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화 봉변을 당하겠구만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났다.
산기슭의 꿈쩍도 하지 않던 혈광에 파문이 일더니 혈색 연꽃이 빛을 뿜으며 사방으로 퍼졌다.
오래된 기운이 산기슭에서 뿜어져 나왔다.
"헉, 내가 창람을 돌아다닌 경험으로 보아 이 기운은 범상치 않소. 이 혈광이 사라지면 엄청난 살기가 나타날 것 같소."
사마공은 옆에서 중얼거렸다.
"네?"
진남은 안색이 변하더니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봤다.
먼 하늘 깊은 곳에 아홉 개의 형상이 강대한 제위를 뿜으며 아홉 개의 태고신수처럼 빠른 속도로 산봉우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헉! 대제 경지 삼 단계 두 명, 대제 경지 사 단계 한 명, 대제 경지 오 단계가 여섯 명?"
사마공은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응? 비홍? 사앙?"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아홉 명 중에 다섯 명을 전에 본 적 있었다.
나머지 네 명 중 세 명은 도호가 도제(屠帝), 도성(屠聖), 도황(屠皇)이고 남은 한 명은 비려(飛?)였다.
"단청?"
비홍과 사앙 등은 진남을 보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여기서 단청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너희들, 이자를 아느냐? 너희 둘은 어서 썩 꺼지거라. 그럼 살려주겠다."
대제 경지 사 단계의 도제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는 주위의 허공도 물들었다.
살기를 이 정도로 수련한 걸 보니 이 자의 살기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하하하, 저들을 놓아주면 안 된다. 단청아, 우리 인연이 있구나. 이번에는……."
비홍과 사앙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는 싸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요즘 그들은 반천맹의 진남이라는 자를 제외하고는 앞에 있는 단청이 가장 미웠다.
하니, 이렇게 만났는데 어찌 놔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산기슭의 동굴 입구의 혈광에 틈이 생기더니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희미한 혈색 연꽃으로 변하여 사방으로 날아갔다.
크르르르-!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그림자가 동굴 안에서 뛰쳐나오더니 엄청난 살기를 뿜으며 진남과 사마공, 도제, 비홍, 사앙 등에게 달려왔다.
커다란 그림자는 모두 다 경지가 대제 육 단계에 도달했다.
커다란 그림자는 모두 스물일곱 마리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진남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사마공, 저를 바짝 따라오십시오!"
진남은 소리치며 붕멸의지를 뿜어 사마공의 몸을 감싸더니 보답천하를 펼쳐 커다란 그림자에게로 빠르게 달려갔다.
"부숴라!"
진남이 쥐고 있던 단천도가 엄청난 도기로 커다란 그림자들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살초를 전부 피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는 동굴에서 천 장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달했다.
커다란 그림자들을 상대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혈련동천에 들어가 사망수정을 가지는 것이었다.
"응? 경지가 진짜 대단하구나."
아홉 명 중에 도제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앞에 있는 사람이 대제 경지 일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대제 경지 육 단계도 비교가 되지 않을 줄 몰랐다.
"저자는 진짜 강하다. 지난번에 우리 다섯이 연합했지만, 상대가 안 되었다. 우리도 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 죽이자."
비홍과 사앙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에 엄청난 화염과 뇌정이 드러났다.
"좋아."
도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격을 펼쳤다.
순식간에 귀청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산봉우리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진남이 커다란 그림자들 속에서 뛰어나왔다.
그는 사마공과 함께 가장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도제 등도 포위를 뚫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도제, 비홍, 사앙은 모두 각 종족의 소족장이고 천재 무제방에 이름이 올랐고 전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여섯 명의 대제 경지 오 단계의 거물이 도와주었다.
"이건……."
진남과 사마공, 뒤따라 쳐들어온 도제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모두 넋을 잃었다.
그들의 앞에 길이가 방원 삼천여 장 되는 수많은 혈색의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성이 나타났다.
성의 끝에는 신비한 제단이 있었다.
제단 안에는 시커멓고 수많은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수정이 있었다.
수정 양옆에는 법보나 영약 조각, 쉰여섯 개의 현신조각이 있었다.
"후."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방금 전신의 왼쪽 눈으로 관찰했었다.
사망수정은 현신공간에 들어온 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수정 안의 강벽난의 기운은 여전히 존재했다.
"저 물건이다."
도제는 눈빛이 이글거렸다.
예전에 그는 수련하다 허공이 무너지며 흑광이 신조처럼 하늘을 날아 지나가는 걸 봤다.
그는 그 빛을 쫓아 혈련동천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혈련동천이 열리지 않았었다.
그는 태아노인에게서 혈련동천이 열리는 날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는 비홍, 사앙 등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시커먼 수정이 어떤 작용이 있는지 모르지만 현신공간을 뚫고 쳐들어오는 걸 보면 평범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허! 현신공간은 여전히 이렇게 변태적이구나. 사막성은 대제 경지 팔 단계의 거물도 죽일 수 있는 금제와 살진(殺陣)으로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야. 금제와 살진들은 서로 빼곡히 연결되어 매우 복잡하다. 걸린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겠구나."
사마공은 사망수정 옆에 있는 보물들을 보며 하마터면 침을 흘릴 뻔했다.
그러다 도제의 눈을 움직여 훑어본 그는 깜짝 놀랐다.
"응?"
진남 그리고 도제, 비홍, 사앙 등도 동술을 움직여 훑어봤다.
그들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있는 진법과 금제들은 진짜 대단했다.
그러나 진법과 금제는 죽은 것이기에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우선 단청과 저자를 죽이자."
도제는 비홍, 사앙 등에게 전음했다.
그의 눈에 혈광이 반짝거리더니 엄청난 살기를 뿜어 진남을 덮었다.
"하하, 단청, 오늘 너를 부숴주마!"
비홍과 사앙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법인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제술들이 움직이고 수많은 화염, 뇌정, 혈광이 허공에서 반짝거렸다.
방원 몇 리가 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마공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하(天河)가 솟아오르더니 엄청난 분노를 가지고 아래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사마공, 길을 알려주겠습니다. 가서 수정을 가져오십시오. 이자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진남은 사마공에게 전음했다.
"자네 혼자?"
사마공은 어리둥절했다.
"어서요!"
진남은 사납게 소리치더니 몸을 움직였다.
그는 강대한 붕멸의지를 뿜어 시커먼 쇠사슬을 만들어 제술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좋소."
사마공은 입술을 깨물더니 납계에서 주름이 진 노란색 부적을 꺼내 자신의 이마에 붙였다.
기세가 순식간에 높아진 그는 빛으로 변하여 사막성으로 날아갔다.
"저자더러 보물을 챙기게 하고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도제, 비홍, 사앙 등은 눈썰미가 예리했다.
그들은 진남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건방지구나!"
진남의 풍격을 아는 비홍과 사앙은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도제는 달랐다.
그는 혈족의 소족장이기에 오만했다.
뿐만 아니라 혈살도신술을 수련하여 생각이 극단적이었다.
도제는 진남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멸시한 적은 있었지만,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천지혈법(天地血法), 만물을 죽여라!"
도제는 기세가 높아져 법인을 만들었다.
혈색 먹구름이 위에 모이더니 혈우(血雨)가 쏟아져 내렸다.
방울방울 살기가 가득했다.
땅에 떨어지면서 바닥에 커다란 골짜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헀다.
"이화지검(離火之劍)!"
"붕천제뇌술(崩天帝雷之術)!"
비홍, 사앙 등은 이 틈을 타 강력한 제술을 펼쳤다.
이화가 감도는 검이 하늘을 부수는 천둥처럼 혈우를 뚫고 쏟아져 내렸다.
"붕멸 영역!"
진남은 붕멸의지를 폭발해 흑광으로 변화시켜 사방에 퍼뜨렸다.
쏟아지는 혈우와 다른 살초들은 매우 강했지만 붕멸 영역을 구멍만 낼 뿐 진남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흥! 너의 제술은 진짜 대단하다. 보통 사람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을 거다. 그러나 너는 이미 걸려들었다! 혈우화형(血雨化形), 환살제술(幻殺帝術)!"
도제는 코웃음을 치더니 법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하늘에서 혈우가 쏟아지더니 혈검을 잡은 사람 형상을 이루었다.
검 끝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혈색 검기가 뿜어져 나와 붕멸 영역의 커다란 구멍으로 진남에게 날아왔다.
사방이 혈색 형상으로 가득했다.
얼핏 봐도 몇천 개는 되어 보였다.
"그래? 그러나 나는 이 혈우의 오묘함을 진작에 깨달았다."
진남은 고개를 들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작에 깨달았다고? 그럴 수……."
도제는 어리둥절했다.
"줄어들어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외쳤다.
그는 신념을 움직여 커다란 붕멸의지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그마한 흑광으로 줄어들었다.
안에선 엄청난 붕멸의지가 꿈틀거렸다.
"깨라!"
진남의 왼팔에서 방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흑광을 내리쳤다.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흑광이 깨지더니 수없이 많은 붕멸의 힘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혈색 형상과 제술을 일제히 꿰뚫었다.
"싸우자!"
진남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다시 몸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도제, 비홍, 사앙 등에게로 날아갔다.
그들의 앞을 날아 지날 때 그는 단천도를 뽑아 엄청난 도기를 뿜었다.
"아차!"
도제, 비홍, 사앙 등은 안색이 변하여 빠르게 방어제술이나 자신들 고족의 금법을 펼쳤다.
형세는 순식간에 변했다.
진남은 혼자 도제, 비홍, 사앙 등을 눌렀다.
"왼쪽으로 세 걸음, 앞으로 여덟 걸음,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 움직여 주루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주루 이 층으로 올라가 오른쪽 세 번째 창문을 부수고 창문으로 뛰어나오십시오. 허공에서 열 걸음 걸은 후 오른쪽에 있는 사층 높이의 궁전을 부수고……."
진남은 칼을 휘두르는 동시에 왼쪽 눈으로 사막혈성(沙漠血城)을 훑어보며 금제와 진법을 꿰뚫어 보고 사마공에게 전음했다.
"하하, 자네를 만났으니 봉변을 당하겠구먼."
사마공은 사막혈성 안에서 움직이면서 싸움터를 훑어보더니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두 눈에 동정의 빛이 드러났다.
'얼마나 대단한 아홉 대제 거물들인가! 하지만 진남을 만났다니, 안타깝구나.'
"응? 일심이용하고 있잖아?"
도제, 비홍, 사앙은 순식간에 오묘함을 깨닫고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진남이 강하다고 놀란 것도 아니고 일심이용 한다고 놀란 것도 아니었다.
대제들은 모두 일심이용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심삼용, 사용, 오용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싸우면서 일심이용하여 정신을 다른 데 파는 건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마공은 도제의 눈을 움직여 진남이 알려주는 대로 사막혈성 안에서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온 것처럼 빠르게 날아다녔다.
짧은 시간에 제단에서 절반 정도밖에 거리가 남지 않았다.
"저들이 계속 다가가게 할 수 없다."
도제는 정신을 차리더니 안색이 변하여 전음했다.
"좋아!"
비홍과 사앙은 소족장이기에 형세를 꿰뚫어 봤다.
"혈계지술(血繼之術)!"
다른 여섯 대제 거물은 동시에 오래된 법인을 만들었다.
두 개의 방대한 혈족의 힘, 화염의 힘, 뇌정의 힘이 용솟음쳐 올라 태고 거룡처럼 도제, 비홍, 사앙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우르릉-!
세 사람은 기세가 폭등하여 엄청난 힘을 뿜었다. 도제는 수많은 혈광을 반짝였다.
마치 혈색 살신이 인간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