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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84화 (684/1,498)

684화 공주에게 선물하면 좋겠구나

"초대장과 신석은 모두 반천맹에서 제공한다고요?"

'그럼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잖아?'

그러나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번 심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백변은혼화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진남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점점 재미있구나.'

진남과 역봉은 마당에서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남은 반천맹과 반신지국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았다.

그리고 남천문에 대한 살심이 점점 더 커졌다.

앞에 있는 역봉대사나 수많은 반천맹의 제자들은 예전에 남천문의 일 등급 적이었다.

그들은 남천영사나 남천신지의 부하들을 만나 부모님이나 가족을 모두 잃거나 스승이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남천문의 행동은 사람 목숨을 가볍게 보고 악독하기 그지없어서 치가 떨렸다.

* * *

시간이 꽤 흐른 후.

늠연룡월사회가 성주부에서 열렸다.

진남과 역봉은 초대장을 들고 성주부에 들어갔다.

성주부 안에는 갑옷을 입고 기운이 사나운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태고의 진법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늠연룡월사회에 참가한 사람이 적지 않구나."

진남이 왼쪽 눈으로 훑어보더니,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성주부 안에서 서른 명의 무조 정상 경지의 기운을 느꼈다.

무조 경지 구 단계나 팔 단계인 자들은 고작 몇십 명뿐이었다.

이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강자거나 전소선 같은 사람들이었다.

"두 분, 저를 따라오십시오."

하인이 그들 앞으로 다가오더니 진남과 역봉을 데리고 성주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커다란 궁전 앞에 도착했다.

궁전에 들어서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궁전 안에 있던 사람들이 신념으로 그들을 훑어봤다.

"역봉대사?"

"하하! 역봉대사, 오랜만입니다."

궁전 안의 강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역봉을 향해 공수했다.

그리고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진남을 힐끗 쳐다보았다.

역봉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그들을 쳐다봤다.

궁전은 찬란한 금빛에, 술 향기가 가득했다.

무인들은 홍옥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제자들이 뒤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층에는 여덟 개의 독실이 있었다.

그중의 세 개에는 이미 무인들이 있었다.

궁전에서는 소형 경매가 열렸다.

"단청, 오셨네요!"

기뻐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소선이었다.

"응? 네가 어떻게 여기 왔어?"

세 사람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활, 명족 여인, 뇌족 청년이었다.

그들은 전소선과 달랐다.

미소 짓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마치 먹구름이 드리운 것 같았다.

지난번의 일이 소문난 후 그들은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단청이 매우 미웠다.

단청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굴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주위의 강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 청년이 바로 최근 늠연성에서 소문이 자자한 단청이구나.'

"소선!"

진남은 태연하게 웃었다.

그는 동활 등은 아예 무시했다.

"단청 오라버니, 역봉대사. 두 분 저와 함께 독실로 가시지요."

전소선이 말했다.

그녀는 고족의 내문제자이기에 귀빈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좋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밖에 있는 것보다 귀빈실에 있는 것이 좋았다.

이때, 우렁찬 소리가 성주부 대문 앞에서 들려왔다.

"녕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궁전 안의 강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대문을 봤다.

'녕 공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알리는 거지?'

전소선 등이나 여기 있는 명성이 자자한 강자들도 이런 자격이 없었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훑어봤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반짝거렸다.

'남천신지의 제자인가?'

눈썹이 짙고 눈이 부리부리한 청년이 들어왔다.

청년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는데, 두루마기 소매에는 세 개의 보라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가슴에는 '남'자가 새겨져 있었다.

'남'자 위에는 기이한 붉은색 부문이 있었다.

청년은 몽환적인 기운을 뿜으며 걸어왔다.

자신의 기세를 전부 드러냈다.

청년의 양편에는 각각 청년들이 두 명씩 따랐다.

그들은 청년과 옷차림이 똑같았다.

다만, 그들의 소매에 새겨진 보라색 금문은 두 개였다.

그리고 가슴에 새긴 '남'자 위에 기이한 부문이 없었다.

그들 뒤로 노인 한 명과 장병 열 명이 공손한 태도로 따랐다.

노인은 늠연성 성주부의 집사였다.

"세 개의 보라색 무늬와 신방 부문이다. 남천신지의 내문제자나 신방 천재인가?"

"나는 저자를 알아. 저자는 서열 구천삼백이십칠 위의 녕검비(寧劍飛)야!"

"뭐? 구천삼백이십칠 위라고?"

"그런 인물이 이곳에 왔다고?"

강자들은 모두 눈빛이 흔들렸다.

늠연성은 반신지국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세력이었다.

팔대 고족의 내문제자가 이곳에 오는 건 보편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삼대 세력의 내문제자, 신방의 천재들이 이곳에 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늠연성은 너무 작았다.

진남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그는 방금 전신의 왼쪽 눈으로 녕검비를 관찰했다.

'무조 정상 경지다. 또 신방 서열은 고작 구천삼백이십칠 위잖아? 이게 뭐가 놀라운 거지?'

"녕 형, 어떻게 오셨습니까?"

동활은 기뻐하며 앞으로 다가갔다.

처음 진남을 만났을 때 보였던 오만함은 조금도 내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물건이 마음에 들어서 마침 지나던 길에 들렸다."

녕검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동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녕 형, 기왕 오셨으니 제가 천재를 한 명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자입니다. 이름은 단청입니다. 저자는 동술이……"

동활은 머리를 굴려 계략을 짜내어 말했다.

'단청은 동술이 높고 꽤 내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직접 공격하면 누가 이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녕검비가 나를 도와 단청을 상대하면 단청은 아무리 능력이 대단해도 꼼짝 못 할 것이다.'

"관심 없다."

녕검비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 이 층 가장 앞쪽의 귀빈실로 걸어갔다.

동활이 말하는 단청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 중 아무도 그를 좀 더 머무르게 할 자격이 없었다.

"우쭐대긴? 기껏해야 신방 천재잖아?"

전소선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뭐라고?"

녕검비를 따르던 남천신지의 제자들이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들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왜? 공격하려고? 다른 사람들이 너를 두려워한다고 나도 너를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전소선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녀의 오라비는 전족에서 지위가 매우 높았다.

제자들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남천신지의 제자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녕검비의 목소리가 귀빈실 안에서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

"올라오거라. 격 떨어지게 가짜와 상대할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사형."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전소선을 한번 노려보더니, 돌아서 올라가 버렸다.

"너……!"

전소선은 화를 냈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 그들 전족을 위족(僞族)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거라."

역봉이 전소선을 잡고 말했다.

"우선 귀빈실로 돌아가자."

전소선은 그 말을 듣고는 입술을 깨물더니, 훽 돌아서 위로 올라갔다.

궁전 안의 강자들이나 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고 실망했다.

그들은 전소선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손을 쓸 거라고 생각했다.

동활 등은 빠르게 녕검비의 귀빈실로 걸어갔다.

그들에게 있어 지금은 아부를 떨 좋은 기회였다.

만약 가능하다면 녕검비를 꼬셔 단청을 상대하게 할 수 있었다.

전소선은 독실에 들어서자 화를 냈다.

"역봉대사, 왜 저를 잡으셨어요? 제 오라버니는 신방 서열이 구천백 위입니다. 저자보다 훨씬 높다고요. 저는 저자가 두렵지 않습니다!"

역봉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아니라 네 오라비가 실력이 강한 거지. 네가 먼저 손을 쓰면 그자가 너를 죽였다 해도 할 말이 없다. 네 오라버니도 너를 위해 복수할 수 없다는 게다."

"……."

전소선은 말문이 막혔다.

"녕검비는 고작 구천삼백이십칠 위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줄곧 의문이 가득하던 진남은 드디어 말했다.

"고작 구천삼백이십칠 위라고요?"

전소선은 진남의 말에 깜짝 놀랐다.

"허허, 단청 도우, 처음 반신지국에 왔으니 모르는 건 당연하다."

역봉은 웃으며 말했다.

"구천삼백이십칠 위는 반신지국에서는 높은 편이다. 신방의 서열은 너희 중주와 다르다."

"네? 그게 무슨……."

진남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물었다.

"신방 서열 만 위 안에 든 사람만이 특수신문(特殊神紋)을 얻을 수 있다. 녕검비의 가슴에 새겨진 붉은색 부문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신방은 만인방(萬人榜)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신방 이천오백 위 안에 든 자들은 모두 대제 강자들이다.

신방에서 진행하는 신격쟁탈전, 제명쟁탈전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제강자나 무인들 중엔 신이 되지 못하고 제위에 오르지 못한 자들이 무척 많다. 몇 년 전에 전해진 소문에 따르면 신방의 진정한 무인은 이미 오만 명을 넘었다고 하지."

역봉은 천천히 설명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대제 강자만 이천오백 개 자리를 차지한 것이고, 반신지국에서 대대로 능력을 쌓은 무인들까지 있으니 만 위 안에 들어가는 건 매우 어려운 것일 거다.

"선배님, 백변은혼화가 녕검비와 연관 있습니까? 짐작이 맞습니까?"

진남은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다. 너 스스로 알아보거라."

역봉은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더 묻지 않았다.

어차피 연관이 있든 아니든 생각한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이제 경매 시작까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은 문득 얼마 전에 단천도, 왼쪽 눈, 왼쪽 팔이 이변을 일으켰던 일이 생각났다.

그는 전소선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족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전소선은 그가 묻는 걸 다 대답해줬다.

그러나 전족의 진정한 비밀에 대해 그녀는 조금도 몰랐다.

그녀는 가벼운 물음에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전소선이 말한 것들과 전혈이 들끓는 것이 실로 의심스럽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전족에 다녀와야겠다."

진남은 속으로 결심했다.

잠시 후, 강자나 무인들이 도착했다.

늠연룡월사회가 시작되었다.

"도우들 늠연룡월사회에 참가하러 온 걸 환영한다. 나는 늠연성 부성주 관해(關海)다. 이번 사회는 내가 진행한다. 잘 부탁한다."

한 중년 사내가 대전 앞에 나타났다.

그는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었다.

왠지 호감이 드는 자였다.

"긴말하지 않겠다.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겠다. 팔월이화(八月離火)다. 최저가는 삼만 신석이다. 매번 적어도 신석을 오천 개 추가해야 한다."

관해의 말이 끝나자 무조 경지 칠 단계의 무인 여섯 명이 커다란 수정 옥상자를 들어왔다.

옥상자에서는 기이한 화염이 천천히 타올랐다.

대전의 온도가 뜨거워졌다.

무인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처음부터 이런 이보가 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사만 신석을 내겠소!"

"나는 오만오천 신석을 내겠소!"

여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의 분위기도 점차 뜨거워졌다.

팔월이화 경매가 끝나고 다른 진기한 이보들도 잇달아 올라왔다.

반 시진 후 경매는 절반쯤 진행되었다.

"지금 경매할 물건은 고해현양(苦海玄釀)이다. 정말 보기 드문 영주다. 시작 가는 일만 신석이다. 매번 천 개 이상은 불러야 한다."

말을 마친 관해는 납계에서 옥병을 하나 꺼냈다.

옥병에서는 찰랑찰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해현양? 저 술을 공주에게 선물하면 좋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가격을 제시했다.

"신석 이만 개를 내겠습니다."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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