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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18화 (718/1,498)

718화 도도(道圖)

"융합하거라!"

진남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는 신념으로 네 그루 전신의 나무들을 조종해 창람 나무의 힘과 합쳤다.

그것들은 하나가 되어 남은 하나의 붕멸무수와 전신무수와 합쳐졌다.

웅- 웅- 웅-

여섯 그루의 무수들이 격렬하게 흔들렸고 의지들이 폭발했다.

그들은 지난번보다 더 맹렬하게 반항했다.

"금인!"

진남은 이 상황을 미리 예상한 듯 크게 소리쳤다.

신비로운 금인이 금빛을 뿜었다.

금빛 큰 산이 되어 네 개 전신의 나무 위에 내렸다.

"전신의 위엄, 전신지의!"

진남의 수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전신의 혼을 움직여 전신의 위엄을 폭발시키고 네 그루 전신의 나무에 주입했다.

전신의 나무들은 여전히 세게 몸부림쳤다.

하지만 조금 전보다 약했고 점차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이내 서서히 흩어지더니, 전신의 나무의 힘이 되어 다른 두 그루의 무수에 융합됐다.

"성공했어."

진남은 한숨을 돌렸다.

"응? 이건……."

진남은 뭔가를 느끼고 나머지 붕멸무수와 전신의 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두 그루의 무수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줄기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기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 기운은 전에 있은 적이 없었다.

진남은 기이하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쿵- 쿵- 쿵-

그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의 혈액도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나를 불렀느냐?"

진남은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두 그루의 무수를 바라봤다.

'이번의 변화로 무수에 영지가 생겼나? 무조의 나무는 무성 성자의 힘이 모여 이루어진 무도의 나무 일종이다. 영성이 생겼다고 해도 자아영지가 생길 수 없다.'

"나의 정혈이 필요하느냐?"

진남은 문득 깨달았다.

무수들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정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거라!"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손가락 끝을 찔렀다.

손가락 끝에서 정혈 두 방울이 뿜어져 나와 무수에 주입되었다.

진남은 나무와 한 몸이 되는 것 같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두 그루의 무수가 그의 몸, 그의 영혼과 융합되는 것 같았다.

화르르-!

이때, 두 그루의 무수가 엄청난 힘을 뿜었다.

절세신검이 칼집에서 나온 것처럼 커다란 호수를 두 동강 냈다.

뿐만 아니라, 두 그루 무수에서 생긴 새로운 힘은 계속 한데 뭉쳐 천천히 무늬가 나타났다.

"이게 뭐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무수들이 뭉치면서 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웅- 웅- 웅-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나는 쪽을 바라봤다.

그의 체내에 얌전히 있던 삼대 제명과 맞먹는 본원제력이 뭔가 느낀 것처럼 세게 떨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두 무수의 변화가 본원제력의 반응을 일으키다니?"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본원제력은 대제 거물이 되는 힘이다. 이 세상에 제방과 신방 외에 무엇도 그것들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두 그루 무수가 본원제력을 움직이다니!'

이때, 두 그루 무수에 나타난 무늬가 완성되었다.

진남은 무언가에 끌린 듯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붕멸무수에 시커멓고 구불구불한 무늬가 나타났다.

다른 전신무수에 나타난 무늬는 혼돈스러웠다.

전의로 뭉쳐진 혼돈이었다.

우르릉-!

두 그루 무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을 폭발해 위로 용솟음쳤다.

커다란 호수는 순식간에 증발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방이 어둠에 빠졌다.

호수에 떠 있는 두 그루 무수만이 빛을 반짝거리며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쿠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커다란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덮었다.

먹구름에는 적(赤), 등(橙), 남(藍), 자(紫), 네 가지 색의 번개가 번쩍거렸다.

세상은 네 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먹구름에 덮인 산맥과 수림은 매우 작아졌다.

"뇌, 뇌겁?"

진남은 넋을 잃었다.

'두 그루 무수의 변화가 뇌겁을 일으켰다고? 한데, 저 뇌겁은 좀 수상쩍다. 위력을 전부 드러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왜 아무 이유 없이 뇌겁이 일어났지?"

"꺼져라!"

이때, 외침이 구천에서 울려 퍼졌다.

수많은 태고 전룡이 모여 이루어진 것 같은 방대하고 큰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기는 엄청난 신위로 기이한 뇌겁을 내리쳤다.

뇌겁은 산산조각 났다.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원 상태를 되찾았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빛으로 된 형상이 진남의 앞에 떨어졌다.

빛으로 된 형상은 남달랐다.

검의가 뭉쳐 이루어진 것처럼 몸에서 검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그것과 한 몸이고 쉽게 이 세상을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웅-!

조용하던 단천도가 빛을 뿜었다.

빛으로 된 형상은 단천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더니 뒤로 물러서며 난감한 듯 말했다.

"도우, 나는 네 적이 아니다. 아니면 나는 방금 뇌겁을 공격하지 않았을 거다."

그 말에 단천도가 멈칫하더니, 천천히 빛을 거두어들였다.

'창람대륙에 언제 이렇게 대단하고 두렵게 만드는 칼이 나타났지?'

빛으로 된 형상은 단천도를 바라보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 처음에 계획했던 일들을 전부 잊었다.

"설마…… 칠요비선검의 검령입니까?"

놀란 진남은 왼쪽 눈으로 훑어보고 뭔가 발견했다.

"응? 오, 너는 동술이 대단하구나."

빛으로 된 형상은 의아한 듯 물었다.

"맞다. 내가 바로 검령이다. 다들 나를 칠요라 부른다. 방금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대제 뇌겁을 불러일으켰느냐? 아, 아니다. 대제 뇌겁이라고 할 수 없겠다. 축소판쯤 되겠다."

"대제 뇌겁이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맞다. 대제 뇌겁."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진남이냐?"

하늘에 한 백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백발 청년은 깨끗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 생겼다.

그러나 그의 눈은 어둠처럼 깊어 사람들의 마음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

"일월, 자네도 왔군. 이 자식은 뭐요?"

칠요검령이 물었다.

"일월……? 일월검신 입니까?"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의지일 뿐이다."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호수 바닥에 있는 두 그루 무조의 나무를 바라봤다.

신분이 높고 심지가 굳은 그였지만, 눈에 놀라움을 드러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세상에 그녀 말고 이 정도 경지에 오른 자가 진짜 있구나. 아쉽다. 만 오천 년 전이었다면 너는 이미 스스로 제위에 올라 쌍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쪽 세상의 말대로라면 천고유일(千古唯一), 무적쌍제(無敵雙帝)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나 대단하오?"

칠요검령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대제 앞에 '무적'을 붙이면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일월 선배님, 왜 만 오천 년 전이면 스스로 제위에 오를 수 있습니까? 또 왜 천고유일, 무적쌍제가 됩니까?"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물었다.

"창람대륙의 무인들에게 만 오천 년 전은 매우 중요한 시대다. 무엇 때문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만 오천 년 전까지 무인들은 스스로 수련을 통해 본원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일월검신이 말했다.

"스스로 수련을 통해 느낄 수 있다고요?"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제방과 신방이 본원제력을 조종하기 시작한 게 만 오천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천고유일, 무적쌍제. 너의 무수에 도도(道圖)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창람대륙이 생겨서 지금까지 삼만 년 동안 너를 제외하고 단 한 사람에게 도도가 나타났었지. 게다가 너는 무도규칙을 초월하였기에 무적쌍제가 될 수 있다."

일월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도도요?"

진남은 두 그루의 무수 가운데에 나타난 무늬를 바라봤다.

그는 두 그루의 무수를 융합하려 했을 뿐인데, 이런 이변이 일어날 줄 몰랐다.

'도도는 뭐지?"

진남의 의문을 느꼈는지 일월검신이 손을 들더니 진남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달빛처럼 밝고 방대한 검기가 진남을 내리쳤다.

구천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위세가 대단했다.

"붕멸무수!"

진남은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붕멸무수가 빠르게 날아왔다.

무수는 시커먼 빛을 뿜어 사방을 휩쓸었다.

사방이 시커메졌다.

쿵-!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검기는 붕멸의지에 눌려 부서지기 시작하더니 사라졌다.

"진짜 강한 제술이구나. 좀 전의 검기는 대제 거물 일 단계의 강자를 죽이기 충분하다."

칠요검령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어……"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번의 변화로 붕멸무수가 강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현풍대제와 싸운다면 붕멸무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붕멸무수가 이 정도로 강하면 전신무수는 어느 정도일까? ……이 두 무수가 융합되면 얼마나 강한 힘을 폭발할까?'

"이것이 도도다. 한 가지 무도를 최고로 끌어올려 만들어진 대도의 그림이지.

너는 방금 도도를 두 개 만들었다. 폐관 수련하여 잘 느끼거라. 아니면 도도는 다시 사라질 수 있으니."

일월검신은 아쉬운 듯 말했다.

진남의 천부는 그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만약 진남이 이미 제위에 올랐다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만약은 없었다.

진남이 아무리 놀랍고 강하다 해도 반천맹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렇군요. 일월 선배님, 고맙습니다. 검령 선배님도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뭔가 깨닫고 서둘러 일월검신 과 칠요검령에게 공수했다.

"응."

일월검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상이 깨지고 사라졌다.

"일월은 좀 차가워. 그러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너는 대단하다. 계속 노력하거라. 내가 도와주겠다."

칠요검령은 진남의 어깨를 치며 단천도를 힐끗 봤다.

'이 칼은 지금 나에게 적의가 매우 강하다. 나중에 진남과 관계가 좋아지면 이 칼의 호감을 얻고 잘 연구해봐야겠다.'

칠요검령이 떠나간 후 진남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두 그루 무수를 체내에 거두어들이고 호수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번에 두 그루 무수가 이 정도 경지에 도달할 줄 몰랐다. 만약 창람 나무의 조각을 더 얻어 두 그루 무수를 하나로 합치면 무수는 어떤 경지에 도달할까? 둘을 하나로 합친 후 제명을 받아……"

진남은 눈길이 뜨거워졌다.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다.

"맞다. 맹주에게 전음해야지."

진남은 흰색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했다.

"응? 왜 반응이 없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맹주님께서 반천맹에 계시지 않으셔서 내가 대신 답한다."

일월검신이였다.

"선배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두 그루 무수를 융합하기 위해 창람 나무의 조각을 찾는 거냐? 그렇다면 평범한 창람 나무의 조각으로는 안 된다. 매우 큰 조각이라야만 그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 영패 하나로 네가 소원을 이루게 도와줄 수 없다."

일월검신이 전음했다.

"맞습니다. 두 그루 무수가 이 정도 경지에 도달했으니 평범한 창람 나무의 조각으로는 무수들을 융합시킬 수 없을 겁니다. 영패 하나로 안 되면 영패 두 개면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진남은 서둘러 물었다.

"열흘 후 영패 두 개를 움직이거라. 내가 너를 찾겠다."

일월검신은 한참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러면 되나?'

"모르겠다. 우선 폐관하고 도도를 안정시키자. 열흘 후면 알게 되겠지."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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