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화 드디어 하나가 되다
진남은 창람 나무의 조각을 꺼내 무조의 힘을 주입했다.
순식간에 창람 나무의 조각에서 수많은 초록색 빛이 나오더니 중제지묘를 환하게 비추었다.
짙고 방대한 생명의 힘 때문에 주변은 전혀 무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일월검신과 열아홉 대제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 장면을 지켜봤다.
두 그루의 도도 무수를 융합하는 성대한 장면은 그들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현상을 보면 그들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웅장한 바다처럼 무궁무진한 창람 나무의 힘이 흘러들자 진남의 온몸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오장육부나 골격, 혈액 등이 탈바꿈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 한참 동안 침묵하던 전신의 혼이 떠올랐다.
그의 등 뒤로 일곱 개의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두 개가 더 늘어났다.
전신의 위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사방을 휩쓸었다.
서른여섯 개 대제의 무덤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일월검신의 눈빛이 굳었다.
"방금 어찌 된 일이요?"
"진남의 무혼이 천급 칠품에서 천급 구품이 됐소?"
"설마 진남의 무혼이 진급했소?"
열아홉 대제 거물들은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처음으로 무혼이 스스로 진급하는 것을 보았다.
다만 그들은 방금 어떤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 무혼이 진급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무혼이 계속 진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엄청난 일이었다.
무혼이 진급한 후 방대한 창람 나무의 힘은 다시 전신무수와 붕멸무수에 흘러들었다.
두 무수는 엄청난 빛을 뿜었고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에 있던 도도 무늬들이 끊임없이 늘더니 정교하게 변했다.
두 무수에 있던 도도 무늬에 신비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신무수에 있던 도도에는 청색 점이 나타났다.
붕멸무수에 있던 도도에는 수많은 검은 빛이 나타나더니, 가운데로 모여 부문이 되었다.
두 도도는 모두 최고의 경지가 되었다.
"융합하거라!"
진남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차가운 시선으로 신념을 쏟아냈다.
방대한 창람 나무의 힘이 두 무수를 전부 덮더니 서로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웅-
전신무수와 붕멸무수는 격렬하게 떨리며 강한 의지를 내뿜기 시작했다.
특히 전신의 무수의 의지가 강렬했는데, 마치 아무리 강한 의지가 와도 굴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항 의지가 엄청나구나."
일월검신과 열아홉 대제 거물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숨도 못 쉬었다.
그들도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창람 나무의 힘이 방대하긴 하지만 강제로 융합하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남은 어떻게 대처할까?'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강제로 융합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거다. 그렇다면 결국 그 방법을 한번 써보는 수밖에 없다!"
진남은 두 눈에 단호함이 드러났다.
그가 하려는 일은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진남도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방법밖에 없었다.
성공하던 실패를 하던 시도를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전신무수, 붕멸무수, 부서져라!"
진남은 길게 외치며 전신의 의지를 최대로 모았다.
순식간에 붕멸무수와 전신무수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들에 균열이 생겼다.
무수가 가진 힘과 다른 제술의 의지는 마치 커다란 산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는 거지?"
"저자는 설마 자신의 무수를 부수는 거요?"
열아홉 대제 거물은 그 모습을 보자 표정이 흔들렸다.
일월검신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이 이런 미친 일을 벌일 줄 몰랐다.
무수와 무인은 하나였다.
무수가 부서지면 무인의 몸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다시 회복될 기회도 매우 적었다.
무수가 부서진 대부분 사람들은 결국 폐인이 되고 평생 무성 정상급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쿵-!
드디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두 그루의 무수가 폭발했다.
수많은 빛이 반짝이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두 개의 엄청난 힘이 용솟음치더니 서른여섯 개 대제의 묘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썩은 기운을 풍기는 큰길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패기가 가득하던 두 그루의 무수에는 빛을 잃은 어두운 도도만이 남았다.
심지어 도도 위에도 균열이 생겼다.
둥-!
진남의 몸엔 치 거인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몇천 개의 상처가 생겼다.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정상으로 올라갔던 그의 기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고통이 진남의 머릿속에 밀려왔다.
마치 수많은 마신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입을 쩍 벌리고 뇌를 물어뜯고 영혼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진남은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무수……. 새로 만들어져라!"
진남은 엄청난 통증을 참으며 고함을 질렀다.
폭우에 흔들리던 진남의 의지는 갑자기 폭발하여 전에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이 관문도 넘지 못한다면 어떻게 남천문을 부수고 천하를 정복하겠는가? 어떻게 정상에 오르고 천하무적이 되겠는가?'
방대한 창람 나무의 힘이 마치 무언가에 끌린 듯이 용솟음치며 끊임없이 한곳에 모였다.
잠시 후, 창람 나무의 힘은 높이가 열 장이 되고, 온통 초록색을 띠는 모습을 갖춘 무수가 되어 태고의 기운을 풍겼다.
"모이거라!"
진남은 핏발이 선 눈을 부릅뜨고 우레 같은 소리로 외쳤다.
균열이 잔뜩 생기고 빛을 잃어 어두워졌던 두 개의 도도는 진남의 놀라운 의지를 느끼고 이제 막 모습을 갖춘 무수에 흘러들었다.
전신의지와 붕멸의지가 동시에 흩어지고 새로운 무수에 두 개의 엄청 강한 의지가 떠올랐다.
두 의지는 전과 마찬가지로 한 그루의 나무에 들어가 서로 배척하고 겨루기 시작했다.
한 곳에 두 명의 우두머리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서로 배척하고 겨루려는 의지는 전보다 훨씬 작아졌다.
이게 바로 진남의 계획이었다.
그는 두 그루의 무수를 없애고 두 의지를 한 그루의 무수에 주입했다.
두 의지가 아무리 강하고 전처럼 죽어라 하나의 무수로 융합되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것들은 의지일 뿐이라 무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전신의지와 붕멸의지는 모두 내 의지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하나로 융합되거라!"
진남은 자신의 의지를 전부 그 속에 쏟아부었다.
이제 막 모습을 갖춘 무수에서 싸우던 전신의지와 붕멸의지는 진남의 엄청난 의지를 느끼고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이내 두 의지는 굴복하고 융합되기 시작했다.
융합되는 찰나, 무수의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에 수많은 무늬가 번지고 새롭고 엄청난 힘이 나타났다.
"이건……?"
"성공한 거요?"
"진남이 진짜 성공했소?"
일월검신과 열아홉 대제 거물들은 그 모습을 보자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조차 무수를 다시 만들고 두 개의 의지를 융합시킬 자신이 없었다.
진남 덕분에 그들도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것이었다.
웅-!
이때, 잠들어 있던 남은 열일곱 대제의 무덤들 중 일곱 개의 무덤에서 진법이 움직이고 오래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잠들어 있던 일곱 대제 거물들이 진남의 의지에 감동했다.
별안간 천지의 시공간이 멈춘 것 같았다.
세상 만물이 모두 멈춘 것 같았다.
일월검신과 스물여섯 대제 거물들은 똑똑히 보았다.
무수에서 두 개의 도도와 두 개의 엄청난 의지가 계속 교류하고 변화하며 수많은 신비한 변화를 일으켰다.
마지막엔 두 개의 도도와 두 개의 의지가 완전히 융합되었다.
쿵-!
금홍색 빛이 새로운 무조의 나무에서 솟아올라 위쪽의 혼돈을 뚫었다.
마치 이 작은 공간을 전부 뚫을 것 같았다.
무섭고 차가우며 방대한 홍황(洪荒, 우주)의 힘이 무수에서 용솟음쳤다.
썩은 기운을 풍기는 큰길은 힘의 반동에 균열이 생기더니 여기저기가 터지기 시작했다.
큰길 옆에 떠 있던 서른여섯 개의 무덤은 태고의 충격을 받은 것만 같았다.
방어용으로 쳤던 진법들이 연신 터지고 소멸되었다.
일월검신과 스물여섯 대제 거물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힘이 엄청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의지가 그들의 의지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잠들어 있던 열 개의 대제 무덤도 거의 동시에 깨어났다.
그들은 진남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엄청난 의지에 놀라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큰길 끝에 있는 웅장하고 패기 있으며 수많은 안개에 뒤덮인 다섯 개의 큰 산들도 일제히 흰빛을 반짝였다.
큰 산의 주인도 놀랐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새로 탄생한 무수가 있는 위쪽 허공이 무너졌다.
그 속에서 온몸이 검은색이고 위엄 있는 태고 거인 같은 형상들이 나타났다.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형상들은 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것은 창람 천지 규칙의 힘이 변한 것이었다.
마치 새로 탄생한 무수 때문에 천지가 분노해서 대군을 보낸 것만 같았다.
"공격하라!"
일월검신은 그윽한 두 눈에 차가운 빛을 번뜩이며 외쳤다.
그는 발끝을 차고 하늘을 찌르는 빛으로 변해 허공에 들어갔다.
손에 든 오래된 칼집에서 엄청난 검기가 풍겼다.
억지로 깨어난 열 명의 대제 거물을 제외한 스물여섯 대제 거물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대제의 무덤에서 일어나 허공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제위를 흩날리며 엄청난 제술들을 펼쳤다.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굉장한 싸움이 허공에서 벌어졌다.
천지규칙의 힘은 강했다.
그러나 일월검신과 스물여섯 대제 거물들의 공격에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밀리더니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소멸되었다.
그 순간, 진남 앞의 무수도 빛이 사라지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열 장 높이의 무수는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이 모두 기이한 흑금색을 띄었다.
무수의 가운데에는 고대의 그림이 있었다.
그림은 청색의 세계였는데, 가장 안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검은색 사람 형상이 있었다.
아무런 기운을 풍기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림에서 엄청난 위세를 느낄 수 있었다.
도도는 이제 전신붕멸지도(戰神崩滅之圖)가 되었다.
두 의지는 융합되어 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진남의 상처도 모두 회복이 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뇌정이 그의 몸속에서 꿈틀대는 것처럼 위세가 대단하고 엄청났다.
두 그루의 무수를 융합하는 건 싸움과 같았다.
이를 이긴 진남이었기에 새로운 단계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엄청난 무수요!"
"저 도도의 의지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소!"
"진남이 풍기는 기운은 이미 대제 사 단계 거물과 비슷하오!"
"대단하오, 너무 대단해. 의지만 겨룬다면 나도 진남의 상대가 안 되겠소!"
"이 무수는 정말 심오하오. 내 제동지술(帝瞳之術)로 겨우 빙산의 일각만 볼 수 있소."
허공에서 싸우고 돌아온 일월검신과 대제 거물들은 큰길 위의 진남을 보자 충격을 받고 크게 감탄했다.
그들은 만 오천 년 전에 위풍당당한 거물들이었고 만 명 중에 하나 나온다는 천재들이었지만, 오늘 진남에게 철저히 굴복했다.
같은 경지에서 어떤 천재라도 진남과 빗대어 논할 수도 없고 어깨를 겨룰 수도 없었다.
"음, 이번에 헛걸음은 하지 않았구나."
일월검신은 진남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분신은 이제 많이 흐릿해졌다.
거의 투명해져서 곧 사라질 것 같았다.
"다섯 대인들도 놀란 건가?"
심마대제는 무언가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 큰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추측대로 다섯 산은 다섯 무신의 무덤이었다.
그러나 다섯 무신의 무덤은 중제지묘와 달리 어떤 무인도 들어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