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세상에 돌이 변한 대제 거물이 있었어? 아니다. 세 개의 석상은 진정한 대제 거물이 아니다. 하지만 대제 일 단계의 힘을 가지고 있어……."
진남은 두 눈에 경이로움이 드러났다.
그는 저도 몰래 감탄했다.
세 개의 석상은 대제의 피, 대제의 뼈, 그리고 수많은 태고 광석을 특수한 수단으로 제련하여 만들었다.
거기에 궁전의 부문이 힘을 주니 대제 거물 일 단계의 힘을 가진 것이었다.
이런 수단으로 석상을 만든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천기서? 천기견? 오, 해골까지 우리 천기일맥과 인연이 좀 있구나?"
가운데 있던 붉은색 석상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에게 시선을 돌렸다.
석상들은 대제의 힘이 점점 잦아들고 풍기던 위압도 사라졌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찌익, 찌익."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발을 마주 잡고 인사했다.
"선배님들, 이들은 천기족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진남은 공수하고 비천하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말투로 물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혈통이 평범하다. 해골도 천기족과 인연이 있지만 깊지 않구나."
붉은색 석상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는 건 문제 없다. 대신 열다섯 개의 천현선과를 지불해야 한다."
"맞아. 열다섯 개의 천현선과를 지불해야 한다."
다른 두 석상도 동시에 말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천현선과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몇천 년 동안 천기신궁을 통해 천기족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석상들은 이미 스스로 영지가 생겨 수련하고 싶었지만, 규정상 천기신궁을 떠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진남 일행이 오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한 턱 챙기려고 한 것이었다.
물론 천기견들과 천기서의 혈통이 그들이 중시할 만하지도 않았고 인류와 해골도 대제가 아니라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혈통이 평범하다고?"
천기견들은 타격을 받고 우울해졌다.
그것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해골 소홍은 그들을 속였다.
"열다섯 개의 천현선과입니다."
사실을 알 리 없는 진남은 바로 손가락을 튕겨 열다섯 개의 천현선과를 주었다.
"음, 맞다. 인간, 너는 뭘 좀 아는구나."
붉은색 석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현선과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두 석상과 함께 법인을 만들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 뒤에 다섯 장 높이의 흰색 광문이 나타났다.
광문 위쪽에는 천기할멈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가거라, 소홍. 이들 셋을 잘 부탁한다."
진남은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주인님."
해골 소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눈이 살짝 흔들렸다.
천기족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녀는 모든 기억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기견들과 천기서의 혈통을 한 단계 높여주고 천기족에서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님도 도울 수 있어.'
"주인님, 좋은 게 있으면 우리를 잊지 말고 남겨줘야 합니다."
"찌익, 찌익, 찌익, 찌익."
천기견들과 천기서들은 아쉬웠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호된 호통 소리가 우레처럼 터졌다.
"무엄하다!"
조금 전까지 태도가 좋던 석상들이 갑자기 강한 기운을 터뜨렸다.
그들은 두 눈이 차갑게 변하고 살기까지 드러냈다.
진남, 해골 소홍 그리고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깜짝 놀랐다.
'왜 석상들이 갑작스레 화를 내는 걸까?'
"천기견들과 천기서. 비록 천기족에서 혈통이 평범하다지만 어떻게 고작 인간족을 주인으로 섬긴다는 말이냐? 명령한다. 당장 저자와 관계를 끊거라. 아니면 천기족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맞다, 관계를 끊거라!"
석상들은 목소리가 우레처럼 컸다.
커다란 궁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관계를 끊으라니? 설마 천기족에 그런 규칙이 있습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거둔 일은 천기할멈도 알았다.
'천기족에 그런 규칙이 있다면 천기할멈은 왜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거지?'
"이곳에서는 우리가 규칙이다!"
석상들은 차갑게 말했다.
진남의 생각이 맞았다.
천기족에는 인간족을 주인으로 섬기면 안 된다는 규칙은 명확하게 없었다.
그러나 천기족 사람들은 인간족을 무시했다.
그리고 세 석상을 만든 거물도 인간족을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석상들도 인간족에게 호감이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인족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을 보자, 그것도 무조 경지 정상급의 인간족을 주인으로 모시자 무척이나 화가 난 것이었다.
"멍멍! 못 들어가게 하면 안 들어가면 됩니다! 그게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찌익, 찌익, 찌익, 찌익."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화가 나서 노려보았다.
그들은 천기족에 무척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진남과 관계를 끊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은 진남을 떠나지도 배신하지도 않을 것이다.
"천기족이 존엄이 없이 인간족을 주인으로 섬기다니. 그것도 대제가 되지 못한 인간을 섬기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 천기신궁에서 썩 꺼지거라. 이제부터 영원히 긍고 싸움터에 들어오지 말거라. 아니면 동족의 정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석상들은 천기견들의 말에 더욱 화가 났다.
그들의 살기가 더 짙어졌다.
"영원히 오지 말라고 하면 안 오면 되지. 누가 아쉽기나 하답니까? 천현선과를 돌려주십시오!"
"찌익, 찌익, 찌익, 찌익"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자극을 받아 반격했다.
"돌려달라고? 천현선과만 아니었다면 너희들처럼 부끄러운 놈들은 이미 죽였을 거다. 절대 기회를 주지 않았을 거다."
대제 석상들은 동시에 냉소를 터뜨렸다.
'우리 손에 온 물건을 다시 가져가려고?'
'정말 헛된 망상이다.'
"어떻게……!"
천기견들은 화가 나 이를 갈았다.
그들은 대제 석상들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선배님들, 천기족에게 그런 규칙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릴 괴롭힐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선배님들이 결심이 확고하다면 저도 인정사정 보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평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은 무언가를 의식한 듯 안색이 달라졌다.
대제 석상들은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귀청이 찢어질 듯 웃었다.
"하하하, 인정사정 보지 않겠다고? 그럼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가 어떻게 인정사정 보지 않는지 오늘 한번 보자꾸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들은 절대 천기족에 들어갈 수……."
대제 석상들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고작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가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체면을 세워줘도 뻔뻔스럽게 굴다니. 부서져라!"
진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그의 손에 들린 단천도는 순식간에 거대한 도기를 뿜어내며 석상들을 베었다.
'천현선과를 받고도 막으려고 하다니! 내가 만만해?'
"너……?"
대제 석상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눈앞의 무조 경지 정상급이 진짜로 공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죽고 싶으냐?"
대제 석상들도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분노를 터뜨리며 체내에서 강한 제력을 폭발시켰다.
그들은 손을 들고 제술들을 펼치며 진남을 공격했다.
'우리가 비록 대제 거물급은 아니지만, 어찌 감히 무조 경지 정상급의 인간 따위가 도발할 수 있단 말이냐!'
"붕멸 영역, 천황도술."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붕멸 영역을 드러내고 제술들을 막았다.
진남의 단천도는 태고에서 온 것 같은 엄청난 빛을 뿜으며 석상들을 베었다.
쾅-! 쾅-! 쾅-!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커다란 천기신궁이 심하게 흔들렸다.
대제 석상들은 강했지만 진정한 대제 일 단계가 아니었고, 대제 일 단계의 힘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진남은 들끓는 전의, 왼팔, 왼쪽 눈, 단천도 덕분에 대제 석상들에게 밀리기는커녕 그들을 제압했다.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감히 우리를 공격했구나. 너를 우습게 봤다. 하지만 그래 봤자 무조 경지인데 건방지구나! 삼재천기진(三才天機陣)!"
붉은색 대제 석상이 소리를 질렀다.
대제 석상들이 흩어지더니 세 곳에서 진남을 에워쌌다.
그들의 몸에서는 더 강한 천기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은 더 강한 압력을 가해 진남을 짓눌렀고 힘은 점점 강해졌다.
"부수거라!"
진남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왼쪽 눈으로 훑어 자리를 잡았다.
그는 단칼에 허공을 가로질러 압력을 박살 냈다.
"강한 동술이구나. 진법을 꿰뚫어 보다니. 그런데 삼재천기진이 그 정도 힘밖에 없는 줄 아느냐?"
대제 석상들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서기도 전에 진남이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그의 뒤에서 여섯 개의 엄청난 기운이 솟아올랐다.
"무수는 모습을 드러내고 저들을 진압하거라!"
여섯 그루의 무수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무수는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며 대제 석상들을 진압했다.
쾅-! 쾅-! 쾅-!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대제 석상들의 몸이 무거워져 느껴지더니,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여, 여섯 그루의 무수? 무도 규칙을 초월한 거야?"
대제 석상들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진남은 단지 강한 무조 경지로만 보였다.
그럴 수 있었다.
천기족의 일부는 진남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천기신궁을 지키고 있었던 석상들은 진남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전신의 혼!"
"금인!"
진남의 살초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천급 육품의 전신의 혼이 나타나 엄청난 전의와 위압을 뿜어내며 대제 석상들에게로 향했다.
신비로운 금인은 금빛을 뿜었다.
마치 세 개의 커다란 산이 석상들을 누르는 것 같았다.
펑-! 펑-! 펑-!
대제 석상들의 실력은 엄청났다.
그러나 지금은 큰 타격을 받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뭘 우두커니 있느냐? 대제들을 진압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러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거라!"
진남은 고개를 돌려 해골 소홍,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주인님……."
해골 소홍,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머뭇거렸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대제 일 단계의 힘을 가진 석상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천기신궁의 힘을 사용할 수 있어 전력이 더 강해졌다.
"걱정할 것 없다. 내 실력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거냐? 어서 들어가거라. 들어가지 않으면 너희들과의 인연을 끊겠다!"
진남이 소리쳤다.
"주인님, 우린……."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만. 더 말하지 말고 가자."
해골 소홍이 반응했다.
그녀는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마치 큰 결심을 한 듯 왼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잡고 뛰어오르며 광문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시름이 놓였다.
"저것들을 강제로 들여보내다니!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은 거냐?"
대제 석상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그들은 진남 때문에 부아가 터질 지경이었다.
"하하하, 죽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물으셨습니까? 전 두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 사람을 내가 챙겨야지 않겠습니까?"
진남은 크게 웃었다.
그의 전의가 계속 솟아올랐다.
그는 단천도를 들어 엄청난 빛을 뿜으며 다시 한번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