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8화 추아도인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홉 그루의 무수는 창람 나무의 조각과 융합했다.
만약 추아도인에게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다면 아홉 그루의 무수가 순식간에 기이한 반응일 일으키는 것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진남이 손가락에 낀 반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는 창람 나무의 조각이 없다는 걸 설명했다.
"모든 일은 원인이 있다. 우선 추아도인을 관찰해보자. 뭔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진남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추아도인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완전히 걸어 나왔다.
크고 시커먼 두루마기를 입었지만, 몸매를 가리지 못했다.
추아도인은 면사포를 쓰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몸매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 추아도인이 여인이었어?"
"기이하다. 전에는 남자였잖아?"
"설마 줄곧 분장했었나?"
주위의 무인들은 의문을 드러냈다.
"시작하자."
추아도인은 그들의 반응을 못 본 척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휙 휙 휙 하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무인들이 연달아 날아가 신석을 바쳤다.
신석을 바친 무인들의 가슴에 기이한 금색 부문이 나타났다.
무인들 대부분은 한 편에 서서 냉소를 지었다.
그들은 무턱대고 지도를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하현비경에 들어간 후 신석을 바친 무인들에게서 지도를 빼앗으려 했다.
그게 힘도 적게 들고 더 쉬울 것이었다.
"이상하다. 저 여인은 경지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강할 뿐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다. 모르겠다. 우선 지도 뺏기 싸움에 참가하자."
진남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발끝을 튕겨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갖고 있는 모든 신석을 내고 돌아왔다.
그가 돌아올 때 줄곧 꼼짝도 하지 않던 추아도인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
그러나 진남은 알지 못했다.
잠시 후, 백 명이 되었다.
곽돈, 전소선, 오사 등도 참가했다.
"규칙을 말하겠다. 원 안에서 싸움을 한다. 원 밖으로 나가면 탈락이다. 무혼과 무수를 쓰면 안 되고 사람을 죽여서도 안 된다. 시간은 열다섯 수를 세는 동안이다. 열다섯 수를 다 셀 때까지 지도를 갖고 있는 이가 최종적으로 지도를 얻는다."
추아도인은 말하며 소매를 저었다.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와 바닥에 방원 삼 리의 동그라미를 그었다.
진남 등 무인들은 바로 원 안으로 들어갔다.
"단청 오라버니, 힘내요!"
전소선은 크게 외쳤다.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
그녀는 진남의 솜씨를 다시 보고 싶어 했다.
이 말을 들은 곽돈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꼭 황금 지도를 빼앗아 본때를 보여주겠다.'
"시작하거라!"
추아도인이 목소리를 높이더니 소매를 다시 저었다.
동그라미 위쪽 가운데 녹색 빛이 솟아올랐다.
잠깐 후 녹색 빛은 확 퍼지더니 동그라미 안에 지도 백 장이 떨어졌다.
지도 백 장이 빠르게 떨어졌다.
그런데 황금 지도 다섯 장이 모두 진남의 머리 위에 모여 진남에게 떨어졌다.
"젠장! 저게 뭐야!"
무인들 대부분은 욕설을 퍼부었다.
'저놈은 운이 너무 좋잖아! 손을 뻗기만 해도 황금 지도 다섯 장을 얻을 수 있다니!'
'한 번에 황금 지도 다섯 장을 갖다니! 역대 지도 뺏기 싸움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진남은 빠르게 반응했다.
'추아도인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황금 지도 다섯 장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전부 가지자.'
순간 진남의 아홉 그루의 무수가 다시 한 번 떨었다.
그가 손에 끼고 있던 반지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
매우 희미했지만,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반지가 반응이 있다.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다는 뜻이다.'
"저것인가?"
진남은 주위를 훑어봤다.
그의 눈길이 순식간에 매우 평범한 지도에서 멎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끝을 튕겨 그림자로 변해 지도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행동에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어……?'
'황금 지도를 잡지 않다니?'
'평범한 지도를 잡으려 하다니?'
"황금 지도는 내 것이다!"
이때, 무인 중에서 한 사내가 빠르게 반응했다.
사내는 흥분하여 얼굴이 상기되었다.
커다란 손을 드러내 황금 지도 다섯 장을 향해 뻗었다.
"꿈 깨!"
다른 무인들도 반응하고 손을 썼다.
동그라미 안에 수많은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싸움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진남은 자세를 바꿔 손을 뻗어 쉽게 지도를 잡았다.
평범한 지도라 아무도 그와 다투려 하지 않았다.
"멈춰라!"
잠시 후 추아도인이 크게 소리쳤다.
싸우고 있던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행동을 멈추더니 입술을 짓씹고는 서둘러 가까이 있는 평범한 지도를 잡았다.
평범한 지도는 누구나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황금 지도를 갖고 싶었다.
한데 잡지 못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황금 지도는 다섯 장이었다.
곽돈이 두 장 잡고 오사가 한 장 잡고 나머지 두 장은 실력이 강한 두 무인이 잡았다.
"단청 오라버니……."
전소선은 곽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멍하니 진남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반응하고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단청 대사, 고맙소!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황금 지도를 두 장이나 얻을 수 있었겠소? 나는 오늘 자네한테서 많은 걸 배웠소."
곽돈은 흥분하여 진남을 보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이 바보같은 놈! 평범한 지도에 뭔가 오묘함이 있을 것 같지? 아무리 오묘하다 해도 황금 지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역시 대사다! 탄복한다."
오사는 조롱 섞인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저자는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지?"
"단청이라고 했지? 진짜 바보구나."
"쉿, 조용해. 저자는 머리가 이상해. 자신을 욕하는 걸 듣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수도 있다고!"
"어이없구나. 황금 지도를 잡지 않다니."
"후, 이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무조건 황금 지도를 잡았을 텐데 말야."
곽돈과 오사뿐만 아니라 황금 지도를 잡지 못해 화가 난 무인들과 주위에서 지켜보던 무인들은 진남을 조롱했다.
진남을 보는 눈에 경멸과 멸시가 가득했다.
무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경멸하는 눈빛을 보고도 진남은 매우 태연했다.
그는 이들이 우스웠다.
'황금 지도면 어때서? 열 장이 아니라 백 장이라도 내가 가진 평범한 지도보다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갖고 싶은 걸 갖는 거지 지들이 무슨 상관인데?'
"지도 뺏기 싸움이 끝났다. 지도를 얻은 이들, 모두 축하한다. 그리고 지도 뺏기 싸움에 참가한 도우들은 다음번에 하현비경에서 나를 찾으면 나와 함께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추아도인이 말했다.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좋은 밤을 보낸다고?"
"정말이야?"
무인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봤다.
지도 뺏기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무인 중에도 안색이 어두워진 사람이 있었다.
싸움에 참가한 무인들은 눈길이 뜨거워졌다.
'추아도인은 몸매가 대단하다. 틀림없이 미인일 것이다.'
'추아도인과 함께 수련하면 하현비경의 어느 곳에 천현령과가 많은지도 알 수 있을 거야.'
추아도인은 간드러지게 웃더니 긴말하지 않고 돌아서 안개 속으로 걸어갔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도우, 이 지도는 대체……?"
진남은 빠르게 전음했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상현비경에 가면 내가 너를 찾을 거다."
추아도인이 대답했다.
그녀의 말투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발끝을 튕겨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상현비경?"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추아도인은 하현비경으로 가지 않나? 방금 하현비경에서 그녀를 찾으면 함께 좋은 밤을 보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무인들을 놀리는 것이었나?'
이때, 둥 둥 둥 큰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몇백 마리 되는 태고의 짐승이 허공에서 뛰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북을 두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진남과 무인들은 모두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산봉우리를 덮은 신광이 태고의 바람에 날려 양옆으로 흩어지더니 산 정상으로 통하는 길이 나타났다.
산 정상의 굳게 닫혔던 신비한 흰색 문도 천천히 열렸다.
환상적인 흰색 빛이 드러났다.
"긍고 싸움터가 열렸어!"
"도우들, 아까 약속한 대로 합시다."
"하하, 드디어 열렸구나. 이번에는 더 많은 천현령과를 얻어주마!"
장내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그들은 강한 신법과 제술을 움직여 엄청난 속도로 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멀리서 보면 연어 떼가 앞다투며 폭포를 뛰어넘으려는 것처럼 웅장했다.
진남은 전소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말하지 않고 발끝을 튕겨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비한 흰색 문에 들어가자 신비한 힘이 순식간에 진남을 감쌌다.
몸이 흔들렸다.
잠시 후.
진남은 낯선 공간에 도착했다.
"여기가 하현비경인가?"
진남이 주위를 둘러봤다.
하늘은 기이한 흰색이고 땅은 붉은색이었다.
주위에 굽이친 산맥과 수림, 호수 등이 있었다.
바깥세상과 별 차이가 없었다.
"주위에 다른 무인들이 없는 걸 보니 임의로 전송하는 것 같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길을 거두고 신념을 움직여 납계에서 평범한 지도를 꺼냈다.
지도를 빼앗을 때는 무인들이 몇천 명이나 되어 그는 지도의 비밀을 관찰할 수 없었다.
"어?"
지도를 본 진남은 살짝 놀랐다.
지도는 태고 대요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아직도 요위가 남아있었다.
지도에는 하현비경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지도에는 붉은 점이 세 개 있었다.
붉은 점 위에는 옛 글자로 된 설명이 있었다.
천현령과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나무 조각에 관한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창람 나무의 조각은 없었다.
"이 지도가 반지의 반응을 일으킨 건 지도에 창람 나무의 기운이 조금 묻었기 때문이었구나."
진남은 지도의 오묘함을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창람 나무의 기운이 절대 스스로 지도에 묻었을 리 없다. 추아도인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 추아도인은 왜 이렇게 한 거지? ……설마 나에게 창람 나무의 기운이 있는 걸 느끼고 이 지도로 나를 떠보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크겠다. 추아도인은 나를 떠본 것이었어. 내가 이 지도를 가졌으니 추아도인은 나에게 창람 나무의 조각이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분명 나중에 상현비경에서 나를 공격할 것이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창람대륙은 매우 넓고 강자와 재능 있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
당연히 다른 사람도 창람 나무의 조각을 얻으려 할 것이었다.
"그럼 나중에 상현비경에 가서 다시 그녀와 겨루자. 지금은 우선 천현령과를 찾자."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멀리 날아갔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천현령과를 찾기 쉬웠다.
그러나 반 시진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하현비경은 매우 넓어 모든 곳을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이렇게 목적 없이 찾다가 운이 나쁘면 천현령과를 많이 얻을 수 없을 것이었다.
"잊고 있었다. 지도에 세 곳이 표기되어 있었지? 그곳으로 가볼까?"
진남은 다시 지도를 들고 붉은 점이 찍힌 곳으로 날아갔다.
평범한 지도가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혼자 목적 없이 찾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어차피 시간이 많으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