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화 스스로 제위에 오르다
"아쉽다, 아쉬워. 만약 우리 시대에 태어나서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른다면 다섯 무신은 놀라서 본체가 나타났을 텐데."
건멸대제는 탄식했다.
그의 눈에는 아쉬움이 드러났다.
"어디 그뿐이겠소? 진남이 만약 스스로 제위에 오른다면 우리 시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창람대륙을 뒤흔들었을 거요!"
"그럼 진남이 만약 스스로 제위에 오른다면 경지는 얼마나 대단해질지 모르겠소."
"이 정도로 강한 무수와 강한 도도를 가진 진남이오. 이미 무적대제를 뛰어넘었소. 그의 경지는 가늠할 수 없소. 그는 지금까지 창람대륙의 모든 천재를 초월했소."
다른 대제 거물들도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그들은 진남이 대제가 된 모습을 상상했다.
"다 말했소? 이 세상에 '만약'은 없소. 이 세상은 이미 그렇게 되었소! 어찌 되었든 진남은 백 년을 기다려야 대제가 될 수 있소!"
이때, 주천대제가 차갑게 말했다.
다른 대제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 세상에 만약은 없다. 시대가 이렇게 되었으니 아무리 강한 무신 강자도 개변할 수 없다.'
중제지묘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큰길의 끝에 있던 다섯 개의 큰 산에서 반짝이던 빛도 점차 잠잠해졌다.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큰길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진남이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그가 대제 거물들에게 포권하고 말했다.
대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남은 엄청난 힘을 들여야 이번 대겁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깨어났어?"
"허허, 녀석. 오늘 참 잘했다!"
침묵하던 대제 거물들은 웃으며 말했다.
"진남, 깨어났으니 너를 위해 나선 스물여섯 대제들과 거래를 하거라. 그리고 나면 너를 반천맹에 데려가겠다."
일월검신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이 녀석. 너에게 강한 대제의 힘을 주입하여 네 몸에 대제지도(大帝之圖)를 만들어 주마. 그것은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너도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반드시 돕겠다고 약속하거라."
심마대제가 나서서 말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그들은 당분간 중제지묘를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여러 천재들과 거래를 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를 했다.
"선배님들. 이후에 선배님들을 도울 일이 있으면 저는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대제지도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선배님들께서 저를 위해 호법을 한번 서 주시길 바랍니다."
진남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호법을 한번 서달라고?"
스물여섯 대제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미 무수를 융합했는데 왜 호법이 필요하다는 거지?'
'설마 여기에서 폐관 수련을 하려는 걸까?'
"왜 호법이 필요한 게냐?"
일월검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왜냐하면 저는……."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두 눈에 엄청난 빛이 드러났다.
그는 온몸의 피가 다시 한번 들끓었다.
"대제가 되려고 합니다!"
말이 끝나자 진남의 몸속에서 방대하고 신비한 힘이 일렁이더니 중제지묘를 휩쓸었다.
방대하고 신비한 힘은 본원제력이었다.
본원제력은 진남의 몸속에서 머물다가 오늘에야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진남의 의지의 통제로 혼돈 같은 금빛이 무조의 나무에 끊임없이 흘러들더니, 금룡처럼 무수 안에서 헤엄쳤다.
그러자 무수의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은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두 개의 도도가 융합되며 의지가 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본원제력을 융합하자 역량에 변화가 생겼다.
무조에서 대제가 되는 과정은 마치 일반인이 신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 같았다.
오직 신령만이 신령의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우-!
그 순간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와 중제지묘를 휩쓸었다.
바람에는 강렬한 위엄이 포함되어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 있었다면 마음이 흔들리고 감히 다가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 바람은 대제의 바람으로, 대제 거물로 진급할 때만 나타났다.
"이건……."
"증제, 진남은 대제가 되는 중이오!"
"스스로 대제가 되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몸속에 본원제력이 있는 거지?"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은 이미 바뀌었잖소. 그런데 어떻게 스스로 대제가 될 수 있소?"
"본원제력은 제방과 신방이 조종하는 거라 남천문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인데 진남이 어떻게 본원제력을 얻은 거지?"
일월검신과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깜짝 놀랐다.
구천에서 태고신뇌(太古神雷)가 그들의 영혼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대제 거물들은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만 오천 년 전의 굉장한 싸움도 지켜봤다.
그들은 일생 동안 여러 번 놀라고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오늘처럼 그들의 세계를 완전히 뒤집는 느낌은 못 받았다.
쿵-!
큰길의 끝에 다섯 개의 큰 산에서 엄청난 빛이 폭발했다.
빛이 자옥한 안개를 가르고 나자 다섯 개의 웅장한 형상이 산꼭대기에 우뚝 솟았다.
다섯 개의 웅장한 형상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을 보더니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다섯 형상은 다섯 무신이었다.
대단한 실력을 지닌 천재들이 중제지묘에 들어왔을 때도 직접 나선 적은 없었다.
팔천 년 전에 그 여인이 왔을 때도 놀라서 신념을 내보내고 거래를 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스스로 대제가 된 일은 천하를 뒤엎을 대변고였다.
게다가 스스로 대제가 되는 사람은 이미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도도를 나타나게 했으며, 무수를 하나로 융합한 엄청난 천재였다.
그러나 진남은 이 모든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정신을 집중하여 무조 나무의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들을 하나하나 느끼고 무조의 힘이 대제의 힘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신비함을 느꼈다.
무수의 전신붕멸지도에 금빛이 하나둘 나타나 대제의 힘과 합쳐지면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걸 본 진남은 그제야 두 눈에 빛이 났다.
"지금이다! 본원제력, 전부 나오거라!"
진남이 크게 외쳤다.
그의 몸속에 남아있던 양대 제명에 맞먹는 본원제력이 두 개의 용처럼 포효하며 전신붕멸지도로 날아들었다.
이게 바로 진남의 계획이었다.
진남에게는 삼대 제명에 맞먹는 본원제력이 있었다.
그는 제명 하나를 무수에 완전히 융합시켜 변화를 일으키고 남은 두 개의 제명은 전신붕멸지도에 주입할 수 있었다.
그럼 진남은 스스로 대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이룬 적이 없는 대제가 될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진남의 제력이 삼대 제명에 맞먹는다고?"
"삼대 제명에 맞먹는 제력을 가지고 있었어? 게다가 한 번에 삼대 제명을 융합시키다니?"
"이, 이건 이미 대제가 된 걸 넘어섰다!"
일월검신과 다섯 무신 그리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보이지 않는 둔탁한 망치에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삼대 제명에 맞먹는 본원제력을 몸속에 융합시키고 대제가 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쿵-!
이때, 엄청난 힘이 무수에서 뿜어졌다.
썩은 기운을 풍기는 오래된 큰길은 전부 부서져 없어졌다.
사방의 모든 대제의 무덤도 천신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폭발음이 들리더니 수많은 진법, 금제가 모두 사라졌다.
대제의 무덤들은 예전에 고난무신이 만든 것이라 비범하기 그지없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엄청난 힘에 부서지고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원래의 무수는 이제 존재하지도 않았다.
무수는 커다랗고 금빛이 반짝이는 무수로 변해 허공에 떠 있었다.
마치 태양이 하늘에 걸려 중제지묘를 금빛으로 밝게 비추는 것 같았다.
웅-!
어디선가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도의 소리였다.
대제 거물로 진급될 때만이 들렸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대제가 될 때 들리는 대도의 소리는 열 명의 신명들이 노래 부르는 소리 같았는데, 진남이 대제가 된 지금은 마치 몇만 명의 신명들이 포효하고 천종(天鐘)이 울리는 것 같았다.
일월검신, 다섯 무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눈앞에 벌어진 이상을 보며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스스로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힘의 본질적인 차이였다.
"나는 모든 천재들과 싸워 이겨 중주의 첫 번째가 되었지만, 대제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고금동서 구대 제명을 움직인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데 대제가 되지 못했다!
제명의 도움을 받아 본원제력을 얻었지만 간사한 사람의 꾐에 넘어가 소중한 벗을 잃고 대제가 되지 못했다!
나는 수많은 천재 중에서 최고가 되려고 한다! 하니, 지금 대제가 되지 못하면 또 언제가 되겠는가!"
진남은 우뚝 서서 우레처럼 외쳤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수많은 금빛을 뚫고 그 속의 신비함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눈부시게 반짝이던 태양 같은 금빛이 그의 강한 의지를 느낀 듯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거대한 대제의 힘이 태어났다.
짧은 시간 동안 대제의 힘은 점점 많아지더니 이변을 일으켰다.
눈부신 금빛 중에 보라색 빛이 생겨나서 신비하고 위엄을 풍겼다.
잠시 후.
대제의 힘들은 무언가에 이끌림을 받은 듯 빛에서 빠져나와 용처럼 포효하고 꿈틀거리며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퍼퍼퍼펑-!
진남의 몸속에서 폭발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진남의 피부, 골격, 혈액은 모두 자금색으로 변하고 대제지의(大帝之意)가 감돌아 강도나 힘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지금의 진남은 웬만한 제기의 공격도 육신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만약 진남의 '심장'에도 이런 변화가 생긴다면 명실상부한 제구(帝軀)가 될 수 있었다.
웅-
그때, 허공에 떠 있던 보라색 빛 가운데에서 강한 흡인력이 생겼다.
보라색 빛들은 가운데로 모여들더니, 보라색의 오래된 그림으로 변했다.
보라색 그림에는 청색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에서 진남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청색 산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 위쪽에는 청색의 사람 형상이 있었다.
보라색 그림은 바로 대제의 힘이었다.
검은 두루마기, 검은 머리카락, 검은 산은 붕멸의지였다.
진남이 바라보는 청색 사람 형상은 전신의 형상이었다.
세 개의 힘이 하나로 모여 전신붕멸제도(戰神崩滅帝圖)가 된 것이었다.
"자금색!"
"자금색은 대제의 힘이다!"
"모든 대제의 힘은 금색인데 진남은 자금색이다!"
"저게 진짜 대제의 힘인가……?"
"저게 바로 진짜 대제가 되었다는 증거다!"
일월검신, 다섯 무신 그리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을 보자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무언가 생각났는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들도 제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도 스스로 대제가 된 모습을 수도 없이 상상해 보았다.
오늘 그들은 알게 되었다.
"연입아심(煉入我心)!"
진남은 그 모습을 보곤 외쳤다.
전신붕멸제도는 순식간에 빛이 되어 진남의 몸속으로 날아들었다.
스스로 대제가 되려면 먼저 무조의 나무에 제명을 융합시켜 대제의 힘을 탄생시켜야 했다.
그리고 대제의 힘으로 육신을 세례하고 남은 대제의 힘을 심장에 융합시켜 제심(帝心)으로 변화시켜야 했다.
심장은 인간의 근본이고 힘의 원천이었다.
제심을 연마하면 제업도 완성하고 대제의 힘을 장악하고 조종할 수 있었다.
일월검신, 오대 무신, 서른여섯 대제 거물들은 가슴이 떨렸다.
그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이 장면을 지켜봤다.
그들은 동시에 같은 의문이 생겼다.
'제심을 연마하고 뇌겁을 불러와서 세례를 받아 완전히 대제가 된 후 진남은 또 어떤 이상을 일으킬까?'
'진남은 세 개의 제명으로 스스로 도도대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진남의 이상은 일반 무인들이 대제가 될 때 일으키는 만수용립(萬獸聳立)이나 포효창천(咆哮蒼天)같은 이상과 분명 다를 것이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