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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32화 (732/1,498)

732화 역린을 건드리다

창람대륙 중주의 신비한 곳.

나무로 만든 집안에서 한 백발노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흑백 빛이 반짝이는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둑판이 깨졌다.

"이건……?"

백발노인은 살짝 놀랐다.

그는 눈을 감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무언가 발견하고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 세상에 스스로 대제가 되려는 자가 나타났어?

누군가 내가 천지규칙에 심어놓은 의지를 죽였구나! 누군가 스스로 대제가 되는데 성공을 했고 그를 지켜주는 강한 존재가 있다는 뜻이다!'

"너도 느꼈느냐?"

감정 없이 딱딱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방의 영이었다.

"형님, 천기도 봉쇄해서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 정도까지 한 걸 보니 남천문의 짓이 아닐까요?"

백발노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남천문은 누군가를 스스로 대제가 되게 도울 능력이 없다. 그러니 그는 아닐 거다. 내가 보기에 남천문 뒤에 있는 그자의 짓인 것 같다. 우리를 노리는 것 같구나."

신방의 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대응하면 됩니까?"

백발노인은 얼른 질문했다.

"우선 천지규칙을 바꾸자. 그럼 뇌겁을 불러올 수 없고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다. 모습을 드러내면 그때 다시 대응책을 생각해보자."

신방의 영은 말했다.

"좋습니다!"

* * *

같은 시각.

창람대륙 반신지국의 극난지지(極難之地).

웅장하고 패기 넘치며 오래된 문이 대지에 우뚝 서 있었다.

마치 구천과 구유를 잇고 대륙을 진압하는 것 같았다.

그때 문에서 오래된 검은 빛이 반짝였다.

"스스로 대제가 되고 강자의 보호를 받으며 천기를 봉쇄하다니. 대체 누가?"

목소리에는 분노가 느껴졌다.

남천문의 영이었다.

"이번에 공격한 것은 신방과 제방의 짓일 거다. 너는 천지규칙의 힘을 바꾸어라. 그러면 대제의 뇌겁을 내릴 수 없다."

오래된 목소리가 남천문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할 수밖에요."

남천문의 영은 한참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이어서 웅장하고 패기 넘치며 오래된 문에 빛이 반짝이며 극난지지가 진동하고 천지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남천문, 신방과 제방은 동시에 손을 쓰면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설마 스스로 대제가 된 자가 남천문의 삼성 등급의 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앞날'이 없는 사람이라 느꼈던 진남이리라곤.

* * *

고난삼림 중제지묘.

진남은 온몸에서 엄청난 제위가 솟아오르고 자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깜빡이는 빛은 마치 태고혼돈거수(太古混沌巨獸)가 천지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것 같았다.

쾅-!

진남의 몸에서 귀를 아프게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방대한 진기가 퍼졌다.

산산조각이 나고 볼품이 없던 큰길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힘이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매우 강한 육신이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 다섯 무신 그리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을 보자 저도 몰래 감탄했다.

그들은 진남이 매우 강한 제구로 변한 것을 알아보았다.

대제 경지 이 단계의 거물이라고 해도 진남의 육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둥- 둥- 둥-!

자금색을 뿜던 진남의 심장은 이제 전신붕멸제심(戰神崩滅帝心)의 심장이 되어 힘있게 뛰었다.

심장박동 소리는 마치 몇만 명의 거인이 뛰어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심장박동이 멈추었다.

촤르륵-!

심장박동이 멈추는 순간 본원제력이 마구 생겨나더니 흐르는 강물처럼 가슴으로 흘러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제력의 강이 만들어졌다.

강에는 무궁무진한 제력이 꿈틀거렸다.

진남은 기운이 곧게 서 있는 나무 같다가 순식간에 웅장하고 패기 넘치는 산처럼 변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풍운을 몰고 다니고 위엄이 가득했다.

"이건……? 대제 경지 육 단계?"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 다섯 무신 그리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저도 몰래 헛숨을 들이쉬었다.

진남이 스스로 대제가 되면서 생긴 변화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들은 진남의 힘을 기껏해야 대제 경지 삼 단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진남은 대제 경지 일 단계로 진급하자마자 대제 경지 육 단계에 맞먹는 기운과 제력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진정한 실력은 아마 더 강할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것은 진남이 아홉 무수를 하나로 합치고 창람 나무 조각의 힘을 얻은 데다 두 개의 도도를 합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대제가 되었다!"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뜨며 기뻐했다.

이제 그는 창람대륙의 거물 단계로 진입했고 창람대륙의 수많은 비밀을 알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원제력을 사용하여 강벽난을 살릴 수 있었다.

"맞다, 본원제력! 구리거울은 내가 스스로 대제가 되면 천지에서 본원제력을 흡수하고 강벽난을 살릴 수 있다고 했어! 지금 해보자!"

거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심신을 거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대제 거물의 경지에 이른 후 무혼을 이용하여 대제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전에 무혼으로 영기만 흡수하던 것과 달랐다.

천급 구품이 된 전신의 무혼이 모습을 드러내자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중제지묘의 영기를 힘껏 흡수했다.

"응? 왜 이러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전신의 혼은 대제의 힘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영기를 흡수하는 거지?'

"아! 중요한 걸 깜박했구나. 방금 제구, 제심, 제력을 연마했지만 아직 천지뇌겁의 세례를 못 받았어. 천지뇌겁의 세례를 받아야 천지의 인정을 받고 본원제력을 흡수할 수 있는 거였어."

진남은 이마를 탁- 쳤다.

"그럼 이제 도겁을 시작하자."

진남은 전신의 혼을 거두고 숨을 내뱉었다.

그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서 하늘을 쳐다보며 전신붕멸제심을 처음으로 움직였다.

"뇌겁, 지금 내려오지 않으면 언제 내려 올 거냐?"

진남은 우레 같은 목소리로 하늘에 질문하듯 힘있게 외쳤다.

그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았고 단천도도 꺼내지 않았다.

대제 거물의 경지가 되면 뇌겁도 전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뇌겁의 위력은 매우 강하지만 보통의 대제 거물들도 견딜 수 있었다.

기껏해야 상처를 좀 입는 정도였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대제 뇌겁은 그저 형식일 뿐이었다.

"응?"

한참 기다리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대로라면 천지를 도발했으니 분노하며 뇌겁이 나타나야 했다.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대제뇌겁이 안 나타났어? 설마……?"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그제야 눈치챘다.

"허허, 빨리도 손을 쓰는구나. 진남, 시도하지 말거라. 천지뇌겁은 나타나지 않을 거다. 그들은 이미 천지의 규칙을 바꿨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그 모습을 보곤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이런 짓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선배님, 설마 신방, 제방 그리고 남천문이 한 짓입니까? 천지규칙을 바꿨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신비한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지금 반보 대제 거물이다. 그러니 너에게 전부 말해줄 수 없구나. 쉽게 말하면 제방, 신방, 남천문이 천지의 무도규칙을 바꾸어서 천지뇌겁이 스스로 대제가 되는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게 한 것이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설명했다.

"스스로 대제가 되는 사람에게 내리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진남은 심신이 떨렸다.

그는 제방, 신방, 남천문이 이런 일도 저지를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진남은 심호흡했다.

그의 눈에 차가운 빛이 떠올랐다.

남천문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진남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제방과 신방은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이번에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 무연각 그리고 구리거울이 나서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제방과 신방의 의지에게 죽었을 거다.'

진남은 예전에도 제방과 신방을 경계했다.

그런데 이제는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번 일은 잠시 후에 얘기하고 먼저 여기 일을 처리하자."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살기를 누르고 강자들을 돌아보았다.

"선배님들, 도와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들이 없었으면 진남은 이번에 이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었다.

"하하, 녀석. 겸손하구나."

"언급할 가치도 없는 작은 일이다."

"내 말이."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들은 저도 몰래 진남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진남은 아직 반보 대제이지만 그가 보여준 힘과 자질을 모두 진심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천지뇌겁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진남, 축하한다."

목이 쉬고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허공에 시커멓고 일그러진 형상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고난삼림의 왕인 고난무신의 의지였다.

"고난, 안 좋은 말부터 해야겠소. 진남이 완전히 대제가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소문이 새어나가면 고난삼림을 반드시 없애버리겠소."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물론이요. 반드시 비밀을 지키겠소. 진남 도우, 앞으로 잘 되고 풍운을 휩쓸 때 우리를 한번 도와주길 바란다."

고난무신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선배님, 절대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얼른 대답했다.

"진남, 이건 우리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후에 필요할 때가 있을 거다."

두 눈에 부문이 가득한 무신이 말하며 손바닥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다른 무신과 대제 거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법인을 만들었다.

"신제지도(神帝之圖), 모이거라!"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손가락을 튕겼다.

마흔하나의 빛이 날아가 진남의 몸에 떨어지더니 왼쪽 팔에 그림이 나타났다.

그림에는 다섯 무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를 움직이면 엄청난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진남, 이제 가자꾸나.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다시 공수했다.

그는 고난무신, 여러 무신 그리고 대제 거물들과 몇 마디 주고받은 뒤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과 함께 무연각으로 사라졌다.

"형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두 눈에 부문이 가득한 무신이 입을 열었다.

"계속 고난 후계자를 찾으면 된다."

고난무신은 고개를 들고 무언가 응시하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은 각성하고 무척이나 강해졌다. 그러나 만 오천 년 전의 싸움을 잊었느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래,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제방, 신방, 남천문 그리고 남천문 뒤에 있는 그 사람까지 다들 너무 무서웠다.'

* * *

허공 속, 무연각 오 층.

"진남, 제방과 신방은 아직 진짜 적은 아니지만, 그들은 때로 연합하기도 한다. 네가 스스로 대제가 되려고 한 것은 그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즉, 그들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해야 한다."

신비한 청년은 천천히 말했다.

"그들의 역린을 건드렸다니요? 무슨 말입니까?"

진남은 물었다.

"제방과 신방이 제명쟁탈전과 신격쟁탈전을 벌인 진짜 목적은 무인들이 그들의 제명과 신격을 흡수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네가 스스로 대제가 되려고 한다면 그들의 제명이나 신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럼 그들에게 너는 커다란 잠재적 위험이 되는 거지."

신비한 청년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렇습니까? 아, 선배님. 창람대륙의 비밀을 이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생각나서 계속 물었다.

그가 중주에 들어섰을 때 무연각은 대제가 되면 창람대륙의 진짜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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