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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43화 (743/1,498)

743화 운이 좋소

멀지 않은 곳에서 날아다니는 형상이 보였다.

형상을 힐끗 보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형상의 도호는 예전에 그의 주의를 끌었던 '도신'이었다.

"어?"

도신 형상은 걸음을 멈추었다.

"헉! 단청? 이게 누구요? 자네 왜 이런 도호를 쓰오?"

도신은 따지듯 물으며 진남에게 다가왔다.

진남의 눈에는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사마공의 목소리였다.

도신이 진짜 사마공이였다.

"사마공입니까?"

진남은 마음을 진정했다.

"자네 어떻게 내가 사마공인 걸 아오? 아니지, 아니지. 설마 이 목소리는…… 진남이요?"

사마공도 놀랐다.

그는 진남이 여기 있을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맞습니다. 어떻게 현신공간에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현신공간은 대제 거물들만 들어올 수 있었다.

사마공은 제명쟁탈전에 참가하지 않아 제위에 오르지 못했기에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설마 사마공도 스스로 제위에 올랐나?'

"하하, 내가 누구요? 도신 사마공이요."

진남의 신분을 확인한 후 사마공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에 도제 그 영감탱이가 현신공간에서 얻은 물건이 있소. 나는 그 물건을 이용해 쉽게 들어왔소.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들어왔소?"

사마공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는 도제가 남긴 물건 외에도 큰 대가를 치르고 몇백 가지 위험을 겪어서야 현신공간에 겨우 들어왔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

"설마 자네 스스로……?"

사마공은 뭔가 생각나 말끝을 흐렸다.

"네. 짐작이 맞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에잇! 하늘은 불공평하오. 나 사마공은 도신이고 백만 년 만에 나온 천재인데 왜 스스로 제위에 오를 수 없단 말이오!"

사마공은 소리를 질렀다.

그는 현신공간에 들어와 좋은 물건을 얻은 후 진남을 찾아 잘난체하며 자랑하려 했었다.

'이제 어떻게 잘난체하지? 자랑할 게 없잖아!'

"어? 태아노인? 이따 다시 얘기합시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진남은 뭔가 발견하고 재촉하더니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진남! 왜 그리 빨리 가는 거요? 기다리시오. 나는 아직 무조 경지란 말이오!"

사마공은 젖 먹던 힘까지 쓰며 쫓아갔다.

* * *

같은 시각, 칠요비선검, 반천맹 안.

삼대 고족의 장로, 제자들이 계속 모이기 시작했다.

반천맹은 전에 없이 시끌벅적했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는 소족장으로, 이번 염족과 뇌족이 파견한 사람 중에 지위가 가장 높았다.

그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총괄하고 지시를 내렸다.

인염대제와 뇌호대제는 어안이 벙벙하여 신념으로 납계를 훑어봤다.

잠시 후,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혈문은 반천맹으로 오지 않고 현신공간에서 연마하고 있소. 혈문도 처리하기 까다로운 곳이라니 우리 함께 가보겠소?"

인염대제가 물었다.

"한 번 가볼 만하오."

뇌호대제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각자가 맡은 일을 종족의 대제에게 맡기고, 또 대제 경지 오 단계에 도달한 심복에게 신념을 전했다.

얼마 안 돼 인염대제 등은 한데 모여 먼 곳에 있는 커다란 궁전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 보잘것없는 놈이 우리 근처에 있다던데?"

인염대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남이 있는 대전을 바라보았다.

두 눈에 싸늘한 살기가 스쳤다.

"그렇다고 들었소. 현신공간으로 가기 전에 그 놈을 찾아가겠소?"

뇌호대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놈을 찾아가자고? 그럴 필요 없소. 지금은 놈을 건드릴 수 없소. 나는 이미 명령을 내렸소. 때가 되면 죽을 거요. 나중에 실수를 저지르지나 마시오."

인염대제는 뇌호대제를 힐끗 봤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하찮은 자들을 죽이는 게 가장 재미있소. 게다가 이자는 무도규칙을 초월했소."

뇌호대제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뭔가 생각난 듯 흥분하기 시작했다.

몸에 용 모양 뇌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응? 혈문이 또 소식을 보내왔소? 재미있군. 혈문도 조급해하다니. 갑시다. 우리 지금 현신공간으로 들어갑시다."

인염대제는 관심이 생겨 혈문대제에게 신념을 전하고 뇌호대제 등과 함께 동시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낡은 열쇠를 꺼냈다.

* * *

같은 시각, 현신공간, 태아고성.

잠시 후 진남은 성 끝에 도착했다.

그의 앞에는 베옷을 입고 얼굴에 깊은 주름이 난 태아노인이 있었다.

"선배님, 여쭤볼 일이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시커먼 수정이 현신공간에 들어온 적 있습니까?"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이 물음에 대답하려면 현신조각이 세 개 필요하다."

태아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현신조각을 건넸다.

태아노인은 더 활짝 웃으며 쉰 소리로 말했다.

"이틀 전에 끝없는 허공에서 죽은 대제 거물 때문에 그 수정이 현신공간으로 들어왔다."

"진짜 왔습니까?"

진남은 긴장되었다.

"선배님 그 수정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그 수정을 현신공간에서 내보내 끝없는 허공에 넣어주실 수 있습니까?"

진남은 마음을 정리하고 계속 물었다.

"천지에는 연법(緣法)이 있다. 그 수정이 현신공간에 온 건 그것의 운명이다. 때문에, 나도 간섭할 수 없다. 다만, 네가 그걸 찾으면 현신공간에서 갖고 나갈 수 있다.

그것이 있는 곳은 백 개의 현신조각을 줘야 알려줄 수 있다."

태아노인은 천천히 말했다.

"백 개의 현신조각이요? 사마공, 현신조각을 일흔다섯 개 빌려주십시오."

진남은 고개를 돌리고 뒤에 있는 사마공을 바라봤다.

지금 그에게는 현신조각이 스물다섯 개밖에 없었다.

"뭐라고? 자네에게 일흔다섯 개 빌려달라고? 뭐 하려는 거요?"

다급히 쫓아온 사마공은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일흔다섯 개 현신조각은 현신공간에서 매우 큰 수량이었다.

"강벽난이……."

진남은 숨기지 않고 자초지종을 사마공에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소? 가져다 쓰시오."

진남의 말을 들은 사마공은 깜짝 놀라며 현신조각 일흔다섯 개를 진남에게 건네줬다.

그도 현신조각이 겨우 일흔일곱 개뿐이었다.

"저기, 태아. 태아고성의 기영은 매우 신비하고 매우 위엄 있는 존재지 않습니까? 한데, 어떻게 이렇게 욕심이 많습니까? 위치를 물어봤을 뿐 절세보물이 있는 곳을 물어본 것도 아닌데 현신조각을 백 개나 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너무 터무니없습니다. 팔십 개 현신조각으로 합의 봅시다."

사마공은 태아노인을 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

현신조각을 적게 줄 수 있으면 적게 주려는 생각이었다.

"도신 도우, 너는 대제의 기운을 뿜지만 진짜 경지는 무조 경지 정상밖에 안 되는구나. 무조 경지로 현신공간에 들어온 건 규칙을 깬 거다. 나는 아직 너에게 그걸 따지지도 않았다."

태아노인은 흔들리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게……. 태아 선배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백 개면 백 개 드리겠습니다.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사마공은 긴장해서 아부를 떨며 말했다.

"선배님, 현신조각 백 개입니다."

진남은 저장주머니를 건넸다.

"응. 그러나 주의하거라. 그곳은 위험하다. 또 별로 큰 기연도 없다. 현신조각 백 개로 사는 건 가치가 없다. 심지어……."

태아노인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표정이 평온했다.

현신공간에서는 태아방 일 위라 해도 현신조각 팔백 개밖에 없었다.

지금 현신조각 백 개를 지불하는 건 진짜 큰 양이었다.

'그게 뭐 어때서? 천 개가 아니라 만 개가 필요하다 해도 아깝지 않다.'

"좋다. 이건 혈련동천(血蓮洞天)의 지도다."

태아노인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긴말하지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의지가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자, 사마공, 갑시다."

진남은 지도를 힐끗 보고는 태아노인에게 공수하고 망설이지 않고 사마공과 함께 태아고성을 벗어났다.

태아고성을 나오자 진남의 경지가 폭발했다.

수많은 붕멸의지가 솟아올라 진남의 등 뒤에 붕멸 날개가 나타났다.

날개는 수많은 폭풍을 일으키며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어억!"

사마공은 진남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진남은 대제 경지 일 단계가 아니었나? 어떻게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이 정도라면 대제 경지 칠 단계와 맞먹는겠는데? 스스로 제위에 오르더니 너무 대단하잖아.'

"진남, 우리는 동주에서부터 알고 지냈소. 말해보게. 그동안 내가 자네를 어떻게 대해줬나?"

사마공은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십시오."

진남은 사마공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자네는 어떻게 스스로 제위에 올랐나?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방법을 알려줘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네."

사마공은 염치 없이 말했다.

'스스로 제위에 오를 수 있다니, 너무 대단하잖아. 내가 만약 스스로 제위에 오르면 나중에 남천신지, 무도종 등에 가서 보물을 훔치는 건 매우 쉽지 않겠어?'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면 본원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제방과 신방의 제명쟁탈전이 이미 모두 끝났습니다. 한동안은 본원제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은 저는 모릅니다. ……또, 사마공은 너무 뚱뚱합니다. 안 됩니다."

진남은 절반쯤 말하고 머뭇거리더니 한마디 더 보탰다.

"뭐, 뭐라고? 내가 뚱뚱하다고 했소? 나를 못생겼다고 하는 건 괜찮소. 그러나 내 몸매는 뭐라 하지 마시오. 내 몸매가 얼마나 완벽하오? 단단하고 크고 용맹하고 패기 있고 위엄 있다고 표현해야 하오!"

사마공은 화를 냈다.

그는 가는 내내 쉴새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진남은 평소에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또 재미있게 말할 줄도 몰랐다.

그러나 사마공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그는 많이 바뀌었다.

사마공과 함께 있으면 저도 몰래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

두 시진 후, 진남과 사마공은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커다란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산봉우리는 높이가 삼천여 장은 되어서 구름에 닿았다.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붉은빛이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땅에 혈신지검(血神之劍)이 박힌 것 같았다.

"혈련동천은 저 산 산기슭에 있습니다."

진남은 왼쪽 눈을 움직였다. 산기슭에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동굴 입구에 혈광이 번쩍거리고 혈광에 연꽃 몇 송이가 떠 있었다.

"혈련동천은 좀 기이하구나. 혈광은 꿰뚫어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강하다. 대제 경지 팔 단계의 거물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또 약점이 전혀 없고 막혀 있다."

진남은 오른팔을 천천히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혈광은 강하지만 그의 도망을 막지 못했다.

"공격하지 마시오!"

사마공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 현신공간은 매우 기이하오. 혈련동천은 내부가 무도의지가 변한 독립적인 공간일 것이오. 만약 억지로 부수면 공간이 스스로 없어질 거요."

"스스로 없어진다고요? 그럼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독립적인 공간은 매달 달 초나 혹은 다른 정해진 시간에 열리오. 원래는 앞당겨 들어갈 수 없소. 그러나 자네는 운이 좋소. 나를 만났으니 말이오."

사마공은 거만하게 웃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는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붉은색 풀을 세 개 꺼내 들고 중얼거렸다.

"도법통천(盜法通天), 역전건곤(逆轉乾坤)."

사마공이 크게 소리치자 세 개의 마른풀에 불이 붙었다.

세 개의 기이한 화염으로 변하여 산기슭의 혈광에 들어갔다.

"일 주 향이 타는 시간만 더 기다리면 되오."

사마공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우쭐거리듯 뒷짐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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