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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33화 (733/1,498)

733화 만들어진 판

"지금은 알려줄 수 없다."

신비한 청년이 입을 열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돌아보더니 깜짝 놀랐다.

오 층에 어느새 사람이 한 명 더 나타났다.

그는 뒷짐을 쥐고 서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백발은 바람을 따라 흩날렸다.

마치 천지만물이 그 사람 앞에서 빛을 잃는 것 같았다.

무연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사람을 진남은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반천맹의 맹주 마발검신이었다.

그러나 앞서 진남이 만난 것은 무연각이 변신한 마발검신이었다.

'마발검신이 직접 나타났어?'

"너는 지금 반보 대제일 뿐이다. 예전에 나와 다른 사람들, 팔천 년 전의 그 사람도 대제 거물이 될 때 천지에 맹세했다. 만약 지금 너에게 비밀을 알려준다면 우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마발검신은 다가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마발, 자네가 어떻게 직접 왔소? 앞서 진남은 자네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 않았소?"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의 진남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소. 그러나 지금은 아니오. 그러니 내 계획도 변경해야겠소."

마발검신은 솔직하게 말했다.

전혀 난감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반보 대제라서……."

곁에 있던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이미 대제 경지 일 단계의 본원제력과 창람대륙의 대제 경지 육 단계에 맞먹는 힘을 가졌기에 천지뇌겁은 형식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그 형식은 엄청 중요했다.

본원제력을 흡수하지 못하면 그는 강벽난을 구할 수 없었다.

'강벽난은 나를 구하기 위해 죽었다. 반드시 대제가 되어 강벽난을 구해야 한다.'

"선배님, 맹주, 혹시 천지뇌겁을 불러올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진남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예전에 그는 천지뇌겁 문제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신비한 금인이 해결해줬다.

그러나 대제뇌겁을 불러오려면 방대한 뇌겁의 힘이 필요했다.

게다가 지금은 제명쟁탈전도 이미 끝났기에 진남은 뇌겁의 힘을 흡수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마발검신은 진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는 백만 명의 무인을 죽여서 천지의 분노를 일으키고 벌로 뇌겁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곱 번째 금지에 가는 것이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그 말을 듣자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첫 번째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거다.

첫 번째는 쉽다. 지금 남천신지는 중주에서 대량의 제자들을 받았다. 네 실력이면 그들을 삼십만 명을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 남은 칠십만 무인은 여러 세력의 제자들을 죽이면 된다. 중주로 가도 되고 다른 사대 주 등등 아무 데나 가도 된다. 백 명을 죽이면 무왕이고, 만 명을 죽이면 무성이며, 백만 명을 죽이면 대제이다."

마발검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백만 명 무인을 죽이는 것은 백만 개의 개미를 죽이는 것보다 쉬웠으며, 별일 아니었다.

"맹주, 저는 절대 첫 번째 선택을 하지 않을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생각하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

창람대륙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실력으로 대우를 받는 곳이긴 하지만, 강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이나 모두 목숨은 소중했다.

진남은 이익을 위해서 자신과 관계가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원래 일곱 개의 금지가 있었다. 요신금지, 유실약원, 살신도대(殺神道台), 무연지계(武緣之界), 고난삼림, 구자고해(九字古海), 원도천산이다.

원도천산에는 신비한 곳이 있는데 신방, 제방 그리고 남천문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네가 그곳에 오르면 천지와 소통할 수 있고 뇌겁을 불러와 대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원도천산은 살신도대나 무연지계, 고난삼림, 구자고해와 마찬가지로 후계자를 고르고 계속 싸운다. 다만 지금은 대륙에서 사라진 지 몇천 년이 지났다."

마발검신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러 금지에서 후계자를 고른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럼 나는 무연지계 즉 무연각이 고른 후계자이고 당청산과 궁양은 살신도대, 구자고해가 고른 후계자겠구나.'

"맹주의 뜻은 저더러 원도천산을 찾으라는 말입니까?"

진남은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떨치고 얼른 물었다.

"찾는 건 네가 나설 필요가 없다. 나에게 원도천산을 나타나게 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

마발검신은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눈빛은 칼처럼 날카롭게 변해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위압감을 주었다.

주변의 분위기도 긴장되었다.

"압니다. 그러나 상관없습니다."

진남은 마발검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전혀 없고 단호함이 가득했다.

마발검신이 말하는 위험을 진남은 잘 알고 있었다.

대륙에서 몇천 년 동안 사라진 원도천산이 다시 나타나면 삼대 세력, 여러 금지, 팔대 고족 그리고 반신지국에 숨어있던 대제 거물들이 모두 모여들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남이 상대해야 할 사람들은 여러 거물들뿐만이 아닐 것이었다.

진남이 스스로 대제가 되면 반신지국 심지어 창람대륙 전체가 들썩거릴 것이었다.

신방, 제방, 남천문 그리고 대제 거물들이 모두 진남을 노릴 것이었다.

'그게 뭐 대수인가? 어차피 내가 스스로 대제가 된 일은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계속 숨길 수 없는 일이다.'

"좋다. 그럼 내가 직접 원도천산을 찾겠다. 대략 반년이 지나면 원도천산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진남, 지금부터 나는 최선을 다해 너를 돕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영패로 나에게 연락을 하거라."

마발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백옥 영패를 진남에게 건넸다.

반천맹의 대제 거물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마발검신의 영패를 받은 적이 없었다.

마발검신의 제자인 명공과 융천도 마찬가지였다.

"맹주,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마발검신이 말한 방법이 직접 찾는 것일 줄 몰랐다.

그와 마발검신은 아무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마발검신은 그에게 영패까지 주었다.

"긴말하지 말거라.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말거라. 이 모든 것은 남천문을 부수기 위해서이다. 남천문을 부술 수만 있다면 천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모든 것을 없앤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

말을 마친 마발검신은 두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와 원망이 풍겼다.

그가 입고 있던 흰색 두루마기는 바람도 없이 펄럭였고, 무연각은 격렬하게 진동했다.

주변의 허공도 시뻘겋게 물들었다.

검신의 분노에 천지의 색깔도 변했다.

'엄청 강한 살기와 원망이구나!'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남천문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마발검신이 이토록 이를 가는 걸까?'

"마발, 내 공간을 없앨 생각이시오?"

이때,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미안하오. 실례했소."

마발검신은 살기와 원망을 전부 거뒀다.

"그럼 저도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은혜는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반드시 최선을 다해 남천문을 부수겠습니다."

진남은 느긋하게 말했다.

남천문에 대한 마발검신의 증오를 느낀 진남은 저도 몰래 태도가 바뀌었다.

처음에 느낀 낯설고 서먹서먹한 감정이 사라졌다.

"그래, 그럼 나는 먼저 가겠다."

마발검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발끝을 차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진남. 반년 동안 너를 드러내지 말거라. 제방과 신방 그리고 남천문은 서로 의심할 것이다. 아직 너를 떠올리지 못할 게야. 그러나 네가 나타나고 그들에게 발각되면 많이 시끄러워질 거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진지하게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제방과 신방 그리고 남천문은 서로 대립하는 사이입니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는 반신지국에 대해 삼대 세력, 칠대 금지, 팔대 고족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들 사이의 관계는 잘 몰랐다.

"음, 지금은 대립하는 사이다. 그들이 서로 대립하지 않았더라면 창람대륙은 벌써 큰 재난을 맞이했을 거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난을 맞이했을 거라고요? 선배님, 남천문의 위력은 잘 압니다. 제방과 신방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습니까?"

진남은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천지규칙을 바꿀 수 있다면 무신 이상의 경지일 것이었다.

"제방, 신방, 남천문의 비밀 그리고 만 오천 년 전의 싸움, 팔천 년 전의 싸움. 이 세 가지는 너에게 알려줄 수 없다. 네가 대제가 되면 그때 알게 될 거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눈빛이 그윽해졌다.

"이건 알려줄 수 있다. 만 오천 년 전 이곳 혹은 다른 세계 심지어 구천에서도 수련을 하는 데 무혼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제가 되고 무신이 되는 것도 제명을 받고 신격을 연화할 필요가 없었다."

무연각 신비한 청년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만 오천 년 전의 창람대륙에서는 수련을 할 때 무혼이 필요하지 않았다고요?"

진남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창람대륙에서 무인이 되려면 반드시 무혼을 각성해야 했다.

무혼을 통해야만 천지와 교류하고 영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혼은 천, 지, 현, 황 네 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마다 열 개 단계로 나뉘었다.

창람혼한 때문에 무혼이 일정한 등급이 되어야 강자로 진급할 수 있었다.

즉, 황급 십품 무혼은 무황이 될 수 없었다.

무황이 되려면 역천개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창람대륙의 수많은 무인들은 부지런히 수련하지만, 역천개명의 기연을 만나지 못해 무황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진 판이었다니!'

진남은 심호흡했다.

그는 시커먼 손들이 창람대륙을 덮고 창람대륙의 무도를 가린 것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대제 등급 아래의 무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강한 무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다.

"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둡다. 제방이나 신방, 남천문의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봉쇄했다.

창람대륙이 생겨나서부터 삼만 년 동안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시도했지만, 오직 팔천 년 전의 그 대인만이 그 봉쇄를 뚫는 데 성공했다."

무연각 청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구리거울 속의 여인이 봉쇄를 뚫었다는 말인가?"

진남은 깜짝 놀랐다.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이제부터 내가 갈 길은 더 눈부실 거다."

진남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나는 전신의 주인이다. 그러니 나의 운명은 스스로 정할 것이다.'

"참, 선배님. 혹시 강벽난을 기억하십니까?"

진남은 감정을 추스르고 물었다.

"강벽난? 기억하지. 그녀는 매우 똑똑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그녀처럼 지혜가 있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무연각은 대답했다.

"선배님, 강벽난은 저를 위해 사망수정으로 변했습니다. 지금 허공에서 떠다니는데 자칫하면 죽을 수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잘 살펴보시다가 혹시 사망수정을 발견하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직 반보 무제 경지이고 반년은 더 있어야 대제가 될 수 있었다.

반년이라는 시간은 긴 것 같아도 빨리 지나갈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리 강벽난을 찾으려고 했다.

대제가 되면 본원제력을 사용하여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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