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693화 (693/1,498)

693화 입맹 연회

"입맹 연회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반천맹에서도 입맹 연회를 열 줄은 몰랐다.

"그래, 이건 맹주가 정한 규칙이다. 새로운 사람들이 반천전에 가입하면 반드시 입맹 연회를 열어 석 잔의 혈주를 마신다. 이제부터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뇌대제는 거기까지 말하고 마지막 말은 전음했다.

"연회에서 남은 사대 장로를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허망대제의 제자들이다."

진남은 바로 알아들었다.

고뇌대제는 그를 꽤나 보살폈다.

그러니 그에게 사대 장로를 제압하라는 것이었다.

허망대제가 그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사실 고뇌대제 때문이었다.

반천맹은 다른 세력들과 다르긴 했지만, 내부 암투가 존재했다.

진남은 고뇌대제의 분신과 몇 마디 더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진남과 목목, 역봉도 자신의 대전으로 돌아갔다.

* * *

반신지국의 끝없는 허공 속.

"마발, 내 말이 맞지?"

한 청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무연각의 각주였다.

청년 앞에는 흐릿한 그림자에 강한 기운을 가진 자가 있었다.

바로 일대 마발검신의 의지였다.

"맞소. 남천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구먼."

마발검신의 의지가 말했다.

"한데 왜 제위에 오르지 못했소?"

"제명을 받아 제위에 오르려고 할 때 남천문이 신통한 수법을 써 남천영사를 들여보냈소.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소."

무연각 청년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삼 년 안에 나는 검을 들고 남하하겠소. 자네 계획은 이자가 제위에 오르고 신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 했는데, 나에게 별로 의미가 크지는 않소."

마발검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기는 하나 만약 공격이 실패하면 나와 연합하는 건?"

무연각 청년이 물었다.

"차라리 자네가 나와 연합하는 게 낫지. 자네가 도와준다면 그깟 문을 부수는 데 훨씬 힘이 덜 들고 성공 확률도 높아질 거요."

마발검신은 작게 웃었다.

무연각 청년은 어이가 없었다.

마발검신을 끌어들이려고 했더니 오히려 그에게 끌려가게 생겼다.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으니 더 말하지 않겠소. 나는 기다리기 싫소. 기다리고 싶지도 않소. 다만 그가 제위에 오를 수 있다면 내가 도울 수는 있소."

마발검신의 의지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제위에 오를 수 있다면?"

무연각 청년은 씁쓸하게 웃었다.

마발검신은 의지가 확고했다.

진남에게 스스로 제위에 오르라는 것이었다.

'창람대륙에서 스스로 제위에 오를 수 있을까?'

"하지만 희망이 있을 수도 있어. 내가 예전에 본 것들이 틀림이 없을 거야. 진남, 지금은 내가 많이 도와줄 수 없다. 모든 것은 네가 스스로 해내야 해……."

무연각 청년은 중얼거렸다.

진남이 제위에 오르려다 실패한 후 그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보았던 것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남을 계속 도와주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직 희망이 있었다.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고 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는 진남에게 달렸다.

* * *

칠요비선검, 반천맹.

진남은 역봉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목목과 한담을 나눈 후 반천맹의 옥간에 집중했다.

그는 대략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옥간의 내용을 확인하자 그는 깊이 빠져들었다.

반천맹엔 삼신 구제 아래 무조 경지 정상급의 무인이 백서른둘이고 무조 구 단계부터 일 단계가 모두 천삼백스물한 명이 있었다.

무성, 무존 경지는 육백여 명이었다.

그리고 반천맹에선 부맹주나 대제 거물 모두 두 달에 한 번씩 임무를 집행해야 했다.

임무들은 남천신지를 상대하는 것들이었는데 성라전 맹주가 선포했다.

임무 집행을 통해 공헌점을 얻고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진남의 흥미를 끈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공헌점은 반천맹에서 작용이 무척 컸는데 충분하기만 하면 여러 보물들을 살 수 있고 정보와 비밀들도 살 수도 있었다.

심지어 역천개명할 수 있는 물건도 살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백만 개의 공헌점으로 모험을 좀 하면 천급 육품의 무혼으로 역천개명을 할 수 있는 물건을 바꿀 수 있었다.

"마발검신은 대체 얼마나 부유한 거야?"

진남은 혀를 끌끌 찼다.

반천맹의 모든 보물들은 마발검신이 내놓은 것이었다.

"어? 오백만 공헌점을 소비하면 마발검신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진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나에게 공헌점이 많으면 마발검신에게 창람 나무의 조각을 찾아달라고 해도 되잖아? 마발검신의 도움을 받으면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시간도 대폭 줄어들 수 있어!'

"하지만 공헌점이 그렇게 쉽게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천신지의 중요한 사람을 한 명 죽여야 만 점을 받을 수 있고 대제 거물을 죽여야 백만 점을 받을 수 있다."

진남은 차분해졌다.

지금 마발검신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창람 나무의 조각을 찾는 동시에 공헌점을 계속 얻을 수 있었다.

진남은 계속 옥간을 살폈다.

족히 세 시진을 사용하여 그는 반천맹의 수많은 장로와 크고 작은 규칙 그리고 장려와 처벌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바로 그때, 진남의 칠요검부가 반짝였다.

진남이 신념을 주입하자 고뇌대제의 신념이 전해졌다.

입맹 연회가 이미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진남은 궁전을 나와 반천전으로 향했다.

대전에 들어서기 전에 벌써 수많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대전은 시끌벅적했다.

진남은 대전에 들어섰다.

그러자 말소리들이 작아지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저자가 진남이야?"

"대단해. 내 동술로 뚫어볼 수 없어!"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들은 진남을 살폈다.

진남은 대전에 들어서는 순간 동술을 굴려 사방을 훑었다.

반천전은 길이가 몇천 장이었는데, 영기가 짙고 향기가 가득했다.

대전 앞에는 세 개의 금룡 의자가 있었는데, 가운데 허망대제의 분신, 우측에는 고뇌대제의 분신이 있었다.

융천대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두 대제 외에 대전에는 스물세 명의 무인이 있었다.

"응?"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오른쪽 백옥 의자에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 넷의 경지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조 경지 정상급이었지만, 실력은 훨씬 강했다.

넷 중 셋의 무혼은 천급 칠품이고, 한 명은 천급 팔품이었다.

게다가 경지도 강해서 쉬체, 동술, 혼술 등을 모두 수련했다.

"저들이 허망대제의 네 제자인 위명 장로, 음무 장로, 여비한 장로, 유설 장로인가?"

그들은 잘 감추려 했지만, 진남은 그들의 적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진남, 네가 다섯 번째 장로이니 다섯 번째 자리에 앉거라."

고뇌대제의 분신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쳐다보자 진남은 공수하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어 여러 장로와 집사들이 연속 왔다.

"사람들이 도착했으니 혈주를 올리거라!"

허망대제가 명을 내렸다.

곧 무인들이 청옥 술잔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한 사람 앞에 술잔을 세 개씩 놓았다.

잔마다 피 같은 영술이 담겨 있었는데, 영기가 무척 진했다.

"반천맹, 반남천, 이 술을 마시고 한마음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복수를 한다!"

허영대제와 고뇌대제는 동시에 술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력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 마음속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고 함께 복수한다!"

사람들은 함께 술잔을 들고 동시에 벌컥벌컥 마셨다.

한잔 또 한잔 이어서 혈주 석 잔을 전부 마셨다.

혈주는 독한 술이었다.

석 잔을 마시자 술기운에 의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금 가입한 무인들은 다른 무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계획대로 진행하거라."

허망대제는 진남을 힐끔 보더니 위명, 음무, 여비한, 유설에게 동시에 전음했다.

넷은 그 말을 듣자 눈을 번뜩였다.

"진남 장로, 환영하오. 우리 넷은 선배로서 자네와 술 한잔 나누고 싶소. 이건 우리가 가져온 옥상극락주요. 함께 실컷 마십시다."

사대 장로 중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위엄이 있어 보이는 위명이 진남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진남의 앞에서 열 개의 옥병을 꺼냈다.

모든 옥병에서 진하고 독한 술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옥상극락주?"

"좋은 술이요. 한 병에 팔천 공헌점이 필요하오."

다른 장로, 집사들이 곁눈질했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은 고뇌대제의 사람이고 사대 장로는 허망대제의 사람들이었다.

허망대제의 사람들이 진남에게 술을 청하는 것에는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터였다.

허망대제는 속으로 웃고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고뇌대제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통해 훑어보더니 냉소를 지었다.

역시나 술에 수작을 부렸다.

게다가 그들은 진남의 동술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매우 기이한 물건을 사용했다.

전신의 왼쪽 눈이라도 기괴한 파동만 보일 뿐이었다.

"하하, 설마 진남 장로 우리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것이오?"

위명은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대 장로의 두터운 마음을 후배가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소? 사대 장로, 고맙소."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사대 장로들은 진남의 '일곱 그루의 무수'에 대해 알고 있기에 평범한 영주는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사대 장로는 그의 몸속에 있는 무수가 일곱 그루 아니라 아홉 그루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진남은 독이든 술이든 모두 진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강한 독이라면 감히 허망대제도 타지 못할 것이었다.

진남의 말에 위명 등은 눈에 희색이 스쳤다.

허망대제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들은 진남을 취하게 하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허심액(虛心液)'이라는 태고 독소를 사용했다.

허심액은 동술을 갖춘 대제 강자라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허심액은 진남의 경지 등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의 식해에 들어가 지혜에 영향 줄 뿐이었다.

열 병의 옥상극락주를 마시면 진남은 적어도 닷새 후엔 미칠 것이고 반천맹에서 체면을 크게 잃을 것이다.

"진남 장로, 역시 시원시원하구려. 내가 먼저 한 잔 마시겠소."

위명은 술 한 병을 들더니 다 마셔버렸다.

엄청난 술기운이 몸에 들어가 펑 펑 하고 소리를 냈다.

"위명 장로, 고맙소."

진남도 한 병을 다 마셨다.

술기운이 폭발하더니 아홉 그루의 무수에 연화되었다.

"응?"

진남 식해에 있던 구리거울이 희미한 빛을 뿜으며 그의 식해를 비추었다.

"설마 나의 식해를 공격하는 거야?"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드러났다.

'다른 거라면 몰라도 멍청하게도 내 식해를 공격하다니?'

"진남 장로, 이번에는 내가 한 병 권하겠소."

음무는 일어서더니 병을 든 채 말했다.

"음무 장로, 과찬이오."

진남은 거절하지 않고 다시 한 병을 다 마셨다.

"진남 장로……."

곧이어 여비한이 일어섰다.

다른 장로, 집사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설마 사대 장로는 영주로 진남을 취하게 해 혼내 주려는 걸까?'

"사대 장로, 뭐 하자는 거냐?"

고뇌대제는 그 광경을 보고 무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고뇌 전주. 진남 장로는 일곱 개의 무수를 가지고 있는데 취할 수나 있겠소? 생각이 너무 많소."

허망전주가 대답했다.

그는 사대 장로에게 번갈아 진남에게 술을 권하게 해 취하게 만들려는 듯한 연출을 하라고 지시했다.

자리에 있던 장로, 집사들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