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화 용기의 기둥
비석의 흔적들은 마치 태고 신검으로 글자를 새긴 것처럼 검의가 폭발했다.
그러나 진남을 놀라게 한 것은 검의뿐이 아니었다.
기록된 사건들이 더 중요했다.
'마발검신 반천맹을 건립하다!'
'마발검신 혼자 남천신지 팔황무신(八荒武神)을 죽이다!'
'구주검신(九州劍神) 남천신지를 떠나 반천맹에 가입하다!'
'적연대제(赤淵大帝) 반천맹에 가입하다.'
'고뇌대제(古雷大帝), 허망대제(虛妄大帝), 반천맹에 가입하다.'
'일월검신(日月劍神) 무도종을 떠나 반천맹에 가입하다.'
'마발검신 두 번째로 공격, 남천신지의 극도대제(極道大帝), 마유대제(魔幽大帝), 금해대제(禁海大帝)를 죽이다.'
'옥청대제(玉淸大帝), 류하대제(柳河大帝), 귀무대제(鬼武大帝) 반천맹에 가입하다.'
'동굴대제(冬窟大帝) 반천맹에 가입하다.'
'마발검신의 제자가 신방 제명쟁탈전에서 제명을 받고 제위에 올라 명공(明空), 융천(融天)이라는 제호를 얻다.'
진남은 마치 대사건들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충격이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반천맹은 성립된 지 고작 오 년이고 아무런 기초도 없이 시작했다.
그러나 고작 열 줄 되는 문장은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성립된 지 오 년여 만에 무신 한 명과 무제 세 명을 죽였다. 성립된 지 오 년여 만에 혼자서 삼신 구제의 규모로 늘렸다. 창람대륙에서 이 정도 성과를 이룬 자가 또 있을까?'
"마발검신은 일대 전설이구나!"
진남은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그는 이후에 기회가 있다면 반천맹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마발검신을 반드시 직접 만나보겠다고 결심했다.
"진남, 시간이 다 되었다. 가서 보자꾸나. 첫 번째 심사에서 네가 몇 위를 했는지."
역봉은 적당한 때에 입을 열었다.
역봉은 비석의 뒤쪽에 있는 도장으로 향했다.
진남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커다란 도장에는 예순다섯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 중 스물다섯은 무조 정상급이었고 나머지 마흔 명은 무조 일 단계에서 구 단계까지 다양했다.
무인들 앞에는 금방(金榜)이 떠 있고 금방에는 이름과 정보가 있었다.
"허, 역시 대제의 아들답구먼. 첫 번째 관문에서 십오만 공헌점을 얻다니!"
"허허, 십오만 공헌점을 얻었으니 일 위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당연히 일 위지!"
"역시 어랑연(於狼煙)이야! 대단해!"
무인들은 금방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들은 앞에 있는 몇몇을 경외심이 가득해서 바라보았다.
"십오만 공헌점이라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역봉을 바라보았다.
"반천맹에선 공헌점으로 여러 가지 보물과 영약을 바꿀 수 있다. 공헌점을 많이 받고 싶으면 남천신지의 사람들을 많이 죽이면 된다.
평범한 제자, 장로를 죽이면 천 개의 공헌점을 얻을 수 있고 남천신지의 중요한 사람을 죽이면 만 개의 공헌점을 얻을 수 있다. 대제와 같은 거물급을 죽이면 백만 개의 공헌점을 얻을 수 있다.
너는 방금 반천맹에 가입했기에 성적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 아마 곧 나올 거다."
역봉은 천천히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진남이 틀림없이 일 위였다.
진남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깨달았다.
첫 번째 관문의 심사에선 적을 많이 죽일수록 공헌치가 많아지고 순위도 높아졌다.
"어? 저건 목목이잖아?"
진남은 금방을 보다가 문득 낯익은 무인을 발견했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다가 놀라서 저도 몰래 소리를 냈다.
'목목이 왜 여기에 있지?'
"응?"
앞에 있던 목목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진남을 보자 두 눈에 가득하던 차가움이 사라지고 놀라고 기뻤다.
'역시 그도 반천맹에 왔구나!'
"어?"
금방 앞에 있던 많은 무인들은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남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목목을 알고 있었다.
반천맹에 왔을 때 그들은 목목의 새침한 기운에 이끌렸지만, 그녀가 하도 차가워서 감히 말도 못 건넸다.
'어떤 사람이기에 새침하던 그녀가 놀라고 기뻐하는 걸까?'
"네가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용제원에 얌전히 있지 않고 반천맹에는 왜 온 거야?'
"네가 간 이후로 내 체질 때문인지 남천문의 이성 등급 적으로 지목되었어. 그래서 구미요제가 나를 반천맹에 보냈어."
목목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표정을 지었다.
목목은 천유만절의 체질이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구미요제도 상대할 방법이 없어 겨우 억제만 시키는 정도였다.
진남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그런 체질 때문에 목목이 남천문의 적이 될 줄 몰랐다.
"도우, 나는 랑연이다. 랑연대제의 아들이다. 도우는 누구냐?"
그때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이목구비가 수려한 청년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그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진남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무인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난 듯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오기 전 어랑연은 목목의 온갖 비위를 다 맞추며 그녀에게 마음이 있다는 티를 냈다.
그러나 목목은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진남이 오자 목목이 활짝 웃으며 마중한 것이었다.
그러니 어찌 어랑연의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어랑연이 지금 나서는 것은 분명 진남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시비가 있다.
반천맹의 사람들은 공동의 적이 있어 서로가 벗이기도 하지만 그들 사이에도 위아래가 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목목은 시선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어랑연이 싫었다.
'진남에게 시비를 걸어?'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금방에 한 이름이 떠올랐다.
무인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돌리고 확인하더니 깜짝 놀랐다.
"이십칠만 오천 개의 공헌점?"
"세상에! 남천신지의 사람을 얼마나 죽인 거야?"
"진남? 설마 그 진남이야?"
무인들은 더욱 충격받았다.
몇 달 전 일곱 무수로 이름을 날린 진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다만 그들은 진남이 반천맹에 왔을 줄은 몰랐다.
"진남?"
어랑연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왔으니 그는 이번에 일 위를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반천맹의 여러 거물들의 신경이 그가 아닌 진남에게 쏠릴 게 분명했다.
"강적이 왔구나……."
어랑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랑연 도우."
그때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어랑연이 미간을 찌푸리고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을 주목하던 시선들을 진남에게 빼앗긴 것 때문에 마음이 불쾌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사람이 목목과 사이가 좋은 것 같아 보여서 그는 시비를 걸고 실컷 때려서 화풀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포권을 하고 담담하게 웃었다.
"나는 진남이다. 만나서 반갑다."
어랑연은 표정이 굳었다.
'……진남?'
어랑연은 제자(帝子)로,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주제 파악은 하는 편이었다.
진남이라면 혼내기는커녕 되려 혼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었다.
도장의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목목과 사이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 외모가 평범한 청년이 그토록 유명한 진남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자가 진남이야?"
"기운이 강하네!"
"역시 소문을 듣는 것보다 만나보니 훨씬 낫구나!"
하늘에 있는 수많은 대전에 있던 강자들도 깜짝 놀라 신념으로 살펴보았다.
진남은 너무 유명해져서 그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진남을 존중했다.
진남이 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들은 진남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크게 차이났다.
일부 사람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눈을 번뜩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반천맹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에 진남이 가입하면 그들의 이익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기 마련이었다.
"아……. 진남 도우였구나. 반갑다."
어랑연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말했다.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가 도장에 내려왔다.
제위가 주변에 풍겼다.
진남과 무인들은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았다.
"고뇌전주(古雷殿主)를 뵙겠습니다."
역봉은 얼른 포권하고 인사했다.
그림자는 반천전의 부 전주이자 고뇌대제의 분신이었다.
"허허, 예를 거두거라."
고뇌대제의 분신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마지막에 시선이 진남에게 머물렀다.
그는 손을 내밀어 진남을 내리쳤다.
쿵-
커다란 손바닥에서 뇌정지위가 펼쳐졌다.
뇌정은 마치 천지를 멸망시킬 것만 같았다.
어랑연 등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고뇌대제의 분신이 바로 공격할 줄 몰랐다.
진남은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무수를 드러냈다.
"파하라!"
순식간에 일곱 개의 무수가 등 뒤에서 솟아올라 방대한 의지를 품고 손바닥에 부딪혔다.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 같더니 커다란 뇌정이 층층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하, 진남 도우. 화내지 말거라. 네 이름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본 거다. 한데, 지금 보니 소문이 거짓은 아니구나! 대제 아래에는 네 상대가 없을 것 같다."
고뇌대제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랑연과 주변의 무인들 그리고 대전에 있던 강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진남의 일곱 무수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보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진남이 부순 건 대제의 공격이었다.
그들 중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도 방금 그 공격을 막으려면 엄청난 힘을 소모해야 했다.
그들은 진남처럼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과찬이십니다, 선배님."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만하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않으며 비굴하지도 않구나. 좋다."
고뇌대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반천맹의 첫 번째 심사를 통과했다. 이제부터 두 번째 심사를 시작하겠다."
그 말에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뇌대제가 손을 휘둘렀다.
높이가 아홉 장 되고 온통 황토색의 오래된 부문이 가득한 돌기둥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오래된 기운을 풍겼다.
"이건 상고의 이보이고 이름은 용기의 기둥이다. 원래는 한 사람의 용기를 심사하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지. 맹주가 개조해서 지금은 남천문을 공격할 용기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심사할 수 있다."
진남과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두 번째 관문의 심사에 이런 물건이 나올 줄은 몰랐다.
"심사 방법은 간단하다. 손을 돌기둥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기둥은 네가 남천신지를 공격할 용기에 따라 용기 결정을 준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반천맹은 모두 네 개의 궁전이 있다.
반천전에 들어가려면 무조 경지 정상급이어야 하고 세 개의 용기 결정이 있어야 한다. 성라전에 들어가려면 경지에 대한 요구는 없지만, 특수 시험에 참가해야 하고 두 개의 용기 결정이 있어야 하지. 암영전과 영보전은 경지에 대한 요구는 없지만 한 개의 용기 결정이 필요하고."
고뇌대제의 말을 들은 진남은 반천맹에서 이런 심사를 진행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남천신지와 남천문은 창람대륙에서 몇 만 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많은 강자들이 뒤엎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을 보면 얼마나 강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남천문의 성급 적으로 분류된 사람들 중에도 무의식에는 남천문을 두려워하고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고 용기도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었다.
반천맹은 용기의 기둥으로 위험이 닥쳐도 도망가지 않을 사람들을 모으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심사를 시작하겠다. 그럼 첫 번째 심사에서 순위가 낮은 사람부터 시작하거라."
고뇌대제는 손가락을 튕겨 용기의 기둥을 도장에 내려오게 했다.
"그런 거구나!"
"반천전에 가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도장의 무인들은 분분히 입을 열었다."
네 개의 대전에서 반천전은 우두머리였다.
반천전에 가입할 수 있다면 지위와 자원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