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화 무력을 사용해?
"당청산 사형은 왔을까? 이곳에 있을까?"
진남은 중얼거리며 계속 두리번거렸다.
"허, 대제 경지 삼 단계, 사 단계가 이곳에 뭐 하러 왔느냐?"
먼 곳에서 들려오는 비웃음에 사람들은 일제히 돌아보았다.
공무노인(空無老人)이라는 도호를 가진 자가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다가왔다.
적지 않은 대제 거물들은 그를 보자 안색이 변했다.
그는 대제 경지 정상급의 거물이었다.
"공무노인? 소문에 의하면 저자는 남천신지의 장로라고 하는 것 같았소. 진남, 이건 그저 소문이요……."
사마공은 무언가 생각나서 얼른 말했다.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남천문을 싫어했다.
그러나 남천신지의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진남은 남천신지와 싸움을 한다고 해도 창람대륙에서 할 것이었다.
현신공간에서는 상대방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없었다.
"공무,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잖소. 대제 경지 오 단계 아래의 무인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천경의 규칙도 내가 볼 때는 폐지해야 하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듣는 사람들은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빙지(履霜氷至)라는 요염한 형상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하, 일리가 있는 말이요."
멀리 바닷물이 일렁이더니 도호가 창송대제(蒼松大帝)인 자가 나타났다.
그자가 풍기는 기운에 사방의 허공이 흔들렸다.
창송대제와 이상빙지는 공무노인과 마찬가지로 대제 경지 정상급이었다.
"세 분 다 대제 경지 정상급 거물이다!"
"고작 두 시진이 지났는데 대제 경지 정상급 거물들이 셋이나 오다니 이제 얼마나 더 올지 모르겠어!"
"그리고 대제 경지 구 단계, 팔 단계의 거물들도……."
도장의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을 보자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차분해질 수 없었다.
특히 대제 경지 삼, 사 단계인 자들은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겨우 마음을 진정했다.
이게 바로 이 자리에 대제 경지 일 단계 무인들이 없고 대제 경지 이 단계에서 오 단계 사이의 무인들도 적은 이유였다.
이렇게 성대한 모임에 대제 경지 일 단계가 낀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오고 싶어도 올 수 없었다.
대제들의 세계도 약육강식이었다.
경지가 낮으면 괴롭힘을 당했다.
"이상빙지는 요지성지의 지존 장로라고 하더군. 그리고 창송대제는 유혼족의 대제 거물이라고 들었소. 그런데 저 둘은 유성에서 폐관 수련 중이 아니었나……."
사마공은 새로 나타난 사람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사마공이 무조 경지로 현신공간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대제 경지 칠 단계에서 정상급의 거물들이 사방에서 용궁도장으로 모여들었다.
용궁도장에는 대제 거물들이 도합 백서른둘이 모였는데 그중 대제 정상급의 거물만 여섯이었다.
일부 대제 경지 일 단계에서 오 단계 사이의 무인들은 멀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미련 없이 돌아서서 가버렸다.
아니었다면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어이쿠, 선배님들께서 다 오셨는데 제가 늦었습니다."
부드럽고 너그러운 목소리가 멀리에서 울려 퍼졌다.
목소리에 마력이 있는 것처럼 도장은 조용해졌다.
허공에 부채를 든 형상이 나타났다.
그의 주위로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 세 명이 따라왔다.
그 형상은 장사도였다.
"장사도? 살신금지로 간 거 아니었느냐?"
창송대제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선배님, 살신금지에서 볼일은 끝났습니다. 마침 용혼고궁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수확이 좀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장사도는 공수하고 말했는데 말투가 부드럽고 굽실거리지도 않았다.
되려 예의가 바르고 옥처럼 원만해 공자처럼 느껴졌다.
"뭐?"
"저자가 장사도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라 저도 몰래 감탄했다.
명성이 자자한 장사도가 그들 앞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장사도?"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장사도는 창람대륙에서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대 천재들 중 한 명이자 무도종의 진전제자이고 천재무제방의 서열 이 위로, 성경천 바로 아래였다.
진남은 줄곧 장사도와 요지성지의 소청응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회가 된다면 직접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용혼고궁에서 만날 줄이야.
'성경천은 세 개의 천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사도는 무도규칙을 초월한 것이 무혼인지 무수인지 혹은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어. 이번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겨뤄봐야겠어!'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더 강렬해지고 온몸의 전혈이 들끓었다.
그의 엄청난 제심도 더 빠르게 뛰는 바람에 그의 주변에 전의가 조금씩 드러났다.
진남은 줄곧 최고의 천재들과 겨뤄보고 싶었다.
그들과 겨뤄야만이 시원하게 싸울 수 있었다.
"진남, 왜 이러시오?"
흥미진진하게 장사도가 패왕재세, 고해무애, 창송대제, 이상빙지 등 거물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마공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진남을 돌아보더니 깜짝 놀랐다.
"하하, 사도야, 이번에는 내가 늦었구나."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귀를 찢을듯한 웃음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한 형상이 허공에서 맹렬한 기세를 풍기며 다가왔다.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파문이 일었다.
그의 위엄에 천지조차 떨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네 명의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들이 있었다.
장사도의 무리보다 훨씬 강했다.
그 형상의 도호는 유아독존이었다.
"유아……독존?"
대제 거물들은 그 도호를 보자 안색이 변했다.
그를 따르는 강자들이 풍기는 기운만 봐도 신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비범해야 감히 '유아독존'이라는 호칭을 쓸 수 있을까?'
'장사도조차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도호이다.'
"경천 형님, 확실히 좀 늦었습니다."
장사도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경천, 드디어 왔구나."
장사도가 나타났을 때에도 입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던 공무노인이 이제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무척 친절했다.
"경천 형님?"
"저 사람이 설마…… 성경천?"
대제 거물들은 머릿속에 번개가 스치더니 이내 깨달았다.
그들은 마음속에 파도가 일고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성경천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성경천은 남천신지의 제일 진전제자이자 삼대 천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고 천재 무제방의 서열 일 위였다.
즉, 성경천은 반신지국 심지어 창람대륙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제일 천재였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유아독존이라는 호칭을 써도 과분하지 않았다.
"이런, 성경천이었군. 저놈이 유아독존이라는 이름을 지은 건 뻔뻔한 거 아니오? 고작 삼대 천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을 뿐이잖소."
사마공은 반응을 하고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성경천에게 호감이 없었다.
"성경천?"
진남은 떨떠름했다.
그러나 곧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만나보고 싶었던 장사도를 만났고 이제는 성경천도 제 발로 찾아왔다.
"중주의 용제원에서 네가 한 일들과 한 말들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이번에는 나를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진남은 두 눈에 엄청난 빛을 뿜었다.
그 빛에는 짙은 전의와 차가운 살기가 담겨 있었다.
성경천이나 장사도나 다른 대제 거물들은 그들이 잊고 있던 사람이 자신들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성경천과 장사도가 나타난 덕분에 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수많은 눈빛이 둘에게 쏠렸다.
대제 거물들은 최고의 천재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상대적으로 패왕재세, 고해무애 등 비범한 신분의 천재 무제들은 암울해 보였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더 많은 강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용궁도장은 더 성대해지고 감탄 소리도 수시로 들렸다.
"단청? 네가 단청이냐?"
바로 그때,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사마공은 어안이 벙벙해서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 중에 혈살, 도염, 뇌연이라는 도호를 가진 자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 분은……?"
진남은 의아했다.
"허허,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은 몰랐다. 단청아, 단청. 고작 대제 경지 육 단계의 경지로 감히 우리 소족장을 연속 네 번이나 죽인 건 살기 싫다는 거지!"
혈살은 먼저 반응했다.
그는 두 눈에서 도천혈망(滔天血芒)을 펼치며 커다란 손으로 진남을 잡으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공격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혈살의 손바닥에는 다섯 방울의 정혈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 공격에 맞으면 다섯 방울의 정혈이 곧장 터지면서 몇백 개의 혈도마신(血道魔神)으로 변해 수천만의 혈마살진(血魔殺陣)을 이룬다.
대제 경지 칠 단계의 강자들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감히 무력을 사용하는 자가 있어?"
도장의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유명한 자들도 신념으로 상황을 살폈다.
용궁도장은 무력 사용을 금지했다.
"무력을 사용하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
일촉즉발의 순간, 차가운 호통이 천둥같이 혈살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안 돼!"
혈살은 안색이 확 변해서 내밀었던 손을 얼른 거뒀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혈살은 살기에 눈이 멀어 보라색 형상을 잊을 뻔했다.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인 혈살은 보라색 그림자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잘 알았다.
혈살은 방금 공격을 했더라면 죽지 않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선배님, 방금 적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혈살은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보라색 그림자에게 공수하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이번만 봐주겠다."
보라색 그림자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혈살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단청, 이번에는 운이 좋은 줄 알거라. 지금은 너를 죽이지 않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뼈 묻을 곳도 없게 해주마."
혈살은 진남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옆에 있던 도염과 뇌연도 마찬가지로 살기가 가득했다.
그들이 진남을 이토록 미워하는 이유는 혈문, 인염, 뇌호가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삼대 고족의 소족장을 네 번이나 죽여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혈살도 그래서 충동적으로 행동을 하게 된 것이었다.
말을 마친 혈살은 도염, 뇌연과 함께 소매를 힘껏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그곳에 계속 있는 것도 별 의미가 없었다.
"에잇, 이런 곳에서 그놈들 가문의 사람들을 만나다니……."
사마공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세 대제에게 찍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진남은 표정이 무덤덤했다.
'저들은 모두 대제 경지 구 단계라 나보다 경지가 훨씬 높다. 그런들 어떠한가?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그들을 죽일 거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대제 거물들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으며 시선과 신념을 거두었다.
그들은 용혼고궁에 들어가기 전에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때, 조용하던 보라색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도우들, 용혼고궁에 온 걸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