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화 현풍대제
반천맹에는 안에선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외부에서는 절대 적이 되고 해쳐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서로 도와주지 않을지언정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면 괜찮아도 지금 여기에는 사람들이 많고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이 진남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남천신지의 사람과 연합하여 진남을 추격할 수 없잖아? 그럼 죄가 더 중해진다.'
"나더러 도와달라고? 어림없다! 죽어버려라, 건방진 놈!"
허망대제는 욕설을 퍼부었다.
고개를 돌린 허망대제는 염족의 대제 거물이 나머지 천현성과를 가져가려는 걸 보고 화를 내며 제술을 펼쳤다.
"남겨두시오!"
천현성과가 한꺼번에 다섯 알이나 적어져 그는 마음 아팠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나머지라도 챙겨야 했다.
아니면 그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어……"
음무, 유설 등 무인들은 몸이 굳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신방천재거나 명성이 자자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 번도 무조 경지의 무인이 세 명의 대제 거물에게서 보물을 빼앗는 걸 본 적 없었다.
"잠깐, 그 여인은?"
한 고족 제자가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돌려 봤다.
묘묘 공주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나뭇잎이 음무와 유설의 옆에서 찢어지더니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형, 사저, 고마워요."
그 말에 다른 세력의 사람들과 고족 제자들은 순식간에 음무와 유설을 바라봤다.
음무와 유설은 안색이 변했다.
'다른 세력의 사람들이 이 말 때문에 우리를 공격할 리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저 여인은 정말 나쁘구나! 천현성과를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우리를 약 올리다니?'
* * *
같은 시각, 하늘 위.
진남은 전에 없던 속도로 유성처럼 하늘을 날아갔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번 계획은 완벽했다.
묘묘 공주가 궁전을 공격하여 세 대제 거물의 주의를 끈 건 첫 시작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두 번째였다.
진남은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과 허망대제가 자신을 쫓을 때 염족의 대제 거물이 절대 쫓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진남은 천현성과를 전부 가져가지 않고 다섯 알을 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염족의 대제 거물이 쫓아오지 않자 그는 허망대제를 돌려보냈다.
그러면 허망대제와 염족의 대제 거물이 다시 싸우게 되고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 혼자 그를 쫓아오게 될 것이었다.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은 경지가 대제 이 단계라 허망대제보다 한 등급 낮았다.
즉, 도망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위험도 매우 컸다.
진남은 대제 거물과 싸워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쇄천지(碎天指), 죽여라!"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은 길게 소리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고 커다랗고 시커먼 손가락이 끝없는 시공간을 넘어온 것처럼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소름이 끼쳤다.
커다란 손가락 앞에서 그는 개미나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이 그를 산산조각 낼 것만 같았다.
"전신 제 일 식! 무수 드러나라, 붕멸 영역!"
진남은 전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붕멸무수와 여섯 그루의 전신의 나무가 동시에 솟아올랐다.
일곱 그루의 무수에서 방대한 흑광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휩쓸었다.
우르릉-!
커다란 쇄천지가 순식간에 떨어져 붕멸 영역을 내리쳤다.
붕멸 영역은 바로 부서지고 일곱 그루의 무수도 진남의 체내로 돌아왔다.
남은 손가락 힘이 그를 계속 내리눌렀다.
그러나 진작에 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왼팔을 들어 가슴을 막았다.
펑-!
큰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허공이 찢어지고 수많은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죽었나?"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천황도술!"
긴 외침과 함께 진남이 빛 속에서 훌쩍 뛰어나오며 칼을 휘둘렀다.
"죽지 않았다고? 대단하구나! 그러나 대제 앞에서 모든 건 개미……."
남천신지의 대제 거물은 살짝 놀랐다.
그러나 빠르게 반응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커다란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 살초는 탄지탄천(彈指吞天)이었다.
폭풍은 평범한 바람이 아니라 삼현지풍(三玄之風)이었다.
폭풍에 천황도술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의 가슴에 희미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꽃이 그의 몸을 완전히 덮었다.
휙-!
진남은 원래 자리에서 사라지고 백 리 밖에 나타났다.
"어서 가자!"
묘묘 공주는 낮게 소리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 했다.
이것이 진남의 계획의 마지막이었다.
묘묘 공주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자리를 뜨고 미리 대제 거물의 추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묘묘 공주도 무조 정상이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무조 정상의 경지였다.
"하하! 유실약원의 사람이었구나? 네 은닉술은 진짜 현묘하다. 그러나 나는 현풍대제(玄風大帝)다. 바람의 힘을 장악하고 있다. 나는 네가 어딨는지 알고 있다!"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풍대제가 성큼 나서며 손바닥을 뒤집었다.
백여 개의 폭풍이 사방을 덮고 두 사람에게로 휘몰아쳤다.
천지가 어두컴컴해졌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왕으로 태어나 만물을 호령했다. 나의 몸으로 너의 몸을 움직이겠다."
묘묘 공주는 순식간에 법인을 만들었다.
꽃잎이 진남과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자 그들은 다시 사라졌다.
오십 리 밖에서 열 그루의 나무가 터지더니 진남과 묘묘 공주가 나타났다.
"제법이구나.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천풍지공(天風之空)!"
현풍대제는 움직이지 않고 소리쳤다.
제광이 폭등하더니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매우 현묘한 바람이 허공에서 불어와 방원 오십여 리를 가뒀다.
"큰일 났어. 갇혔어."
묘묘 공주는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방금 썼던 초식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
"환신일격(還神一擊)!"
현풍대제는 다시 공격을 펼쳤다.
하늘이 시커메지더니 찬란한 빛이 묘묘 공주와 진남을 비췄다.
마치 태고천룡이 큰 입을 쩍 벌리고 그들에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붕멸 영역!"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진남은 붕멸 영역을 드러내고 왼팔과 단천도를 들어 묘묘 공주의 앞을 막았다.
이변이 발생했다.
빛 속에서 희미한 귀신이 뛰쳐나와 진남을 물었다.
"하하하! 진남. 너의 왼팔에 숨겨진 큰 비밀이 강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진작에 발견했다. 나는 이번에 너의 혼……."
현풍대제는 뒷짐을 지고 서서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자신의 공격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희미한 귀신이 진남에게 덮치는 순간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귀신은 검은 연기로 변하여 사라졌다.
"베라!"
진남이 단천도를 휘둘렀다.
예리한 도광이 천풍을 찢었다.
"나의 몸으로 너의 몸을 움직이겠다!"
묘묘 공주가 법인을 이루었다.
꽃잎이 다시 솟아올라 두 사람을 감싸고 사라졌다.
"어……?"
현풍대제는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어떻게 된 거지? 환신일격이 진남을 공격하지 못하다니? 게다가 방금 전의 그 칼은 줘지? 법력을 가둔 천풍을 베다니?'
"제길!"
현풍대제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끝없는 바람을 일으켜 허공을 넘어 쫓아갔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연합하여 서로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여 드넓은 땅에서 현풍대제와 싸웠다.
그러나 연거푸 밀렸다.
대제의 위엄은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다.
"앞쪽의 산에 대단한 금제가 있어. 대제 거물이라도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할 거야. 우리 이곳으로 들어가……"
묘묘 공주가 전음했다.
"잠시 후……"
진남도 전음했다.
두 사람은 의견을 통일했다.
"산속으로 도망치려고? 남천지기, 나를 도와줘. 현천지풍(玄天之風), 천지를 흔들어라!"
현풍대제는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남천지기가 그의 손바닥에 떠올랐다.
강력한 폭풍이 천지를 휩쓸었다.
마치 세상을 멸할 것만 같은 재난이 덮친 것 같았다.
"만세수선(萬世樹仙)!"
묘묘 공주가 빠르게 법인을 만들었다.
땅에 수많은 녹색 빛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녹색 나무로 변했다.
나무는 하늘에 뿌리를 박고 수많은 나뭇가지와 잎을 펼쳐 성처럼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아 폭풍을 막았냈다.
"살초는 이제 겨우 시작……"
현풍대제는 놀라지 않고 법인을 드러냈다.
이때, 진남이 날아나갔다.
"아홉 그루의 무수, 천황도술!"
외침과 함께 진남이 쥐고 있던 단천도가 도기를 뿜었다.
동시에, 아홉 그루의 무수가 좌우 양옆에서 함께 날아갔다.
강한 힘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세상을 멸할 것만 같았다.
진남의 최강일격이었다.
그들의 계획이기도 했다.
물러서려면 먼저 공격해야 했다.
"무슨?"
현풍대제는 깜짝 놀랐다.
'아홉 그루 무수? 진남의 무수는 일곱 그루지 않았나?'
"풍신지노(風神之怒)!"
현풍대제도 위기를 느끼고 강한 제술을 움직였다.
수많은 바람이 그의 앞에 모여 현풍대수(玄風大手)를 이루어 도기와 무조의 나무를 내리쳤다.
우르릉-!
마치 시공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물러나자!"
진남은 크게 소리쳤다.
묘묘 공주는 금술을 펼쳤다.
두 사람은 원래 자리에서 사라져 산맥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도망칠 생각하지 말거라!"
현풍대제는 화가 났다.
'대제인 내가 코앞에서 이들을 놓쳤다는 소문이 퍼지면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가 손을 내미는 순간 산속에서 엄청난 기운이 깨어났다.
현풍대제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상현비경은 하현비경과 달랐다.
여기는 그들 같은 대제 거물들이 함부로 쳐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 매우 많았다.
"……그냥 놔줄 수 없다! 풍신지혼(風神之魂), 죽여라!"
현풍대제는 입을 쩍 벌려 정혈을 뿜었다.
정혈은 희미한 그림자로 변하여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번 공격은 좀 전의 공격과 달랐다.
산이 아무리 오묘하다 해도 막지 못했다.
"……나의 풍신지혼은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 죽일 것이다!"
산을 바라보는 현풍대제의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는 소매를 젓고 허공을 찢어 떠나갔다.
진남과 묘묘 공주를 직접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들은 죽을 게 뻔했다.
* * *
현풍대제가 떠난 후, 이름 모를 산속.
진남과 묘묘 공주는 동시에 뭔가 느끼고 걸음을 멈추고 서로 마주 보았다.
잠시 후 둘은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긴장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후, 현풍대제는 흉악스럽구나. 나도 겁먹을 뻔했어."
묘묘 공주가 새하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풍대제는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졌다.
하지만 진남은 신비한 금인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묘묘 공주도 가장 강한 비장의 수를 쓰지 않았다.
사실 산속으로 숨지 않고도 현풍대제의 공격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쨋든 현풍대제는 그의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강했다.
진남은 원래 제명을 받고 제위에 오른 자들은 위제(僞帝)라 전력이 대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남은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위제라도 제력을 장악했기에 무조 경지의 무인은 비교가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