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화 영왕의 등장
"천기신궁, 힘을 주시오."
붉은색 대제 석상이 어두운 표정으로 손에서 현묘한 법인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이 초식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커다란 천기신궁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 층부터 구 층까지 엄청난 힘들이 깨어났고, 강력한 천기의 힘이 신궁 깊숙한 곳에서 끊임없이 대제 석상들에 흘러들었다.
대제 석상들은 기세가 늘어나더니, 마치 신궁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만묘지권(萬妙之拳)."
대제 석상들은 소리를 지르며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
우르릉-!
그들의 머리 위를 누르던 여섯 그루의 무수, 전신의 혼, 신비로운 금인은 강대한 권의에 맞아 날아갔다.
석상들은 드디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죽어라!"
대제 석상들은 엄청난 기세로 각각의 제술을 펼쳤다.
"싸우거라!"
진남은 여전히 두려운 기색도 없이 여섯 그루의 무수, 전신의 혼, 신비로운 금인의 위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석상들에게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수많은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이번 싸움은 아까보다 더 강렬하고 격렬했다.
좀 전과 달리 신궁의 힘을 더한 대제 석상들은 전력이 무섭게 치솟았다.
그들이 날린 초식이 진남을 가두었다.
진남은 맞아서 연신 뒷걸음질 쳤지만, 혈기가 끓어올랐다.
'이대로 싸우면 난 저들의 상대가 안 된다. 그렇다면 천기신궁을 통째로 망가뜨려야겠어.'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신궁을 훑어봤다.
천기신궁은 원래 엄청난 이보였는데, 태고 거물의 개조까지 받아서 그런지 비범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왼쪽 눈으로 훑어보니 모든 것들이 전부 폭로되었다.
진남은 빠르게 신궁의 열 곳을 목표로 삼았다.
그 열 곳은 강한 힘이 모인 곳이었다.
진남이 그곳을 부숴버리면 신궁 전체의 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기회가 왔구나! 현묘지검, 죽여라!"
대제 석상들은 진남의 허점을 발견하고 크게 외쳤다.
수많은 천기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금인, 나를 보호하라!"
"왼팔!"
예상하고 있었던 진남은 금인을 움직여 금빛으로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몸을 약간 구부리고 왼팔로 앞을 가로막았다.
쾅-!
엄청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진남의 몸을 감싼 금빛이 조금씩 부서졌다.
진남도 타격을 받은 듯 천기신궁의 아래로 떨어졌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우린 그렇게 쉽게 널 죽이지 않을 거다. 반드시 수많은 천기 형벌을 이용해 널 괴롭히고……. 응?"
대제 석상들은 동시에 냉소를 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굳어졌다.
빠르게 떨어지던 진남의 몸이 변하더니 도광을 폭발시켜 천기신궁 오 층의 벽을 베었다.
"안 돼! 우리가 속았어."
대제 석상들은 빠르게 알아차리고선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
조금 전 진남은 일부러 허점을 드러냈다.
"하하, 감탄했다. 오직 천기 족의 천기신동(天機神瞳)만이 너의 동술과 겨룰 수 있겠구나. 천기신궁 전체를 꿰뚫어 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천기신궁은 주인님이 천기석으로 만든 거라 네 칼을 몇백 번은 휘둘러야 벨 수 있을 거다!"
대제 석상들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너에게 속았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느냐? 너는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다!'
펑-!
폭발음이 들렸다.
진남의 단천도는 벽을 반으로 잘랐다.
벽에서 움직이던 여러 진법, 부문 등도 산산조각이 났다.
천기신궁은 살짝 흔들리고 풍기던 기운도 혼란스럽게 변했다.
"이건……?"
대제 석상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기석이라 신도로도 쉽게 자를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쉽게 벤 거지?'
"천황도술."
진남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다.
그는 그들이 놀라고 있는 찰나에 다시 칼을 휘둘렀다.
서른여섯 그루 천황의 힘을 품은 도기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안 돼!"
대제 석상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제술을 펼쳐 도광을 부숴버렸다.
그들의 반응은 아주 빨랐지만, 한발 늦었다.
일곱 개의 도기가 신궁의 중요한 곳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웅-!
그 순간, 신궁에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천기신궁이 풍기던 강한 기운은 빠르게 약해지고 난잡해졌다.
대제 석상들도 천기의 힘이 빠르게 사라지며 오 분의 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싸워야 재미있지."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보답천하를 밟으며 대제 석상들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못된 것, 빌어먹을……!"
대제 석상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제술을 드러내고 싸움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대제 석상들의 약점도 드러났다.
그들은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많은 무도의 기억이 새겨져 있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것이고 자신의 경험은 완전히 부족했다.
많은 살초들을 그들은 스스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달랐다.
그는 현풍대제, 뇌붕요제와 여러 번 싸운 경험으로 대제들의 힘을 잘 알았다.
게다가, 싸움할수록 전혈과 전의가 점점 더 들끓었고, 점점 더 높아졌다.
마치 절세 신도의 칼날처럼 점점 눈부시게 빛이 났다.
"이대로는 안 돼. 이제 그걸 사용할 수밖에 없겠어."
"좋아, 그럼 그걸 움직이자."
다른 두 대제 석상도 대단한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천기법인, 동천통신(動天通神)."
석상들은 뒤로 물러서며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동시에 신비한 힘을 사용하여 천기신궁 구 층의 흰색 문 위에 있는 그림으로 날아갔다.
별안간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쳤다.
"응? 이건 뭐지?"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이 기운은 지금까지 만난 어떤 대제 거물보다 더 강했다.
"하하하, 네가 대단한 줄 아느냐? 넌 이제 죽었다."
대제 석상들은 크게 웃었다.
그들은 경멸스러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림을 사용하면 그들도 엄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진남을 죽일 수 있다면 달게 벌을 받을 수 있었다.
휙-!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림에서 눈부시게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흰빛 속에 등을 구부린 그림자가 서서히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자 마치 모든 시공간이 멈추고 세상 만물이 빛을 잃은 것 같았다.
"어……? 천기할멈?"
진남은 약간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제 석상들 비장의 수가 그림 속에서 천기할멈을 불러내는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천기할멈과 깊은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천기할멈과 무연각은 사이가 매우 좋았다.
'천기할멈도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나를 주인으로 섬기는 것을 묵인했으니 공격할 일이 없을 거다.'
"영왕(靈王)을 봬옵니다."
대제 석상들은 공손한 표정으로 변해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영왕은 천기족에 한 명밖에 없었다.
천기족 족장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천기족의 최고 권위자였다.
"무슨 일인데 내 의지를 불러낸 거냐?"
천기할멈의 목소리는 여전히 쉰 듯했지만 보이지 않는 위엄이 더 느껴졌다.
"그게……. 영왕, 이 인간이 겁도 없이 우리 셋을 공격하고 천기신궁을 망가뜨렸습니다. 영왕께서 나서 주십시오."
세 사람은 속으로 떨렸지만, 말투는 최대한 평온한 척했다.
"어?"
천기할멈은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봤다.
그녀의 탁한 두 눈에서 빛이 스쳤고 수많은 장면들이 그녀의 눈에 나타났다.
그것은 금술이었는데,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볼 수 있었다.
'영왕이 말을 안 하는 건 분명 화난 것이야. 이번에 넌 죽을 뿐 아니라 죽는 것보다 못한 처참한 삶을 살 수도…….'
대제 석상들은 속으로 기뻐했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그때, 진남이 다가와 공수하고 말했다.
"응, 진짜 오랜만이구나."
천기할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태도는 대제 석상들에게 청천벽력이었다.
조금 전까지 기뻐하던 그들은 찬물을 끼얹듯 차갑게 식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자가 영왕을 알고 있다니?'
'게다가 사이도 좋은 것 같은데?'
"너희 셋. 배짱도 참 크구나. 권력을 남용하다니. 너희들을 죽이려 했지만 몇천 년 동안 궁전을 지킨 공로도 있으니 이 술을 마시는 걸로 대신하겠다."
천기할멈은 대제 석상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영주 석 잔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 그게……. 알겠습니다, 영왕……."
대제 석상들은 세 잔의 영주를 보더니 마치 무서운 것을 본 듯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겁을 먹어 온몸이 떨렸다.
조금 전의 그 뻔뻔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영왕이 이미 명령을 내렸기에 그들은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두려움을 참으며 영주를 마셨다.
그들은 마시자마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처참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두 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하하, 그럴 필요가 없다."
천기할멈은 웃으며 정색하고 말했다.
"오늘 만났으니 내가 충고 하나 하겠다. 제방과 신방을 더 경계하거라.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란다."
"제방과 신방?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진남은 깜짝 놀라 서둘러 물었다.
"너는 대제가 아니라서 알려줄 수가 없다. 하지만 내 말을 새겨듣거라."
천기할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진남은 떠오르는 게 있는 듯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난번 청룡 성주가 나타나 제명 안에 숨겨져 있던 비밀을 터뜨렸다.
그 뒤로 그는 제방과 신방을 경계하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천기할멈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추측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진남은 추측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많은 태고 비밀과 창람대륙의 비밀을 그는 아직 알 자격이 없었다.
"진남아, 네 일은 끝났으니 내가 데려다주겠다."
천기할멈이 손가락을 튕겨 빛으로 진남을 에워쌌다.
진남은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좀 놀랍군. 지난번 동주에서 만들었던 판이 지금 다시 움직일 줄 몰랐어. 게다가 아홉 명 반신의 인과와 연관됐어. 진남이 대제가 되지 못한 건 나에게 별 영향은 없다. 백 년 뒤 판을 만들어도 무방하지.
백 년 안에 마발은 남천문을 파괴할 수 없어. 남천문이 대단한 건 뒤에 있는 그 사람 때문이니까……."
천기할멈은 중얼거리더니 이내 탄식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림 속으로 돌아갔다.
* * *
한참이 지난 뒤, 천기산맥.
휙 소리와 함께 진남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가 영패를 들고 묘묘 공주에게 신념을 전하자 바로 답장이 왔다.
묘묘 공주는 유실약원으로 돌아가 천기산맥에 없었다.
"그럼 이제 반천맹으로 가자."
진남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가슴이 뜨거워졌다.
진남은 마흔다섯 개의 천현선과를 사용했지만, 아직 마흔여섯 개가 남아 여유가 있었다.
진남은 칠요검부를 들고 신념을 전했다.
칠요비선검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반천맹으로 돌아가려면 영패를 통해 위치를 알아내고 서둘러 가야 했다.
"송철분(宋哲墳)?"
진남은 전해오는 지도와 진념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지도에 나타난 이름은 약간 이상했지만, 진남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허공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