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7화 만나러 안 가요?
"됐다. 모두 지난 일이니 더 말하지 말자. 오늘부터 내가 여제 대인을 대신해 너를 지켜주겠다. 너를 데리고 사해를 종횡무진하고 창람대륙 전체를 누비겠다."
한참 침묵하던 소충은 용 꼬리를 흔들며 평소처럼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
"창람대륙 전체를……."
절반쯤 말한 진남은 머릿속에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
'소충은 나의 도움으로 용의 영혼을 회복하고 육신을 찾으면 다시 용신이 될 수 있다. 태고자금전룡의 용신이자 예전의 요신금지의 주인이라……. 만약 이런 존재가 나의 탈것이 되면 얼마나 멋있을까? 내가 용신의 머리를 위에 서서 천하에 군림하고 남천문을 공격하면 또 얼마나 놀라울까?'
진남은 호흡이 빨라졌다.
그의 제심도 처음으로 싸움이 아닌 다른 일 때문에 콩닥콩닥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고 피가 들끓었다.
"소……. 아니, 오궐 용신, 한 가지 일을 상의해도 됩니까?"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너 뭐 하려는 거야?"
소충은 뒤로 물러섰다.
용안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무엇 때문인지 진남의 눈을 보자 소름이 끼쳤다.
"만약…… 제가 용의 영혼을 회복시켜주고 육신을 찾아주면 제 탈것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진남은 소충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
"나, 나더러 너의 탈 것이 되라고?"
소충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하하, 뭐라고? 나더러 너의 탈 것이 되라고?"
소충은 빠르게 반응하고 큰 웃음을 터뜨렸다.
눈에 조롱하는 빛이 드러났다.
"싫습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진남, 내가 너를 얕잡아보는 것이 아니다. 너는 이런 시대에 스스로 제위에 오를 수 있고 또 여제 대인의 삼생겁이다. 네가 범상치 않다는 걸 충분히 안다. 그러나 그러면 어때서?
너는 내가 팔천 년 전에 백만 대요를 거느리고 남하하여 남천문과 싸운 걸 알기나 하느냐? 설사 여제 대인이 강요하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나는 절대 머리를 숙이고 탈 것이 되지 않을 거다."
소충의 몸에서 엄청난 패기가 폭발했다.
커다란 용신 침전이 끊임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용신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 만물이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소충은 무례하게 말했지만, 구리거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신은 절대 용 머리를 숙일 수 없었다.
"전혀 가능성이 없습니까?"
진남은 소충의 패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소충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그는 칼과 무예를 좋아하는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유일한 취미라면 강한 요수를 굴복시키고 그것의 머리 위에 서서 천하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지금 창람대륙에서 가장 강한 용신의 혼을 어렵게 만났는데 어찌 이렇게 포기할 수 있을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 네가 남천문을 부수고 제방과 신방을 굴복시키며 여제 대인을 초월하여 창람대륙의 만고 일인자가 되면 나는 너의 탈 것이 될 수 있다."
소충은 기세를 거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진남이 자신이 말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남천문을 부수는 건 가능성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남천문을 부수는 동시에 제방과 신방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 여제 대인을 초월할 수 있을까?'
여제는 이제 단지 팔천 년 전 창람대륙의 창람 일인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구천에서 개세패주(蓋世?主)가 되고 위력이 천하를 흔들 수 있었다.
"진짜……입니까?"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연하지, 용은 한번 한 말은 천 년이 지나도 번복하지 않는다."
소충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좋습니다."
진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남천문을 부수라고? 제방과 신방을 굴복시키라고? 구리거울을 초월하여 만고 일인자가 되라고?
이것들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용신 대인, 좀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대인께선 동생이 필요하십니까? 저는 여러 가지 기술이 능숙합니다. 또……."
옆에 서 있던 사마공은 뻔뻔스럽게 말했다.
'용신의 영혼이다. 지금은 매우 허약하지만, 이것과 사이좋게 지내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방금 용신의 미움을 샀는데…….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뻔뻔하게 굴면 원한을 풀고 용과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 거다.'
"뚱보, 허튼수작 부리지 마. 좀 전의 일을 아직 너에게 따지지 않았다."
소충은 귀찮은 듯 말했다.
"진남, 준비하거라. 나는 지금 너의 제심으로 들어가겠다."
소충은 뭔가 느낀 듯 다급히 말했다.
소충은 지금 모습으로는 호흡할 때조차 영혼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네."
진남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그의 제심이 박동을 늦추자 본원제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남, 내가 너의 체내에 들어갈 때 용신의 기운이 생길 것이다. 너는 그것을 낭비하지 말고 너의 오조금룡전갑에 융합시키거라."
소충은 당부하고는 금색 빛으로 변하여 제심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쿵-!
소충이 제심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여섯 개의 용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기운마다 위압이 가득했다.
진남의 육신도 커다란 압력을 느끼고 살짝 떨렸다.
다른 대제가 이런 용신의 기운을 감당하려면 육신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융합되거라."
진남은 신념을 전부 끌어내 여섯 개 용신의 기운을 오조금룡전갑으로 흘려보냈다.
용신의 기운이 흘러들자 전갑은 격렬하게 흔들며 눈부신 금빛을 뿜더니 엄청난 변신을 했다.
퍼퍼퍼펑-
한참 후 전갑은 변신을 마쳤다.
오조금룡전갑은 금색에서 자금색으로 변했다.
희미하던 형상은 단단한 실체가 생겨났고, 어깨 위의 사나운 용머리도 패기 넘치고 엄청난 용위를 뿜었다.
진남은 오조금룡전갑이 육신과 하나로 융합되는 걸 느꼈다.
그가 마음먹으면 전갑은 드러날 수도 있고 숨길 수도 있었다.
"진짜 강한 전갑이구나."
사마공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오조금룡전갑은 제기를 훨씬 초월했다.
움직인다면 대제 경지 육 단계도 막을 수 있었다.
"너의 제심은 진짜 대단하구나. 응? 너 혹시 전족이냐? 제심 안의 전의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할 수 있느냐? 아니다. 전족이라 해도 이렇게 대단한 전의가 있을 수 없다."
진남의 체내에서 소충의 놀란 목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그것은 스스로 제위에 오르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러나 진남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진남은 대제 경지 일 단계이지만 대제 경지 육 단계와 맞먹었다.
진남의 제심 속의 전의는 방대했다.
용신은 용제 정상급으로 수련했을 때에 이렇게 방대한 전의를 가지지 못했다.
"이제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진남은 오조금룡전갑과 소통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후회하겠느냐? 그리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이제 겨우 스스로 제위에 올랐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제심에서 날아 나온 소충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융합을 통해 용신은 본원제력의 힘을 받았고 몸이 팔 장 정도로 커졌으며 더 이상 흐릿하지 않았다.
그러나 용신은 만장용혼(萬丈龍魂)까지 아직 많이 부족했다.
"용신, 일 층에 있는 고서들을 읽어봐도 됩니까?"
진남은 물었다.
모든 일이 일단락되었다.
원도천산이 열릴 때까지 아직 사 개월 남짓이 남았다.
그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제술과 신술을 제대로 보고 또 용신 침전에서 폐관 수련하려 했다.
"읽고 싶으면 읽어 보거라.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마음속의 걱정거리를 해결한 소충은 기분이 좋았다.
더는 쩨쩨하게 굴지 않고 통쾌하게 손을 저었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용신 대인, 저는요?"
사마공은 다급히 물었다.
"용혼고궁에는 금지가 매우 많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그러나 죽어도 나를 탓하지 말거라."
소충은 퉁명스레 말했다.
"어……."
사마공과 용신의 혼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닷새가 빠르게 지났다.
사마공은 나중에 도신이 될 사람이었다.
닷새 동안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온갖 수단을 써 소충을 감동시키고 그것의 동생이 되었다.
사마공과 용신은 용혼고궁의 금지를 돌아다니며 소충이 전에 설치한 전승과 보물을 전부 주머니에 넣었다.
진남은 닷새 동안 정력을 기울여 제술과 신술에 푹 빠졌다.
진남은 이제 절반 정도 스스로 제위에 올랐지만 제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전에 봤던 제술들은 수많은 제술 중의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 * *
그 시각 용신 침전, 오 층 대전.
사망수정 안에서 반짝이던 빛이 늘어나더니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뿜어져 나오는 흡인력도 강해졌다.
엄청 많은 사의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한참 지속되어서야 멈추었다.
"주인님. 제 경지가 또 강해졌어요."
백령아는 커다란 눈을 번쩍 떴다.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많이 강해졌구나. 령아, 앞으로 수련할 때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사망수정 안에서 울려 퍼졌다.
곧이어 안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천천히 흰색 단발머리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알겠어요."
백령아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
그녀는 뭔가 발견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어? 며칠 전까지 뚱보와 진남이 여기 있었는데 지금은 왜 아무도 없지?"
"진남은 일 층에 있다."
흰색 단발머리 여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빛은 대전을 한 층 한 층 꿰뚫고 지나 고서를 잡고 깊은 생각에 잠긴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예전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몸에 패기가 점점 드러나고 경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한참 바라보던 그녀는 눈길을 거두었다.
"령아, 수련을 계속하거라."
말을 마치자 여인의 형상은 천천히 사라졌다.
"주인님, 진남을 만나러 안 가요?"
백령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주인과 진남이 어떤 사이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주인이 진남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주인님은 기연의 도움으로 어렵게 깨어났는데 왜 진남을 만나러 가지 않지? 오늘 만나지 않으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데…….'
"아니다. 진남이 아직도 살아있고 예전보다 좋아진 걸 봤으니 됐다."
흰색 단발머리 여인은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모습이 완전히 흩어졌다.
진남이 살아있는 걸 확인했으니 그녀는 끝없는 고독을 견딜 수 있었다.
진남이 예전보다 좋아진 걸 봤으니 그녀는 죽을 것 같은 고통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만나는 건…….
그가 천하에 군림할 때 그녀는 생사의 신비를 깨닫고 육신을 다시 얻어 나타나고 싶었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경지로 진남을 도와줄 수 있고 진남이 정상에 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 * *
사 개월이 빠르게 지났다.
사 개월 사이에 진남은 모든 제술과 신술을 전부 읽어보고 깨닫았다.
또 소충을 따라 용혼고궁의 '전룡혈지(戰龍血池)'라는 기이한 곳에도 갔다.
전룡혈지는 많은 태고자금전룡의 용제의 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육신과 제력을 가꾸는데도 큰 이득이 있고 진남의 제심 속 전의에도 도움이 되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전룡혈지 안에서 폐관 수련했다.
그는 현신 조각을 더 찾지 않았다.
신격쟁탈전이 열릴 때까지 아직 팔, 구 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수련하는 것이 중요했다.
소충과 사마공은 수련하는 걸 선택하지 않고 용혼고궁을 떠나 다른 금지들을 털기 시작했다.
용혼고궁 깊은 곳에 들어간 장사도, 패왕재세, 고해무애, 이상빙지 등 거물들은 좋은 점을 얻은 후 다른 전승과 기연을 누군가 가져간 걸 발견했다.
마침 서열 십오 위의 '월하(月河)'라는 금지가 열려 그들은 계속 찾지 않고 떠나갔다.
성경천과 혈살 등은 엄청난 힘을 들여 단청의 진짜 신분을 조사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그들은 마음속의 살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