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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50화 (750/1,498)

750화 용혼고궁

이레 후, 혈문, 인염, 뇌호는 다시 혈살, 도염, 뇌연 세 장로를 모시고 현신공간에 들어갔다.

그러나 혈문, 인염, 뇌호는 처음에 현신공간에 들어갈 때는 살기가 가득했지만 점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는데 왜 단청은 오지 않는 걸까?'

사흘이 빠르게 지났다. 여전히 단청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혈살, 도염, 뇌연은 그들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고 호되게 혼을 내고 자리를 떴다.

"단청 이놈……."

혈문, 인염, 뇌호는 우울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살기를 가득 품고 포위 작전을 펼치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지난번에는 정말 우연이었을까?'

"오랜만이야."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혈족, 염족, 뇌족의 소족장이자 천재무제방에 이름을 올린 혈문, 인염, 뇌호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의 두 눈에 놀라움 외에 보기 드물게 두려움이 스쳤다.

"단청, 너……."

셋은 저도 몰래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이제 모든 것을 깨달았다.

단청은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단청은 유령처럼 그들 주변에 숨어 있었다.

그는 지존 장로들이 있을 때는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장로들이 자리를 뜨면 차가운 이빨을 드러냈다.

"죽어라!"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함께 혈문, 인염, 뇌호는 무도의지의 몸이 다시 한번 죽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

혈문은 네 번째였고 인염과 뇌호는 다섯 번째였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죽임을 당한 것은 현신공간에서 전에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일 년 사이에 네다섯 번 죽었다.

하지만 보름 동안 네다섯 번 죽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죽음으로 인해 혈문, 인염, 뇌호 세 소족장은 육신이 타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들은 가지고 있던 포악함과 광기가 전부 사라졌다.

그들은 현신공간에서 단청이 그 정도로 대단한 수단을 장악했을 줄 몰랐다.

그들은 소족장이고 천재 무제이며 지존 장로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청의 수단에 그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지존 장로들에게 계속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런 무기력함은 열흘 동안 계속되었다.

그들은 무도의지가 회복이 되자 그나마 조금 회복이 되었다.

혈문, 인염, 뇌호는 반나절 논의한 끝에 다시 현신공간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들이 감히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단청이 상대방의 위치와 신변의 강자를 알아내는 대단한 수단을 여러 차례 쓸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차례 쓸 수 있다면 단청은 죽이고 싶은 자를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 그런 일은 현신공간에서 벌어질 수 없어.'

그들은 잘못된 확신을 가졌다.

현신공간에 들어서고 방금 숨을 돌린 혈문, 인염, 뇌호는 또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익숙한 무도의지에 맞아 박살이 났다.

이번 죽음으로 인해 혈문 등 삼대 소족장은 단단히 혼쭐났다.

그들은 두세 달 동안 현신공간에 얼씬도 하지 않았으며 각자 아버지에게서 보명 부적을 받고서야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또, 그들은 마음속에 단청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를 원망했지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거의 다 사라졌다.

물론 이것은 모두 언급할 가치도 없는 뒷이야기였다.

* * *

그 시각, 현신공간 연경.

진남은 마지막으로 도제, 비홍, 사앙을 죽이고 속이 훨씬 후련해지고 살기가 많이 사라졌다.

사마공은 아쉬웠다.

처음에 그는 세 대제 거물을 쫓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는 내력이 대단한 대제 거물을 쫓아가서 죽이는 일도 꽤나 재미있다고 느꼈다.

"부적이 다섯 번밖에 작용을 못 해서 아쉽소. 다섯 번 더 찾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사마공은 툴툴거렸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사형의 스승님께서 남기셨다는 보물 지도가 가리킨 곳에 가봅시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복수도 끝났으니 지금부터 현신조각들을 모아야 했다.

진남은 도합 삼백오십 개의 현신 조각을 모았다.

일반 대제 거물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숫자였지만 구백아흔아홉 개를 모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웅-

진남의 식해에서 얌전히 있던 구리거울이 빛을 뿜었다.

어둠 속에서 하늘에 솟구치는 힘이 더해지더니 구리거울은 다시 생기를 얻었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그러시오?"

사마공은 진남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약속한 한 달이 되었으니 너를 위해 금지를 열겠다."

신비한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곧이어 구리거울에서 솟구친 엄청난 태고의 빛은 신룡처럼 포효하더니 하늘로 사라졌다.

사방의 몇백 리 허공이 흔들리고 아래의 수림에도 폭풍이 불었다.

무도의지가 변한 요수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이게……."

옆에 있던 사마공은 그 모습을 보자 안색이 창백해졌다.

방금 느낀 위압감은 너무 강해서 도제인의 보호를 받지 않았다면 그도 심신이 무너졌을 것 같았다.

"이 금지는 용혼고궁이라는 곳이다. 이 지도를 머릿속에 새겨 넣거라. 이 지도만 있으면 모든 위험을 피해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

신비한 여인의 말이 끝나자 구리거울에서 오래된 신비한 힘으로 그려진 용 모양의 지도가 진남의 식해에 나타났다.

"용혼고궁? 고맙습니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얼른 인사를 했다.

그는 신비한 여인이 그를 도와 금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금지로 들어가는 방법까지 직접적으로 알려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진남은 많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평소와 마찬가지로 구리거울은 잠잠해졌다.

마치 고맙다는 그의 인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진, 진남……? 방금 그건 뭐요?"

사마공은 한참 후 정신을 가다듬고 더듬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잠시 제쳐둡시다. 방금 어떤 분이 용혼고궁을 열어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는 지도를 줬습니다. 용혼고궁이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역시 구리거울답다. 다른 건 다 해주고 금지가 있는 곳은 안 알려주고 갔어.'

"세상에, 용혼고궁이 열린다고? 그리고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지도도 있소?"

사마공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두려움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어느새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다.

용혼고궁은 도제가 줄곧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

더욱 중요한 건 그들에게는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지도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금지에서 위험한 것은 숨겨진 금제와 살기들이었다.

그것들을 피할 수 있다면 보물과 전승들은 쉽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때, 또 이변이 일어났다.

오래된 목소리가 진남과 사마공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현신공간의 열두 번째 금지인 용혼고궁이 열린다. 모든 도우들이 갈 수 있다. 열다섯 개의 현신조각을 부수면 그곳으로 가는 지도를 얻을 수 있다."

태아노인의 목소리였다.

"응?"

진남은 두 눈에 의혹이 드러났다.

그는 태아노인이 직접 전음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용혼고궁이 열린다는 걸 현신공간에 있는 모든 대제 거물들에게 알려주는 거잖아?'

'열두 번째 금지라는 건 또 무슨 말이지?'

사마공은 진남의 의혹을 눈치채고 말했다.

"진남, 현신공간이 천경과 연경으로 나뉘는 건 알고 있소?"

"네, 그건 압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경에는 서른 개의 크고 작은 금지가 있소. 금지가 열리면 현신공간은 모든 대제 거물들에게 이를 통지한다오. 지금까지 세 번째 무도(霧都), 여덟 번째 고도해(古道海), 열일곱 번째 유성(幽城)을 열었고 수많은 대제 거물들이 갔소. 이런 금지들에는 엄청나게 좋은 물건들이 있소. 그래서 그렇게 많은 대제 거물들이 몰려드는 거고……."

사마공은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현신공간에 이렇게 많은 내력이 있는 줄 몰랐다.

이제 보니 옥간에 적힌 것들은 가장 기본이었다.

"용혼고궁이 열린다는 소식도 이제 모두에게 알려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갈 겁니다. 우리도 빨리 갑시다."

진남은 말을 하면서 현신조각 열다섯 개를 부쉈다.

오래된 영기 지도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갑시다."

진남은 지도를 훑어보고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는 붕멸의지를 사용하여 사마공을 감싸고 절세신도처럼 하늘로 사라졌다.

* * *

용혼고궁이 열린다는 소식이 여러 대제 거물들의 귀에 울려 퍼지자 많은 대제들은 바로 현신조각을 부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대제 거물들도 오랜만에 두 눈을 번쩍 뜨고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구름 속에 날아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신공간에 들어오지 않았던 창람대륙의 여러 대제 거물들도 소식을 듣고 하던 일을 제치고 부랴부랴 현신공간에 달려왔다.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폭풍이 소리 없이 형성되고 있었다.

* * *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진남과 사마공은 용혼고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두 시진 만에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금빛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 가운데는 자금색의 도장이 떠있고 도장 주변에는 보라색 기운이 가득했으며 용위가 주변을 맴돌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앞쪽을 살피더니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도장에는 여든세 개의 기운이 있었다.

그들 중 셋은 대제 경지 구 단계 거물이고 열둘은 대제 경지 팔 단계이며 열여덟은 대제 경지 칠 단계 거물이며 스물넷은 대제 경지 육 단계였다.

나머지는 모두 대제 경지 오 단계에서 대제 경지 이 단계였다.

그들 중 대제 경지 일 단계는 한 명도 없었다.

대제 경지 이 단계와 대제 경지 삼 단계도 겨우 셋뿐이었다.

"바로 도장에 들어갑시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자금색 도장으로 날아갔다.

그가 막 도장에 도착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용궁도장에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 어기는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거라. 시간이 되면 열겠다."

나이 들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강한 압력을 주었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도장에는 보라색 그림자가 떠 있었는데, 용제와 비슷한 태고자금전룡의 용위를 풍겼다.

다만 보라색 그림자는 용제보다 더 신비하고 경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

보라색 그림자는 수호자 같았다.

"아직 열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까?"

진남은 보라색 그림자에게 공수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 대제 거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진남은 두 대제 거물들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도호가 각각 패왕재세(?王在世)와 고해무애(苦海無涯)였다.

그들의 주변에는 대제 경지 팔 단계의 강자들이 둘씩 있었다.

패왕재세의 곁에는 대제 경지 구 단계의 거물이 한 명 더 있었다.

도제, 비홍, 사앙보다 더 대단한 세력이었다.

진남은 또 둘의 몸속에 숨겨진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을 전부 드러내면 아마 대제 경지 사 단계보다 훨씬 강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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