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화 이게 끝이지?
"너희 요신 금지의 그 영감탱이가 요즘 말을 듣지 않는구나. 요족의 포부를 잊고 남천신지의 말을 듣기 시작했느냐? 진짜 너희 선조들의 얼굴을 깎는구나. 그냥 죽어라."
일월검신의 깊은 눈이 싸늘해졌다.
"아차! 혈요금법(血妖禁法), 만리무영(萬裏無影)!"
뇌붕요제 등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매우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동시에 자신들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되는 태고 비술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네 대요의 몸에 빨간 화염이 타올랐다.
화염이 그것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도망치려고?"
일월검신은 태연자약하게 손을 앞으로 뻗어 그것들을 잡았다.
수많은 방대한 검의가 나타나더니 검기가 가득한 큰 손을 이루어 세상을 덮었다.
"법력동원(法力同源), 요신본상(妖神本相)!"
앞쪽 허공에서 뇌붕요제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어, 네 개의 엄청난 혈광이 떠오르더니 한데 뭉쳐 패기 있고 위엄 있는 형상을 이루었다.
형상이 뿜는 엄청난 요위에 시공이 굳어버린 듯 큰 손도 내려오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뇌붕요제 등은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은 것처럼 도망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진남의 전신의 왼쪽 눈도 희미한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좀 애먹을 것 같구나."
일월검신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일월검신은 뭔가 느낀 것처럼 의아하게 진남을 보며 물었다.
"왜 또 너를 죽이려고 온 사람이 있지?"
"저를 죽이려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진남은 살짝 놀라 되물었다.
펑-!
이때, 앞쪽의 허공이 터지며 틈에서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신광은 영성이 있는 것처럼 날아와 진남에게 떨어졌다.
"하하하,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진남아, 드디어 너를 찾았다!"
앞쪽 허공에 천둥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공의 틈에서 현풍대제와 남천신지의 다른 대제 거물이 걸어 나왔다.
엄청난 제위를 뿜으며 흥분하여 진남을 바라보았다.
현풍대제는 홍옥이 박힌 거울을 쥐고 있었다.
거울은 사람을 찾는 태고 이보였다.
진남의 몸에 떨어진 신광은 거울에서 나온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허망대제 등이 나의 행방을 알려준 모양이군. 아니면 이 자들이 어떻게 나를 찾았을까?'
"지난번에 제대로 교훈을 드리지 못한 것 같군요."
진남은 주먹을 살짝 쥐었다.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남천신지?"
멀지 않은 곳의 일월검신은 법인을 멈추고 네 요제를 쫓는 걸 멈췄다.
그윽한 눈에 차가운 빛이 떠올랐다.
현풍대제는 진남의 몸에서 살기가 솟아오른 걸 보고 진남이 공격하려는 줄 착각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진남, 너의 경지가 높아진 걸 모르는 것 같으냐? 이번에 너를 상대하려는 사람은 우리 둘만이 아니다."
말을 마친 현풍대제가 손으로 내리치자 길이가 이십 장 되는 붉은색 제단이 떠올랐다.
제력을 주입하자 제단 안의 수많은 상고진법, 부문이 빠르게 움직였다.
깊은 곳에서 흉수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전송진법?"
왼쪽 눈으로 훑어본 진남은 그 속의 오묘함을 발견했다.
붉은색 제단은 전송진법이었다.
먼 곳의 사람이 진법을 통해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쿵-!
찬란한 빛이 제단 안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로 들어가 신광을 뿜는 문을 이루었다.
쿵-! 쿵-! 쿵-!
태고 거인이 땅을 밟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몸이 파랗고, 뿔이 두 개 나고 두 눈이 시커먼 커다란 형상이 걸어 나왔다.
대제는 아니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대제 오 단계와 맞먹었다.
"설마…… 남천신왕(南天神王)?"
진남은 형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반천맹에 가입한 후 그는 남천문 아래에 남천문을 도와 각 등급의 적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남천영사, 남천신왕, 남천신제였다.
무조 경지 등급의 적을 상대할 때는 남천영사가 나섰다.
대제 일 단계부터 오 단계의 적을 상대할 때는 남천신왕이 나서고 대제 오 단계부터 정상 등급의 적을 상대할 때는 남천신제가 나섰다.
진남은 처음 남천신왕을 만났다.
"너는 남천문의 삼 등급 적이고 전력이 범상치 않다. 남천신왕을 파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멀지 않은 곳의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손에 고검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혼족 대제를 만났을 때나 네 요제를 만났을 때도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이번에 그는 검을 뽑을 생각이었다.
이때, 또 이변이 일어났다.
쿵- 쿵- 쿵-!
천둥 같은 발걸음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옛 제단 속에서 커다란 온몸이 파랗고 두 눈이 시커먼 남천신왕이 두 명 걸어 나왔다.
그들은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세 명의 남천신왕? 진남, 저것들이 얼마나 너를 죽이고 싶으면 세 명이나 보냈겠느냐?"
일월검신은 다시 진남을 보더니 기이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일월검신의 말에 진남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건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세 명이면 세 명과 싸워야지. 나는 분신이긴 하지만, 저들을 상대하는 건 문제 없다."
일월검신은 멈칫하더니 한마디 더했다.
"그러나 이제 더는 너를 죽이려는 사람이 없다고 보장해야 한다."
또 한바탕 마구 죽일 수 있어 일월검신은 기분이 좋았다.
때문에, 진남에게 농담을 했다.
그는 진남을 죽이려는 사람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대제 거물을 일곱 명이나 만났는데 더 이상 진남을 노리는 자가 없겠지? 남천신지에서도 신왕 세 명, 대제 두 명을 파견했으니 다른 사람을 더 파견하지 않을 거다'
"절대 없을 겁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때였다.
이변이 또 일어났다.
신광 대문에서 드넓은 제위가 용솟음쳤다.
제위는 세 명의 남천신왕보다 더 강하고 대단했다.
표정이 살벌한 노인이 문에서 걸어 나왔다.
노인은 몸에 강하고 웅장한 검의가 꿈틀거렸다.
"태상 장로를 뵙습니다."
줄곧 제단을 움직이던 현풍대제와 다른 대제 거물은 서둘러 공수했다.
"남, 남검대제?"
눈앞의 광경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앞에 있는 노인은 전에 용제원에서 그를 공격했던 남검대제였다.
전에 무연각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는 남검대제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진남은 남검대제도 올 줄 몰랐다.
"너 정말……."
일월검신은 화가 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농담으로 말했는데, 진짜 또 한 명이 올 줄 몰랐다.
남천신왕보다 더 강한 남검대제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식을 죽이려는 거지?'
"하하하, 진남, 이번에 너는 틀림 없이 죽었다."
현풍대제와 다른 대제 거물은 의기양양하여 큰소리로 웃었다.
지난번에 진남을 죽이지 못해 그들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처벌을 받았다.
또, 다른 대제 거물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때문에, 그들은 진남을 원망했다.
그러나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원수를 갚게 되었다.
그들은 일월검신을 힐끗 보았다.
무조 경지인 걸 확인하고 아예 무시했다.
"진남, 오랜만이다. 나를 기억하느냐?"
남검대제는 큰 걸음으로 다가오며 차가운 눈빛으로 진남을 훑어봤다.
평소라면 세 명의 남검신왕이 나섰으니 그는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남검대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권유를 거절하는 것이 가장 싫었다.
진남이 그의 권유를 거절하고, 또 진남 때문에 하마터면 마발검신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
그는 진남이 무척이나 미웠다.
때문에, 직접 온 것이었다.
진남을 누른 후 제대로 괴롭힐 생각이었다.
"선배님. 그게, 저는……."
진남은 남검대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오히려 일월검신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검대제가 올 줄은 전혀 몰랐다.
"네 덕분에 오늘 견식을 넓혔다."
일월검신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분신이라 힘이 한계가 있다. 이번 싸움은 시간을……."
일월검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 위의 남검대제, 현풍대제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우리를 무시하다니?'
"저자를 죽여라!"
남검대제는 손을 저어 명령을 내렸다.
세 남천신왕이 바로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시커먼 두 눈에 혈광이 솟아올랐다.
깊은 잠에 들었던 악마가 완전히 깨어난 것 같았다.
"남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더니 담이 커졌구나. 감히 내 말을 끊다니."
일월검신은 고개를 들고 남검대제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남검? 너는……."
남검대제와 현풍대제 등은 어리둥절했다.
"내가 누구냐고?"
일월검신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의 기세가 순식간에 완전히 변했다.
방대한 일월지광(日月之光)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밤하늘을 환히 비췄다.
커다란 수림은 폭풍이 휘몰아친 것처럼 모든 나무와 화초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그는 무조 정상이었다.
지금의 그는 기세가 대단하고 능력을 가늠할 수 없는 사내였다.
이것이 바로 일월검신 분신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일, 일월검신? 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남검대제와 세 남천신왕은 모두 벼락을 맞은 것처럼 뒤로 연거푸 세 발짝 물러섰다.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뭐라고? 일, 일월검신?"
현풍대제와 다른 한 대제 거물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진남의 옆에 일월검신이 같이 있을 줄 몰랐다.
"왜 불가능해? 오랫동안 너희 남천신지의 잡놈들을 죽이지 않았거늘. 오늘 우리 제대로 놀아보자."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저었다.
방대한 검기가 용솟음쳤다.
검기가 허공에 빼곡하게 박혀 눈 깜짝할 사이에 방원 오백 장을 둘러쌌다.
"아차!"
남검대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허공이 전부 막혔다.
도망칠 금술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분신일 뿐이다! 함께 공격하면 희망이 있다!"
남검대제는 일곱 대제 중 거물이라 순식간에 반응하고 소리쳤다.
"남천광도(南天狂濤)!"
세 남천신왕은 바로 공격했다.
세 개의 커다란 파란색 바다의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세 마리 거수가 입을 쩍 벌린 것 같았다.
"죽여라!"
현풍대제와 다른 대제 거물은 이를 깨물고 강한 제술을 드러냈다.
"괜찮구나. 내가 검의 칼집을 사용할 가치가 있겠다."
일월검신은 평온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손에 소박한 칼집이 나타났다.
그는 발끝을 튕겨 태고 신룡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기세를 뿜었다.
그가 쥔 칼집은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절세신검으로 변하여 대단한 검기를 드러냈다.
쿠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사방의 허공도 일월검신의 검기가 박혀 세게 흔들렸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힘이 끊임없이 때렸다.
진남도 두 그루 무수를 움직여 힘을 막았다.
아래쪽의 수림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세게 흔들리고 땅이 갈라졌다.
무인들과 요수들은 깜짝 놀라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검기무쌍(劍氣無雙)!"
일월검신은 무인지경에 들어간 것처럼 사방을 공격했다.
그는 검을 휘둘러 남검대제, 남천신왕 등을 눌렀다.
그는 문득 오른손을 들어 현풍대제에게 튕겼다.
찬란하고 눈부신 검기가 폭주했다.
"큰일 났다!"
순식간에 죽음의 위기를 느낀 현풍대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무혼, 제심을 미친 듯이 움직이고 저장주머니 안의 모든 이보를 드러냈다.
쿵-!
그러나 검기는 무너뜨릴 수 없는 강한 힘을 뿜어 현풍대제의 모든 걸 멸했다.
마지막에는 그의 가슴을 뚫고 목숨을 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