
"저들은 구자고해의 후계자 중 한 명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이십이 위인 무홍(巫鴻), 이십사 위인 능백(?魄), 그리고 이십구 위인 사소설(司昭雪)이잖아?"
"뭐? 그들도 왔어?"
"두 명만 오면 구자고해의 모든 후계자들이 다 모이는구나!"
사방의 무인들 그리고 혈문, 인염, 뇌호 등은 깜짝 놀랐다.
강공주와 여칠마도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구자고해의 후계자 대부분이 전부 나타날 줄 몰랐다.
게다가 그들은 바로 당청산과 싸움을 벌였다.
천재무제방 서열 삼십 위 안에 든 대제들이 함께 사생결단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물었다.
"구자고해의 다른 세 후계자?"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궁양이 흑포대제의 공격을 받은 건 틀림없이 이들이 뒤에서 음모를 꾸민 게 틀림없다.'
"나를 봐주지 않겠다고? 그럼 전부 죽어라."
당청산은 표정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더 짙어졌다.
그의 등 뒤의 줄곧 조용하던 흑도도 웅웅 소리를 내며 떨더니 엄청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 명이 나타나자 그의 체내의 살혈(殺血)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또 그들이 나타났기에 그는 칼을 뽑아 상대하려 했다.
"저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당청산, 저들은 구자고해의 사람이다. 규칙에 따라 우리 살신금지는 저들을 공격하면 안 된다. 너는 규칙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느냐?"
싸움이 일어나려는 순간 차가운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무엇 때문인지 말소리가 전해오는 순간 허공과 땅 위에 틈이 생기더니 앞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방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하늘이 먼저 어두워졌다.
"이건……?"
강공주와 여칠마는 뭔가 발견한 듯 눈을 찌푸렸다.
원도천산 주위에 도착한 후 그들은 처음 이런 반응을 보였다.
휙-
우렁찬 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어두운 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혈색 단발머리를 한 눈동자가 시커멓고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청년이 나타났다.
청년이 나타나는 순간 싸늘한 살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사방에 내려왔다.
당청산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의보다 더 짙었다.
"맹랑야(孟琅邪)?"
강공주와 여칠마는 동시에 안색이 변했다.
"……맹랑야?"
"뭐? 맹랑야? 살신금지 후계자 중 한 명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칠 위이고 전족의 이 위 천재를 죽인 그 맹랑야?"
순식간에 사방의 무인들 그리고 혈문, 인염, 뇌호 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소리를 질렀다.
반신지국 그리고 살신금지의 몇 후계자들 중에 맹랑야는 당청산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악명이 높았다.
무인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안색이 변했다.
"규칙? 여기서는 내가 규칙이다."
당청산은 맹랑야를 보지 못한 것처럼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살의가 더욱더 높아졌다.
준비한 살초도 더 맹렬하고 난폭해졌다.
"네가 규칙이라고? 당청산, 간이 부었구나. 살신금지의 규칙을 무시하다니. 내 지금 바로 스승님을 대표해 너에게 벌을 내리겠다. 무홍, 능백, 사소설, 우리 연합하자."
맹랑야는 당청산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말이 끝나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엄청난 제위를 뿜으며 수많은 암홍색 검기를 드러냈다.
이 살초는 살신의 전승 중 하나인 살생검기(殺生劍氣)였다.
살초를 펼치면 천지에 검기뿐이고 모든 생물을 죽일 수 있었다.
"맹 도우 고맙다."
무홍, 능백, 사소설은 기뻤다.
맹랑야가 도와주면 그들은 당청산을 진압하고 궁양을 죽일 수 있었다.
"큰일 났다. 맹랑야는 경지가 대제 사 단계에 도달했고 체내에 신비한 힘이 있다. 사형과 막상막하이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청산은 경지가 매우 강하지만 이렇게 많은 천재 무제들이 공격을 펼치면 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크롸아아-!
엄청난 짐승의 포효소리가 하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귀가 윙윙 울렸다.
커다란 허공도 바로 부서졌다.
이어 커다랗고 사나운 용의 발이 허공을 뚫고 나타났다.
용의 발은 커다란 그림자를 가리고 엄청난 용위를 뿜었다.
대제 경지 일 단계와 대응한 홍룡(紅龍)이었다.
용의 등에는 몸집이 커다랗고 요위가 꿈틀거리고 기세가 방대한 형상이 세 개 서 있었다.
형상들은 대제 경지 정상에 맞먹는 기운을 뿜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홍룡과 몇백 리 떨어진 곳에 수많은 시커먼 구름이 빠르게 모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길이가 방원 삼백 리 되는 먹구름을 이루었다.
먹구름에서 폭풍이 일더니 형상으로 변했다.
형상은 모두 마흔세 개였다.
그중 열여섯 개 형상에서 대제지위(大帝之威)가 뿜어져 나왔다.
세력은 커다란 홍룡의 등에 서 있는 형상들과 비하면 약간의 손색만 있을 뿐 큰 차이가 없었다.
"요신금지에서 왔나?"
"이들은 유영족이야. 유영족 사람들이 왔어."
"얼마나 됐다고 또 두 개 세력이 왔네."
"중요한 건 요신금지에서 적어도 스무 명의 요제가 왔어. 유영족도 열여섯 명 대제가 왔어."
사방의 모든 무인들 그리고 혈문, 인염, 뇌호 등은 이 광경을 보자 마음이 흔들리고 침착할 수 없었다.
강공주와 여칠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용제 선배님, 구미 선배님과 오창천?"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는 홍룡의 등에 서있는 몇 개의 익숙한 형상에 시선이 끌렸다.
반신지국에 온 이후로 그는 처음 그들을 봤다.
"하하하, 낯익은 얼굴이 적지 않구나. 지금 맹랑야가 공격하고 있으니 그를 도와 당청산을 죽인 후 다시 너희들과 인사를 나누겠다."
큰 웃음소리와 함께 홍룡 등에서 키가 오 장 정도 되는 거인 형상이 걸어 나왔다.
형상은 두 눈이 횃불처럼 빛났다.
엄청난 요술을 움직여 당청산을 공격했다.
청년은 요신의 아들이자 요신금지의 소주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팔 위이고 맹랑야보다 한 급 낮은 소운절(肖雲?)이었다.
"당청산, 이런 날이 있구나. 맹랑야, 소운절, 무홍 등 도우들이 연합하여 너를 공격하는데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그들과 함께 너를 공격하겠다."
싸늘한 목소리가 두꺼운 먹구름에서 전해왔다.
이어 흑포를 입고 몸에 흑기가 감돌고 생김새가 여칠마와 비슷하지만, 기세가 완전히 다른 형상이 당청산을 공격했다.
흑포를 입은 형상은 유혼족 소주인 만봉혼(萬封魂)이었다.
"소운절과 만봉혼이 당청산을 공격하다니?"
모든 무인들과 혈문, 인염, 뇌호 등은 어리둥절했다.
맹랑야, 소운절, 만봉호, 무홍 등이 연합하여 공격할 사람은 당청산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럴 만했다.
당청산은 요신금지와 유혼족의 사람들을 많이 죽었다.
또 살신금지의 여러 후계자들과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억지로 버티던 당청산은 소운절과 만봉혼이 합류하자 압력이 더 커졌다.
무서운 줄 모르고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던 도기도 바로 눌렸다.
당청산의 흑포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상처를 입고 피가 흘러내렸다.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당청산은 죽을 게 뻔하다."
모든 무인들 그리고 혈문, 인염, 뇌호 등은 반응하고 같은 생각을 했다.
맹랑야, 소운절, 만봉호, 무홍, 능백, 사소설이 연합하여 공격했으니 대제 경지 육 단계의 거물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소운절, 만봉호의 배후에는 요신금지, 유혼족의 대제 거물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제 정상이 나선다 해도 당청산을 구할 수 없었다.
"청산 도우, 나를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시오."
궁양은 안색이 변하여 소리쳤다.
당청산이 자신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그는 매우 고마웠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당청산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가라고? 나는 이미 칼을 뽑았소. 끝장을 보겠소."
당청산은 계속 뒤로 밀려났다.
그는 눈빛이 사나워지고 손에 쥔 검은색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도 점점 더 눈부시게 사방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결심하면 죽더라도 끝장을 봐야 했다.
오늘 천재 무제들이나 거물들이 얼마나 많이 왔든 이미 칼을 뽑았으니 궁양을 보호해야 했다.
"우습구나. 요신금지의 소주, 유혼족의 소족장, 살신금지와 구자고해의 후계자들이 연합하여 두 사람을 상대하다니."
"소문이 전해지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지도 않느냐?"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둥- 둥- 둥-
북소리가 들리고 수많은 거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울리 퍼지더니 형상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형상들은 대제나 무조나 모두 갑주(甲胄)를 입고 엄청난 전의를 뿜었다.
사방은 전장으로 변한 것 같았다.
경지가 낮은 자들도 그 장면을 보면 영향을 받고 체내의 피가 들끓어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족의 사람들이 왔나?"
모든 무인들, 그리고 강공주, 여칠마, 혈문 등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이미 많은 세력이 모였기에 그들은 조금 놀랐을 뿐 큰 반응이 없었다.
"응?"
공격하려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전족의 사람들이 오자 그의 제심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설마 전족의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전의가 나의 전신지의(戰神之意)를 움직일 수 있나?'
"소운절, 만봉호 그리고 공격 중이던 도우들, 오늘 내 체면을 봐서 멈추는 게 어떻느냐? 아니면 나도 싸움에 참가하겠다."
전족 사람들 중에서 붉은색 갑주를 입고 눈이 번개처럼 날카로운 단발머리 청년이 나서며 말했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이 청년은 전족의 소족장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육 위이며 현신공간에서 '패왕재세'라는 도호를 썼던 전패왕(戰?王)이었다.
"전패왕이 당청산을 도와주겠다고?"
무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전패왕과 당청산이 어떤 사이인지 그들은 전혀 몰랐다.
"하하! 전패왕. 나를 위협하는 거냐? 나는 전족 이 위 천재도 죽였다. 다른 사람들은 너희들을 두려워할지 몰라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격하던 맹랑야는 사악한 표정을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패왕, 끼어들고 싶으면 끼어들거라. 너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보자."
소운절은 요염하고 시커먼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그는 요신의 아들이고 요신금지의 소주였다.
전패왕의 위협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