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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37화 (737/1,498)

737화 협력

"베어라."

진남이 손을 흔들자 엄청난 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도기는 그 기운을 그대로 베었다.

남은 도기는 흩어지면서 몇만 개의 미세한 도기로 변해 요수의 몸에 부딪혔다.

슉-!

진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요수의 옆으로 날아가 현신 조각을 손에 넣었다.

"현신 조각을 빼앗으려고? 어림없다!"

엄청난 요수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했다.

그것은 온몸에서 눈부신 빛을 뿜으며 몸속에서 오래된 진법을 빠르게 움직였다.

요수는 자폭하려고 했다.

대제 경지 삼 단계의 요수는 진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폭한다면 폭발하는 힘에 진남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부수거라."

진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뛰어올랐다.

그의 손끝에 붕멸의지가 모였고, 손가락을 튕기자 폭발했다.

붕멸의지는 마치 신검과 같이 요수의 몸을 뚫었다.

"하하하, 내 몸은 무도의지가 진화한 것이다. 내 몸을 뚫어도 소용없다. 이제 나랑 같이 죽……."

요수는 크게 웃었다.

다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몸을 뚫었던 강한 의지가 폭발해 진법의 핵심을 덮었기 때문이었다.

요수의 몸에서 순식간에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엄청난 기운이 모두 사라지더니, 요수의 몸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요수가 대제 경지 삼 단계의 힘을 사용하고 자폭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체내의 오래된 진법 때문이었다.

진법이 파괴되자 요수는 스스로 무너졌다.

"현신공간에 있는 현신 조각은 손에 넣기 쉽구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가 손을 쓰기 전에 요수가 자폭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제때 눈치채지 못하고 요수 몸속의 진법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자폭에 다쳤을 수도 있었다.

"거기 숨어있는 도우, 이제 숨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

진남은 눈길을 거두고 먼 곳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싸움을 시작했을 때 이미 그는 대제 경지 삼 단계의 거물이 한 명 더 나타난 것을 알아차렸다.

"하하, 도우의 동술은 대단하구나. 대제 일 단계의 경지로 요수 체내의 진법을 뚫고 나까지 발견하다니."

큰 웃음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먼 삼림에서 날아왔다.

그 사람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으로 대충 중년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네 실력이 괜찮은 것 같으니 나도 널 크게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 네가 가진 현신 조각을 내게 주면 가도 된다."

그림자는 걸음을 멈추고 몸에서 보이지 않는 위세를 뿜었다.

진남이 그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눈앞에 있는 그림자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현신 조각만 내놓으라고 한 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대제 거물을 만났다면 천재지보와 각종 제술을 다 내놓게 했을지도 몰랐다.

대제들 사이도 약육강식이라 강자만이 존귀했다.

"미안하지만 줄 수 없다."

진남은 바로 거절했다.

그는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림자는 이에 얼떨떨해했다.

그는 진남이 거절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설령 거절은 한다고 해도, 돌아가서 바로 떠난다는 것은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제 경지 일 단계가 감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거지?'

"그래, 그래. 내가 전에 만났던 몇몇보다는 성깔이 있구나. 허나, 내가 오늘 성깔이 있는 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걸 가르쳐 주겠다."

그림자의 목소리는 차가워졌고 그는 손을 움직여 제인을 만들었다.

사방에서 눈송이가 흩날리더니 빙설대검으로 변해 진남을 향해 미친 듯이 떨어졌다.

이 공격은 강횡제술(?橫帝術) 의 하나로 빙설영역(氷雪領域)이었다.

빙설로 주변을 봉쇄하여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대제 경지 이 단계라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먼저 도발을 했으니 사양하지 않겠다!'

"붕멸의지."

진남은 돌아서서 신념을 움직였다.

그러자 붕멸의지가 뿜어져 나와 용처럼 그의 몸을 에워싸고 끊임없이 날아다녔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눈송이가 산산조각이 났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스스로 대제가 되려고 한 이후 처음으로 다른 대제 거물과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온 힘을 다 사용하지 않고 약간의 힘을 시험해 보려 했다.

그는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스스로 대제가 되는 것과 제명을 받아 대제가 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어.'

"응? 대제 경지 일 단계인 네가 이런 강한 제술을 펼칠 줄이야. 하지만 이게 네 힘의 전부가 아니겠느냐?"

그림자는 살짝 놀라더니 이내 시큰둥해했다.

그가 보기에 진남은 모든 힘을 다해 최강의 일격으로 그를 위협하려는 것뿐이었다.

대제 경지 일 단계는 어찌 되었든 대제 경지 일 단계일 뿐이었다.

"지금 너에게 알려주마. 대제라고 해도 위아래가 있다. 천지한풍(天地寒風), 빙설봉살(氷雪封殺)……!"

그림자는 고함을 지르며 법인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늘에서 흩날리던 눈송이가 모이며 신광을 뿜었다.

그는 빙설영역보다 더 강한 공격을 펼쳐 진남에게 중상을 입히려 했다.

"시끄럽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살초를 펼치기도 전에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쿵-!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사방에서 흩날리던 눈송이가 멈췄고 아래쪽 삼림도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진남이 일반인이었다면 지금 진남은 거인이었다.

그것도 거인 중의 전신이었다.

"허억……."

그 그림자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잔뜩 겁을 먹고 반쯤 만들었던 제인도 잊었다.

대제 거물인 그는 웬만한 일에 쉽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냥감이라고 생각했던 대제 경지 일 단계인 자가 이렇게 강한 기운을 폭발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자는 적어도 대제 경지 오 단계가 되는 것 같아. 설마 내가 대제 경지 오 단계에게 싸움을 건 거야?'

"도망가자!"

그림자는 망설이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법인의 용도를 바꾸었다.

그의 등 뒤로 빙설이 가득 모이더니 태고빙익(太古氷翼)으로 변했다.

"도망가려고?"

무표정한 진남이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엄청난 도의가 뿜어져 나와 허공으로 흘러들더니, 방원 몇 리가 모두 도의공간으로 변했다.

"이건……?"

그림자는 흠칫 떨었다.

그는 머리털이 곤두서서 법인을 계속 만들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엄청난 위기감이 생겨났고, 도망칠 수 없다는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단청 선배님, 봐주십시오. 절 풀어주신다면 현신 조각 일곱 개를 모두 드리겠습니다……."

그림자는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현신공간에서 죽임을 당해도 본체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무도의지가 죽는다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천재지보와 시간을 들여야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차라리 현신 조각을 내놓는 게 나았다.

어차피 일곱 개의 현신 조각은 많은 것이 아니었다.

"어? 일곱 개의 현신 조각?"

진남은 눈을 반짝이더니 도의를 조금 거둬들였다.

처음에 재부를 축적하려면 빼앗는 것이 가장 빨랐다.

"아니지? 도우, 내가 단청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신분 옥간은 납계에 들어가 있어 상대방은 그의 도호를 알 수 없었다.

"현신공간에서는 다섯 개의 현신 조각으로 태아노인에게서 '천안수(天眼水)'라는 천재지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연화한다면 상대방의 도호를 볼 수 있습니다.

단청 선배님, 저는 이틀 전에 한 대제를 약탈해서 마침 천안수 한 방울을 얻었습니다. 일곱 개의 현신 조각과 함께 드릴 테니 저를 봐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림자는 손을 뒤집더니 옥병과 일곱 개의 현신 조각을 꺼냈다.

그는 마음이 아팠지만, 안전을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재수 없게도 실력을 감춘 대제 경지 오 단계 거물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곱 개의 현신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옥병의 천안수를 바로 연화했다.

연화하고 다시 보자 그 그림자의 가슴에는 '능약(?躍)'이라는 두 글자가 나타났다.

"능약 도우, 충고하겠다. 앞으론 약탈을 적게 하거라."

진남은 말을 마치고 도의를 완전히 거둬들이고 떠나려 했다.

"저……. 단청 선배님, 저한테 지도가 있는데 혹시 협력하시겠습니까?"

능약은 눈을 번뜩였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지도에 있는 곳에 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의 경지로 도저히 그 안의 보물을 얻을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도움이 있다면 아마 훨씬 쉬울 것이다.

물론 능약은 진남이 그에게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자 손을 내밀었다.

현신공간에서는 많은 대제 거물들이 현신 조각을 손에 넣고도 더 많은 이득을 위해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응? 협력?"

진남은 걸음을 멈췄다.

"네. 제가 길 안내를 하고 선배님은 공격을 맡으면 됩니다. 그리고 육 대 사로 나눕시다. 대신,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서 천지 맹세를 해야 합니다."

능약이 말했다.

"왜 나랑 협력하려는 거냐? 내가 네 몫까지 빼앗아 갈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

진남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선배님이 저를 공격해도 지도는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이 지도를 사는 데 서른 개의 현신 조각을 썼습니다. 무도의지가 깨지면 다시 수련하면 그뿐입니다."

능약은 진남의 눈빛에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대신 협력할 수는 있지만, 칠 대 삼으로 나누자꾸나."

진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침 목표도 없으니 가보는 것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좋습니다."

능약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천지 맹세를 하고 능약의 안내에 따라 다른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여덟 개의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났다.

능약대제는 걸음을 멈추고 땅에 내렸다.

"바로 이 호수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능약은 기운을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

"응?"

진남은 올려다보더니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들의 앞에는 방원 천 리에 달하는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 위에서 투명하고 손바닥만 한 눈송이가 휘날리는 것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호수 깊은 곳에는 마흔여덟 마리나 되는 무서운 요수들이 잠들어 있었다.

진남은 왼쪽 눈을 통해 마흔여덟 마리의 요수들이 보이지 않는 기묘한 진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 호수에 침입한다면 그것들이 깨어날 뿐만 아니라 진법을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때는 대제 경지 오 단계라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여기서 기다리거라. 내가 먼저 가보겠다."

진남은 능약에게 당부를 하고 눈에서 푸른 빛을 반짝이며 호수에 들어서려고 했다.

"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능약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가 진남과 협력을 결심한 것은 진남의 동술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한 동술이 있으니 호수 바닥의 군요살진(群妖殺陣)을 해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게 멈추거라!"

별안간 큰 호통이 멀리서 울려 퍼졌다.

진남과 능욕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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