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화 양심도 없는 놈!
"어느 정도? 나도 모르겠다. 겨뤄보겠느냐?"
진남은 흥분되었다.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그도 자신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아, 아니. 절대 안 해."
왕소는 몇 걸음 물러서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언젠가 진남을 격파하고 복수하려 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진남을 격파하고 복수한단 말인가?
"어?"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상현비경에 온 것 같았다.
"됐다. 생각하지 말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는 왕소를 바라봤다.
아직 삼백만 공헌점이 되려면 아직 많이 부족했다.
계속 천현성과를 찾아야 했다.
'왕소는 상현비경을 잘 아는 것 같다. 이자에게 물어봐 보자.'
이때 수정 궁전 안에서 윙 윙 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듯 조용하던 천기석은 부름을 받은 것처럼 세게 떨기 시작하더니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응?"
진남과 묘묘 공주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이건……?"
왕소는 숨이 막혔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눈부시고 현묘한 빛이 천기석에서 뿜어져 나왔다.
빛은 수정 궁전과 이름 없는 산봉우리를 뚫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헉! 천기석이 반응을 일으켰다. 상현성산이 열릴 것 같다."
왕소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기대를 품지 않았다.
그런데 상현성산이 열리다니.
"상현성산은 또 뭐야?"
진남과 묘묘 공주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긍고 싸움터는 천현비경, 상현비경, 하현비경 세 개 비경으로 나뉜다. 그 중 천현비경은 가장 신비하여 들어갈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
하지만, 천현비경에 들어가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상현성산을 거쳐야 한다.
소문에 천현비경에 잘못 들어가서 사라진 사람들도 상현성산에서 찾았다고 하더군. 중요한 건 상현성산에서 천현선과(天玄仙果)를 딸 수 있다는 거다."
이 말에 진남과 묘묘 공주의 눈에 빛이 스쳤다.
'선(仙)' 자가 붙은 영약은 가치가 달랐다.
천현선과는 천현성과의 가치보다 세 배는 귀했다.
심지어 사려는 사람은 있어도 물건이 없을 정도로 귀했다.
"상현성산은 어디 있어?"
진남이 물었다.
"나를 따라와."
왕소는 몸을 날려 수정 궁전을 나갔다.
밖으로 나온 진남과 묘묘 공주는 뭔가 느끼고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쳐다봤다.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보았다.
이름 없는 산봉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외에 열두 개의 빛기둥이 다른 곳에서 날아와 한데 뭉쳤다.
빛기둥이 뭉쳐 이루어진 커다란 산이 떠 있었다.
바로 상현성산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구나. 이제 창람대륙에서는 천기족을 만나기 매우 어려워."
왕소는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천기족? 천기족과 무슨 관계 있어?"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너 모르는구나? 상현성산은 천기족 사람들이 상현비경에 들어가 열세 개의 천기석을 움직여야만 열 수 있어."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좀 전의 묘한 느낌이 떠올랐다.
'설마 천기서 등이 상현비경에 왔나?'
"음, 상현성산에 가면 알게 되겠지."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묘묘 공주, 왕소와 함께 빛으로 변하여 하늘로 들어갔다.
* * *
같은 시각. 커다란 상현비경 안.
상현성산이 나타나자 대제 거물이나 여러 세력의 제자들은 모두 시끌벅적했다.
"이건 뭐야?"
"상현비경에 왜 갑자기 이상이 나타난 거지?"
"상현성산이 나타나다니! 좋은 기회다!"
"하하하, 하늘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만약 천현선과를 다섯 알 따면 대제 경지 삼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대제 거물들과 제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모두가 현묘한 제술을 드러내 상현성산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이 모든 것을 일으킨 해골 소홍 등도 빠르게 다가갔다.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에 여러 세력의 대제 거물들은 잇달아 도착하였다.
또다시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여러 세력의 제자들도 잇달아 도착했다.
진남 등은 거리가 멀다 보니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상현성산은 상상보다 더 웅장하구나."
진남은 허공에 서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산봉우리는 높이가 오만 장 되고 넓이가 몇십만 장 되었다.
만물이 그것의 앞에 서면 먼지처럼 작았다.
산기슭에는 흰색 나무와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고, 산 중턱에는 보라색 나무와 꽃들이 피어있다.
산 정상은 붉은색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산 정상은 세 가지 다른 색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저건……?"
묘묘 공주와 왕소는 깜짝 놀랐다.
묘묘 공주는 호흡이 빨라지고 다급해졌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였다.
상현성산의 흰색 산기슭, 보라색 산 중턱에는 여러 세력의 천재들이 가득했다.
천재들은 수림 속에서 강한 제술을 드러내 요수, 상대들과 싸우며 보물을 쟁취했다.
붉은색 산 정상에는 허망대제, 융천대제, 명공대제, 현풍대제, 손양 장로 등 대제 거물 이 있었다.
그들은 산 정상을 공격했다.
태양처럼 제광이 번쩍거리고 해일처럼 제위가 넘실거렸다.
엄청난 싸움이었다.
거리가 멀었지만 도무지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는 산 정상에서 네 그루의 나무를 발견했다.
나무들은 거인처럼 우뚝 솟아 있었는데, 금빛이 반짝거리는 가지가 울창했고, 기운은 현묘하고 가늠할 수 없었다.
나무에는 수정처럼 맑은 과일이 열려 있었다.
과일에서 선기가 뿜어져 나왔다.
네 그루의 나무는 천현선수(天玄仙樹)였다.
나무에 달린 과일이 바로 천현선과였다.
'대제 거물들이 서로 싸울 만하구나.'
"가자. 산으로 들어가자."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네 그루의 천현선수는 신비하고 커다란 수정에 덮여 있었다.
수정 밖에는 여러 가지 위험한 금제와 산 정상에서 자라는 강한 요수들이 가득했다.
설사 대제 거물 몇십 명이 연합한다고 해도 잠깐으로는 뚫을 수 없었다.
진남이 갖고 있는 조보간은 금제와 신비한 수정을 무시하고 안으로 뚫고 들어가 천현선수에서 천현선과를 딸 수 있었다.
그러나 몇십 명의 대제 거물이 있는데 그가 손을 쓴다면 대제 거물들의 협공을 당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 천현선과를 따오는 건 불가능했다.
우선 산으로 들어가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묘묘 공주와 왕소도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과 함께 상현성산으로 날아들어 갔다.
묘묘 공주와 왕소가 연합하자 위력이 더 강해졌다.
그들은 삼림의 왕처럼 모든 나무와 꽃들을 통제하여 보물이 있는 곳을 바로 알아냈다.
게다가 진남의 왼쪽 눈까지 있으니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은 보물이 모두 사라졌다.
한참 후.
그들은 흰색 산기슭에서 보라색 산 중턱까지 왔다.
보라색 산 중턱의 보물은 산기슭의 보물보다 더 진귀했다.
심지어 가끔씩 천현성과도 있었다.
"찾았다!"
묘묘 공주와 왕소는 걸음을 멈추었다.
묘묘 공주는 기쁨을 드러냈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훑어봤다.
산골짜기의 은밀한 곳에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
나무에는 천현성과 여섯 알이 있었다.
"응?"
진남 등은 천현성과를 따기 전에 뭔가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사람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을 본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들은 유설과 음무였다.
"진남, 너 안 죽었어?"
유설과 음무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현풍대제가 진남을 쫓아가는 걸 봤었다.
'진남이 대제 거물의 추격을 따돌렸다고?'
"내가 왜 죽었겠소?"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게……."
유설과 음무는 얼떨결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멀지 않는 곳에 있던 천현성과를 본 그들의 두 눈에 뜨거운 빛이 스쳤다.
"에잇, 모르겠다. 먼저 스승님께 알리자."
유설과 음무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전음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허망대제에게 신념을 전달했다.
진남이 어떻게 대제 거물들의 추격을 따돌렸는지는 모르지만 여섯 개의 천현성과는 엄청난 재물이었다.
그들은 천현성과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과 싸울 실력이 못 되었다.
그래서 허망대제가 나서주기를 바랬다.
"우두커니 서서 뭐 하는 게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왕소는 앞으로 나서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진남과 저들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저 두 놈을 혼내주어야겠군. 내가 진남은 못 이기지만 너희들도 못 이기겠느냐?'
유설과 음무는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반천전의 오대 장로 중 한 명이고 신방천재들이었다.
감히 누군가 이런 식으로 그들에게 호통을 친 적이 없었다.
"말투가 건방지구나. 내 제자들에게 썩 꺼지라니!"
그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그림자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엄청난 제위가 사방을 휩쓸었다.
그림자는 허망대제의 의지가 변한 것이었다.
"이런!"
왕소는 겁을 먹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이게 뭐야! 만만한 줄 알았는데, 뒷배에 대제 거물이 있다니!'
"허망대제, 오랜만입니다."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 정말 의외구나."
허망대제는 진남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는 진남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됐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자. 여섯 개의 천현성과를 나에게 주면 네가 앞서 강탈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주겠다."
허망대제는 뒷짐을 쥐고 위엄 있게 말했다.
'천현성과 여섯 개를 손에 넣은 후 기회를 봐서 혼내줘야겠다.'
허망대제는 생각했다.
그는 진남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지난번에도 진남이 아니었다면 천현성과 열 개를 내가 가졌을 거다.'
"빼앗으려고?"
묘묘 공주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진남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웃기는군. 그날 세 대제가 천현성과를 서로 빼앗고 있었다. 그 천현성과들은 저자의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다섯 개 가져갔다고 강탈이라고 하다니? 천현성과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되지 핑계는 왜 찾아? 양심도 없는 놈 같으니!'
"죄송합니다만, 여섯 개가 아니라 하나도 못 드립니다. 가지고 싶으면 실력으로 빼앗아보십시오!"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온몸에 전의가 퍼졌다.
"너……."
허망대제는 안색이 변했다.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직접 겪으니 저도 몰래 화가 버럭 났다.
'너무 오만방자하구나! 전주라는 신분도 무시하고 대제 거물의 위엄도 무시하다니!'
* * *
산꼭대기에서 통천지술(通天之術)을 펼치며 싸우던 허망대제의 본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성의 끈을 잡고 진남을 직접 진압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가라앉혔다.
"후, 절대 진남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허망대제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아, 그렇지!"
허망대제는 좋은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지었다.
* * *
보라색 산 중턱.
"진남, 무엄하오. 자네 감히……."
유설과 음무는 화가 나서 진남을 노려봤다.
"그만하거라. 이만 가자."
그는 손을 휘둘러 거대한 제의를 폭발시켜 두 제자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