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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91화 (691/1,498)

691화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무인이 앞으로 나서서 손을 용기의 기둥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흰색 빛과 함께 흰색 마름모 모양의 돌이 그의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용기 결정이었다.

그 무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물러갔다.

이어서 심사는 계속되었다.

무인들은 대부분 두 개의 결정을 얻었다.

일부 무인들은 세 개의 결정을 얻었다.

진남은 목목이 세 개의 결정을 얻은 것에 살짝 의아해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어랑연의 순서가 되었다.

어랑연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심호흡을 했다.

그는 결의 찬 시선으로 손을 용기의 기둥에 올렸다.

잠시 후, 눈부신 흰색 빛이 반짝였다.

무인들은 숨을 멈추었다.

대전에 있던 강자들도 긴장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의 용기 결정이 만들어지고도 끝이 아니었다.

흰색 빛은 계속 모이더니, 다섯 개의 용기 결정이 만들어지고서야 잠잠해졌다.

어랑연은 그 모습을 보자 너무나도 기뻤다.

"용기 결정을 다섯 개나 받았어?"

"허, 다섯 개가 만들어지기도 하는구나?"

"역시 일대 제자야. 우리보다 훨씬 강하구나!"

도장의 무인들은 깜짝 놀라서 감탄했다.

공중의 대전에 있던 강자들도 놀랐다.

신입 무인들은 잘 몰라도 그들은 잘 알았다.

용기의 기둥에서 만들어지는 용기 결정은 세 개뿐만이 아니었다.

반천맹의 대제 강자들끼리 심사를 했을 때에는 적어도 여섯 개의 용기 결정이 만들어졌다.

그중 고뇌대제가 가장 대단했다.

한 번에 아홉 개의 결정이 만들어져서 아무도 비교할 수 없었다.

물론 이건 대제 거물들의 상황이었다.

마발검신의 두 제자인 융천대제와 명공대제는 제위에 오르기 전에 여섯 개의 결정을 받았다.

대제 아래의 무인들 중에서 이보다 많은 사람은 없었다.

여섯 개가 아니라 다섯 개의 용기 결정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어랑연이 반천전에 가입하면 일정한 직위를 얻을 수 있겠구먼."

"당연하지."

강자들은 신념으로 교류하며 눈빛을 반짝이었다.

반천맹은 대제 외에 무조 정상급 무인들이 서로 경쟁했다.

보통은 용기 결정이 많을수록 중요한 직위에 임명이 되었다.

"어랑연이라고 했느냐? 잘했다. 이후에도 계속 노력하거라."

고뇌대제의 분신은 말했다.

"전주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어랑연은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포권하고 말했다.

"그래."

고뇌대제의 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옮겨 미소를 지었다.

"진남, 네 차례다.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진남은 대답하고 용기의 기둥에 다가섰다.

그 순간 도장의 무인들과 대전 중의 강자들의 시선이 모두 진남에게 쏠렸다.

"진남의 차례다!"

"진남은 얼마나 많은 용기 결정을 받을까?"

"듣자 하니 진남은 남천문의 삼성 등급의 적이래. 게다가 남검대제한테 쫓기기도 했다는군. 그러니 적어도 여섯 개는 받지 않겠어?"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잔뜩 기대했다.

바로 그때, 하늘에 있던 네 개의 대전들 중 우두머리 대전에서 금빛이 번쩍이며 대제의 위압이 사방으로 퍼졌다.

고뇌대제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입가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그 사람이 직접 지켜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진남이 부디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진남, 힘내!"

뒤에 있던 목목은 작은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어랑연은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던 참에 표정까지 어두워졌다.

'나는 무도규칙을 초월한 진남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대 제자이다. 왜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목목은 왜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거고…….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분해! 용기의 결정을 한 개만 받아라!"

마음이 불편한 어랑연은 조용히 진남을 저주했다.

진남은 용기의 기둥에 다가갔다.

그는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용기의 기둥에 올렸다.

순식간에 환상 같은 느낌이 진남의 가슴 속에 떠올랐다.

그의 눈앞에 커다란 그물이 날아와 온몸을 덮쳤다.

그물은 보이지 않는 힘을 풍기며 그의 몸 안으로 들어와 무언가 찾기 시작했다.

"그냥 이렇게 심사하는 거라고?"

진남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처음에 그는 용기의 기둥에 흥미가 생겼다.

그는 자신이 남천문을 공격하려는 용기가 얼마나 되는지 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전부 드러내야지!"

진남의 몸속에 있던 전신의 혼이 소리 없는 포효를 했다.

밖의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진남의 몸 안에서 방대한 전의가 빠르게 솟아올랐다.

그의 몸속 전혈도 들끓었다.

그 순간, 용기의 기둥은 무엇을 느꼈는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흰색 빛이 환하게 펼쳐졌다.

마치 흰색 태양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이건……."

고뇌대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대제와 강자들 그리고 도장의 무인들도 깜짝 놀랐다.

흰색 빛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었다.

어랑연이 건드렸을 때 나왔던 흰색 빛과 비교하면 반딧불과 달빛의 차이였다.

"이런! 터지겠어!"

심사를 받던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상고이보이자 마발검신의 개조까지 거친 용기의 기둥이 이렇게 약할 줄 몰랐다.

그의 전의가 이제 겨우 폭발하려는데 기둥이 감당 못 해 터지려고 했다.

"안 돼, 용기의 기둥은 귀한 물건인 것 같은데 터져버리면 반천맹의 심사는 어떻게 진행해? 거두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신념을 퍼뜨려 전의를 급하게 거뒀다.

하지만 전의는 너무 많아서 급하게 거둔다고 해도 용기의 기둥이 폭발할 것 같았다.

"계속 거둬!"

진남은 의지를 최고로 끌어올렸다.

무형의 전의는 밀려오던 파도가 어떤 힘에 끌려 다시 바다에 가듯이 빠르게 물러갔다.

용기의 기둥도 무언가 느끼고 떨림이 작아지고 흰색 빛도 점점 옅어졌다.

"응?"

고뇌 대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대제와 공중에 있던 강자들 그리고 도장에 있던 무인들은 무언가 느끼고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빛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진남이 전의를 거두어들이자 용기의 기둥에서 뿜던 빛도 빠르게 옅어졌다.

순식간에 빛은 옅어져서 어랑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드디어 멈추었다."

진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하마터면 조절하지 못하고 용기의 기둥을 터뜨릴 뻔했다.

그러나 그가 시름을 놓는 동시에 용기의 기둥에서 빛이 모여 두 개의 결정을 만들고 잠잠해졌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전의를 거두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거둬버린 것이었다.

겨우 두 개의 용기 결정을 만들어냈으니 반천전에도 가입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무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용기의 결정이 두 개 밖에 없어?"

"장난해? 진남이 고작 두 개밖에 못 받았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말이 안 돼. 적어도 세 개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고뇌대제의 분신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이고 남천문의 삼성 등급의 적이며 남천문 대제강자가 죽이려고 쫓아다니던 자였다. 그런데 왜 남천문을 공격할 용기가 두 개밖에 되지 않는 걸까?'

"이, 이럴 수가 없어!"

목목은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이 남천문을 공격할 용기가 없다고?'

진남의 패기 충천하던 모습을 직접 본 역봉도 믿을 수 없었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어랑연은 그 말을 듣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목목,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진남은 대단하긴 하지만 남천문을 무서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

그의 말에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어랑연의 말이 맞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어찌 되었든 상고이보인 용기의 기둥은 잘못 판단할 수 없어.'

이런 생각이 들자 무인들과 강자들의 진남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들은 경멸하고 무시하는 시선을 보냈다.

'무도규칙을 초월하면 뭐 해?'

'삼성 등급 적이면 또 무슨 소용이 있어?'

'남천문을 공격할 용기가 없으면 다른 것들은 반천맹에게 필요하지 않다!'

고뇌대제의 분신은 바로 안색이 변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받아들였다.

역봉은 살짝 넋이 나갔다.

그는 저도 몰래 마음이 흔들렸다.

'진남이 진짜 남천문을 두려워하는 걸까?'

목목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 상황을 믿지 않았다.

줄곧 말이 없던 진남은 어랑연을 훑어보고 고뇌대제의 분신에게 공수하더니 말했다.

"선배님, 조금 전에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만 심사해 보면 안 될까요?"

진남은 반천전에 가입하고 싶었다.

고뇌대제의 분신은 그의 부탁에 얼떨떨했다.

그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네가 말을 꺼냈으니 그럼 다시 한 번만 심사……."

그는 처음부터 진남이 마음에 들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진남이 반천전에 가입하여 반천전의 상황을 개변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진남이 겨우 두 개의 결정을 받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진남이 부탁을 하자 그는 다시 기회를 주려고 했다.

반천맹엔 다시 심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었다.

"다시 심사한다고? 그럴 필요가 없소."

그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도장에 떠올라 제위를 사방에 풍겼다.

무인들은 몸과 마음이 눌리는 것처럼 무거웠다.

고뇌대제는 눈이 차가워졌다.

"허망전주(虛妄殿主)를 뵙습니다."

역봉이 얼른 공수했다.

그는 반천맹의 구제 중 하나인 허망대제의 분신이자 반천전 부 전주 중 한 명이었다.

고뇌대제와 지위가 같았다.

무인들은 가슴이 떨렸다.

또 한 명의 대제가 나타날 줄 몰랐다.

"허망전주, 방금 심사할 때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심사에서는 반드시 세 개 이상의 용기 결정을 받겠습니다."

진남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습다."

허망대제의 분신은 진남을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

"용기의 기둥은 상고이보이다. 잘못 판단했을 리가 있느냐? 내가 보기에 너는 남천문을 공격할 용기가 전혀 단단하지 않구나! 사실은 사실이니 믿을 수 없어도 받아들이거라!"

그는 일부러 진남을 꾸짖었다.

진남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보다는 고뇌대제를 난처하게 하려 하기 위함이었다.

고뇌대제는 진남을 중시했다.

그러니 그가 진남을 꾸짖는 것은 고뇌대제를 꾸짖는 것과 같았다.

'고뇌대제, 진남을 중시했지? 결과는 어때?'

고뇌대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망전주의 말이 맞습니다. 상고이보는 틀리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문제가 생겨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심사를 받으면 안 됩니까?"

진남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전혀 티내지 않았다.

허망대제 분신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그는 진남이 이렇게 고집을 부릴 줄 몰랐다.

'나는 이미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두 번 심사하겠다고 하는 건 부 전주인 나를 안중에 두지 않는 건가?'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허망대제는 냉담하게 말했다.

"이제 보니 네 도심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구나. 성라전에 올 생각도 하지 말거라. 바로 암영전에 가거라."

그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암영전은 반천맹에서 서열 삼 위였다.

진남은 비록 용기 결정을 두 개밖에 받지 못했지만 암영전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성라전에 가서 성라전의 심사에 통과할 수도 있었다.

진남의 성격에 이런 말을 들으면 불편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암영전에 가라고? 용기의 기둥을 지키려고 온 힘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야? 게다가 고뇌대제는 반천맹에 한 제자가 두 번 심사 받지 못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심사 받게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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