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화 창람의 나무 조각과의 융합
휙-!
진남은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다른 공간으로 온 것이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사방은 시커멓고 끝이 없었다.
마치 깊은 허공 같았다.
허공의 끝에 상상할 수 없이 큰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나무에서는 수많은 가지가 뻗어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찬란한 녹색 빛은 세상을 환히 비출 것 같았다.
한낱 나무가 아니라 신명이고 세상이었다.
그것의 앞에 서니 진남은 먼지와 같았다.
"이것이…… 창람의 나무인가?"
진남은 놀라움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전신의 위압을 경험해 본 적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아니다. 이건 나의 의지가 변한 허영일 뿐이다."
하늘이 입을 연 것 같은 우렁찬 소리가 끝없는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의지가 변한 거라고?"
진남은 놀랐다.
'의지가 변한 것이 이 정도면 본존이라면 얼마나 대단할까? 설마 진짜 창람대륙에서 구천까지 닿을까?'
"너는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나의 의지를 깨웠느냐?"
창람의 나무 의지가 다시 말했다.
보이지 않는 위압이 진남의 머리 위에 한데 뭉쳐 진남을 누를 것만 같았다.
"선배님, 저는 아홉 그루의 무수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하나로 합치고 싶습니다. 창람의 나무 조각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남은 솔직히 말했다.
"우습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화를 내더니 호통쳤다.
"무수를 하나로 합치겠다고? 헛된 꿈을 꾸는구나! 네가 아홉 그루의 무수로 나를 누른 건 죄가 엄청나다! 지금 바로 너의 아홉 그루의 무수를 부수고 빨아들이겠다!"
휙-!
수많은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의 체내에 주입되어 진남의 아홉 그루의 무수를 겹겹이 감쌌다.
방대한 힘이 순식간에 빛줄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아홉 그루의 무수가 있었다.
사실 아홉 그루의 무수를 하나로 뭉치는 건 엄청난 생각이었다.
그러나 창람의 나무는 오만했다.
고작 무수 따위가 자신과 융합되는 걸 허용할 수 없었다.
진남의 눈길이 싸늘해졌다.
'그럼 실력을 보여주자!'
"무수들! 함께 의지로 하늘을 찢어라!"
진남은 길게 외쳤다.
그의 체내의 아홉 그루의 무수들이 순식간에 강한 전신지의와 붕멸의지를 뿜어내며 나뭇가지들을 부쉈다.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가 화가 난 것처럼 강대한 전신지의를 뿜었다.
전신지의는 여덟 개의 신검으로 변하여 창람의 나무 의지를 세게 내리쳤다.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 의지는 창람의 나무 의지에 비하면 너무나도 약했다.
그러나 구천에서 창람까지 어느 것도 전신의 의지를 굽히게 하거나 부술 수 없었다.
"응? 너의 여덟 그루의 무수는 이 정도로 기이하냐?"
창람의 나무 의지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것은 창람대륙에서 오랜 세월을 겪었기에 수많은 신수와 무조의 나무들을 봤다.
그러나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처럼 약함에도 이토록 의지가 강한 무수는 본 적 없었다.
"단천도!"
진남의 오른팔이 칼로 변했다.
"베거라!"
진남은 몸을 날려 칼을 휘둘렀다.
엄청난 도광이 하늘에서 뿜어져 나왔다.
마치 앞에 있는 창람의 나무 의지를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가소롭다! 고작 도의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창람의 나무 의지는 귀찮은 듯 말했다.
수많은 녹색 나뭇가지가 한데 엉켜 커다란 대검을 이루어 내리쳤다.
쿵-!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대검은 단천도의 빛에 부서졌다.
"이, 이건 무슨 칼이지?"
창람의 나무 의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칼의 예리함이 마치 자신의 의지를 산산조각 낼 것만 같았다.
"이 칼은 단천도입니다. 천지를 자를 수 있습니다. 창람의 나무 의지라 해도 한 번에 자를 수 있습니다."
진남은 엄청난 기세로 소리쳤다.
"창람의 나무, 저는 당신이 남천문의 압박을 받는 걸 압니다. 남천문은 저와 원한이 깊습니다. 저를 도와 아홉 그루의 나무를 융합시켜주시면 언젠가 제가 남천문을 부수고 복수해드리겠습니다."
이에 창람의 나무 의지는 침묵했다.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
"……진짜 남천문과 원한이 깊으냐?"
한참 후 그것은 천천히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
진남은 창람의 나무 의지가 흔들리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창람의 나무 의지를 부술 수 있었지만, 창람의 나무 의지를 부순다고 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좋은 점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 너를 도와주겠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진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기뻐하며 공수했다.
"마음을 열거라. 지금 나의 의지로 너의 아홉 그루 무수를 도와주겠다. 창람의 나무 조각의 힘을 드러내 무수에 주입시키겠다."
창람의 나무 의지가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람의 나무 의지의 말대로 마음을 열었다.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순식간에 녹색빛으로 변하여 진남의 식해로 들어갔다.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남천문과 원한이 깊다고? 네가 하늘에 맹세한다고 해도 나는 너를 믿지 않는다. 남천문은 이런 수단을 엄청 많이 썼지. 이제 네 몸을 빼앗겠다. 그러면 너의 아홉 그루의 무수와 단천도는 모두 나의 것이 된다."
그것은 일부러 타협한 척하여 진남을 속인 것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님, 한마디 충고하겠습니다. 제 몸을 빼앗으려 하지 마십시오."
'창람의 나무가 나를 노리는 걸 내가 느끼지 못했을까?'
그는 몸을 빼앗길까 봐 걱정할 필요 없었기 때문에, 그저 경계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흥! 충고한다고? 걱정하지 말거라. 네가 진짜 남천문과 원한이 깊다면 나의 대업을 완성한 후 스스로 너의 몸을 떠날……."
창람의 나무 의지는 진남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그것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빛이 진남의 식해에서 뿜어져 나왔다.
조용하던 구리거울이 엄청난 위압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진남의 단전 속의 신비한 금인 그리고 팔목에 감은 삼생홍승에서 영광이 반짝거렸다.
"이, 이건? 설마…… 너 그녀의 삼생겁이냐?"
창람의 나무 의지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창람의 나무, 전에 네가 나를 도와준 걸 봐서 오늘은 너의 의지를 부수지 않겠다. 진남이 아홉 그루의 무수를 융합하면 전에 없이 강해질 것이다. 네가 그를 도와주면 좋지 않느냐?"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침묵했다.
처음에는 진남을 의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아홉 그루의 무수, 그리고 그중 여덟 그루는 신비하고 강하기 까지 했다.
게다가 엄청난 위력의 칼까지 갖고 있었다.
진남이 아직 제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진남이 얼마나 강하고 실력이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진남은 그녀의 삼생겁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미 창람대륙을 떠난 지 팔천 년 된다. 만약 삼생겁 때문에 창람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까? ……그리고 그때면 진남은 얼마나 강해질까?'
"좋다. 도와주겠다."
창람의 나무 의지가 대답했다.
"그러나 요구가 있다. 네가 남천문을 부수든 부수지 않든 언젠가 나의 후계자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설령 창람의 나무가 말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그는 도와줄 것이었다.
창람의 나무 의지는 문득 길게 한숨을 지었다.
옛일을 회상하는 듯하기도 하고 뭔가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데 뭉쳐라!"
창람의 나무 의지가 결심한 듯 외치자, 눈부신 녹색 빛으로 변하여 아홉 그루의 무수 안에 주입되었다.
능형 나무 조각도 방대하고 현묘한 힘을 폭발해 진남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한테서 천지를 뒤엎을 변화가 발생했다.
그의 육신이 녹색 빛에 싸였다.
살갗, 혈액, 골격에 현묘한 기운이 생겼다.
동시에, 이 세상,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물건들과 말할 수 없는 친밀감이 생겼다.
그의 아홉 그루의 무수 중 붕멸무수는 연거푸 폭등하여 십 장 정도로 커지고 무조 정상 경지에 도달했다.
남은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도 계속해서 커지더니, 팔 장 정도로 되었다.
작은 창람의 나무의 조각 덕분에 그의 전력이 새로운 경지로 진급했다.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와 붕멸무수는 나뭇가지, 나뭇잎에 녹색을 띠었고, 큰길 같은 매우 기이한 무늬가 생겼다.
원래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던 아홉 그루의 무수는 모두 기운이 같아졌다.
서로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워졌다.
"단천대제의 말이 맞구나!"
진남은 기뻤다.
'이대로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충분히 찾으면 아홉 그루의 무수는 자신의 의지를 보류한 채 순조롭게 융합될 수 있겠다.'
그러나 진남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조용하던 전신의 혼이 갑자기 그의 등 뒤에 떠올랐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다섯 개의 붉은빛이 이 순간 여섯 개로 변하고 전신의 위압도 더 강해졌다.
"이건……?"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전에 중주에 있을 때 전신의 혼은 천급 오품까지 진급하고 더 진급하지 못했다.
그는 반신지국의 신석이 있어야만 진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한 개 연화했을 뿐인데 전신의 혼이 진급한 것이었다.
"의외다. 천급 오품 무혼 이후로는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연화해야만 전신의 혼이 진급할 수 있구나. 창람의 나무의 조각은 진짜 대단하다……."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혼을 진급하는 일도 뒷전으로 밀 순 없었다.
전신의 혼이 진급하면 영기를 빨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적과 싸울 때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이 천급 팔품 정도로 진급하면 성경천과 싸울 때 힘을 들이지 않고 성경천의 무혼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경지를 공고히 하자."
진남은 생각을 멈추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평온을 되찾았다.
다섯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눈을 다시 떴다.
역봉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어?"
마당에 들어선 역봉은 진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진남의 기운이 예전과 다른 걸 발견했다.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다만 어디가 다른지는 딱히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의 실력이 더 대단해진 건 분명했다.
"선배님, 심사 내용이 왔습니까?"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단청'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응. 이번 심사 기간은 한 달이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다른 곳에서 심사에 참가한다. 벌써 서른 명이다."
역봉이 말했다.
"이번 심사에서 너의 임무는 늠연룡월사회로 가서 '백변은혼화(百變銀魂花)'를 사는 것이다."
"백변은혼화요?"
진남은 의아했다.
그는 반천맹의 심사가 그더러 경매회에 참가해 영약을 사라는 것일 줄 몰랐다.
'그럼 또 신석을 구해야 하잖아?'
"걱정하지 말거라. 초대장, 신석은 모두 반천맹에서 제공한다. 네가 백변은혼화를 얻으면 한 달 후에 반천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역봉은 그런 그의 생각을 안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