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9화 정말 우연일까?
대전에 있던 대제 거물들은 진남의 기운을 느끼고 그를 돌아보았다.
"혈문 전주, 저자가 바로 진남 전주요."
귀무대제는 미소를 띤 채 먼저 입을 열었다.
"허허, 저자가 진남이요? 반천맹에서 유일하게 고작 무조 경지로 반천맹 부전주가 된 사람이라니 보통이 아니겠지."
뇌호대제는 차갑게 웃었다.
그의 말에 담긴 비웃음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들었다.
옆에 있던 인염대제는 대놓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감추지 않고 살기를 드러냈다.
현신공간에서 그들은 단청에게 세 번이나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천재지보를 대량으로 사용했다.
그들은 기분이 바닥까지 나빠진 상태였다.
때문에, 진남에게 좋은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
반천맹에 함부로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면 그 둘은 이미 진남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수도 있었다.
"진남이라고 했느냐? 잠깐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 부전주의 자리를 내놓으면 너를 죽이지 않으마."
혈문대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강한 기세를 풍겼다.
대전 건물조차 살짝 흔들렸다.
"혈문대제, 자네……."
귀무대제 등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혈문대제가 이렇게 건방질 줄 몰랐다.
귀무대제 등은 혈문대제의 성격이 원래 난폭한데다 단청에게 두 번이나 죽임을 당해서 기분까지 나빠졌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혈족의 부전주 자리를 빼앗은 진남을 만난 혈문대제는 쓸데없는 말도 하기 싫고 해서 바로 협박을 했다.
혈문대제는 진남을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를 죽이지 않겠다고?"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소리 죽여 웃었다.
"참 이상하구나. 혈문, 인염, 그리고 뇌호.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대전엔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은 진남이 이런 식으로 말할 줄 몰랐다.
"너 방금 뭐라 했느냐……."
"너……!"
혈문대제, 인염대제, 뇌호대제 및 삼대 고족의 열몇 명의 대제 거물들은 이내 반응을 했다.
그들은 두 눈에 사람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차가운 빛을 드러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귀무대제 등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이런 시기,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이런 곳에 잠시라도 머무르기 싫었다.
진남은 혈족 소족장의 풍채를 보려고 왔는데 뜻밖의 일을 당했다.
혈문대제는 거만하게 굴었을 뿐만 아니라 입을 열자마자 협박을 하는 것이 횡포하기 그지없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왜 삼대 고족의 소족장들은 다 성격이 저 모양이지?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 낭비하면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야.'
"진남, 너무 건방지다."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반천전에서 호통이 울려 퍼졌다.
대제 거물들은 말만 할 뿐, 진남을 쫓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좋다, 좋아. 고작 무조 경지가 나한테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인염, 뇌호 들으시오. 진남이 반천맹을 떠난다면 당장 죽여버립시다."
혈문대제는 매서운 눈빛으로 전음했다.
"당연하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도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들은 현신공간에서 자신들을 몇 번이나 죽인 미치광이 같은 단청을 만났다.
하지만 단청은 대제 경지 칠 단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진남은 어떠한가?
별 볼일이 없었다.
그저 무도규칙을 초월한 무조 경지의 하찮은 녀석이었다.
웅-
이때, 혈문대제, 인염대제, 뇌호대제의 납계에 있던 특별한 영패가 약한 빛을 뿜었다.
"혈문, 진남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이나 피우는 소인배이니 언제 상대해도 늦지 않소. 방금 장로의 전음이 온 걸 보니 이미 도착한 것 같소. 우리는 이제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갑시다."
뇌호대제는 전음했다.
"좋소. 도우들,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혈문대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말했다.
대제 거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쪽에 있던 귀무대제 등도 더 있고 싶지 않아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모임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갑시다."
혈문대제는 인염대제와 뇌호대제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셋은 빛으로 변해 커다란 궁전으로 날아갔다.
대전에서 벌어진 일은 진남과 상관이 없었다.
진남은 반천전을 떠나 자신의 궁전에 돌아온 후 낡은 열쇠를 가지고 현신공간에 다시 들어가 사마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진남은 그의 옆 궁전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했다.
* * *
"혈살(血殺) 장로."
"도염(滔焰) 장로."
"뇌연(雷淵) 장로."
혈문대제, 인염대제, 뇌호대제는 궁전에 들어서자 세 개의 그림자를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세 그림자는 기운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몸속에 상대방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엄청난 기운이 흘렀다.
그 기운을 움직이면 천지도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은 혈족, 염족, 뇌족의 지존 장로들이었다.
그들은 경지가 대제 경지 구 단계로, 창람대륙을 통틀어 정상급 거물들이었다.
"이제 조금 흥미가 생기는구나. 단청은 대체 어떤 놈이길래 너희들이 이렇게 큰 공을 들이는 것이냐?"
혈살 장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혈문대제 등의 복수 계획이었다.
이번에도 단청이 그들을 죽이러 온다면 그들은 단청에게 피로 진 빚을 피로 갚게 할 속셈이었다.
단청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무도의지의 몸에 누가 손을 댄 건 아닌지 지존 장로들에게 봐달라고 해서 다른 후환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당장 현신공간으로 가자."
도염 장로와 뇌연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대제 경지 구 단계 거물인 그들은 수시로 대제 경지 십 단계가 될 준비를 하고 있기에 시간이 무척 귀했다.
인염과 뇌호가 소족장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좋습니다."
혈문대제, 인염대제, 뇌호대제는 낡은 열쇠를 꺼내 무도의지를 주입했다.
* * *
같은 시각, 현신공간 연경의 한 사막.
"응? 세 녀석이 나타났소."
사마공은 눈을 반짝였다.
"나타났습니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잠깐, 이상하오. 부적에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오. 이건 그들 주변에 대제 경지 정상급 거물들이 있다는 건데……."
사마공은 무언가 발견하고 안색이 변했다.
"대제 경지 정상급 거물이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소. 내가 그들 몸에 넣은 세 개의 부적은 매우 신기해서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없고 또 대제 경지 팔 단계 이상의 기운을 느낄 수 있소."
사마공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설명했다.
"그렇군요. 이번에 그들은 강자를 모셔왔나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다립시다."
"저는……. 인내심이 있습니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몸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풍겼다.
마치 끝없는 허공에 은밀하게 숨겨진 살초 같았다.
"허허."
사마공은 저도 몰래 웃었다.
'도제, 비홍, 사앙은 계획을 잘했군. 그러나 그들은 내가 그들 몸속에 넣은 부적으로 주변의 강자들 기운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건 절대 생각하지 못할걸?'
* * *
현신공간, 태아고성.
"금혁연천동(金?燃天瞳)."
"만화혈동(萬花血瞳)."
"인뇌술(引雷術)"
현신공간에서 방금 깨어난 혈살, 도염, 뇌연 세 장로는 바로 손을 썼다.
혈살과 도염은 엄청난 도술을 펼치고 뇌연은 기이한 뇌정을 뇌호대제의 몸속에 주입했다.
"문제없다."
한참을 살펴보던 혈살, 도염, 뇌연 세 장로는 기운을 거두고 말했다.
"휴."
혈문, 인염, 뇌호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만약 그들 몸속에 손을 썼다면 진짜 무서운 일이었다.
"너희 셋은 태아고성을 떠나 아무 곳이나 가서 보물을 찾거라. 우리는 허공에 숨어 있다가 단청이 나타나면 그를 죽이겠다."
혈살 장로가 느긋하게 말했다.
"장로, 잘 부탁드립니다."
혈문, 인염, 뇌호는 공수하고 말했다.
세 장로들이 주변에 몸을 숨기자 그들은 용기를 내고 성 밖으로 날아갔다.
하루가 지났다.
하루 동안 혈문, 인염, 뇌호는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뜻밖에도 수많은 현신조각들을 수확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단청은 그들을 죽이러 오지 않았다.
"우리 정도의 경지면 단청은 우리가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없다. 꼬박 하루가 지났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너희들 위치를 못 찾는다는 걸 증명한다. 그러니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혈살 장로는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리는 먼저 가겠다."
도염 장로와 뇌연 장로도 미지근한 표정을 하고 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꼬박 하루를 낭비했으니 그들은 기분이 불쾌했다.
"단청 이놈은 운도 참 좋아."
혈문대제는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분하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는 짜증이 가득 났다.
이번에 그들은 큰 대가를 지불하고 빈틈없는 경계망을 쳤지만 단청을 잡지 못했다.
다음에 언제 단청을 잡을 수 있을까?
"됐소. 이번 일은 여기서 마무리합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도 없소. 우리는 언젠가 대제 경지 정상급이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단청을 만날 기회가 있을 거요."
혈문대제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그때를 기다릴 수밖에……."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도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혈문대제, 인염대제, 뇌호대제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 안색이 확 바뀌었다.
"오랜만이야."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허공에 진남과 사마공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다가왔다.
"단, 단청?"
혈문, 인염, 뇌호대제는 눈앞에 벌어진 장면을 보자 엄청 무서운 존재를 마주한 것처럼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충격을 받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위치를 찾지 못하는 거 아니었어?'
'단청이 왜 지금 나타났지?'
'이게 정말 우연일까?'
"죽어라!"
진남은 두말없이 날아오르며 수많은 붕멸의지를 주먹 끝에 모아 셋을 때렸다.
방대한 권의가 세 사람을 뒤덮었다.
"단청, 너……."
혈문, 인염, 뇌호는 눈을 뜨고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주먹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현실로 돌아가면 정말 당황하겠다."
사마공은 무언가 떠올라 웃음을 터뜨렸다.
"갑시다. 아직 두 번 남았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날아올라 사마공을 감싸고 사라졌다.
사마공이 추측한 것처럼 혈문, 인염, 뇌호는 반천맹에서 깨어나자 피를 잔뜩 토하고 기운이 쇠약해졌으며 당황했다.
그들은 방금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렇게 완벽한 우연이 있을까? ……우연이 아니라고 하면 세 지존 장로들이 우리 몸에서 아무것도 발견 못 했잖아?'
'어떻게 지존 장로들을 피할 수 있었을까?'
'설마 단청은 예지 능력이 있나? 아니, 그건 불가능해!'
"분하다, 분해!"
"믿을 수 없어! 우리 빨리 무도의지의 몸을 회복하고 다시 지존 장로들을 모시고 현신공간에 가보자!"
"이번에는 지존 장로들에게 사흘 동안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단청, 반드시 죽일 거야!"
혈문대제는 욕설을 퍼붓더니 흉악한 표정으로 악을 썼다.
그는 온몸의 혈액이 전에 없던 속도로 난폭하게 흐르고 혈기가 하늘을 찔렀다.
"좋아!"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삼대 고족의 소족장들이라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포악함을 자극했고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셋은 일제히 명령을 내려 천재지보를 가져오라고 했다.
연속 세 번 죽임을 당했기에 혈문, 인염, 뇌호의 제심은 더욱 크게 다쳤다.
제심을 회복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천재지보를 사용해야 했고 시간도 이레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