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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99화 (699/1,498)

699화 진남만이 통과하다

세 시진 후.

진남은 한 산맥에 날아 들어갔다.

오는 길에 그는 운 좋게 천현령과를 세 개 얻을 수 있었다.

"이곳인 것 같다."

진남은 앞에 있는 울창한 수림을 훑어보더니 자세히 찾기 시작했다.

지도에 쓰여진 설명에 따르면 붉은색 잎이 있는 나무를 찾아 세 번 쳐야 했다.

"이 나무다."

진남은 한 나무를 세 번 세게 쳤다.

엄청난 광경이 벌어졌다.

몇십 리 밖에서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땅이 천천히 벌어졌다.

죽은 듯이 조용하던 진법이 깨어나 흰색 빛을 반짝거렸다.

진남이 왼쪽 눈으로 훑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진법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법을 움직이려면 나무를 세 번 세게 두드려야 했다.

"이곳에 오길 잘한 것 같구나. 천현령과가 진짜 많을지도 모른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빠르게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진법 안으로 들어간 후 땅은 다시 합쳐지고 모든 기운이 평온해졌다.

이때, 산맥의 사방에 있던 곽돈, 오사 등과 황금 지도를 얻은 무인 두 명 그리고 서른 여 명의 무인들도 이 산맥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 * *

잠시 후, 마흔 명이 모두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누군가가 암암리에 조종하는 것처럼 마흔 명은 모두 열몇 곳에 흩어져 서로 상대방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도에 따르면 이곳에는 천현령과가 엄청 많을 거다. 우리는 손바닥만 한 파란색 돌을 찾아 그 돌을 깨야 한다."

곽돈이 말했다.

"근데 다른 사람도 이곳에 온 것 같아."

뒤따르던 오사가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괜찮아. 소문에 평범한 지도와 황금 지도의 차이가 바로 황금 지도는 정확한 곳을 가리키고, 평범한 지도는 도착은 할 수 있지만 지도에 쓰여진 설명이 틀린 것이래. 보통 지도는 사람을 함정으로 안내한다고 그랬어."

곽돈은 전소선을 힐끗 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렇구나. 역시 황금 지도가 대단하구나."

"다행히 우리는 황금 지도를 가졌어."

고족의 다른 제자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빠르게 돌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풀숲에서 손바닥만 한 파란색 돌을 발견했다.

돌을 깨니 펑 하는 소리가 나며 나무가 폭발했다.

나무 안에 진법 통로가 나타났다.

"역시! 이 안에 있었어!"

곽돈은 기뻐하며 사람들을 거닐고 안으로 들어갔다.

산봉우리 다른 곳에서도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마흔여 명의 무인들은 갖고 있는 황금 지도나 평범한 지도로 지도에 표기된 중요한 물건을 찾아 숨겨진 통로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아무도 진남이 들어간 곳은 찾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곽돈, 오사 등과 다른 몇 무리 무인들은 위험을 헤치고 산봉우리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곽돈, 오사 등은 드디어 통로의 가장 끝에 도착했다.

그들 앞에는 수많은 물방울이 뭉쳐 이루어진 것 같은 수막이 나타났다.

"이건……?"

수막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 곽돈, 오사, 전소선 등은 깜짝 놀랐다.

수막 뒤에는 커다란 돌로 지은 궁전이 있었다.

궁전 가운데에는 흰색 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투명하고 현묘한 기운과 방대한 영기를 뿜는 과일이 열려 있었다.

모두 팔십 개였다.

이 과일이 바로 천현령과였다.

곽돈, 오사, 전소선 등은 호흡이 빨라졌다.

팔십 개 천현령과면 엄청난 재부였다.

"어, 어서! 어서 수막을 열어!"

곽돈은 흥분하여 크게 소리쳤다.

'여기 있는 팔십 개를 얻고 나서 조금만 더 얻으면 나는 유실약원에서 상품을 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전소선도 나를 다시 볼 것이다!'

'단청? 그따위 놈은 나와 비교도 안 될 거다!'

쿵 쿵 쿵!

오사 등이 빠르게 움직이며 강한 제술을 펼쳤다.

하지만 공격할수록 그들의 흥분했던 표정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점점 굳었다.

그들이 함께 금술을 펼치고 대제부적을 쓰고 아무리 애를 써도 수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아니다. 수막을 공격하지 말자. 산을 부수면 궁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다!"

곽돈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가 크게 소리치더니 최강 제술을 펼쳐 산에 충격을 가했다.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산을 공격했다.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난 뒤.

곽돈, 오사 등 제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산은 매우 현묘했다.

그들의 공격은 산에 자국을 남겼을 뿐, 크게 흔들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황금 지도가 안내한 거잖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엄청난 재부를 코앞에 두고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때, 곽돈 등은 뭔가 느끼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궁전 양옆에 똑같은 수막이 세 개 나타났다.

수막 뒤에도 무인들이 있었다.

"어?"

세 무리 무인들은 서로를 발견했다.

그들은 곽돈 등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궁전 안에 있는 팔십 개의 천현령과를 보자 호흡이 가빠졌다.

그들은 곽돈 등이 처음에 천현령과를 봤을 때처럼 미친 듯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발 소리가 지나고 난 뒤 세 무리 무인들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 수막을 그저 보고 있어야 했다.

이어 궁전 양옆에 또 여덟 개의 수막이 나타났다.

나머지 여덟 무리의 무인들이었다.

이들도 곽돈이나 다른 세 무리 무인들처럼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더니 호흡이 가빠지고 미친 듯이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넋을 잃었다.

"젠장! 어떻게 된 거지?"

"……함정인가?"

"진짜 사람 잡네. 허, 곽돈도 저기 있구나."

마흔여 명의 무인들은 안색이 어두워져 불평을 토로했다.

그들은 깨달았다.

지도에 표기된 건 커다란 함정이었다.

"……지도들은 모두 똑같아. 이곳은 함정이야. 아무도 천현령과를 얻을 수 없어."

곽돈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천현령과를 얻지 못해 기분 나빴다.

그러나 다들 얻지 못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전소선도 그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었다.

"장소를 옮겨야겠어."

오사가 말했다.

곽돈 등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갈 준비를 했다.

수막 뒤의 다른 무인들은 불평을 토로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떠나가려 했다.

이때, 우르릉하는 폭발음이 궁전 위에서 울려 퍼졌다.

누군가 궁전으로 오고 있었다.

곽돈 등과 다른 무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봤다.

수막이 한 개 나타났다.

수막 뒤에는 진남이 서 있었다.

진남은 동굴에 들어온 후 많은 진법에 부딪혔다.

진법을 모두 부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여 이제야 도착한 것이었다.

"단청 오라버니?"

전소선이 눈을 반짝거렸다.

"단청?"

다른 무인들도 어리둥절했다.

"흥! 난 또 누구라고. 저 바보구나. 저자가 가진 평범한 지도도 별로 현묘한 점이 없었나 보구나.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막 밖에……"

원체 기분이 나빴던 곽돈은 전소선의 태도를 보자 진남을 비꼬기 시작했다.

"저자로군."

"저놈은 그냥 바보야. 신경 쓸 필요 없다. 가자!"

다른 무인들도 멸시하는 눈빛을 드러내고 떠나려 했다.

진남이 궁전 안의 '기이한 광경'이란 글자를 보며 넋을 잃고 있을 때, 앞에 있는 수막에서 찰칵찰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막은 천천히 조금씩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어……?"

곽돈 등과 무인들은 모두 벼락을 맞은 듯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수막이 스스로 열리다니?"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곽돈 등 몇십 명 무인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수막의 위력을 잘 알았다.

대제 거물이 오지 않는 한 절대 부술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의 수막은 스스로 열렸다.

'어떻게 된 거지?'

"그렇게 된 거구나……."

정신을 차린 진남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깨달았다.

'곽돈 등은 수막 뒤에 막힌 게 틀림없다. 아니면 그들은 바로 뛰어가 천현령과를 거둬갔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막을 수 있다니. 이 수막은 대단하구나. 추아도인이 나에게 준 지도는 평범한 지도가 아닌 것 같다. 아마 나더러 천현령과를 얻게 하고 나중에 상현비경에서 나를 공격해 힘을 들이지 않고 창람 나무 조각을 가져가려는 것 같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임의로 고른 평범한 지도가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을 리 없었다.

이 모든 걸 느낀 진남은 발끝을 튕겨 궁전 안으로 들어가 궁전 안에 있는 세 그루의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깜짝 놀랐던 곽돈 등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현령과 팔십 개다.'

'저렇게 방대한 재부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걸 보고 있어야 하다니!'

그들은 가슴이 답답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소매를 젓더니 천현령과를 납계에 집어넣었다.

진남은 곽돈 등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운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군. 평범한 지도 한 장으로 천현령과를 팔십 개나 얻게 될 줄이야."

이때, 진남이 문득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궁전 가운데의 벽 아래에 난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작은 구멍은 매우 은밀하고 영기가 없었다.

얼떨결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진남도 몰랐을 것이었다.

중요한 건 작은 구멍의 크기가 진남이 갖고 있는 지도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구멍에는 붉은색 점이 세 개 있었다.

진남이 갖고 있는 지도에 있는 붉은색 점과 위치가 똑같았다.

"이건 틀림없이 장치일 것이다. 지도를 구멍에 넣어보자."

진남이 중얼거렸다.

다른 무인들은 진남이 작은 구멍을 발견해낸 걸 몰랐다.

그들은 단지 진남의 말에 충격을 받아 가슴이 답답했다.

'진짜 나쁘다. 많은 천현령과를 얻은 걸 자랑해서 일부러 우리를 자극하다니!'

전소선의 눈에 묘한 빛이 드러났다.

그녀는 곽돈 등을 바라보며 활개를 펴고 말했다.

"지도 뺏기 싸움에서 너희들이 뭐라고 했지? 단청 오라버니가 바보라고? 미련하다고? 근데 지금은 어떤데? 황금 지도를 얻었으면 뭐 해? 보물을 찾지 못하는 황금 지도가 무슨 소용 있어? 흥! 단청 오라버니를 비웃다니. 너희들은 진짜 생각이 짧아."

전소선의 말은 예리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찔렀다.

곽돈, 오사 등은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하지만 곽돈의 어둡던 표정은 밝아졌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선, 너 진짜 순진하구나. 단청이 들어갈 수 있었던 건 현묘한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지도의 도움으로 들어갔다면 처음에 단청이 나타났을 때 왜 수막이 있었겠느냐?"

"그건……."

전소선의 말문이 막혔다.

곽돈의 말이 맞았다.

"평범한 지도는 평범한 지도일 뿐이야. 이렇게 많은 황금 지도와 평범한 지도가 가리키는 게 정확한 길이 아니었다. 그런데 단청의 저 평범한 지도가 정확한 길이라고? 진짜 우습지도 않다."

곽돈은 피식하고 웃었다.

"맞아. 단청은 다른 수단을 쓴 게 틀림없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평범한 지도로 어떻게 수막을 열 수 있겠어?"

"단청은 자존심만 세다.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돌 궁전에 들어간 것이 평범한 지도덕분이라고 하다니. 하마터면 속을 뻔했어!"

오사 등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눈길로 진남을 바라봤다.

'수단을 써 운 좋게 천현령과를 얻었으면 뭐 해?'

'그래도 바보처럼 다섯 장의 황금 지도를 포기한 건 변하지 않아.'

'운이 항상 좋을 수 있을까? 다음번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다!'

"너희들……!"

전소선은 눈에 분노가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뭐라고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 다 했느냐? 다 했으면 조용히 하거라."

진남은 천현령과를 전부 거두어들이고 예리한 눈길로 무인들을 돌아보더니 평범한 지도를 꺼내 돌 궁전 가운데로 걸어갔다.

"어?"

곽돈 등은 어리둥절했다.

'지도를 꺼내 뭐 하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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