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화 대제들의 도움
"선배님, 저를 이곳으로 데려오신 것만 해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월검신이 바로 창람 나무의 조각을 찾아 그에게 주지 않은 건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또, 오는 내내 일월검신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검신이 없었다면 그는 대제의 무덤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이 길 끝에 비석이 있다. 천고비석이다. 손을 그 위에 올려 심사를 받아야 하지. 만약 합격하면 다섯 큰 산 중 한 산의 주인이 창람 나무의 조각을 너에게 줄 거다. 그리고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은 후엔 산의 주인을 도와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
일월검신은 앞을 가리키며 그윽한 눈동자로 다섯 개의 웅장한 큰 산을 바라보았다.
마치 산속의 신비한 존재와 마주 보는 것 같았다.
"네?"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설마 심사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에잇,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발끝을 튕겨 앞으로 날아갔다.
그의 머릿속엔 의문이 가득했다.
그러나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한참을 날아가던 진남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길 끝에 높이가 십 장 되는 비석이 있었다.
비석에는 흔적이 가득했다.
마치 수많은 강한 법보의 공격을 당한 것 같았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앞으로 다가가 손을 비석에 올렸다.
* * *
진남이 심사를 받기 시작했을 때, 길 뒤쪽.
"하하, 녀석이 어느 정도까지 움직일 것 같소? 내가 보기에 만법이상(萬法異象) 정도일 거요."
큰 웃음소리가 심마대제의 무덤 속에서 울려 퍼졌다.
"만법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예전에 무도규칙을 초월한 장사도, 소청응 두 천재 그리고 고난삼림의 후계자 몇 명도 천법쟁명(千法爭鳴) 정도였소."
제혼대제의 무덤 속에서 의문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혼, 틀렸소. 일월검신 대인께서 무수가 두 그루 있을 뿐만 아니라, 도도를 이루었고 무예 천부도 매우 강하다고 말씀하셨잖소. 심사 결과는 반드시 장사도와 소청응 그리고 몇 후계자를 초월할 거요."
현금대제의 무덤에서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보기에 만법이상일 것 같소. 무예천부, 무도조예가 그들을 훨씬 초월했소."
"하하, 맞소. 제혼, 자네 잘못 봤소."
이 목소리들은 대제 거물들이 각자의 무덤에서 말하는 소리였다.
진남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목소리들이 진법을 움직여 깨어난 여덟 개 대제의 무덤에서 흘러나온다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나머지 스물여섯 개의 무덤은 여전히 조용했다.
"내가 보기에 기껏해야 천법이상(千法異象)일 것 같소. 자네들 말대로라면 저 녀석은 고난이상(厄難異象)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오?"
사람들에게 부정당한 제혼대제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하, 고난은 불가능하오."
다른 대제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껏 대제의 무덤에 들어온 천재들은 많았지만 고난이상을 일으킨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진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들 시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진남과 겨룰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고난이상은 일으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녀석은 좀 늦게 왔소. 장사도나 소청응 등이 오기 전에 만법이상을 일으켰다면 적어도 스무 명의 대제 거물들이 깨어났을 거요."
주천대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늦게 오긴 했소."
다른 대제들도 탄식했다.
제혼대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늦어도 큰 영향은 없다. 깨어난 대제가 많을수록 이득이 더 많지만 지금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은 것만 해도 큰 성과다."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여덟 대제 거물은 난감했다.
'왜 무시당한 기분이 들지?'
상대방은 무신 강자이니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반응이 있다."
일월검신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말에 여덟 대제들은 깜짝 놀라서 일제히 신념으로 살폈다.
큰길의 끝에는 진남이 보였다.
진남의 앞에 있던 천고비석이 웅웅 떨리면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빛들은 눈부시게 반짝이더니, 여러 장면으로 변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혹한의 땅, 태고의 화산 등등 몇만 개는 되는 장관이었다.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만상이법이요."
"역시나. 만상이법이군."
"하하. 제혼, 자네 추측이 틀렸지?"
여덟 대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월검신이 입을 열었다.
그의 그윽한 두 눈에 보기 드물게 빛이 드러났다.
여덟 대제는 그 말을 듣자 흠칫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몇만 개의 빛들이 부서지더니, 검은 기운으로 변했다.
검은 기운은 방대하고 웅장한 먹구름으로 변했다.
먹구름은 거대한 고난의지를 풍겼다.
먹구름이 나타나고 재난이 닥쳤다.
모든 불행이 연이어 몰려오는 것 같았다.
"고난이상?"
여덟 대제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진남이 고난이상을 일으킬 줄 몰랐다.
이때, 서른여섯 개 대제의 무덤 중 세 개의 무덤에서 진법이 움직이며 빛을 반짝였다.
"고난이상을 일으킨 자가 있다니?"
세 대제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원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의 실력이 강해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방대한 먹구름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검은 점으로 변했다.
검은 점들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흩날리더니 다시 모였다.
그리고 고난기운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요수로 변했다.
어흥-!
요수가 하늘에 대고 포효했다.
커다란 공간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수많은 고난기운은 성난 파도처럼 포효했다.
"이, 이게……. 고, 고난고수(厄難古獸)?"
열한 명의 대제 거물들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른여섯 대제의 무덤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여덟 개의 대제의 무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대제의지가 깨어났다.
깨어난 대제의지는 모두 열아홉 명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놀란 것은 고난고수는 전설 속에만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좋다,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았구나."
그 광경을 본 일월검신은 다섯 개의 큰 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보기 드문 미소가 걸렸다.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자식, 창람 나무의 조각을 내놓으라니까 싫어했지? 근데 고난고수도 나타났잖아. 이제 고난삼림이 어느 정도로 진남을 인정했는지 알 수 있겠지? 그런데도 아직 싫으냐?'
* * *
일월검신과 열아홉 대제가 받은 충격을 진남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남은 고난고수를 보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방금 심사를 받을 때 진남은 천고비석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천고비석은 검은 동굴처럼 엄청난 흡입력을 풍겼는데, 마치 진남의 두 무수와 전신의 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시커먼 고수가 나타났다. 이제 선배가 말하던 기준에 합격한 걸까?'
"반드시 성공해야 해."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생각을 일월검신과 깨어난 열아홉 대제들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전설을 초월하고 전에 못 봤던 고난고수가 나타났는데 합격 여부를 걱정하다니?
"진남, 고난고수가 나타나게 했으니 네겐 자격이 있다. 창람 나무의 조각을 가져가거라. 그리고 이 옥패를 받거라. 이후에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한번 도와달라."
그때, 태고에서 전해온 듯한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한 큰 산에서 울려 퍼지더니, 진남의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자세히 들어보면 목소리는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했다.
슉-!
곧이어 두 개의 빛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저장주머니와 옥패였다.
"무서운 목소리이다……. 큰 산의 주인은 무신 강자일까? 이 다섯 개의 산은 대제의 무덤처럼 어떤 무신의 무덤인 걸까?"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만약 진짜로 다섯 무신의 무덤이라면 고난삼림은 엄청났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얼른 대답했다.
그리고 손을 휘둘러 저장주머니와 옥패를 거뒀다.
이때, 진남의 손에 낀 반지가 떨리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긴장해서 신념을 주입했다.
상황을 확인한 그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
방금 받은 창람 나무의 조각은 손바닥 세 개를 합친 크기만큼 되었는데, 진남이 가지고 있던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훌륭했다.
이런 창람 나무의 조각이라면 두 개의 무수를 반드시 융합할 수 있었다.
"진남, 어렵게 얻은 기회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무수를 융합하거라."
이때, 일월검신이 외쳤다.
"여기서 융합하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돌아봤다.
"어?"
돌아선 진남은 깜짝 놀랐다.
원래는 여덟 개의 무덤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지금은 다른 무덤들이 깨어난 것처럼 열아홉 개의 대제의 무덤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 너에게 알려주지 못한 게 있구나. 한 무인이 중제지묘에 들어섰을 때 잠들어 있던 대제 거물들은 무인의 천부적 재능, 실력 등을 본다. 그리고 인정하면 깨어난다.
아까는 여덟 대제들이 너를 인정했는데, 네가 고난고수를 불러오니 또 열한 명의 대제들이 너를 인정하고 깨어난 것이다. 중제지묘에서 대제 거물들이 너를 인정하고 깨어나면 너와 거래를 하고 너에게 이득을 준다."
일월검신은 진남의 궁금증을 눈치챈 듯 천천히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은 진남은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나의 천부적 재능, 실력 등이 다섯 산들 중 큰 산 주인의 인정을 받았기에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중제지묘도 단순히 대제의 무덤만은 아니구나.'
"열아홉 대제 거물이 너를 위해 깨어났다. 그리고 내 분신도 너를 위해 한번 나서 줄 수 있다. 그럼 네가 무수를 융합하는 과정에 뜻밖의 사고가 생기면 우리가 나서서 성공적으로 융합하게 도와줄 수 있다.
고난삼림과 남천신지는 원래 대립 관계이다. 그러니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중제지묘는 신비하기 그지없고 천기와 단절되어 있다. 그러니 네가 융합을 하는 도중에 엄청난 이상을 불러와도 남천문이나 다른 거물들이 알 수 없다."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미 진남을 위해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하하. 진남, 이제 무수를 융합하거라. 반드시 너를 도와주겠다."
"허허, 두 그루의 도도 무수를 융합하다니!"
"일월검신 대인의 말이 맞다"
큰길의 다른 끝에서 심마대제, 건멸대제, 제혼대제, 현금대제, 주천대제 등 열아홉 대제들이 한마디씩 덧붙였다.
진남은 비록 대제가 되지 못했지만, 그들은 진남을 도와주려고 했다.
진남은 고난고수를 나타나게 했다.
진남 정도의 실력과 천부적 재능이라면 백 년 후에 대제가 된다고 해도 반드시 정상을 찍을 것이다.
몇만 년을 잠들어 있었던 대제들에게 백 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라 기다릴 수 있었다.
"이번에 무수를 융합시키는 데 검신 선배님과 다른 선배님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대제들의 말을 들은 진남은 사양하지 않고 공수했다.
말을 마친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전신무수와 붕멸무수가 동시에 떠올랐다.
'이번에 융합하고 한 번에 대제까지 되자.'
진남의 두 눈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