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화 대제의 세계에 들어서다
"검신 대인, 진남은 앞뒤 가리지 않고 반천전에서 저희들을 공격하고 죽이려고 했습니다. 진남은 반천맹의 규칙을 안중에 두지 않습니다!"
허망대제 등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진남의 실력이 강해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경솔하게 행동했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일월검신이 진남을 처리할 것이다.'
"진남, 네 잘못을 아느냐?"
일월검신은 기가 차서 물었다.
진남은 너무 함부로 행동했다.
'스스로 대제가 될 수 있다고 반천맹의 규칙도 함부로 어길 생각인가? 진짜 무슨 일이 있어서 이들을 상대하려고 한다면 나에게 말하면 되잖아?'
"검신 대인, 반천맹의 규칙을 어긴 건 제 잘못입니다. 저는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허망대제 등이 제 행적을 흘리는 바람에 열 몇 명의 대제 거물들에게 추격을 받았기에 화가 나서 이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일월검신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추격을 당했던 일을 잊고 있었다.
"검신 대인, 진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남이 반천맹을 떠난 후 저희 들도 떠났습니다. 그리고 열 몇 명의 대제 거물들에게 추격을 당하다니?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허망대제 등은 냉소를 지었다.
'진남은 정말 멍청하군. 이유를 대려면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야지.'
'열몇 명의 대제 거물들에게 추격을 당했다면 네가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대제 거물들에게 추격당한 일이 있었다. 고난삼림에 갈 때 내가 함께 갔거든."
일월검신은 무심하게 말했다.
"거, 검신 대인께서 함께 가셨습니까?"
허망대제 등은 표정이 굳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일월검신이 직접 진남과 함께 고난삼림에 갈 줄 몰랐다.
"추격을 하던 자들은 유혼족의 대제들, 요족의 대제들, 남천신지의 남검대제 등이었다. 설마 이 일이 우연이 아니라 너희들이 한 짓이었느냐?"
일월검신은 무표정하게 물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서서히 풍기더니 대전이 전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그게……."
허망대제 등은 심신이 떨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들이 한 짓이라는 것을 진남도 눈치챘는데 일월검신이 모를까?
"안 되오. 이번 일은 절대 인정하면 안 되오."
허망대제 등은 심호흡을 하며 신념을 교환했다.
"됐다. 나에게 어떻게 핑계 댈지 생각하지 말거라. 나도 증거가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의 진실은 너희들이 더 잘 알 거다. 너희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진남, 그럼 되겠느냐?"
일월검신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검신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세 분께서 이 술을 마신다면 다른 일은 저는 관여치 않겠습니다. 이 술에는 제 무도의지가 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석 잔의 영주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술잔에서 짙은 영기가 풍기는 것 외에 다른 영주와 다를 바 없었다.
반천맹에서 허망대제 등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진남은 반천맹에서 마발검신 등의 비호를 받고 있었지만 스스로 규칙을 파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이 방금 일부러 공격한 것은 일월검신이 나타나 공정한 처리를 해주길 바라서였다.
일월검신은 그 모습을 보자 살짝 어이가 없었다.
'교훈만 주면 되지 굳이 네 무도의지가 담긴 술을 먹어야 하느냐? 그 술을 마시면 저들은 적어도 반년은 중상을 입을 것이고 수많은 천재지보로 요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월검신은 미처 말리지 못했다.
"이 술만 마시면 되지? 마시겠다."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는 기뻐서 얼른 말했다.
그들은 술 한 잔만 마시면 모든 것이 끝날 줄은 몰랐다.
앞서 신념과 의지로 살폈지만, 영주가 특별한 점이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월검신도 있는데 진남이 아무리 배짱이 커도 독을 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의 무도의지?'
'웃기지도 않는군.'
'우리는 대제인데 진남의 무도의지를 무서워할까?'
진남이 후회할세라 셋은 동시에 영주를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진남. 이 일이 지나가고 우리 경지가 높아지면 반드시 너를 혼내주겠다.'
허망대제 등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진남이 일월검신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공헌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도 덫에 걸린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곧 허망대제 등은 무언가 느끼고 안색이 변했다.
'어? 술에 이렇게 강한 무도의지가 있었어?'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등은 속으로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별거 아니라고 넘겼다.
대제 거물인 그들에게 이 정도 무도의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압하라!'
허망대제 등은 속으로 외쳤다.
그들의 제심이 쿵쿵 빠르게 뛰자 엄청난 무도의지가 솟아올라 그들 몸속에 들어온 전신의 의지를 눌렀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전신의 의지가 갑자기 마구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전신의 용으로 변했다.
기운이 방대하고 위력이 하늘을 찔렀다.
허망대제 등은 몸이 굳었다.
'의지가 갑자기 왜 이리 강해진 거야?'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전신의 의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신의 의지는 바다에 들어간 신룡처럼 포효하며 그들의 무도의지를 부수고 심신에 타격을 주었다.
"안 돼!"
허망대제 등은 안색이 변해 여러 제술을 움직여 자신의 심신을 보호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제술도 엄청난 전신의 의지 앞에서는 힘없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남은 전신의지는 계속 그들의 심신을 타격했다.
"아악!"
허망대제 등은 그 순간 천신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제구는 터지고 피가 줄줄 흘렀다.
하지만 전신의지는 어찌나 단단한지 한번 공격한 뒤로도 흩어지지 않고 두 번, 세 번 연신 공격했다.
대전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반천맹의 다른 대제 거물들과 장로들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허망대제 등이 평범한 사람처럼 초라하게 얻어맞고 반격하지도 못하다니!'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일월검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그들을 말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을 너무 얕잡아봤다.
지금의 진남은 대제 육 단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의 무도의지는 두 개의 도도가 융합되어 생긴 도도라 그와 겨룰만한 대제 거물이 없었다.
"이번에는 증거가 없어 작은 교훈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에 만약 또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동문의 정을 신경 쓰지 않고 죽이겠습니다!"
진남은 셋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시선으로 살기를 풍겼다.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는 두 눈에 두려움과 후회가 떠올랐다.
그들은 대제 거물이었지만 매번 진남에게 졌다.
이제는 두려운 마음마저 생겼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들은 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이 술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얼른 가서 상처를 치료하거라."
일월검신은 그런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을 휘둘러 세 개의 검기로 셋을 감싸 보내버렸다.
"진남, 돌아오면 내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오자마자 이런 사달을 내는구나."
일월검신은 진남을 돌아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흠, 흠! 선배님, 무슨 일이십니까?"
진남은 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
"너에게 이 옥간을 줄 테니 자세히 보거라."
일월검신은 손가락을 튕겨 옥간을 진남의 손에 떨어뜨렸다.
"너는 진정한 대제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창람대륙 대제 거물의 단계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이 옥간에는 신방의 이천오백 명 대제 거물과 그들의 기본 정보가 들어있다."
일월검신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신방의 이천오백 명 대제 거물이요?"
진남은 눈에서 빛이 났다.
반신지국에 온 지는 한참 되었지만 대제 거물은 별로 만난 적이 없었다.
이제는 그도 대제 거물의 세계에 들어섰으니 창람대륙의 거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열쇠를 연화하거라."
일월검신은 손을 뒤집었다.
그의 손바닥에 청동색의 부문이 가득한 낡은 열쇠가 나타났다.
"무슨 열쇠입니까?"
진남은 왼쪽 눈으로 살피고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오래된 열쇠에 신령의 기운이 은근하게 배어있는 것을 느꼈다.
"이 열쇠를 연화하면 대제 거물만 들어갈 수 있는 현신공간(玄神空間)에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옥간에 보면 현신공간에 대한 모든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아무튼, 대제가 되기 반년 전에 현신공간에서 잘 연마하고 이후에 무신이 될 준비를 미리 하거라."
"현신공간? 무신?"
진남은 깜짝 놀랐다.
'대제 거물 단계로 들어오자마자 무신이 될 준비를 하라니?'
"신격쟁탈전은 오백 년에 한 번 열린다. 지난번에 봉신(封神) 싸움이 열린 지 이미 사백구십이 년이 지났다. 그러니 팔 년에서 십 년 사이에 신격쟁탈전이 다시 열릴 거다. 그럼 반년 후 네가……."
일월검신의 말이 끝나기 전에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수많은 허공을 뛰어넘고 일월검신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겠다."
일월검신은 중얼거리더니 눈을 번뜩이며 진남에게 인사를 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리 급하게 사라졌지? 말도 다 하지 않고?"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기억하는 일월검신은 항상 평온하고 기복이 없는 사람이었다.
"음, 그만 생각하고 옥간이나 보자."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몸을 날려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원에 금제를 친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념을 옥간에 주입했다.
이제 진남은 실력뿐만이 아니라 안목도 대제 거물 단계에 이르렀다.
드디어 대제의 세계에 들어섰다.
옥간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의 이름과 글자들이 나타났다.
'융천대제, 서열 이천사백팔십이 위, 마발검신의 제자.'
'마녀대제, 서열 이천사백팔십일 위, 요지성지 진전 제자.'
'허망대제, 서열 이천삼백구십육 위…….'
'뇌붕요제, 서열 이천삼백구십오 위…….'
'손양대제, 서열 이천삼백삼십이 위…….'
진남은 하나하나 보았다.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진남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그는 반신지국의 대제 거물 중에서 융천대제, 허망대제, 뇌붕요제 등의 서열이 이렇게 낮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남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속 살폈다.
옥간을 다 보는데 무려 한 시진이나 걸렸다.
그는 대제 거물들이 대부분 팔대 고족, 칠대 금지, 삼대 세력인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몇몇 대제 거물들 이름 옆에는 일생이 적혀 있었다.
그 짧은 몇십 글자로 적힌 파란만장한 그들의 인생에 진남은 마음이 설렜다.
"응? 왜 용제와 당청산이 없지? 게다가 신방 서열은 십일 위에서 멈춘 거지? 십 위 안에 든 이름들이 없는데?"
진남은 곧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응? 여기 두 줄이 있네? 십대 무제방(武帝榜), 천재 무제방?"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신방에 또 서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재미있네. 십대 무제방부터 보자."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신념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진정한 무적 대제 거물이 나타나지 않아 신방은 서열 십 위까지는 따로 두지 않고 십대 무제를 두었다.
거기에는 용제, 흑동대제 등 열 명의 대제 거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