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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04화 (704/1,498)

704화 창람 나무 후계자

'나는 구리거울이 식해를 지키고 있고, 전신의 혼이 혼을 지키고 왼팔이 공격을 막고 있다. 방어력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살상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제 일 단계 정도는 다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제 이 단계는 다치게 할 수 없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지금의 경지로 대제 이 단계의 거물을 공격하려면 살상력이 더 강해져야 했다.

그의 생각이 반신지국에 전해지면 수많은 무인들이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대제 이 단계 거물의 추격을 피한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데 진남은 무조 경지로 대제 이 단계의 거물을 공격하려 했다.

창람의 수많은 호걸, 천재 심지어 무도규칙을 초월한 세 천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제와 무조는 차이가 컸다.

천지차이였다.

"진남, 이 산은 매우 신비하다. 또 우리를 도와줬으니 함께 깊이 들어가 보지 않을래?"

묘묘 공주는 꿍꿍이가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응."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천현성과를 찾을 단서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바에는 산맥에서 찾아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산맥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깊이 들어갈수록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묘묘 공주는 수많은 천재지보(天材地寶)를 발견했다.

모두 매우 진귀하고 가격이 비쌌다.

'아직 깊은 곳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진남은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손에 낀 반지가 빛을 반짝거렸다.

빛은 전에 창람 나무의 지도를 만났을 때와 완전히 달랐다.

더 선명하고 짙었다.

"왜?"

묘묘 공주가 물었다.

"음……."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고 말했다.

"이 산 깊은 곳에 내가 갖고 싶어 하던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어."

진남은 계속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눈이 이글거리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는 긍고 싸움터에 와서 천현성과를 찾는 것만 생각했다.

창람 나무의 조각을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한데 뜻밖에 기회가 왔다.

"이곳에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다고?"

묘묘 공주는 깜짝 놀랐다.

유실약원의 후계자인 그녀는 창람 나무를 잘 알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머나먼 옛날에 유실약원과 창람 나무는 관계가 깊었다.

"너는 이곳에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설마 이 반지?"

이때, 한 목소리가 수림에서 들려왔다.

"누구냐?"

진남과 묘묘 공주는 동시에 안색이 사나워졌다.

수림 속에 있으면서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다니, 범상치 않은 자였다.

"진남, 또 만났구나."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한 청년이었다.

청년은 매혹적인 눈을 반짝거렸다.

피부도 옥처럼 새하얬다.

파란 두루마기를 입은 그는 매우 준수했다.

"설마…… 추아도인?"

자세히 관찰하던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앞에 있는 이자는 뿜는 기운이 추아도인과 똑같았다.

'추아도인은 여인이 아니었나? 한데 어떻게 남자가 되었지?'

"그런 눈길로 나를 보지 마! 나는 와소다. 남자다. 다들 나를 왕 대공자라 부른다. 나리라고 불러도 된다."

왕소는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진남의 눈빛을 본 그는 순식간에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닷새 전, 긍고 싸움터가 열리기 전에 왕소는 비법을 알게 되어 앞당겨 긍고 싸움터에 잠입하려 했다.

그런데 추아도인의 방해를 받아 화가 나 추아도인을 죽였다.

아주 오래전,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어떤 거물은 추아도인을 긍고 싸움터의 사자로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오십 년에 한 번씩 백 장의 지도를 발급하여 무인들이 싸움에 참가하게 했다.

추아도인이 죽어 사자가 없어지자 긍고 싸움터의 그 거물이 남긴 신비한 힘은 왕소를 강제로 추아도인의 체내에 밀어 넣었다.

그리하여 왕소는 자태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지도를 발급하게 된 것이었다.

'함께 좋은 밤을 보내자'는 건 왕소가 너무 화가 나 무인들을 골려 주려고 일부러 한 말이었다.

"어? 기이하구나. 너, 사람이 아니구나."

묘묘 공주는 뭔가 알아챈 듯 말했다.

"너야말로 사람이 아니다. 네 가족은 모두 사람이 아니다."

왕소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긴말하지 않겠다. 나는 창람 나무의 후계자 왕소다. 진남 네가 갖고 있는 창람 나무의 조각과 하현비경에서 얻은 보물을 전부 내놓거라!"

진남이 잡았던 지도는 왕소가 추아도인으로 변했을 때 일부러 넘겨준 것이었다.

첫 번째는 시험해보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진남에게 진정한 보도를 주어 진남더러 보물을 모으게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진남은 눈에 빛을 반짝거렸다.

전에 창람수령(蒼嵐樹靈)이 창람 나무의 후계자에 대해 말한 적 있었다.

한데 지금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진남의 머릿속의 모든 의혹이 이 순간 완전히 풀렸다.

"어? 너 약탈하려고?"

묘묘 공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자식 못생겼지만 담은 크구나.'

"허허, 미색으로 나를 홀리지 마. 나는 여인을 가장 싫어한다. 진남, 다른 사람들은 너의 일곱 그루 무수를 두려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 왕소는 창람 나무의 후계자다. 수많은 금술이 있다. 너를 죽이는 건……."

왕소는 엄청난 기세를 뿜어 위협했다.

그러나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기이한 바람이 불어와 엄청난 속도로 왕소의 체내에 들어왔다.

바람은 현풍대제가 뿜은 풍신지혼이었다.

풍신지혼은 진작에 진남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름 모를 산봉우리의 기이한 힘의 영향으로 큰 영향을 받더니, 엉겁결에 왕소를 공격한 것이었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안색이 매우 기이해졌다.

'진짜 재수없구나. 현풍대제가 우리를 공격하려던 초식임이 분명한데, 대신 맞다니.'

방금까지도 기세가 드높고 매우 건방지던 왕소는 안색이 푸르뎅뎅해졌다.

방대한 풍신지력(風神之力)이 그의 식해로 미친 듯이 흘러갔다.

"아래로는 황천, 위로는 구천까지! 창람 나무, 모두 눌러라!"

왕소가 크게 소리치며 법인을 만들었다.

눈부신 녹색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태고의 나무의 그림자가 우뚝 솟아올라 위엄을 뿜었다.

사방의 나무와 꽃들은 뭔가 느낀 듯 두려움에 세게 떨었다.

그의 체내의 풍신지력도 사라졌다.

진남과 묘묘 공주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왕소는 무조 정상의 경지이었지만, 그가 불러낸 창람 나무의 그림자는 매우 강했다.

"진남, 습격을 하다니!"

왕소는 화가 나 소리쳤다.

"이건 나와 상관없어. 그냥 네가 재수 없어서 그래."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위협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창람 나무 선배님은 나에게 은혜가 있다. 방금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다. 필요하면 나도 너를 도와주겠다."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왕소가 계속 그에게서 물건을 빼앗으려고 하면 설사 왕소가 창람 나무의 후계자라고 해도 진남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풉! 내가 어찌 너의……"

왕소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 창람 나무의 영이 그에게 진남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왕소는 이 말을 듣고는 기분이 나빴다.

'내가 누군데? 나는 왕소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했을 뿐 아직 제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기분이 나빠진 왕소는 처음 진남을 발견했을 때부터 진남이 갖고 있는 창람 나무의 조각과 다른 보물들을 빼앗아 진남을 격파하고 동생으로 삼으려 했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동생이 있다는 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발생했다.

산봉우리 깊은 곳에서 혈망이 반짝거렸다.

"앗! 큰일 났다! 방금 창람 나무의 그림자를 펼쳤을 때 그 자식이 발견해 버렸어! 창람 나무의 조각을 삼키려 할 거야!"

왕소는 안색이 변했다.

"창람 나무의 조각을 삼킨다고?"

진남과 묘묘 공주는 걸음을 멈추고 왕소를 바라봤다.

그들은 산봉우리 안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왕소는 안색이 변하더니 머릿속에 영광이 스치고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그렇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남을 굴복시켜 동생으로 삼을 수 있겠다!'

"크흠! 진남, 우리 연합할까……?"

왕소가 헛기침하며 물었다.

"연합하자고?"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래. 산봉우리 안에 기이한 수정 궁전이 있어. 궁전에는 상고혈지(上古血池)가 있다. 혈지는 영성이 생겨 대전 안의 금제를 조종할 수 있어서 전력이 매우 강해. 우리가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것을 격파해야 해.

너희 둘이나 나 혼자는 절대 혈지의 상대가 안 돼. 반드시 연합해야 해. 먼저 혈지를 격파하고 우리 다시 대결하여 승부를 가르자. 이긴 자가 창람 나무의 조각을 가지는 거야. 어때?"

왕소가 진남을 도발하며 빙그레 웃었다.

"좋아."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우린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되었다. 반면 왕소는 진작에 와 있었기에 많은 비밀을 알 거다. 또 왕소는 실력이 좋은데 혈지를 이기지 못한 거로 봐서 혈지는 매우 기이한 것 같다. 연합하는 것이 더 좋겠다.

그리고 후에 대결을 펼치자고? 왕소는 내가 일곱 그루의 무수가 있는 걸 알면서도 이런 제안을 하는 걸 보니 승산이 있나 보지?

아무렴 상관없다. 싸우러 오는 자는 막지 않는다. 그저 싸울 뿐이다!'

"하하, 좋다. 우선 약속하자!"

왕소는 기뻐했다.

셋은 동시에 천지에 맹세하고 산봉우리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혈망이 반짝이더니 산봉우리 깊은 곳의 공기는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사방의 영기도 짙어졌다.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셋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시커먼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위쪽에는 엄청난 의지를 뿜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동굴에 들어오는 자는 죽는다!'

일반적인 무인들이 이걸 봤다면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진남은 반지를 힐끗 봤다.

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더 밝아졌다.

"진짜 신기한 반지구나."

왕소는 눈에 부러움과 질투가 드러났다.

창람 나무의 후계자인 그라도 창람 나무의 조각의 행방을 알려면 매번 정혈을 뿜고 금술을 펼쳐야 했다.

'저런 신기한 반지는 나만 가질 수 있어. 나중에 진남을 굴복시키면 반드시 빼앗아야겠다!'

왕소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자."

진남은 그를 힐끗 보더니, 묘묘 공주와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왕소는 뒤를 따랐다.

동굴에 들어가니 피비린내가 완전히 변했다.

방대하고 형태도 없고 색깔도 없는 혈살지의(血煞之意)로 변했다.

혈살지의는 몸에 주입될 수 있었다.

마음속의 살육의 욕망을 불러일으켜 살인마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금술을 펼쳐 상대해야 했겠지만. 진남 등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도착했다."

왕소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왕소의 말대로 동굴 앞에 커다란 수정 궁전이 나타났다.

궁전에는 해골이 매우 많았다.

해골에는 무도의지가 남아있었다.

가운데는 길이가 삼 장이고 넓이가 삼 장 되는 네모난 혈지가 있었다.

혈지에는 시뻘건 피가 꿈틀거렸다.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마치 강자의 피와 대제의 피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것 같았다.

혈지 뒤에는 낡은 왕좌가 있었다.

왕좌 왼쪽에는 상자가 있었는데, 상자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시커먼 나무 조각이 있었다.

바로 창람 나무의 조각이었다.

왕좌의 오른쪽에는 관처럼 생긴 커다란 돌이 있었고 위에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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