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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19화 (719/1,498)

719화 육제혈서

드넓은 칠요비선검 공간.

설산 정상 위에서 진남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월검신은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후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서로 다른 도도를 가진 무수 두 개라니. 이 두 무수가 융합된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장관이겠지? 성공한다면 진남은 무조일지라도 대제 사 단계의 거물과 싸워도 이길 것이다

재미있군. 진남을 도와주자. 무연각이 나에게 신세를 지게 하자."

* * *

같은 시각, 반천맹, 반천전 안.

두 개의 제광이 빠른 속도로 대전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허망대제는 주먹을 쥐고 기뻐하며 말했다.

"옥청대제, 류하대제의 제혈지서(帝血之書)가 왔소."

"좋소. 그럼 동굴대제의 제혈지서만 남았소."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 * *

엿새가 지났다.

진남은 그동안 정신을 집중하여 두 도도를 느꼈다.

"이 두 도도는 생명이 있구나. 이 두 무수의 나뭇가지와 나뭇잎에는 창람의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무도의지도 있구나.

붕멸도도와 전신도도를 중심으로 다른 의지 등이 그것들을 둘러싸 그것들의 힘은 상상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구나."

느낄수록 진남은 많은 도리를 깨달았고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우선 본원제력에 관한 것이었다.

진남은 느끼면서 영광을 움직여 자신의 본원제력을 두 무수와 융합시키려 했다.

그런데, 삼대 제명과 맞먹는 본원제력을 무수에 융합시킬 수 없었다.

이치대로라면 바로 융합되어야 했다.

그리고 진남의 체내에서 전신무수가 뿜는 기운이 붕멸무수를 눌렀다.

예전에 펼쳐졌던 광경이 다시 나타났다.

붕멸의지와 전신지의가 이 정도로 커졌으니 서로 융합되길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제명의 힘의 현묘함을 나는 깨닫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 두 무수는 나중에 꼭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 지금 미리 수단을 써……"

진남은 끊임없이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둥-! 둥-! 둥-!

천둥이 우는 것 같은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귀청을 찢는 소리가 커다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칠요비선검 안에서 수련하던 무인들과 네 대전 안에 있던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응? 이 종소리는, 설마 천종?"

진남은 두 눈을 떴다.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반천맹에는 천종이라는 큰 종이 있었다.

큰일이 발생하면 천종을 쳤다.

종소리가 울리면 대제 거물이나 장로, 집사, 제자들 등 칠요비선검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빠르게 모여야 했다.

"큰일이 발생한 것 같구나. 가보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빠르게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반천맹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용기의 기둥이 놓여있던 도장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얼핏 봐도 삼백 명은 되었다.

유설, 음무, 위명 등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천종을 쳤지?"

"나도 모르겠어. 설마 남천신지의 사람들이 쳐들어왔나?"

"헛소리하지 마. 남천신지가 우리를 발견한다고?"

무인들은 모두 소곤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놀라 허둥지둥했다.

진남은 발끝을 차 앞으로 움직였다.

그가 떨어지는 순간 유설, 음무, 위명 등은 놀란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넓은 제광, 짙은 제위와 함께 위엄 있는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가 도장 위에 나타났다.

"대제를 뵙습니다!"

장로, 집사, 제자들은 서둘러 공수했다.

"설마 이들이 연합하여 우리를 상대하려는 건 아니겠지?"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누가 천종을 쳤느냐?"

이때, 위엄 있는 외침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에 왕관을 쓰고 귀기를 뿜는 중년 사내가 큰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선산처럼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

허망대제 등도 중년 사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것만 같았다.

반천맹 구제 중에서 대제 정상 경지에 도달한 귀무대제였다.

"선배님, 제가 천종을 쳤습니다."

허망대제가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공수하고 말했다.

태도가 매우 공손했다.

"그래? 무슨 일이냐?"

귀무대제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장로, 집사, 제자들도 잘 들으시오. 이번에 천종을 친 건 위험이 닥쳐서가 아니라 육제혈서(六帝血書)를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정식으로 반천전 진남 장로를 파면할 것을 요청합니다!"

허망대제는 큰소리로 외치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수피 고권이 허공에 날아올랐다.

고권이 천천히 펼쳐졌다.

그 위에는 제혈이 여섯 방울 있었다.

제혈마다 완전히 다른 대제의지를 뿜었다.

허망대제 옆에 서있던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도 손가락을 튕겨 제광을 뿜었다.

제광은 진남에게 떨어져 진남을 꽁꽁 감쌌다.

"육제혈서?"

귀무대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육제혈서?"

"진짜 육제혈서구나!"

"위에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그리고 유하대제, 옥청대제, 동굴대제의 정혈이 있어!"

"그럼 여섯 대제가 모두 진남 장로의 파면을 원한다는 말인가?"

장로, 집사, 제자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진남과 허망대제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진작에 들었다.

또 허망대제가 여러 번 진남을 공격했지만, 매번 실패했다는 것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허망대제가 이런 수를 쓸 줄은 몰랐다.

"육제혈서?"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나를 상대하기 위해 진짜 애를 썼구나."

반천맹에서 그는 반천전의 오대 장로였다.

부전주인 허망대제는 그를 파면할 수 없었다.

반천전 전주라야만 그를 파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발검신이 반천전에 있지 않은 시간이 길어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여섯 대제가 동시에 정혈로 혈서를 만들면 여러 큰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심지어 반천맹의 장로와 제자들도 파면할 수 있었다.

"대제, 장로, 집사, 제자들에게 통보하겠소. 진남은 건방지고 또 반천맹에 불만이 있어 가르침을 듣지 않았소. 그러니 우리 여섯 대제는 진남을 반천맹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했소. 진남은 더는 반천맹의 장로나 제자가 아니오!"

허망대제가 소리쳤다.

"동의하오!"

융천대제와 명공대제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오!"

"동의하오!"

수피 고권의 유하대제, 옥청대제 그리고 동굴대제의 정혈에서도 제광이 번쩍이더니 웅장한 형상이 나타나 소리쳤다.

"진짜 파면됐구나!"

"진남은 끝났어!"

"혈서를 쓰고 육제가 명령을 내렸으니 이제 끝났어!"

장로, 집사,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반천맹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파면하는 걸 봤다.

유설과 음무는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들은 스승이 이렇게 큰일을 벌일 줄 몰랐다.

"진남, 건방지게 굴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유설과 음무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하하, 파면에 성공했소. 이제 진남 이 자식이 계속 기고만장하게 나오는지 봅시다!"

하늘 위의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는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

그들은 안색이 환해졌다.

이날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

"너무 어이가 없군요. 육제가 저를 파면하는 데는 아무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나 건방지고 또 반천맹에 불만이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또 가르침을 듣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설마 여러분이 저의 천현선과를 빼앗으려 하는 것도 제가 따라야 합……"

진남은 처음에는 얼떨떨해 하더니, 이내 분노를 드러냈다.

'진짜 너무 염치없구나! 감히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다니!'

진남의 말을 들은 장로, 집자, 제자들은 한숨을 쉬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어찌 내막을 모를까?

그러나 내막을 안들 또 어떻게 할까?

대제와 싸운다고 이길 리 없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지금부터 너는 반천맹 사람이 아니다. 썩 꺼지거라."

허망대제는 진남의 말을 끊었다.

그는 성큼 한발 나서더니 엄청난 제광을 뿜어 진남을 공격했다.

도장 위의 허공이 휘어졌다.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진남이 이제 반천맹의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공격할 필요까지 없었다.

그저 좋게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공격한다 해도 살짝 교훈을 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허망대제는 강력한 살초를 펼쳐 진남을 죽이려 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무엄하다!"

위엄 있는 외침과 함께 예리한 검기가 용처럼 포효하며 날아왔다.

검기는 순식간에 수많은 권의를 부쉈다.

"누구야?"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귀무대제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싸움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혈서를 쓰고 육제가 명령을 내리면 이미 확정된 것이었다.

지금 끼어드는 건 반천맹의 규칙에 도발하는 것이었다.

"권위가 대단하구나. 너희들끼리 파면하겠다고 하면 파면하는 게냐?"

콧방귀 소리가 나더니, 빛으로 된 형상이 나타났다.

칠요검령이었다.

칠요검령은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미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장소가 적합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검령은 세 대제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할 판이었다.

그들 덕분에 진남이 검령에게 신세를 지울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칠, 칠요 선배님?"

허망대제 등도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칠요비선검의 검령이 진남을 도와줄 줄 몰랐다.

이때, 구천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좀 전의 파면은 없었던 일로 치겠다. 반대 의견이 있느냐?"

소리는 매우 싸늘했다.

소리를 들은 귀무대제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일월검신 대인을 뵙습니다."

귀무대제는 서둘러 공손하게 인사했다.

조금도 오만하지 않았다.

그는 대제 정상의 거물이지만 검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월……검신?"

장로, 집사, 제자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뿐만 아니라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그리고 유설, 음무 등도 넋을 잃었다.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파면하는 일이 검신 대인에게까지 알려진 건가? 칠요검령 외에 일월검신까지 진남을 도와 나서다니?'

"일…… 아니 아니. 일월검신 대인, 칠요 선배님, 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번 파면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허망대제는 정신을 차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모르지만 일월검신이 참견했으니 이대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이 배짱이 아무리 커도 일월검신과 맞설 엄두는 나지 않았다.

장로, 집사, 제자들은 모두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좀 전의 엄청난 살기가 잠깐 사이에 전부 사라질 줄 몰랐다.

"그럼 모두 물……."

일월검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둥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검신 선배님, 잠시만요."

진남이었다.

귀무대제,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그리고 사람들은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위기가 풀렸는데 진남은 뭐 하려는 거지?'

'설마 일월검신에게 여섯 대제가 동시에 자신을 파면하려 한 것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려는 건가?'

'말하지 않아도 일월검신도 불공평한 걸 알 것이다. 그런들 일월검신은 진남을 위해 여섯 대제에게 벌을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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