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화 칠요비선검(七曜飛仙劍)
기린 산맥 산골짜기.
"겁먹지 말거라!"
다섯 무조 경지 정상급 무인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강한 신법 제술을 펼쳐 그림자로 변하더니 다섯 방향에서 기린 도장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청년이 남신천지 강자 열셋을 죽였다고 믿지 않았다.
자신들이 모르는 변고가 일어났고 청년은 그 빌미로 자신들을 겁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슉-
진남은 몸을 움직이더니 귀신처럼 한 무인에게 날아갔다.
무인은 안색이 변해서 두 손으로 결인하고 눈부신 빛을 펼쳤다.
그러나 시커먼 주먹이 빛을 가르고 그의 가슴을 때렸다.
"베어라!
진남은 바로 돌아서서 네 개의 강한 도기를 날렸다.
네 무인은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여러 수단을 펼쳐 도기를 막았다.
그러나 그들이 숨을 돌리기 전에 진남은 그들 위쪽으로 날아가 다시 오른팔을 휘둘렀다.
네 개의 도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천황도술이었다.
네 무인은 안색이 변해서 다급하게 막았다.
그러나 폭발음과 함께 네 개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들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어……?"
적월홍과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진남이 남천신지 사람들을 죽였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무조 정상급의 강자 다섯을 전부 격파하다니…….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특히 적월홍 일행은 몸서리를 쳤다.
그들이 추격하던 자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일 줄 몰랐다.
"꺼져!"
진남은 싸늘하게 호통쳤다.
"가자!"
적월홍은 안색이 변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다른 무인들도 심리 방어선이 무너져서 잇달아 자리를 떴다.
기린 도장의 기린목들은 그 모습을 보자 더욱 눈부신 혈광을 뿜었다.
주변의 영기가 격렬하게 파동치고 기린의 형상들이 천천히 형성되어 요위를 풍겼다.
"만수신복(萬樹臣服)!"
진남은 발끝을 차서 등 뒤의 전신의 나무 세 그루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방대한 전신지의가 폭발했는데, 그 속에는 창람 나무 의지도 조금 섞여 있었다.
전신무수 세 그루의 의지가 기린목을 진압했다.
퍼퍼펑-!
세 번의 폭발음이 들리고 기린목의 기운이 약해졌다.
그것들은 전신무수와 비교할 수 없었다.
사상무수와 무엽고목 등은 주력을 잃게 되자 분출하는 힘이 작아졌다.
"빙국강림(氷國降臨)!"
이때 역봉이 두 눈에서 수많은 빙설을 뿜었다.
순식간에 천재지보와 기린 도장이 얼어붙었다.
마치 빙설지국이 된 것 같았다.
"진남, 이곳은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다. 우리 다른 곳을 찾아 폐관수련을 진행하자."
역봉은 진남을 돌아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진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천신지의 강자들과 싸우는 일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천재지보를 얻었으니 잘 수련해야만 했다.
역봉과 진남은 기린 산맥을 떠나 최적의 폐관수련지를 찾았다.
재물을 나눌 때 진남은 똑같이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역봉은 기린 도장의 일부만 가져갔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재물을 나눈 둘은 동시에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 * *
어느덧 스물다섯 날이 지났다.
그동안 둘은 수련을 세 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천신지의 강자들이 그들을 죽이려고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진남은 그들을 전부 해결했다.
세 번의 과정에서 진남은 남천신지의 사람을 모두 오십 명을 죽였다.
그중 스무 명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후!"
산굴에서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그의 몸속에서 들끓던 피가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그는 천재지보를 모두 연화했다.
아홉 그루의 무수는 기린목, 사상고목 등을 연화한 후 변화가 생겼다.
나무마다 똑같은 신비한 무늬들이 생겨났다.
덕분에 아홉 무수들의 기운은 전보다 많이 비슷해졌다.
또한 기린의 혈로 진남의 육신도 탈바꿈했다.
"진남, 첫 번째 심사에 통과한 걸 축하한다. 이제 너를 데리고 반천맹에 갈 때가 되었구나."
역봉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심사가 끝났습니까?"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반천맹에 무척 흥미가 있었다.
역봉의 안내를 따라 진남은 산굴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산 정상에서 멈추었다.
"선배님, 반천맹이 여기에 있습니까?"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폐관수련을 했던 곳은 군산지지(群山之地)라는 곳이었는데, 기린 산맥과 비슷했다.
반천맹은 남천신지와 남천문을 반대하는 연맹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자리를 잡으면 군산지지의 금기로 숨긴다고 해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반천맹은 이 하늘에 있다."
역봉은 허공을 가리켰다.
진남은 위쪽을 올려다봤다.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이상한 점도 없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폈지만 아무런 파동도 느끼지 못했다.
"진남, 이건 칠요검부(七曜劍符)라는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 반천맹을 볼 수 있고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반천맹 제자들끼리 연락할 때도 칠요검부를 사용한다."
역봉은 손을 뒤집어 금색 부적을 꺼냈다.
진남은 부적을 받고 손가락을 튕겨 무조의 힘을 불어넣었다.
특이한 검의가 부적에서 흘러나와 그의 몸을 감쌌다.
진남의 두 눈에 묘한 빛이 드러났다.
칠요검부는 대제의 부적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비했다.
"이제 하늘을 보거라."
역봉은 신비하게 웃었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심지가 굳건한 그였지만 이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늘은 여전히 똑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하늘의 가장 깊은 곳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고검(古劍)이 생겨난 것이었다.
고검은 적어도 팔천여 장은 되었다.
검에는 커다랗고 눈부신 태양 그림이 일곱 개 새겨져 있었다.
태양 주변에는 천지를 대표하는 신마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거대한 고검은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고 조용히 떠 있었다.
그러나 고검을 보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이 마음을 덮쳤다.
검은 오래된 작은 세계 같았다.
"반천맹은 남천에 맞서기에 종적을 들키면 안 된다. 그리고 이 검은 힘이 절묘해서 남천문이나 무신 강자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지. 그러나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반신지국의 여러 곳에서 떠돌아다니고 행적이 일정치 않다.
그러니 만약 반천맹에 돌아오고 싶으면 칠요검부로 반천맹 사람들을 연락해서 검의 위치를 알아내고 제시간에 찾아와야 한다.
아, 그리고 이 검은 우리 맹주의 본명지검인 칠요비선(七曜飛仙)이다."
진남은 숨을 들이켰다.
그는 반천맹의 종지가 검에 있을 줄 몰랐다.
진남의 오른팔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칠요비선검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진남은 깜짝 놀라서 신념을 전해 단천도를 달랬다.
반천맹의 종지인데 단천도가 멋대로 달려들게 할 수 없었다.
"남천문과 무신 강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고 단천도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위력이 무척 강한 것 같구나."
진남이 혼잣말했다.
슉.
그때 하늘 깊숙한 곳에 있던 칠요비선검에서 두 개의 현묘한 검의가 내려오더니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진남과 역봉을 감싸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칠요비선검은 계속 앞으로 움직이며 여러 땅과 산맥, 성을 지났다.
무인들과 대제 거물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잠시 후, 진남은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땅에 발이 닿았다.
완전히 낯선 작은 공간에 도착했다.
검의가 섞인 영기가 몰려와 그를 감쌌다.
영기는 반신지국의 영기보다 더욱 짙고 순수했다.
"진남, 반천맹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지금 칠요비선검의 자아공간에 있다."
역봉의 목소리가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공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했다.
하늘은 옅은 청색이었다.
세 개의 태양이 찬란하게 비추었다.
대지는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찬란하고 눈이 부셨다.
그와 역봉은 거대한 청색 석판 길에 있었다.
청색 석판 길의 앞쪽에는 아흔아홉 장이 되는 구리 기둥이 있었다.
기둥의 중앙에 사람 키 높이만한 옅은 파란색의 기묘한 거울이 있었다.
거울에는 용과 봉황이 춤추는 것 같고 패기가 가득하며 검처럼 날카로운 글자체로 반천맹이라고 쓰여 있었다.
구리 기둥 뒤쪽에는 허공으로 이어진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계단이 있었다.
계단의 끝에는 길이가 만 장 되는 백옥으로 된 커다란 도장이었다.
도장 중간에는 높이가 삼십 장이 되는 시커먼 비석이 있었다.
비석은 거친 옛 의지를 풍겼다.
오래된 마귀를 누르는 돌처럼 만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진압했다.
비석의 양쪽에는 사람들이 가득하여 시끌벅적했다.
이때, 도장의 위쪽 하늘 깊은 곳에 떠 있는 네 개의 무척 큰 궁전이 진남의 시선을 끌었다.
궁전은 기운이 방대한 것이 제기처럼 보였다.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태양과 함께 태고의 진법인 '칠요(七曜)'를 이뤘다.
네 개의 큰 궁전 주위로 작은 궁전들이 가득했는데, 대충 훑어도 사백여 개는 되는 것이 굉장해 보였다.
이것이 반천맹이었다.
반천맹은 남천신지나 요지성지, 무도종 그리고 육대 금지처럼 웅장하거나 방대하지 않았지만, 무형의 기운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역봉은 걸으면서 소개했다.
"네 개의 궁전은 반천전(反天殿), 성라전(星羅殿), 암영전(暗影殿), 영보전(靈寶殿)이다. 반천전은 남천신지를 공격하는 일을 주관하는 곳이고 성라전은 임무와 계획을 정하는 곳이다. 암영전과 영보전은 정보수집과 역천개명의 기연 그리고 여러 보물을 찾는 것을 책임진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천맹은 역시 다른 세력들과 달랐다.
역봉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잊어먹을 뻔했다. 반천맹은 종지가 있다. 남천신지와 원수를 진 자거나 남천신지의 박해를 받으면 경지와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지금 반천맹에는 많은 무성 경지나 무존 경지의 무인들도 있다."
"무성, 무존 경지요?"
진남은 의문스러웠다.
"남천문이 왜 그런 경지의 이들을 노리는 겁니까?"
"경지가 낮기는 하지만 남천문의 적으로 인식이 되면 남천신지의 사람들은 전부 죽여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
역봉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진남도 표정이 싸늘해졌다.
드디어 둘은 구리 기둥 아래에 도착했다.
옅은 파란색의 거울에서 강한 기운이 쏟아지고 두 개의 옅은 파란색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과 역봉을 감쌌다.
"선배님, 이건 무엇입니까?"
진남은 살짝 놀랐다.
"이건 맹주의 물건인데 황천경(皇天鏡)이라고 한다. 우리 몸속에 남천문의 힘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남천문의 힘은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천문의 힘이 몸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느냐?"
역봉이 말했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반천맹은 대단한 존재였다.
창람대륙의 가장 강한 세력인 남천신지와 엄청난 지보 남천문을 적으로 상대해야 하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 선배님, 반천맹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진남은 질문했다.
마발검신이 삼 년 안에 남하하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반천맹은 얼마나 강한지 진남은 궁금했다.
"당연하지. 도장에 있던 비석을 보았느냐? 직접 가서 보거라. 반천맹이 건립된 이래 모든 대사건은 거기에 기록되어 있다."
역봉은 미소를 지었다.
"오?"
진남은 비석이 기록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건 줄은 몰랐다.
그는 바로 전신의 왼쪽 눈으로 비석을 살폈다.
비석을 살핀 그는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