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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86화 (686/1,498)

686화 이제 편히 죽진 못할 것이다

"아차!"

전소선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역봉은 표정이 묘했다.

"멸하거라."

허공에 떠 있는 진남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서 붕멸무수가 날아 나와 커다란 흑광을 뿜어내며 붕멸 영역을 이루었다.

붕멸 영역이 큰 산을 내리눌렀다.

쿠쿠쿠쿵-!

연이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태고의 큰 산 형상이 세게 흔들리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남의 실력이 예전 같다면 단천도나 전신의 왼쪽 눈을 써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이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연화하고 나선 붕멸무수가 십 장 정도로 커졌다.

형언할 수 없는 현묘함이 생겼기에 동악일검을 상대하는 건 매우 쉬웠다.

"어……?"

전소선, 동활 일행들과 주위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모두 깜짝 놀랐다.

'저렇게 대단한 검술이 이렇게나 쉽게 파멸되었다고?'

'단청의 실력이 이렇게나 대단하다고?'

녕검비도 안색이 변했다.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단청이 자신에게 대드는 건 그만큼 강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어라!"

하지만 그는 신방 천재였다.

녕검비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부적을 세 개 꺼내어 무조의 힘을 안에 주입했다.

부적에서 제광이 뿜어져 나왔다.

대제의 부적이었다.

윙-!

이때, 차가운 도광이 그의 앞에서 번쩍거리더니 사라졌다.

세 장의 대제 부적은 전부 찢어져 두 동강이 났다.

아무런 위엄도 뿜어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녕검비의 안색이 변했다.

'대제의 부적이다. 일반적인 공격은 부적을 부술 수 없을 텐데……!'

그는 강한 위기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붕멸의 힘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펑-!

"아악!"

녕검비는 비명을 지르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는 튕겨 나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벽에 부딪혀 큰 구멍을 냈다.

"졌, 졌어!"

동활 등과 남천신지의 네 제자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커다란 거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강자들과 무인들은 설마 신방 천재인 녕검비가 질 줄 몰랐다.

'단청은 도대체 누구지?'

진남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는 발끝을 튕겨 녕검비 앞으로 다가가 내려다봤다.

그의 손바닥에 도의가 나타났다.

그 모습을 주위의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단청 오라버니, 안 돼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전소선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진남, 그자는 남천신지의 내문제자이고 신방에 이름이 오른 천재다. 그를 죽이면 앞으로 최소 한 달 동안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역봉도 빠르게 전음했다.

"단청, 너, 너 뭐 하려는 거냐? 아까는 내가 잘못했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남천신지의 내문제자이고 신방 천재다. 나를 죽이면 너는 남천의 저주에 걸릴 것이다. 그러면 남천신지의 강자들이 너를 죽이려 할……."

녕검비는 아까 전의 풍채를 잃었다.

두 눈에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그래?"

진남은 무표정하게 도의를 휘저었다.

'강자들이 나를 죽이려 할 거라고?'

그는 이미 남천문 삼성 등급의 적이었다.

강자들이 그를 죽이려 한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멈춰라!"

이때,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늠연성 부 성주 관해였다.

"단청, 늠연성에서는 무력을 써도 안 되고 사람을 죽여서도 안 된다. 늠연성을 떠나거라. 방금 무력을 쓴 일은 너와 따지지 않겠다. 이건 성주의 뜻이다."

늠연성은 이번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녕검비는 남천신지의 내문제자였다.

그가 늠연성에서 죽으면 영향이 좋지 않았다.

녕검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늠연성이 나섰으니 단청은 나를 죽이지 못할 거다.'

"늠연성 안에서는 무력을 쓰면 안 되고 사람을 죽여서도 안 된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방금 녕검비가 저를 공격할 땐 왜 나서지 않았습니까? 우습군요. 저는 오늘 이자를 죽일 겁니다."

진남은 콧방귀를 뀌더니 긴말하지 않고 도의를 내리쳤다.

"너……?"

녕검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부신 도광이 그의 몸을 내리쳤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자와 한통속이다."

진남은 행동을 멈추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남천신지의 네 제자들을 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도의를 뿜어 그들을 내리쳤다.

진남은 남천신지의 다섯 제자들을 한 명도 살려주지 않았다.

역봉을 포함한 관해, 동활 등 그리고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늠연대제가 명령을 내렸는데 감히 저들을 죽이다니?'

'……어떻게 저렇게 패기 있을 수가 있지?'

바로 그때.

"내가 명령했는데도 감히 저들을 죽이다니!"

위엄 있는 목소리가 늠연성에 울려 퍼졌다.

찬란한 금빛 제광이 성주부에서 하늘로 치솟았다.

바로 늠연대제였다.

방대한 제위가 마치 폭풍처럼 늠연성을 휩쓸었다.

성안의 대부분 무인들은 숨이 턱 막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이 그들의 어깨를 누르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큰일이군!"

역봉은 안색이 변했다.

진남은 방대한 제위를 느끼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주부를 노려보며 물었다.

"늠연대제, 저는 늠연성의 규칙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규칙은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저자가 저를 죽이려고 하는데 저는 왜 저자를 죽이면 안 됩니까? 그렇다면 늠연성의 규칙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대제면 어떠한가? 내가 잘못한 게 없으면 겁 먹을 것도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저 온힘을 다해 싸우면 된다! 나는 이제 대제 초기의 강자와도 싸울 힘이 있다!'

역봉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반천맹의 대인의 분석에 의하면 진남은 강골이라서 확신이 선 일이라면 아무것도 그를 막을 수 없다고 했는데, 설마 그게 진짜일 줄이야!'

역봉은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전소선, 동활 등 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무조 경지의 무인이 대제에게 대드는 것을 처음 보았다.

진남의 패기와 용기는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늠연대제는 한참 침묵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어찌 되었든 너는 규칙을 위반했다. 한 시진 안에 늠연성을 떠나거라."

'이 청년은 예전에 의기양양하던 그 사람과 많이 닮았구나……. 그리고 쉽게 녕검비를 이기고 사람들 보는 앞에서 죽였으니 반드시 큰 배후가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늠연대제의 말에 진남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늠연대제가 한 걸음 물러섰으니 진남도 계속 뻣뻣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주변의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쉽게 마무리된다고?'

"진남, 우리 빨리 늠연성을 나가자."

역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안도하면서 얼른 전음했다.

그는 망설이다가 상황이 변할까 봐 걱정했다.

곧 남천신지의 사람들도 올 게 분명했다.

진남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무언가 발견하고 녕검비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남이 미처 막을 새도 없이 파란색 빛이 그의 가슴에 비추더니 손바닥 크기 정도되는 문의 형상으로 변했다.

"응? 저게 뭐지?"

진남은 신념으로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무조의 힘과 붕멸의 힘을 사용했음에도 문을 없앨 수 없었다.

역봉은 안색이 변해서 전음했다.

"저건 남천각인(南天刻印)이다. 남천신지의 중요한 제자를 죽인 자들의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아무런 위험은 없지만 없앨 수 없지. 남천신지의 강자들은 각인의 기운을 쫓아와서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오?"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살짝 놀랐다.

남천신지에 이런 수단이 있을 줄 몰랐다.

"녕검비를 죽이는 데 이런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제 시끄럽게 되었구나. 이제 반천맹에 돌아가는 수밖에 없겠다. 반천맹에 가야 그 각인을 없앨 수 있다."

역봉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천맹은 녕검비를 죽이는 데엔 남천각인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추측했다.

"선배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 심사까지 한 달 남지 않았습니까? 기왕 이렇게 된거 이참에 남천신지의 제자들을 끌어들여 실력을 한번 확인하시죠."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응? 음…….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

역봉은 진남이 이렇게 싸움을 즐길 줄 몰랐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천신지는 남천각인으로 진남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없다.

그러니 녕검비가 죽었다고 해서 대제 강자들을 보낼 수 없었다.

진남의 실력으로 대제 아래 제자들을 상대하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진남은 이번 심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역봉은 저도 몰래 기대에 부풀었다.

"소선, 이후에 시간이 되면 전족에 방문하겠다."

진남은 전소선에게 웃으며 포권을 했다.

그리고 역봉과 함께 늠연성을 떠났다.

전소선과 동활 등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단청 오라버니가……."

전소선은 드디어 정신이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진남이 공격하던 장면만이 가득했다.

진남의 싸우는 모습은 어떤 마력이 있는 것처럼 그녀의 영혼에 깊숙이 박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제들의 대결을 볼 때도 이런 느낌은 없었는데?'

* * *

같은 시각.

반신지국, 남천신지.

방대한 세력의 휘황찬란한 궁전.

금테를 두른 옥석 위에 크기가 손바닥만한 검은색 고목으로 만든 나무 팻말들이 있었다.

팻말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래쪽에는 수천 개가 있고 위로 갈수록 적어졌는데, 가장 위쪽에는 하나의 팻말밖에 없었다.

이곳은 수령전(守靈殿)이었고, 팻말들은 남천인패(南天印牌)였다.

남천신지는 중요한 제자, 장로, 대제 거물들의 체내에 남천각인을 새겼다.

그들이 목숨을 잃기 전까지 남천각인은 드러나지 않으며 남천인패도 망가지지 않는다.

남천인패가 망가졌다는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가장 밑에 있던 몇천 개의 팻말 중 한 개가 펑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응? 누가 죽었어? 보자. 황홍(皇鴻)이었던가? 아니, 아니야. 오, 생각났어. 녕검비라는 내문제자였군. 신방 구천삼백여 위였지?"

대전에 있던 뚱뚱한 중년 사내가 중얼거렸다.

그는 수령전의 장로 장향위(張向偉)였다.

그는 수령전의 모든 일들을 도맡아 처리했다.

"남천인패가 부서진 흔적을 보니 반신지국 밖에서 죽었구나. 대체 어떤 하찮은 놈이 눈이 멀어서 감히 우리 남천신지 제자를 죽인 거지?

소룡(小龍), 내 명을 전하거라. 남천 추살령(追殺令)을 반포하라!"

장태위는 차가운 시선으로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했다.

모든 일을 마친 그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남천신지에 광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남천신지의 사람들만이 진정한 무인이고 반신지국의 왕이라고 생각했다.

남신지국의 개 한 마리라도 외부 사람의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이는 반드시 쫓아가서 죽여야 했다.

얼마 후, 그의 영패에 빛이 반짝였다.

장태위는 영패에 신념을 주입하더니 눈을 반짝였다.

'신방 천재 다섯 명과 장로 열일곱 명이 임무를 받았구나.'

"하찮은 놈, 이제 편히 죽지는 못할 거다."

장태위는 콧방귀를 뀌며 영패를 거뒀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다시 수련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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