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717화 (717/1,498)

717화 드디어……

반천맹, 반천전.

허망대제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살벌한 눈빛을 드러냈다.

"진남, 드디어 돌아오는구나."

진남이 천현비경에 들어가자 대제들은 천현성과를 충분하게 얻고 다들 자리를 떴다.

"융천과 명공에게 신념을 전해야겠어. 설마 이번에도 널 못 혼내겠느냐!"

허망대제는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하고 다시 냉소를 지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삼 일 후.

진남은 칠요검부를 통해 반천맹으로 돌아갔다.

그 기간 동안엔 간혹 강도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위험 없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진남이 막 도착하려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반천전에서 제광이 뿜어나오더니 금색 작은 사람으로 변해 진남을 내려다봤다.

"진남 장로, 반천주 부 전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상의할 것이 있으니 반천전으로 돌아오너라."

금색 작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허망대제였다.

"벌써 참지 못하는 건가?"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이 상황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허망대제 등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리 짐작했다.

진남은 이내 결정을 내리고 발끝을 차더니 앞쪽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진남은 반천전의 대전에 들어가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앞쪽 한가운데에는 허망대제가 앉아 있었고, 좌우에는 융천대제와 명공대제가 앉아 있었다.

마치 진남을 압박하려는 듯 그가 들어오자마자 세 대제는 제위를 드러냈다.

제위는 커다란 산처럼 위풍당당했다.

"진남 장로, 이번 천현비경에서 수확이 적지 않았지?"

허망대제가 입을 열었다.

그는 화난 기색이 없이 평소처럼 물었다.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눈을 번뜩이며 진남을 노려봤다.

전설 속의 천현비경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진남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세 대제는 진남이 천현비경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했다.

"허망대제, 거짓된 소문입니다. 천현비경에는 아무런 보물도 없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진남이 천현비경에서 많은 걸 얻었나 보구나."

세 대제 거물은 진남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나누며 같은 생각을 했다.

진남이 그들의 생각을 알았다면 어이가 없었을 것이었다.

진남의 말은 사실이었다.

천현비경에는 보물이 없었다.

"진남 장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 네가 거둔 수확을 보면 우리들은 부끄럽구나.

나와 명공 그리고 허망은 중요한 경계에 있어 천현선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반천맹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각각 여덟 개의 천현선과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

물론, 진남 장로가 그렇게 해준다면 예전의 원한은 모두 없던 일로 하겠다.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도 모르겠다."

찻잔을 들고 있던 융천대제는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망대제와 명공대제는 모른 척 차를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융천대제의 건의는 그들이 함께 의논한 것이었다.

허망대제는 셋이 연합하여 진남의 모든 천현선과를 빼앗고 싶었다.

다만 그의 생각은 융천대제와 명공대제에게 거절당했다.

왜냐하면, 진남의 현재 전력은 비범했고, 무조 경지에서 최고였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상현성산과 상황이 전혀 달라 각각 여덟 개씩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진남이 싫었지만 허망대제가 진남을 싫어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가 순순히 말을 듣고 머리를 숙여 자세를 낮추면 굳이 그를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진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보다 더 염치가 없구나. 각각 여덟 개의 천현선과를 주면 모두 스물네 개를 줘야 한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더구나 진남은 그들과의 원한을 없던 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성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에게 저지른 온갖 악행은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진남은 상대방이 존중해주면 똑같이 존중해주고 공격을 하면 반드시 갚아줘야 했다.

"세 분, 반천맹을 위한다는 말로 절 억압하지 마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천현선과를 가지고 싶으면 직접 가서 가져가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진남은 말을 마치고 반천전에서 나왔다.

그곳에 계속 있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저……."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그런 그를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은 진남에게 좋은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진남은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자리를 떠버렸다.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두 분, 보았소? 이제부터 저자에게 기회를 주지 마시오."

허망대제는 속으로 기뻤지만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호의를 무시할 줄 몰랐소."

정신이 돌아온 융천대제는 안색이 어두웠다.

"놈이 몇 번이고 거듭해서 우릴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혼내줘야겠소. 허망대제, 무슨 계획이 있소?"

명공대제도 표정이 나빠졌고 눈빛에 살기를 띠고 있었다.

"내게 확실한 방법이 있소. 하지만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하오. 다른 대제를 더 찾아가 여섯 대제가 일제히 의견을 내세우면 규칙에 따라 진남을 반천맹에서 쫓아낼 수 있소. 그럼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소."

허망대제는 냉소를 지었다.

"자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이 규칙을 까먹을 뻔했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반천전에서 발생한 일을 진남은 전혀 알지 못했다.

반천전을 떠난 뒤, 진남은 성라전에 먼저 들러 임무를 보고하고 영보전으로 향했다.

"진남 장로께서 무슨 일로 오셨소?"

위명은 진남의 기운을 느끼고 급히 나왔다.

그는 공수하고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진남은 의아한 듯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저장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위명 장로, 이것들을 공헌점으로 바꿔주시오."

위명은 저장주머니를 받아 들고 신념을 훑더니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백스무 개의 천형령과, 일곱 개의 천현성과?"

그는 진남에게 그렇게 많은 재산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남 장로, 총 육십오만 공헌점이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가서 기록하겠소."

위명은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걸어갔다.

"잠깐, 위명 장로, 이 물건 한 개의 가치가 얼마요?"

진남은 손을 뒤집더니 천현선과 한 개를 꺼냈다.

"……이, 이건 설마 전설의 천현선과요?"

위명은 힐끗 쳐다봤다가 그 물건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깜짝 놀랐다.

천연선과는 고서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

"자네가 천현선과를 손에 넣을 줄은 몰랐소. 이런 천현선과는 가치가 귀해 살 수도 없소. 하나에 육십만 공헌점까지 교환할 수 있소."

정신을 차린 위명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응? 육십만 공헌점?"

진남은 눈이 번쩍 뜨였다.

천현선과의 가치는 진남의 생각보다 더 높았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다시 한번 저장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다 팔겠소."

"전부 다?"

위명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날아오는 저장주머니를 보며 신념으로 훑었다.

그리고선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스, 스물다섯 개 천현선과?"

위명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장주머니를 잡은 그의 손은 약간 떨고 있었다.

그는 진남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위명은 진남이 수련을 위해 일부러 스무 개의 천현선과들을 남겨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알았더라면 그가 받을 충격은 더 컸을 것이었다.

''진남 장로, 천현선과가 모두 스물여섯 그루요. 좀 전의 것까지 합하면 총 천칠백오십 만의 공헌점이요. 지금 당장 가서 기록하겠소."

위명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중하게 말했다.

"알겠소. 그걸로 창람 나무의 조각을 사주시오. 그리고 맹주더러 소망 두 개를 들어 달라고 전해주시오."

진남은 입을 열었다.

"알겠소."

위명은 돌아서서 떠났다.

다른 때 같으면 일 처리를 빨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뤄야 할 공헌점이 너무 많았다.

위명은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나타났다.

"진남 장로, 이 나무상자 안에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소. 다른 두 개의 영패는 나중에 소원이나 생각이 있을 때 직접 신념을 전하면 맹주가 응답할 것이요. 공헌점은 지금 삼백칠만 오천이 남았소."

위명은 말을 하면서 공손히 저장주머니를 건넸다.

'드디어……. 손에 넣었구나.'

진남은 그 나무상자를 보며 속으로 기뻐했다.

그는 성취감이 들었다.

이번 긍고 싸움터에 나가 온갖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거물 대제 등을 상대하면서 온 정력을 쏟아부은 것이 헛되지 않았다.

"고맙소. 이만 물러가겠소."

진남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저장주머니를 챙겼다.

그는 공수하고 발끝을 차더니 날아갔다.

"이번에 거절당한 허망대제 등은 부끄러운 화가 많이 났을 테니 연합하여 날 상대할 거야. 그렇다면 이제부터 폐관하고 실력을 높여야겠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제일 중요해."

진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반천전으로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칠요비선검에는 작은 공간이 수없이 많았다.

반천맹은 그중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진남은 폐관 수련하려면 다른 곳에서 적합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한참 후, 진남은 큰 산과 숲을 빠르게 날아 지나갔다.

"어?"

반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뒤 진남은 발걸음을 멈췄다.

아래쪽에 연푸른색의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그 호수 위에는 영기가 모여 만들어진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호수에는 기이한 힘이 있어 도저히 신념으로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겨우 그 속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가 좋겠어."

진남은 망설임 없이 발끝을 차더니 호수로 뛰어들어 바닥에 도착했다.

"단천도, 폐관할 때 네가 날 지켜줘."

진남이 신념을 전하자 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오른팔은 천천히 부서지면서 단천도로 변해 스스로 날아올랐다.

칼끝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멀리 날아가 자리 잡고 꼼짝하지 않았다.

진남은 그 광경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단천도는 도령이 없지만 엄청난 영성을 가지고 있어 그를 지켜줄 수 있었다.

"창람의 나무, 연화하거라."

진남은 나무상자를 열어 놀라운 의지를 손바닥만 한 나무토막 속에 넣었다.

우르릉-!

폭발음과 함께 고요하던 나무토막이 그대로 부서지면서 엄청난 푸른 빛을 뿜어냈다.

만약 호수 위에 사람이 있다면 온 호수가 초록빛으로 변한 걸 발견했을 것이었다.

호수 주위의 나무 화초들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 진남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전신의 혼이 그의 뒤에 나타났고 여섯 그루의 붉은 빛이 일곱 개로 변했다.

지난번에 창람 나무의 조각을 연화했지만, 전신의 혼은 승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승급하게 됐다.

진남 몸에서 여섯 그루 무수의 줄기, 나뭇가지, 나뭇잎은 눈부신 빛을 뿜었다.

그 순간, 무늬가 신비로운 기호로 변했다.

마치 기호 하나하나가 천지간의 이치에 대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섯 그루 무수들은 여전히 십 장 높이였고 이상무수였다.

하지만 그들의 위력은 지난번보다 더 대단하고 더 현묘했다.

"아홉 그루의 무수가 여섯 그루로 되고 강해졌지만 한꺼번에 한 개의 무수로 융합되기 위해 필요한 창람 나무의 힘이 엄청나구나. 아직 역부족이야.

지금 남아있는 창람 나무의 힘은 세 그루로 융합시키는 건 문제 없을 것 같아. 두 그루로 융합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남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신념을 쏟아냈다.

어쨌든 한번 해봐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