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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52화 (752/1,498)

752화 별일 아니다

보라색 그림자의 천둥 같은 목소리에 성경천, 장사도, 공무노인 등 대제 거물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다.

진남과 사마공도 앞을 바라보았다.

"용혼고궁이 열리기까지 아직 일 주 향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규칙대로 도우들은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삽혈동맹을 맺을 수 있다. 동맹을 맺지 못한 자들은 용혼고궁에 들어갈 수 없다."

보라색 그림자는 느긋하게 말했다.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삽혈동맹을 맺으라고?"

대제 거물들은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수많은 금지에 가봤지만 이런 이상한 요구는 처음이었다.

"하하하,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구나. 도우들, 나와 삽혈동맹이 되고 싶은 자가 있느냐? 아직 한 명이 부족하다."

성경천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도장을 둘러봤다. 기세가 대단했다.

"경천 형님과 비교하면 나는 두 명이 부족하다. 도우들, 나와 동맹을 맺자."

장사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두 명이 부족하다."

"나도 사람이……."

패왕재세, 고해무애, 공무노인, 이상빙지, 창송대제 등 정상급 대제 거물들은 모두 입을 열었다.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을 보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혼고궁의 이런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성경천이나 장사도 혹은 정상급의 대제 거물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경지가 낮은 대제 거물들은 표정이 다양하게 바뀌었다.

자신들의 실력으로 다섯 사람을 찾아 동맹을 맺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와 동맹을 맺지 않겠느냐?"

진남은 도장을 살피다가 대제 경지 삼 단계의 강자들을 발견하고 전음했다.

그는 용혼고궁으로 가는 지도가 있어서 강자들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없었기에 경지가 낮은 자들을 찾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그게……."

셋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바로 거절하려고 했다.

진남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 대제 경지 일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어이, 어이. 너희 셋 뭘 망설일 게 있어? 단청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만 보고 고작 대제 경지 일 단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진짜 실력은 대제 경지 육 단계에 맞먹는다고."

사마공은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

"진짜지?"

셋은 눈앞이 환해지고 마음이 흔들렸다.

"도우들, 부탁이 하나 있다."

그때, 천둥 같은 소리가 도장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과 사마공 그리고 다른 대제 거물들은 소리를 따라 쳐다보았다.

입을 연 사람은 혈살이었다.

"도우들, 단청과 도신은 우리 셋의 적이다. 그러니 삽혈동맹을 맺을 때 우리 체면을 봐서 이들과 동맹을 맺지 말거라. 고맙다."

혈살은 여러 대제들에게 공수했다.

옆에 있던 도염과 뇌연은 진남과 사마공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이번에 용혼고궁의 깊은 곳에 진입하는 게 목적이라 단청을 쫓아다니면서 죽일 여유와 정력이 없었다.

그래서 마침 삽혈동맹을 맺어야 용혼고궁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머릿속에 계략을 세웠다.

그를 죽일 수 없다면 기연을 만날 수 없게 용혼고궁에 못 들어가게 하면 그만이었다.

"선배님들이 그리 말씀하시면 저는 이자들과 동맹을 맺지 않겠습니다."

"선배님, 과분하십니다. 굳이 말씀 안 하셔도 저는 저자들과 동맹을 맺지 않을 겁니다."

"선배님들이……."

그의 말에 도장의 대제 거물들은 서둘러 태도 표시를 했다.

그들은 대제 경지 구 단계이고 곧 대제 정상급이 될 자들이었다.

어떤 세력인지 몰라도 지존 장로급의 거물인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들에게 미움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혈살, 도염, 뇌연보다 더 강한 거물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당연히 일반 사람들하고 동맹을 맺지 않았다.

그것도 고작 단청이나 도신 때문에 스스로 세 명의 강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미안하다. 동맹은 없던 일로 해야겠다."

조금 전까지 마음이 움직였던 세 명의 대제 경지 삼 단계의 무인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들은 용혼고궁에 들어갈 수 없더라도 이 둘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겁쟁이들……."

사마공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세 영감탱이들! 뻔뻔하게 이런 일을 벌이다니!'

"도우들, 내 말을 들어보거라."

진남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걸어 나가더니 사람들에게 말했다.

"응?"

혈살, 도염, 뇌연 삼대 지존 장로들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대제 거물들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서 단청이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지 궁금했다.

"나와 동맹을 맺는 자는 용혼고궁 행에서 숨겨진 금제와 살기를 전부 피하고 가장 깊은 곳에 순조롭게 진입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진남은 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 도장은 정적이 흘렀다.

대제 거물들은 어이가 없었다.

"하하하, 숨겨진 금제와 살기를 전부 피하고 용혼고궁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단청아, 단청. 너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이느냐?"

혈살, 도염, 뇌연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무척이나 웃기는 말을 들은 것처럼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두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들은 단청이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결국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허허, 숨겨진 금제와 살기를 전부 피할 수 있다고?"

"방금 뭐라고 했어? 용혼고궁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간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할까?"

"풉……."

대제 거물들은 대부분 조롱하고 비웃었다.

남은 사람들은 냉소를 짓고 단청을 얕잡아봤다.

성경천, 장사도, 공무노인, 이상빙지 등 거물들도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들은 단청의 무지함에 웃음이 나왔다.

'숨겨진 금제와 살기를 전부 피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할까?'

대제 정상급의 거물이나 천재 무제 혹은 대단한 동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현신공간에 숨겨진 금제와 살기는 변화가 너무 많아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순조롭게 용혼고궁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기까지 하겠다고?'

현신공간의 모든 금지에서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는 건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려웠다.

용혼고궁은 금지들 중에서도 열두 번째 서열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살혈, 도염, 뇌연 같은 지존 장로들도 깊은 곳까지 들어가 보는 것이 목표였다.

"저놈들! 사람을 업신여겨도 유분수지!"

사마공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이를 갈았다.

"이거 좀 곤란하군."

진남은 기분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구리거울이 준 지도를 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증명하고 맹우를 찾지?'

지도도 가지고 있는데 용혼고궁에 들어가지 못하면 손해가 너무 컸다.

"단청과 도신이라고 했지? 나에게 오너라. 나와 동맹을 맺자."

바로 그때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제 거물들은 놀라서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입을 연 사람은 패왕재세였다.

"패왕재세, 너 무슨 뜻이냐?"

혈살, 도염, 뇌연은 안색이 변했다.

"아무 뜻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눈에 거슬릴 뿐입니다."

패왕재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줄곧 다른 칠대 고족의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단청과 도신이 오늘 당한 일은 그가 이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당했던 일과 비슷했기에 나서서 도운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혈살, 도염, 뇌연의 미움을 사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전족의 소족장인 그는 두렵지 않았다.

"좋다. 패왕재세, 오늘 일은 우리 셋 다 잊지 않으마!"

혈살, 도염, 뇌연은 음침한 표정을 짓고 두 눈에 차가운 빛을 번뜩였다.

"네가 우리에게 미움을 받으면서 단청을 끌어들인 건 설마 단청이 너희들을 데리고 살기와 금제를 전부 피해 용혼고궁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서는 아니겠지?"

혈살은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비아냥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대제 거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말씨름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청, 도신 깜박했구나. 나와 동맹이 되겠느냐?"

패왕재세는 혈살 등을 무시하고 진남과 사마공을 바라보았다.

"허허, 그럼, 그럼. 물론이지."

사마공은 기뻐서 병아리가 모이를 쪼아먹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제의 말이 맞았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어. 파국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풀리고 패왕재세라는 강한 인물과 삽혈동맹을 맺는구나.'

"도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서 고맙다. 용혼고궁에 들어가면 나도 약속을 지키겠다."

진남은 미간을 펴고 공수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패왕재세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맹우를 찾지 못하고 심지어 용혼고궁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럴 필요 없다. 별일 아니니."

패왕재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는 단청을 도와줬지만 단청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보답을 바라지도 않았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패왕재세 등과 삽혈동맹 의식을 진행했다.

다른 대제 거물들도 소란이 잠잠해지자 시선을 거두고 동맹 의식을 진행했다.

반나절이 지나자 두 명의 대제 경지 삼 단계인 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나머지는 모두 동맹을 맺었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맹우들은 나를 따라오너라."

보라색 그림자는 손을 모아 법인을 만들었다.

수많은 태고의 용의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도장에서 꿈틀거리다가 높이가 서른 장이 되는 태고 용문으로 변했다.

용문 안쪽은 어두컴컴했다.

보라색 그림자는 용문으로 사라졌다.

"가자."

성경천, 장사도, 공무노인, 이상빙지 등 거물들은 빛으로 변해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날아갔다.

진남, 사마공, 패왕재세 등도 그 뒤를 따라갔다.

"이건……."

문 안쪽에 들어선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이끌렸다.

그들 발아래에는 도장이었는데,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도장의 앞쪽은 아래와 달리 몇천 개의 커다란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들은 수많은 금빛 비늘들로 만들어져서 용위를 풍겼는데 어둠 속까지 뻗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리들은 구천으로 통하는 신룡대도(神龍大道) 같았다.

금빛 비늘들은 모두가 익숙했다.

태고자금전룡의 비늘이었다.

"여기에는 도합 천구백아흔아홉 개의 용린천교(龍鱗天橋)가 있는데 모두 용혼고궁으로 통한다. 다만, 용린천교 중 어떤 것들은 용의 역린이 가득하고 어떤 것들은 양이 적다. 또, 어떤 곳에는 숨겨진 살기가 많고 어떤 곳은 안전하다. 또, 어떤 다리는 용혼고궁의 가운데로 통하고 어떤 다리는 가장 밖으로 통한다.

어떤 용린천교에 오르는 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사람들마다 한 번의 기회가 있다. 다리에 오르면 돌아볼 수도 없다. 아니면 강제로 용혼고궁에서 쫓겨난다."

보라색 그림자는 일일이 설명했다.

"선배님, 용의 역린은 어떤 작용을 합니까?"

한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은 문제를 포착하고 물었다.

"용의 역린을 많이 얻을수록 살기를 더 많이 피할 수 있고 강한 살기도 피할 수 있다. 용혼고궁의 깊은 곳에 가면 용도가 많다."

보라색 그림자는 천천히 대답했다.

"살기를 피하거나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의 역린을 많이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주 향이 타는 동안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 그동안 용린천교를 선택하거라."

보라색 그림자는 손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향이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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