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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92화 (692/1,498)

692화 터져버리다

"선배님!"

진남은 호칭을 바꿔 냉랭하게 물었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두 번 심사할 기회를 안 주는 겁니까? 두 번째 심사가 처음과 같다면 저는 두말없이 영보전에 가겠습니다."

영보전은 네 개의 대전 중에서 지위가 가장 낮은 곳이었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허망전주가 안 된다고 했는데도 진남이 고집을 피울 줄은 몰랐다.

심지어 진남은 영보전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남은 불복하는 걸까? 아니면 진짜 사고가 있었던 걸까?'

허망대제는 진남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네가 두 번 심사해도 된다. 그러나 두 번 심사를 했는데 용기 결정이 다섯 개 이상 나오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영보전에 가야 한다. 영원히 변할 수 없다!"

'연속해서 내 말을 거역한 결과이다! 설마 진짜로 뜻밖의 상황이 생긴다고 한들 어때? 진남은 처음에 용기 결정 두 개밖에 받지 못했으니 두 번째에도 결코 다섯 개 이상은 받지 못할 거다!'

"허망전주, 자네……."

고뇌대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면 열에 아홉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허망대제의 말은 진남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승낙하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님, 용기의 기둥이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지면 어떻게 합니까?"

진남은 차분하게 물었다.

사람들은 심사에서 대단한 성적을 따내어 주목을 받고 싶어 한다.

진남도 마찬가지였다.

진남은 이미 자신을 반천맹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용기의 기둥을 부숴서 반천맹에 불필요한 손실을 가져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원래 두 번째 심사에서 전의를 조절하여 일곱 개나 여덟 개의 결정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도 살고 용기의 기둥도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허망대제가 먼저 시비를 걸었기에 진남은 반격하려고 했다.

고뇌대제 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용기의 기둥을 부수겠다는 말인가?'

허망대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 그는 귀가 째질 듯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용기의 기둥이 네가 남천문을 공격하려는 용기를 감당 못 해서 부서질까 봐? 만약 그렇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뿐만 아니라 너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맹주가 직접 심사해도 용기의 기둥이 부서질지 모르겠거늘 고작 진남이? 절대 불가능하다!'

"선배님, 약속하셨습니다."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날아가서 용기의 기둥 앞에 섰다.

그는 손바닥을 올렸다.

"허. 목목, 보았느냐? 저게 진남의 본 모습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기는. 용기의 기둥이 잘못 판단했는지는 둘째치고 용기의 기둥을 부순다고? 내가 보기엔 이번에도 용기의 결정을 두 개밖에 못 얻을 것이다!"

어랑연은 소리 내어 웃었다.

"진남은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사실을 받아 못 들여서 굳이 다시 하다니!"

"흥! 다시 해서 결과를 보면 받아들이겠지!"

무인들과 대전의 강자 중 누구 하나 진남을 좋게 말하는 이가 없었다.

고뇌대제는 일이 이 지경까지 벌어지자 진남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목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진남, 그렇게 말했으니 할 수 있는 거 맞지?'

슉-

바로 그 순간, 흰색 빛이 용기의 기둥에서 천천히 떠오르더니 빠르게 하나의 용기 결정으로 뭉쳤다.

무인들은 그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하나?'

'하나라니?'

'전보다 더 적어?'

"하하, 진남, 이게 네가 고집을 부린 이유냐?"

허망대제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 네 도심은 평정심을 잃었다고. 하나의 용기 결정이 그걸 증명하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용기의 기둥에서 두 번째 흰색 빛이 솟아올라 두 번째 결정이 되었다.

그 모습에 허망대제는 말을 멈추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뇌대제와 어랑연 등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용기의 기둥에서 용기 결정이 나올 때는 심사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두 번째 용기의 결정을 내보낸 거지?'

"선배님, 이건 두 번째입니다."

진남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렸다.

진남의 목소리가 끝나자 용기의 기둥에서 다시 흰색 빛이 솟아올라 세 번째 용기 결정으로 변했다.

"선배님, 세 번째입니다."

진남의 목소리가 끝나자 다시 네 번째 빛이 솟아올라 용기 결정으로 변했다.

"선배님, 다섯 번째입니다."

"선배님, 여섯 번째입니다."

"선배님, 일곱……."

허망대제는 넋을 잃었다.

고뇌대제도 당황하였다.

어랑연과 모든 무인들은 넋을 잃고 쳐다봤다.

'일곱 번째 용기 결정!'

이 성적은 일부 대제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선배님, 여덟 번째입니다."

"선배님, 아홉 번째 입니다."

"선배님, 이건……."

"선배님, 이번에는……."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남의 목소리에 따라 흰색 빛은 계속 솟아오르고 용기 결정으로 변했다.

허망대제, 고뇌대제 그리고 모든 무인들은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열하나야!'

'열하나의 용기 결정이다!'

예전의 고뇌대제도 아홉 개를 받았다.

진남은 이미 그를 넘어섰다.

'남천문을 대적하려는 용기가 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한 거지?'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선배님, 열두 번째입니다."

"선배님, 열세 번째입니다."

"선배님, 열네 번째입니다."

"선배님……."

진남의 목소리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곳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용기의 결정도 계속해서 생겨났다.

용기 결정은 스무 개가 되어서야 멈추었다.

허망대제, 고뇌대제, 어랑연 등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진남이 문득 말했다.

허망대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미안하다고? 설마……?'

펑-!

소리와 함께 진남의 몸속에서 엄청난 전의가 솟아올랐다.

이번에 진남은 막지 않고 끊임없이 드러냈다.

커다란 용기의 기둥은 순식간에 방대한 흰색 빛을 뿜었다.

흰색 빛이 높이 솟아올랐다.

흰색 빛이 눈부신 금빛이 되자 용기의 기둥에 순식간에 수많은 금이 생겼다.

콰쾅-!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소리가 들리고 용기의 기둥은 터져서 가루가 되었다.

현묘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도장을 휩쓸고 하늘로 날아갔다.

"부서졌어?"

"용기의 기둥이 부서졌어?"

"세상에, 용기의 기둥이 진짜 부서진 거야?"

고뇌대제, 허망대제와 무인들 그리고 강자들은 큰 충격을 받아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용기의 기둥이 부서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남이 남천문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는 뜻이었다.

남천문은 남천신지의 제일지보였다.

창람대륙에 몇만 년 동안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한데, 진남은 어떻게 두려움이 전혀 없을까?

"좋다, 좋아, 아주 좋다!"

고뇌대제는 정신을 차리고 연신 좋다는 말을 했다.

그는 기쁜 표정으로 허망대제를 돌아보며 말했다.

"허망전주. 진남의 두 번째 심사 결과는 괜찮소?"

허망전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결과는 아주 좋소. 나는 반천전의 부 전주로써 내가 한 말은 지키오. 용기의 기둥은 내가 책임지고 배상하겠소."

말을 마친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진남을 쏘아보고는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떠한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터였다.

"어랑연 도우, 두 번째 심사에서도 용기 결정이 두 개밖에 안 나온다며?"

목목은 기뻐한 후 어랑연을 보며 비꼬듯이 말했다.

"그게……."

어랑연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눈앞에 벌어진 일은 자신의 뺨을 때린 격이 되었다.

목목은 그 모습을 보자 더 말을 섞기 싫어서 진남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두 눈이 유난히 빛이 났다.

"여러분, 두 번째 심사 결과가 나왔다. 진남이 일 위이다. 진남이 첫 번째 관문과 두 번째 관문에서 훌륭하게 활약했기에 공헌점 이십만 점을 상으로 주겠다."

고뇌대제는 진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도장의 무인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공중의 강자들은 부러웠다.

신입 제자들은 잘 모르지만, 그들은 반천전의 공헌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다.

충분한 공헌점이 있으면 역천개명도 할 수 있었다.

이십만 점은 방대한 숫자였다.

스무 명의 남천신지 중요한 사람을 죽여야 벌어올 수 있었다.

"진남, 너는 일곱 무수도 가지고 있고 남천문에 대해서도 이렇게 큰 용기를 가지고 있으니 나는 부 전주의 신분으로 너를 반천전에 요청한다. 그리고 너에게 오대 장로들 중 금자(金字) 장로의 신분을 주려고 하는데 어떠하냐?"

고뇌대제는 두 눈을 빛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금자 장로?"

"오대 장로 중 하나?"

대전의 강자들은 다시 부러워했다.

반천전 전주 아래엔 부 전주가 있고 그 아래에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다섯 장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집사 장로가 있었다.

다른 대전에서 오대 장로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반천전의 오대 장로는 신분과 지위가 완전히 달랐다.

반천전에 돌아간 허망대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진남을 오대 장로에 앉히고 싶지 않지만, 대세가 형성되었기에 막을 수 없었다.

"오대 장로?"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역봉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전음했다.

"진남, 승낙하거라. 오대 장로가 되면 많은 이점이 있다. 정보나 역천개명의 기회 등 을 받을 수 있다."

"정보?"

진남은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이제 창람 나무의 조각을 계속 찾아야 했다.

혼자 힘으로 찾는 건 바다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 불필요한 시끄러움이 많을 것이었다.

한데, 만약 암영전의 사람들이 정보를 찾을 때 창람 나무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면 도움도 되고 기회도 많을 것 같았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나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고뇌대제 고맙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진남은 포권하고 말했다.

"그래."

고뇌대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랑연은 심사에서 이 위이다. 너에게 삼만 점의 공헌점을 상으로 주겠다. 반천전에 요청하고 장로직을……."

이제 심사를 마친 제자들을 여러 대전에 보내는 일만 남았다.

제자들 중 소수만 반천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다른 세 개의 대전으로 보내졌다.

심사가 끝나자 제자들도 각자 대전에서 데려가고 풍파도 드디어 끝이 났다.

물론 얼마 되지 않아 심사에서 벌어진 일이 반천맹에 소문이 쫙 났다.

진남은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용기의 기둥을 부수지 않았더라도 반천맹에 가입한 것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용기의 기둥을 부수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고 시끄러움도 적어진 것이었다.

반나절 후, 진남, 목목, 역봉은 고뇌대제의 분신을 따라 반천전으로 왔다.

고뇌대제는 기분이 좋은지 술술 이야기를 풀었다.

덕분에 진남은 반천맹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 위에 네 개 궁전들 중 가장 위에 있는 것이 반천전이었다.

반천전에는 세 명의 부 전주가 있었는데 고뇌대제, 허망대제. 그리고 융천대제였다.

그들은 모두 반천전에 살았다.

오대 장로, 장로, 집사, 제자는 반천전 주위의 규모가 작은 궁전에 살았는데, 층층이 계급이 분명하게 나뉘었다.

"진남, 이건 반천맹의 옥간이다. 가서 잘 확인해 보거라."

고뇌대제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밤은 반천전에서 입맹 연회가 열릴 것이다. 집사 이상의 사람들은 다 참가하니 너도 준비하고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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