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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61화 (761/1,498)

760화 원도천산에 모이는 사람들

"역시 진남 전주구나. 위엄 있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너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혈문은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인염과 뇌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현신공간의 단청에게는 탄복했다.

그러나 진남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진남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사람들을 향해 공수하더니 몸을 날려 귀무대제 옆에 자리 잡았다.

그는 혈문 등은 아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진남……."

혈문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들은 티를 내지 않았다. 다만, 입가의 냉소가 더 짙어졌다.

'지금은 마음껏 건방을 떨어 보거라. 잠시 후 반천맹을 떠나면 어떻게 혼내주나 두고 봐.'

"다들 모였으니 긴말하지 않겠다. 이제 사흘 지나면 일곱 번째 금지 원도천산이 열린다. 원도천산으로 가고 싶은 사람 있느냐?"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일월검신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이번에 반천맹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남천신지의 탄압을 받을 테고 매우 위험할 거다.

물론 내가 직접 너희들을 무사히 원도천산까지 바래다줄 거다. 그러나 원도천산에 들어간 후에는 너희들 스스로에게 달렸다."

일월검신은 사람들을 일일이 훑어봤다.

그는 진남에게서 잠깐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신 대인께서 직접 바래다주신다고요?"

"이번에 원도천산이 열리는 건 저에게는 기회입니다."

"저는 경지가 이미 칠십 년 동안 진급하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원도천산에 가겠습니다."

순식간에 혈문, 인염, 뇌호 등 대제 거물들 그리고 천재 제자들은 한마디씩 했다.

도장은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나 입을 꾹 닫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원도천산이 열리는 소식은 온 세상이 다 알기에 장면이 성대할 것이다. 또 남천신지의 탄압도 받을 거야. 우리 경지로 어디 콩고물이나 떨어지겠어?'

"너희들은 이 부적을 연화하거라. 이 부적의 도움을 받으면 나의 뒤를 따라와도 발견되지 않을 거다."

일월검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몇백 개의 검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사람들 앞에 일월이 새겨진 현묘하고 오래된 검부(劍符)가 나타났다.

진남, 혈문, 인염, 뇌호 등은 망설이지 않고 검부에 피를 떨어뜨렸다.

잠시 후 다들 연화에 성공했다.

"명심하거라. 나의 허락이 없으면 절대 함부로 움직여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아니면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거라."

"가자."

일월검신은 표정이 엄숙했다.

손을 흔들자 수많은 방대한 검의가 떨어져 사람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창람대륙, 반신지국 안.

원도천산이 열리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적지 않은 세력의 거물들과 무인들은 참지 못하고 움직여 천하산맥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 유실약원 등 정상급 세력의 거물들도 출관하여 천하산맥으로 갈 천재들을 뽑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진남은 커다란 폭풍에 휘말린 사람이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틀이 지났다.

이틀 사이에 진남 등과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 등의 수많은 무인들과 거물들도 천하산맥으로 움직였다.

"도착했다."

세 시진 후 줄곧 침묵하던 일월검신이 입을 열었다.

진남 등을 감쌌던 엄청난 검의도 사라졌다.

혈문, 인염, 뇌호 등은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여기가 원도천산입니까?"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의 앞쪽 백 리 되는 곳에 산들이 우뚝 솟아있었다.

모두 삼백여 개 되었다.

산은 화염에 휩싸여 멀리서 보면 불바다 같았다.

많은 산 중에 패기가 엄청나고 하늘로 우뚝 솟은 산이 있었다.

산에는 얼음이 가득했다.

빙설신검(氷雪神劍)이 땅에 우뚝 솟아 만고를 누른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빛을 잃었다.

이 화염군산이 바로 백산 중 하나인 천하산맥이었다.

얼음산은 바로 반신지국 전체를 흔든 칠대 금지 중 하나인 원도천산이었다.

"어?"

진남은 눈빛이 굳어졌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원도천산 방원 오십 리 되는 곳에 있는 몇백 명의 무인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 대부분은 무조 팔, 구 단계의 경지였다.

방원 육십 리 되는 곳에는 대제 거물이 두 명 있었다.

그들은 유령처럼 기운을 거두고 화염산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원도천산이 진짜 열리려면 아직 하루 넘게 남았는데 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왔구나. 진짜 열리면 장면이 얼마나 성대할까?'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장면이 성대할수록 그에게는 더 유리했다.

쿵-!

이때,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화염산의 산꼭대기 위의 커다란 허공이 무너지더니 길이가 삼천 장 되는 파란색 고래 같은 큰 배가 나타났다.

큰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제위는 평범한 제기를 훨씬 초월했다.

현묘한 신광이 그것을 감싸고 있었다.

신광은 모든 동술과 신념이 꿰뚫어 보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커다란 배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배를 바라봤다.

뱃머리에 서 있는 청년에게 시선이 끌렸다.

청년은 파란색 긴 머리를 하고 기이한 금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수많은 부적이 모인 것 같은 두 눈은 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청년은 표정이 싸늘하고 기세가 비범했다.

"강공주(江空呪)?"

혈문은 표정이 굳어졌다.

"저자가 왜 왔지? 저자는 폐관 수련 중이잖아?"

인염과 뇌호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강공주는 팔대 고족 중 해족(海族)의 소족장이었다.

천재무제방 서열 십일 위고 그들을 훨씬 초월했다.

그들은 전에 여러 번 강공주를 공격했지만, 매번 실패하고 한 번도 이긴 적 없었다.

강공주도 나타났으니 해족의 강자들이 적지 않게 온 것 같았다.

"강공주라고? 좀 기이하구나. 체내에 세 개의 서로 다른 신비한 힘이 있어. 나도 들여다볼 수 없어."

훑어보던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강 얼음, 너도 왔구나. 이번에는 심심하지 않겠다."

기이하고 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가 오백여 장 되고 몸이 시커멓고 수많은 붉은색 쇠사슬을 감고 명기를 뿜는 눈 없는 거인이 허공을 걸어 나왔다.

거인의 팔에 기운이 없고 보는 사람을 가슴이 서늘하게 만드는 흑포인이 나타났다.

"여……칠마?"

혈문, 인염, 뇌호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다른 사람들과 원도천산 주위의 무인들은 긴장했다.

여칠마(?七魔)는 팔대 고족 중 명족(冥族)의 소족장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십삼 위였다.

경지가 강공주보다 좀 낮았지만, 성격은 매우 잔인하고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했다.

"남천문의 기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칠마는 남천문의 힘을 깊게 감추어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신의 왼쪽 눈은 이런 힘에 매우 민감했다.

"명족과 남천신지는 줄곧 사이가 매우 좋다. 맹주의 추측에 따르면 명족의 높은 사람들은 이미 남천문의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월검신은 전음했다.

"그렇군요."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눈에 섬뜩한 빛이 스쳤다.

남천신지의 진정한 세력은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어쩌면 그가 지금 본 건 빙산의 일각일 수 있었다.

"그래?"

강공주는 여칠마를 힐끗 보더니 더 말하지 않았다.

"크크, 아직도 나를 얕잡아보는 거야? 이번에는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여칠마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웃더니 침묵했다.

사방의 모든 것이 그와 상관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사방에서 명성이 자자한 무인들이 모두 몰려왔다.

원도천산의 분위기도 시끄러워졌다.

강공주나 여칠마나 아니면 숨어있던 대제 거물들도 진남 일행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펑-!

몇 시진 후 커다란 폭발음이 화염산에서 울려 퍼지더니 제위가 휘몰아쳤다.

이건 싸우는 소리였다.

그것도 대제 거물이 공격하는 소리였다.

"응?"

사방의 무인들 대부분은 어안이 벙벙했다.

원도천산이 곧 열리는데 지금 싸움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드러나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된다.

심지어 엄청난 존재를 건드릴 수 있고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하하하, 도망가려고? 원도천산에 왔으니 너를 구해줄 사람이 없다."

큰 웃음소리와 함께 흑포를 입고 두 눈이 혈색인 대제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다섯 손가락을 벌리고 앞쪽의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의 앞의 무조 경지 정상의 청년은 다섯 손가락 앞에서 한없이 작아 보였다.

다섯 손가락은 그를 쉽게 찢을 것 같았다.

"이건……?"

진남은 소리를 따라 돌아보다가 저도 몰래 몸이 굳었다.

"……궁양?"?

진남은 여기서 궁양을 만나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궁양을 다시 만날 때에는 적어도 스스로 제위에 오른 다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

그 모습을 본 사방의 무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무조 경지는 대제 거물들 앞에서 반항할 능력이 없었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반응했다.

두 눈이 차가워지고 체내의 잠잠하던 제심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궁양은 그의 형제였다.

누구든 궁양을 죽이려는 건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진남, 충동하지 말거라."

가장 앞에 서 있던 일월검신은 눈치채고 정색했다.

"검신 선배님, 저자는 저의 형제입니다. 신분이 드러나도 저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진남은 그의 만류에도 흔들리지도 않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지금 공격하면 남천신지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입장도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진남은 잘 알았다.

'그게 어때서?'

형제를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이변이 일어났다.

쿵-!

머나먼 하늘에 커다랗고 시커먼 힘이 나타나 빠른 속도로 흑포 대제를 내리쳤다.

도기는 매우 살벌하고 대단했다.

대제 경지 사 단계의 거물의 공격과 비슷했다.

"누구냐?"

흑포 대제는 안색이 확 변했다.

살초를 거두고 신법을 움직여 빠르게 물러나더니 화가 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이렇게 얻기 힘든 좋은 기회를 망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또 대제 거물이 공격을 펼쳤나?"

사방에서 고개를 젓던 무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고작 대제 경지 삼 단계가 감히 여기서 까부느냐?"

차가운 소리와 함께 한 형상이 허공에서 나왔다.

형상은 등에 흑도를 메고 눈빛이 차가웠다.

입고 있는 흑포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흩날렸다.

그가 지나가는 곳의 허공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에 산산조각 났다.

살기를 이 정도로 모을 수 있는 걸 보니 범상치 않은 것 같았다.

"어?"

표정이 싸늘하고 모든 것에 전혀 관심 없던 강공주와 여칠마는 이 형상을 보자 눈에 의아한 빛이 드러났다.

"살신금지 후계자 중 한 명이고 천재무제방 서열 십육 위인 흑도 대제 당청산이잖아?"

"그자야? 소문에 그는 살기가 매우 대단하고 흑도가 가리키는 건 모두 죽인다더군. 지난번에 그는 남천신지의 내문제자 스무 명과 대제 한 명을 죽였대."

"맞아. 그는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의 사람들도 많이 죽였어. 저자는 이미 여러 세력의 철천지원수가 되었어."

사방의 무인들 그리고 혈문, 인염, 뇌호 등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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