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화 산꼭대기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이가 좀 있는 무인이 정신을 차리고 중얼거렸다.
"진남은 지금 저 정도 실력인데, 대제가 되면 또 얼마나 강할까?"
그의 말에 다른 천재들도 정신이 들었다.
"그래, 얼마나 강해질까?"
"진남이 대제가 된다면? 허허허, 상상하기도 어렵구나!"
"내가 장담하는데 진남이 대제가 된다면 대제 삼 단계도 대적할 수 있을 거야!
"웃기네. 진남은 대제가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대제 이 단계를 대적할 수 있어. 그러니 대제가 됐을 때 고작 대제 삼 단계와 대적할까?"
"맞아. 적어도 대제 사 단계는 돼야 상대가 되지."
여러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제자 중에 진남을 적으로 생각하는 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싸움에서 진남은 그들의 마음을 탄복시켰다.
"허허, 웃기는군. 중주의 제명쟁탈전과 신방의 제명쟁탈전은 모두 끝이 났다. 그러니 진남은 대제가 될 기회가 없다. 놈은 보잘것없는 놈이다! 다음 제명쟁탈전이 열리기 전에 내 손에 죽을 거다!"
뇌붕요제는 제자들의 말을 듣자 비웃으며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산꼭대기로 날아갔다.
"분하다. 죽여도 시원찮을 놈……."
현풍대제와 허망대제는 욕설을 퍼붓고 산꼭대기로 날아갔다.
그들은 진남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끝나버렸고, 다음번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천현선과를 얻는 일이 우선이었다.
다른 대제 거물들은 말없이 산꼭대기를 공격했다.
굉음이 연신 울리고 제자들은 엄청난 기운에 가슴이 떨려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많은 천재들은 답답했지만, 입밖에 내뱉을 수 없었다.
그들은 뇌붕요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뇌붕요제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실력이 아무리 강한들 어떠한가?'
'대제 거물들과 대적할 수 있으면 또 어떠한가?'
강한 무혼이 없고 제명을 받지 못하면 미래는 희망이 없었다.
설령 아무리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대단하고 강한 실력을 가져도, 아무리 용감하다고 해도 말이다.
팔십 년에 한 번 제명쟁탈전이 열리기는 하지만, 그동안 진남이 죽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또, 팔십 년 후에 더 강한 천재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진남은 대단하고 강하지만 이번에도 겨우 도망을 갔다. 진남은 다음에도 이렇게 좋은 운을 가질 수 있을까?
뇌붕요제 등 거물에게 미운털이 박혔으니 진남은 아마 팔십 년도 못 버티고 죽을지도 몰랐다.
대제와 무조는 그만큼 큰 실력 차이가 있었다.
"휴, 됐어. 그만하자. 우리도 이제 과일을 얻으러 가자."
한 천재가 길게 숨을 내쉬며 수림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천재들도 고개를 흔들고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계속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
그러나 대제 거물들과 제자들은 몰랐다.
기이한 동굴에 해골 소홍, 천기서 그리고 두 마리의 천기견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기의 힘을 고목에 불어넣었다.
* * *
"응? 소홍? 너희들 왜 여기에 있느냐?"
눈을 뜬 진남은 앞에 있는 자들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방금 벌어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거라고는 죽기 직전에 묘묘 공주와 왕소가 그를 고목으로 변신시켜 사람들을 속여 넘어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찌익찌익, 찌익찌익!"
"주인님은 물론 모르시겠지만, 누님이 용제원을 떠나자고 해서 우리 둘이 촉을 동원하여 천기산맥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마용(馬容)이라는 여인을 만났는데, 어찌나 음험하고 간사하던지. 그래서 우리가 정의를 위해 그녀를 단단히 혼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천기서는 진남이 깨어나자 기뻐서 진남의 어깨로 풀쩍 뛰어올랐다.
그것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머리를 진남에게 비볐다.
천기견들은 손발을 휘저으며 오는 길에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공로라고 은근슬쩍 귀띔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들은 진남은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너희들에게 신세 졌다. 고맙다."
진남은 심호흡하고 해골 소홍, 천기서, 천기견들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진남은 이들이 자신을 구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았다.
조금만 부주의해서 뇌붕요제 등에게 들키면 아무리 천기의 힘을 가지고 있어도 죽을 수 있었다.
"흠흠! 주인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부끄럽습니다."
천기견들은 몸을 비틀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두 대제가 주인님을 죽이려고 했는데, 이걸 언제 갚아주죠?"
해골 소홍은 두 눈에 불꽃이 튀고 차가운 살기를 풍겼다.
"누님, 흥분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은 잘 생각해보고……."
천기견들은 놀라서 펄쩍 뛰며 해골 소홍을 말렸다.
"하하! 그건 급하지 않다. 기회는 반드시 있을 거다!"
진남은 크게 웃었다.
그의 두 눈은 빛이 났다.
'목숨을 건진 것은 뜻밖이다. 생각도 못 했어! 하늘이 나를 죽게 두지 않고 또 기회를 주었는데 복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 되지! 그러나 계기가 필요하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칼을 뽑을 것이다!'
"아, 맞다. 우리 지금 어디에 있느냐?"
진남은 감정을 다스리고 물었다.
뇌붕요제, 현풍대제 그리고 대제 거물들 코밑에서 몸을 숨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허허, 주인님 우리가 있는 곳은 상현성산의 내부입니다. 천기일맥을 가진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대제 거물들도 감히 못 들어옵니다!"
천기견들은 으쓱해서 말했다.
"그래?"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그들이 있는 석굴 벽에는 흰색의 구슬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구슬에서는 짙은 천기의 기운이 느껴졌다.
앞쪽에는 기운이 신비한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가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펴보려고 했지만, 이상한 힘의 영향을 받아 앞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다.
"이곳이 소문으로 듣던 천현비경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해골 소홍은 말했다.
"천현비경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말이냐?"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상현성산에 이렇게 큰 비밀이 있을 줄 몰랐다.
"그럼 들어가 보자."
진남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은 천기서와 천기견들의 기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깊숙이 들어 가보는 것이 맞았다.
해골 소홍, 천기서 그리고 천기견들은 진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통로 쪽으로 다가갔다.
가는 도중에 진남은 해골 소홍 일행과의 대화에서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여덟 개의 해골은 지금 해골 소홍의 해골 공간에 있는데, 해골 소홍과 신비한 계약을 맺고 생사를 같이하고 힘을 공유했다.
* * *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흘렀다.
"응?"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오는 내내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통로에 갑자기 시체 세 구가 나타났다.
시체들은 영기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위를 풍겼다.
세 대제 거물의 시골이었다.
시골과 몇십 장 떨어진 곳에 검은색 돌문이 있었는데, 통로를 꽉 막고 있었다.
돌문에는 오래된 그림이 새겨졌는데, 흐릿한 곱사등의 형상이 보였다.
진남은 그 형상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천기할멈이었다.
"너희들, 문을 열거라!"
해골 소홍은 천기견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누님. 또 우리입니까? 네, 네, 열라면 열어야지요……."
천기견들은 투덜대며 결국 시키는 대로 발을 들고 휘둘렀다.
흰색 피 두 방울이 날아가 돌문에 떨어졌다.
웅-!
돌문은 생명을 새로 얻은 것처럼 흰색 빛을 뿜더니 위쪽으로 서서히 열렸다.
그때, 커다란 검이 엄청난 검기를 풍기며 문 뒤에서 날아왔다.
"부숴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도기를 날렸다.
검기는 도기에 맞아 가루가 되었다.
비록 두 대제와 싸우느라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진남은 여전히 강했다.
"내 뒤에 있거라.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진남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돌문으로 다가갔다.
진남 일행이 돌문에 다 들어서자 검기가 다시 나타났다.
"세상에!"
"이, 이……."
돌문 뒤쪽을 확인한 천기견들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항상 침착하던 해골 소홍도 두 눈에 불꽃이 강렬하게 튀었다.
진남도 눈앞의 상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돌문 뒤에는 크고 오래된 허름한 돌 궁전이 있었다.
돌 궁전 사방의 벽에는 열여덟 개의 오래된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돌 궁전의 가운데에는 넓이가 일곱 장 되는 연못이 있었다.
연못의 물은 금색이었다.
금색 연못에는 말로 하기 힘든 엄청난 영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금색 연못의 위쪽 즉 궁전 꼭대기에는 크고 투명한 수정이 있었다.
수정 안에 기운이 방대하고 웅장한 세 그루의 나무가 보였다.
하늘 높이 솟은 세 그루의 나무는 현묘한 빛을 사방에 뿜었다.
세 그루의 나무에는 과일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천현선과였다.
"통로를 따라왔더니 산꼭대기에 도착했어?"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그는 천현선수를 보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옛사람들은 큰 재난 속에서 죽지 않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예전에 진남은 그런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었다.
상현성산은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흰색 산기슭, 보라색 산 중턱 그리고 붉은색 산꼭대기였다.
산기슭에는 보물이 적고 산 중턱에는 좀 많았다.
그러나 전설 속의 천현선과는 오직 붉은색 산꼭대기에 있었다.
그러나 보통 무인들은 산꼭대기에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대제 거물들이 천현선과를 노리고 있기에 올라가면 그들 손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대로라면 진남은 실력이 강하여 대제들과 싸울 수 있었지만, 천현선과를 얻는 건 어렵고 위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위험과 어려움이 전부 사라졌다.
그는 쉽게 천현선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천기일맥들과 함께 있어서 동굴에 들어올 수 있었어. 지금 조보간으로 동굴 꼭대기의 수정을 통과해 천현선과를 전부 낚아와도 밖에 있는 대제 거물들은 발견할 수 없어."
진남은 두 눈이 이글거렸다.
천현선과로 엄청 많은 공헌점을 바꿀 수 있었다.
"허, 이게 말로만 듣던 천기령지(天機靈池)야?"
"세상에, 천기령지는 우리 천기일맥들에게 좋은 점이 많아!"
"찌익, 찌익, 찌익, 찌익!"
천기서와 천기견들은 천현선수를 보지 못하고 금색 연못을 보며 감탄했다.
그들은 어느새 걸음을 옮겨 연못으로 달려들었다.
"천기령지?"
천기견들과 천기서의 말에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마침 금색 연못에 뛰어들려던 참이었다.
강한 기운이 그들의 몸에서 풍겼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을 받는 것 같았다.
"아아, 시원하다. 너무 시원해……."
천기견들은 멍멍 짖으며 그 기분에 푹 빠졌다.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동굴의 벽에서 열여덟 개의 그림이 깨어나더니 동시에 흰색 빛을 연못에 쏘았다.
연못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응? 이건 무슨 상황이야?"
흥분했던 천기견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몸이 차가워졌다.
"주인님, 손을 써서 연못을 진압해주세요. 저들이 힘을 흡수하고 천현비경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게 말이에요."
말없이 지켜보던 해골 소홍은 입을 열었다.
"좋다."
진남은 주저 없이 손을 휘둘렀다.
여섯 그루의 무수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연못의 주변으로 내려앉았다.
무수들은 연못에서 솟아오르던 기운을 진압했다.
천현선과는 이제 아무 때나 얻을 수 있었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은 천기서와 천기견들을 돕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