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680화 (680/1,498)

680화 조각 내기

진남은 늠연성의 모든 거리를 돌아다니며 신석을 이만여 개나 모았다.

그러나 그는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나 엄청난 지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잠깐만요."

이때,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다.

긴 두루마기를 입고 몸에 영기가 넘치는 여인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저는 팔대 고족 중 하나인 전족의 내문제자 전소선(戰小仙)이에요. 당신을 한참 지켜봤어요. 당신은 성함이 뭐예요?"

전소선은 물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전소선? 전족의 내문제자?'

그는 고개를 숙여 반지를 봤다.

반지에서 약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빠르게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전소선을 훑어봤다.

잠시 후, 전소선의 가슴에서 눈길이 멎었다.

그녀의 새하얀 목에는 손바닥만한 유리 비수가 걸려 있었다.

유리 비수는 맑고 투명하고 영기가 꿈틀거리는 것이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진남의 주의를 끈 건 비수 손잡이에 박힌 다섯 개 능형(菱形, 마름모)의 나무 조각이었다.

나무 조각은 손톱만하고 빨간색이었다.

능형 나무 조각들은 태고의 기운을 뿜었다.

진남의 전신의 왼쪽 눈은 마지막 능형 나무 조각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현묘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왼쪽 눈도 깊게 관찰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창람의 나무의 조각인 건가?'

진남의 호흡이 가빠졌다.

작은 나무조각이었지만, 직접 보니 진정할 수 없었다.

"당신?"

전소선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내 가슴을 쳐다보는 거지?'

"미안하다. 다른 생각을 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나는 단청이다. 무슨 일로 나를 찾느냐?"

"단청이요? 제가 관찰한 바로 당신은 매번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군요. 당신은 동술이 엄청난 것 같던데, 혹시 이따 저를 도와줄 수 있나요? 이기면 보물을 드릴 뿐만 아니라 큰 도움을 주겠어요."

전소선은 할 말을 전하고는 진남을 바라봤다.

그녀는 원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거리에서 이렇게 동술이 대단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녀는 희망이 생겼다.

단청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너무 어이없게 지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전소선의 말에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전소선이 스스로 찾아와 그더러 도와달라고 할 줄이야.

"도와주는 건 문제가 안 돼. 그럼 만약 내가 이기면 그 비수를 나에게 줄 수 있느냐?"

진남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유리 비수는 반보제기지만 손상되어 가치가 높지 않았다.

때문에, 그가 목적을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비수를 갖고 싶어요?"

전소선은 의아했다.

유리 비수는 그녀가 어렸을 때 선물 받은 첫 번째 무기였다.

이미 무조 경지 팔 단계가 되어 거의 쓰지 않았지만, 갖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돼서 줄곧 걸고 있었다.

'왜 이렇게 싼 비수를 달라는 거지? 혹시 이 안에 보물이 있나?'

"그 비수는 오래전에 사라진 나의 친구와 연관이 있어. 그래서 달라는 거야. 도우가 이 비수를 나에게 주기만 한다면 청을 거절하지 않겠다."

진남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는 비수를 직접 빼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적의 물건을 빼앗는 건 괜찮았지만,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다면 강도나 마찬가지였다.

"좋아요. 이 비수를 줄 수 있어요. 잠시 후, 저를 도와 조각 내기에 참가해 줘요. 신석은 제가 댈게요. 하지만 진다면 이 비수는 당신에게 줄 수 없어요."

전소선은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더니, 답했다.

"좋아!"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동의했다.

조각 내기라면 그의 전신의 왼쪽 눈으로 충분할 것이었다.

"그럼 나를 따라오세요."

협상을 마친 후 전소선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진남을 데리고 다른 거리의 궁전 앞으로 갔다.

궁전은 높이가 칠 층 정도 되었다.

온통 금색이었는데, 햇빛이 비치니 기이할 정도로 눈부신 금빛을 뿜었다.

경지가 높지 않으면 빛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궁전은 '금비전(金飛殿)'이었다.

대문 앞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오가고 시끌벅적했다.

"안내하거라."

전소선은 앞으로 다가가 금색 초대장을 꺼내더니 표정이 싸늘해졌다.

전족 내문제자의 오만을 드러냈다.

"전 아가씨군요. 저희 가문 도련님과 다른 분들은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인은 눈을 반짝이더니, 굽실거리며 전소선과 진남을 데리고 궁전 칠 층 커다란 독실 대문 앞으로 갔다.

전소선과 진남이 칠 층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독실은 수많은 진법을 쳐 소리를 차단하고 신식을 막았을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전소선은 오지 않을 것 같아!"

"하하하, 오지 못할 거야. 그녀는 동술도 모르고, 또 동술이 높은 고수도 없는걸! 혹시 왔다가 창피라도 당하면 어떡해?"

그 말을 들은 전소선은 화가 나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대문을 걷어차고 소리쳤다.

"내가 오지 못할 거라고 했어?"

그 순간 진남은 독실 안을 둘러봤다.

상석에는 붉은색 단발의 사내가 흐뭇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사내는 무조 경지 팔 단계였다.

늠연성 성주부의 대제와 기운이 비슷했다.

늠연성의 사람인 것 같았다.

붉은색 단발 사내의 양옆에는 일남일여가 앉아 있었다.

청년은 기이한 빨간색 두루마기를 입고 무조 경지 칠 단계였다.

기운과 형색이 더해지자 마치 몸집이 커다란 용광로 같았다.

여인은 싸늘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마치 유령 같았다.

"염족(焰族)? 명족(冥族)?"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창람대륙의 팔대 고족은 천기족(天機族), 염족, 명족, 뇌족(雷族), 혈족(血族), 유혼족(幽魂族), 해족(海族), 전족이었다.

이중 천기족이 가장 신비했고, 염족, 명족, 뇌족, 혈족이 가장 많았다.

"어? 전소선, 왔어?"

명족 여인이 놀란 척 물었다.

"내 탓이다, 내 탓이야. 나는 네가 오지 않을 줄 알았어. 응? 근데 네 뒤에 있는 이자는 누구냐? 설마 거리에서 찾은 고수냐?"

뇌족 청년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조롱하듯 말했다.

"됐어. 동활(董闊), 이제 시작해."

전소선은 싸늘하게 말했다.

동활이라는 붉은색 단발머리 청년은 전소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남을 보더니,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소선, 한마디 충고할게. 우리 늠연성에는 사기꾼들이 매우 많다. 부디 속지 말거라."

'전소선 우습구나. 일부러 몇 마디 놀렸는데 진짜 꼬임에 넘어가 조각 내기를 하겠다고 하다니. 그리고 내기를 하겠다는 건 그렇다 쳐도 거리에서 도와줄 무인을 찾아오다니. 설마 거리에서 진정한 동술 고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건 내 일이야.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마."

전소선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다면 시작하자."

동활은 진남을 바라보더니 일부러 물었다.

"도우, 조각 내기의 규칙을 아느냐? 각자 조각을 세 개씩 살 거다. 조각에서 얻은 가치에서 조각을 살 때 쓴 신석을 뺄 것이다. 그런 뒤 남은 신석이 많은 쪽이 이기는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봐라, 조각을 가져오거라. 그리고 대사님도 모셔오거라."

동활은 진남을 바라보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말했다.

"……너무 사람을 얕잡아보네. 단청, 이따 저 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요."

전소선은 어두운 표정으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이들은 왜 너와 겨루는 거냐?"

이곳에 오기 전에 진남은 누군가 전소선과 내기를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활, 명족 여인, 뇌족 청년이 전소선과 조각 내기를 하는 건 전소선을 모욕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로부터 칠대 고족은 우리 전족은 진정한 고족이 아니라면서 얕잡아봤어요. 때문에 칠대 고족은 줄곧 우리 전족과 맞섰어요. 그리고 동활은 전에 저를 희롱하려 했어요. 제가 변태라고 몇 마디 욕했더니 그 후부터 저에게 앙심을 품었고요."

전소선은 불쾌한 듯 말했다.

진남의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전족은 예전에는 팔대 고족에 속하지 않았다고?'

이때, 진남이 더 생각할 새도 없이 하인들이 조각들을 가져왔다.

몇천 개나 되었다.

조각마다 태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어떤 조각은 영광이 반짝거려 범상치 않았다.

뒤이어 흑포 노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역 대사(易大師)!"

동활 그리고 뇌족 청년, 명족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당신?"

전소선은 깜짝 놀랐다.

진남도 살짝 놀랐다.

흑포 노인은 가짜를 만드는 수법이 뛰어난 노점상이었다.

"역 대사? 설마 당신이 역봉대사(易峰大師)예요?"

전소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역봉대사?"

진남은 그녀를 바라봤다.

"단청, 큰일 났어요. 역봉대사는 늠연성에서 유명해요. 경지가 무조 정상에 도달했고 동술이 매우 강해요. 소문에 그는 동술로 여러 대제 강자들과 내기를 해서 줄곧 이겼대요. 진 적이 거의 없었대요."

전소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동활 등이 자신을 모욕하기 위해 역봉대사까지 모셔왔을 줄 몰랐다.

'이길 가능성이 좀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하하하, 전소선 몰랐지? 이미 늦었어. 역봉대사 잘 부탁하오."

동활은 큰소리로 웃으며 전소선을 힐끗 보더니, 역봉을 향해 공수했다.

명족 여인과 뇌족 청년도 조롱하듯 비웃었다.

'거리에서 아무나 데려와 역봉대사와 겨루겠다고?'

"네."

연봉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남과 전소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떨떨해하고는 진남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 상대가 너일 줄 몰랐구나. 네 동술은 인상 깊었다."

말을 마친 그는 동활을 향해 공수하고 미안한 듯 말했다.

"동 씨 도련님, 죄송합니다. 저는 원래는 이길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육 할밖에 안 됩니다."

그의 말에 동활과 명족 여인 그리고 뇌족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역 대사가 전소선이 거리에서 끌어온 무인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다.

전소선도 당황했다.

진남의 동술이 강한 건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남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저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아니라면 그는 이런 내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역봉대사에게 관심이 생겼다.

"허허, 도우. 동술이 대단한가 보구나. 좀 전에는 내가 눈이 무디어 알아보지 못했다. 도우, 내 면목을 봐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치고 이대로 떠나갈 수 없느냐? 아, 아마 모를 건데 나는 늠연성의 소주다."

동활은 진남을 향해 공수하고 말했다.

늠연성의 소주 다시 말해 동활은 제자(帝子)였다.

반신지국은 대제가 강자들이 중주보다 훨씬 많았다.

때문에, 제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제자는 여전히 지위가 매우 높았다.

"동활, 너……."

전소선은 화가 났다.

"화내지 말아라. 내기를 시작하자."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자가 아니라 대제가 직접 온다 해도 그는 체면을 봐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동활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명족 여인과 뇌족 청년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청년이 동활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 몰랐다.

"역봉대사, 부탁하오."

동활은 싸늘하게 진남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좋습니다."

역봉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두 눈에서 빙설이 용솟음쳤다.

그의 동술은 빙국지동(氷國之瞳)이라 불렸는데, 선천적인 동술이었다.

잠시 후, 역봉대사는 세 개의 조각을 짚더니 삼만 개의 신석을 써 그 조각들을 샀다.

진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역봉대사는 진짜 대단하구나. 세 조각은 저쪽에 있는 저 조각 외에 가장 좋은 조각이다.'

"그럼, 도우. 이제 네가 골라보거라."

역봉대사는 진남을 향해 손짓했다.

"저는 이 세 개를 고르겠습니다."

진남은 손을 내밀어 영광이 뿜어져 나오는 조각 세 개를 골랐다.

"잠깐만."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동활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은 동활에게 쏠렸다.

동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세 조각은 원가가 삼만팔천 개 신석이다. 그러나 나는 금비전의 주인으로서 가격을 바꾸겠다. 이 세 조각은 이제 팔만 개 신석이다."

그의 말에 전소선은 안색이 확 변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