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6화 현신공간
"이제 천재 무제방을 보자."
진남은 신념을 움직였다.
"이른바 천재 무제방은 천년 내에 대제가 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를 말한다. 총 오십 명이었는데 죽으면 다른 사람으로 채우게 된다."
'서열 일 위, 성경천, 대제 사 단계 경지.'
'서열 이 위, 장사도, 대제 사 단계 경지.'
'서열 삼 위, 소청응, 대제 삼 단계 경지.'
'서열 사 위…….'
오십 명 천재 무제의 이름들이 차례로 배열되었다.
그중에 당청산은 서열 십육 위이고 오창천은 서열 사십 위였다.
경지는 각각 대제 이 단계, 일 단계였다.
"당청산 사형은 반신지국에 와서 기연을 얻었나 보구나. 성경천, 장사도, 소청응도 대단하군. 대제가 된 지 두 달도 안 돼 대제 사 단계에 버금가는 경지에 오르다니."
진남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치솟았다.
그리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성경천, 장사도, 소청응이 더 강해지고 대단해질수록 그는 흥분이 되었다.
"내가 대제가 되는 날, 너희들과 싸울 수 있기를 바란다."
진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휴, 반신지국의 대제 거물들에 대해 거의 알게 됐으니 현신공간에 가보자. 그것과 내가 무신이 되는 게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자."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속 전의를 거두고 신념을 움직였다.
옥간의 밑바닥에는 금제가 있었다.
금제를 깨자 오래된 글자가 한 줄 나타났다.
"이건……."
진남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오래된 글자는 보이지 않는 흡인력이 있는 듯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계속 읽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한 시진이 지나서야 진남은 글자를 전부 확인했다.
그는 점점 더 경악했다.
"현신공간이 이런 곳일 줄이야."
진남은 냉기를 들이마시며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현신공간이란 독립적인 공간이고, 만 오천 년 전에 탄생한 것이었다.
오직 대제 거물의 경지이고 오래된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현신공간이 왜 탄생했는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현신공간에는 오래되고 신비롭기 그지없는 현신 조각이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현신 조각의 진정한 역할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구백구십 개의 현신 조각을 얻은 뒤 신격쟁탈전에 참가해야 신격을 불러오고 신격을 계승할 수 있으며 무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총 서른여섯 명의 대제 거물들이 구백구십구 개의 현신 조각을 얻었다.
그중 절반의 대제들이 무신이 되어 창람대륙에 위엄을 떨쳤다.
이것이 바로 일월검신이 진남에게 현신공간에서 잘 연마하라고 한 이유였다.
"이 현신공간은 지금의 나에게 딱 맞아."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제방, 신방, 남천문은 현신공간에 간섭할 수 없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대제 거물의 육신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다. 오직 의지만이 들어갈 수 있고 공간에 들어가면 경지, 무혼, 제술, 의지, 기운이 숨겨진다. 즉, 허망대제 등과 현신공간에서 마주쳐도 서로 알아볼 수 없다.
나는 경지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아니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문제는 현신공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늦어도 십 년이 지나면 신격쟁탈전이 열릴 거야. 반년 뒤, 내가 대제가 된다면 창람대륙을 뒤흔들게 될 테다. 그땐 신방에서 신격쟁탈전에 나가지 못하게 날 막을 거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일월검신의 말처럼 그도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신격쟁탈전이 열리고 난 뒤 다시 대응책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무신이 되는 일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대제의 경지로는 남천문을 부술 수 없었다.
오직 무신이 되어야 창람대륙 최고의 강자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남천문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전신,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낡은 열쇠를 꺼냈다.
그는 현신공간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이해했을 뿐 아직 겪어보진 못했다.
이제 들어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무도의지, 융합되거라!"
진남이 낮게 외치자 제심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엄청난 전신붕멸제의도 깨어나 사방을 휩쓰는 바람에 대전이 흔들렸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손바닥을 들고 모든 무도의지를 모으더니 손가락을 튕겨 낡은 열쇠 속에 주입했다.
웅-
죽은 듯이 고요하던 낡은 열쇠가 혼돈스러운 기운을 뿜어냈다.
신비로운 현광이 피어오르며 신령의 손처럼 진남의 몸을 위아래로 감쌌다.
순간, 흐리멍덩한 느낌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엄청난 힘이 밀려와 잠들어가던 그의 영혼을 떼어내어 신비의 세계로 보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남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응? 내 무도의지가 변화한 건가?"
진남은 이상함을 예리하게 눈치채고 신념을 움직이더니 깜짝 놀랐다.
대제 거물의 무도의지를 대제 거물의 육신으로 변신시킬 수 있었다.
엄청난 수단이었다.
"이곳이 태아고성인가?"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바라봤다.
그는 지금 암흑색의 오래된 성에 있었다.
성의 사방에는 무려 열다섯 대제 거물의 기운이 있었다.
이 성은 바로 태아고성이었다.
진남이 옥간의 소개에서 본 적 있는 현신공간에서 유일한 성이었다.
마찬가지로 대제 거물들은 현신공간에 들어올 때마다 이 성에 떨어졌다.
"지난번 증제의식이 끝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야 왔느냐?"
그때, 쉰 목소리가 진남의 귓가에서 울렸다.
"누구냐?"
안색이 변한 진남은 체내의 본원제력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대제 육 단계와 견줄만한 경지였다.
게다가 무도의지는 매우 강했다.
그에게 감쪽같이 접근할 수 있는 일은 대제 경지 팔 단계 이하의 대제 거물들은 할 수 없었다.
"하하, 태아노인(太阿老人)이라 부르거라."
목소리가 잠긴 웃음소리와 함께 노인이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
노인은 머리가 희고 얼굴에 깊은 흉터가 네 개나 있었으며, 삼베를 입고 있었다.
"태아노인?"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옥간에서 본 적이 있었다.
태아노인은 태아고성의 기영이고 처음 들어온 대제 거물을 맞이했다.
현신 조각이 있으면 그와 각종 물건을 교환할 수도 있었다.
"이건 네 신분 영패이다. 너도 도호(道?)를 지어라."
태아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는 여윈 손으로 암적색의 기이한 영패를 건넸다.
진남은 그 영패를 보자 마음속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다.
현신공간에서는 태아노인만이 이런 특수한 신분 영패를 가질 수 있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손가락을 튕겨 제력을 뽑아냈다.
신분 영패에 단청이라는 두 글자가 나타났다.
이는 현신공간의 규칙이었다.
대제 거물이 들어오면 도호를 지어야 했다.
그동안 모든 대제 거물들은 자신의 본명이 아닌 별도의 이름을 지어왔다.
"태아고성에는 태아방(太阿榜)이 있다. 이곳에 드나들었던 대제 거물들이 적혀 있지. 태아방은 가지고 있는 현신 조각의 수에 따라 서열을 정한다. 신격쟁탈전이 시작되기 전날까지 조각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일 위를 차지하고 태아고성의 신비로운 상을 받을 수 있다.
자, 이 옥간이 바로 태아방이다. 현신공간에 있는 모든 대제 거물들이 이 태아방에 있고 이제 너도 포함되어 있다."
태아노인이 어두운 금빛을 띤 옥간을 다시 건넸다.
"태아방이요?"
진남은 그 말을 들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신념을 움직였다.
그는 각 대제 거물들이 현신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현신 조각을 얻었는지 궁금했다.
다만 그가 신념을 주입하자마자 엄청난 방해를 받았다.
그조차도 억지로 깰 수 없었다.
"하하, 이 옥간을 쓰기 위해선 현신 조각 하나가 필요하단다. 또 앞으로 제술, 제기 혹은 현신공간의 지도가 필요하면 현신 조각을 가지고 나한테 바꾸러 오거라."
태아노인은 여기까지 말하고 쭈글쭈글한 얼굴에서 웃음을 짜냈다.
그의 얼굴에 깊게 파인 흉터 네 개가 덩달아 위로 휘어졌다.
"이것도 현신 조각으로 바꿔야 한다니……."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충분한 현신 조각이 있다면 지도로 바꿀 수도 있어.'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옥간에는 현신공간은 엄청나게 넓어 아무도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때문에, 상세한 지도가 있다면 현신 조각을 얻기가 훨씬 쉬울 것이었다.
"선배님,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현신공간을 알아보려 떠나려 했다.
"잠깐, 또 한 가지 알려줄 게 있다. 현신공간은 천연(天淵) 두 가지 경지로 나뉜다."
"천경(天境)에는 현신 조각이 더 많고 기연도 더 많다. 연경(淵境)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천경에는 대제 경지 육 단계에서 대제 정상급 강자가 있다. 거기에 침입했다가 다른 대제 거물들에게 들키면 죽게 될 것이다."
태아노인은 눈빛이 그윽해지며 말했다.
"천경, 연경? 천연의 차이입니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현신공간은 그의 상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태아노인에게 공수했다.
그는 고성 안의 큰 길을 따라 성문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태아노인은 진남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겨 다른 곳을 향했다.
만약 누군가가 그의 옆에 있었다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방, 신방, 남천문. 남천문, 신방, 제방. 신방, 제방……."
그는 끊임없이 반복했다.
* * *
진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태아고성을 벗어나 앞쪽에 들어섰다.
태아고성을 떠난 뒤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진남은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늘은 기이하게도 어두운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허공에서는 영기가 아니라 무도의지가 내려왔다.
그뿐만 아니라 광활한 대지 위에 있는 나무, 화초, 암석 등은 모두 무도의지가 변한 것이었다.
"손에 지도가 없으니 일단 둘러보며 찾아봐야겠어."
시작은 어려웠다.
사실 현신공간에 막 들어왔을 때가 가장 막막한 시간이었다.
일정한 현신 조각을 얻어야 조금은 답이 보일 것이었다.
시간은 서서히 흘러 네 시진이 지나갔다.
네 시진 동안 진남은 여러 산과 삼림으로 들어가 탐색을 시작했다.
그동안 그는 무도의지가 변한 흉수와 꼭두각시 그리고 강력한 금제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현신 조각은 찾지 못했고, 천재지보만을 얻었다.
"응? 저건……."
진남은 산의 깊은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을 통해 숲속 깊은 곳에 어두운 연못이 있고, 그 안에 대제 삼 단계의 강력한 요수가 머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요수의 옆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기한 돌들이 가득했다.
"드디어 현신 조각을 찾았어!"
진남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그는 두말없이 성큼 다가갔다.
온몸의 기운이 폭발하며 삼림을 흔들었다.
"대담한 인간이구나! 감히 내 영역에 침입하다니!"
연못에 있던 요수가 깨어나 분노했다.
요수가 거대한 발을 들고 휘둘렀다.
엄청난 힘이 모든 것을 부술 기세로 진남에게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