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9화 쓸모없는 돌
진남은 숨이 막혔다.
쿵쾅쿵쾅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한참 반짝거리더니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침착하고 생각에 잠겼다.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이 부근에는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없다. 아니면 진작에 반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금 지나간 그 마차일 것이다…….'
"우선 성에 들어가자."
진남은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적지 않은 양의 제정을 지불하고 늠연성으로 들어갔다.
성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리에는 오고 가는 무인들이 가득했다.
"방금 그자는 누구지? 늠연성에 날아 들어오자마자 바로 성주부로 가다니?"
"그것도 몰라? 그자는 전족(戰族)이야."
"전족? 그럼 삼대 고족의 사람들이 다 왔잖아?"
"당연하지. 이틀 후에 열리는 늠연룡월사회(凜然龍月私會)에는 좋은 물건이 많아. 삼대 고족 외에도 실력이 강한 무인들이 늠연성에 왔다고.
"후, 진짜 가보고 싶어. 그런데 신석이 부족……."
그들의 말을 들은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전족?"
진남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삼대 세력, 육대 금지, 다음은 팔대 고족이었다.
진남은 다른 고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전족은 눈여겨봤다.
소문에 따르면, 전족은 싸움을 별로 즐기지 않지만,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기이한 전혈이 흐른다고 했다.
전족이 적과 싸울 때면 전혈이 기이한 효능을 발휘하여 전의가 솟고 전력이 제고되어 싸우면 싸울수록 더 용맹해진다고 한다.
이는 진남이 싸울 때와 비슷했다.
"우선 성주부로 가야겠구나."
진남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진남은 성주부에 도착했다.
널따란 거리에 높은 궁전들이 우뚝 서 있었다.
궁전들은 매우 넓었다.
또, 기이한 광석으로 지어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두려웠다.
성주부의 대문 앞에는 갑옷을 입고 기운이 무조 경지 오 단계에 달한 무인 두 명이 서 있었다.
"두 분, 나는 단청이오. 중요한 일이 있어 성주를 만나 뵙고 싶소."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 공수하고 말했다.
몸에서 무조 구 단계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슨 일이오? 혹시 늠연룡월사회에 참가하고 싶은 거라면 초대장을 보여줘야지만 성주부에 들어갈 수 있소. 초대장이 없으면 돌아가시오."
무인들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들은 진남처럼 중요한 일이 있어 성주를 뵙고 싶다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봤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성주부에는 대제의 기운이 있었다.
때문에, 억지로 쳐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방금 성 안을 관찰했었다.
성주부에는 기이한 금제를 쳐 동술과 신념을 막았다.
진남이 전음하려 해도 불가능했다.
"그럼 조보간을 써야 하나?"
진남은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러나 금세 포기했다.
'……아니. 조보간을 쓰면 바로 들킬 것이다.'
"늠연룡월사회의 초대장은 어떻게 얻소?"
진남은 생각하더니 물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초대장을 얻어 당당하게 성주부에 들어가 전족과 접촉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십만 개의 신석이 있거나 아니면 삼대 세력, 육대 금지, 팔대 고족의 제자여야 하오. 혹은 경지가 대제에 도달해도 되오."
무인들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신석 십만 개?"
진남은 난감했다.
그는 뒤의 두 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첫 번째 조건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궁양이 그에게 준 옥간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신석은 수련할 때 쓰는 무신의 기운을 가진 돌이었다.
반신지국에서의 쓰임은 제정과 같았다.
그러나 신석은 가치가 제정보다 훨씬 더 컸다.
현재 진남이 갖고 있는 모든 제정을 합쳐도 신석을 팔천 개 정도밖에 바꿀 수 없었다.
"신석을 좀 벌어야겠어. 이 기회에 늠연성에서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더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자."
행보를 결정한 진남은 성주부를 떠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서 와 보시오! 최근에 얻은 역천개명하는 지도요. 역천개명하여 천급 칠품 무혼이 될 수 있는 지보가 있을지도 모르오."
"대제의 유적에서 찾은 물건이오. 싸게 팔겠소!"
"태고의 조각들이오. 내력은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도우들은 와서 보시오!"
진남은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눈으로 훑어봤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이 있었다.
지도 도박은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지보는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겸사겸사 돌 내기와 조각 내기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참을 둘러본 진남은 살짝 실망했다.
많은 보물들을 보진 않았지만, 대부분은 가치가 크지 않았다.
"어?"
그러던 와중.
갑자기 진남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노점에 모양이 기이한 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돌 대부분은 뛰어난 수법으로 위조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동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조된 돌 중의 한 돌에 들어있는 보물은 너무 값졌다.
"세 개에 얼마입니까?"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 담담하게 물었다.
노점을 차린 흑포 노인은 고개를 들고 진남을 힐끗 보았다.
그의 눈에 기이한 빛이 반짝이더니 거친 소리로 말했다.
"돌 하나에 신석 삼백 개요. 다섯 개부터 파오."
"좋습니다. 이 다섯 개……."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말했다.
"영감, 여기 돌은 내가 전부 사겠소."
무조 경지 삼 단계의 기운을 뿜는 뚱뚱한 청년이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그의 몸에서 영광이 반짝거렸다.
청년의 뒤에는 눈길이 싸늘한 중년 사내 두 명이 따랐다.
그들은 모두 기운이 무조 경지 팔 단계였다.
청년은 내력이 범상치 않은 것 같았다.
"뭘 봐? 불만 있느냐?"
진남의 눈길을 느낀 청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규칙도 모르느냐? 선착순이 뭔지 모르느냐?"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선착순?"
청년은 어리둥절하더니 큰소리로 웃었다.
"규칙은 뭐고 선착순은 또 뭐냐. 나는 신석이 더 많으면 가진다는 것밖에 모른다. 또 나는 모든 돌을 다 사고 너는 세 개밖에 사지 않는데 어찌 내게 팔지 않겠어? 납득할 수 없으면 신석으로 내기하든지!"
청년은 도발하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관호(管虎)였다.
소세력의 도련님이었다.
그는 경지는 낮았지만, 가족의 '삼사혈동(三蛇血瞳)'을 이어받았다.
그가 모든 돌을 사겠다고 고집하는 건 삼사혈동으로 이 노점의 모든 돌의 영기, 무늬, 빛이 좋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경험으로 봤을 땐 적어도 보물이 열 개 이상은 있을 것 같았다.
하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가 어찌 놓친단 말인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진즉 왼쪽 눈으로 청년의 동술을 관찰하고 어느 정도 짐작했다.
'이자는 노점상의 위조수법에 속아 여기 있는 돌들에 전부 보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나는 신석이 적어 너와 비교가 안 된다. 그럼 너에게 양보하마."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경지를 드러내 청년을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방지니 소원대로 교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제를 아는구나."
관호는 기쁘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와 저장주머니를 던져주며 말했다.
"구천구백 개의 신석이오. 여기 있는 돌을 내가 전부 사겠소!"
노점상 노인은 신념으로 진남을 힐끗 보더니 돌아서 떠나갔다.
"도우, 대단하다. 재산의 절반으로 서른두 개의 쓸모없는 돌을 사다니. 도우의 패기와 용기에 나는 탄복한다."
진남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서른두 개의 쓸모없는 돌? 우습다! 내가 재산의 절반을 내놓은 걸 알아채다니, 너도 동술을 좀 아는구나. 그러나 너의 동술이 어찌 나의 삼사혈동과 비교가 되겠느냐? 너희들은 바로 돌을 자르거라. 이 자식에게 내 동술의 뛰어남을 보여주겠다!"
관호는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그의 옆에 있던 두 중년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걸어가 첫 번째 돌을 집었다.
그들이 현묘한 수법으로 돌을 잘랐다.
돌이 베어지는 순간 방대한 검의가 뿜어져 나왔다.
돌에서 일곱 자루의 반짝이는 작은 검이 솟아오르더니, 선천검진(先天劍陣)을 이루었다.
"검의가 대단하구나!"
"후, 선천칠검검진(先天七劍劍陣)? 이 물건은 삼천 개 신석이다!"
"값이 올랐어. 저 노점상의 돌은 하나에 삼백 개 신석이었는데!"
주위의 무인들은 이 광경에 끌려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들의 눈에 부러움이 드러났다.
"하하하! 너 방금 내가 서른두 개의 쓸모없는 돌을 샀다고 하지 않았느냐? 첫 번째 돌에서 선천칠검검진이 나왔다. 나머지 몇십 개에서도 가격이 비싼 보물이 나올 것이다!"
관호는 상기된 얼굴을 하곤 의기양양했다.
그는 진남을 내려다보며 조롱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 동술을 좀 안다고……."
모여든 무인들은 관호의 말에 뭔가 깨달았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의미심장했다.
그들은 속으로 관호를 인정했다.
첫 번째 돌에서 선천칠검검진이 나왔으니 관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남은 돌이 전부 쓸모없는 돌일 수 없었다.
"그래? 이제 겨우 첫 번째 돌이야. 아직 서른한 개 남았어."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 아직도 내가 쓸모없는 돌을 서른두 개나 샀다고 생각하느냐? 끝장을 보지 않으면 포기를 하지 않으려나 보구나. 계속 베거라. 내가 오늘 이자를 어떻게 혼내주나 봐라."
진남의 태도에 관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중년 사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두 번째 돌을 잘랐다.
두 번째 돌은 쓸모없는 돌이었다.
보물이 없었다.
"계속하거라. 빨리빨리!"
관호는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중년 사내들은 다음 돌을 잘라냈다.
세 번째 돌을 잘랐지만 역시 쓸모없는 돌이었다.
"계속하거라, 계속!"
관호는 귀찮은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돌들이 연거푸 잘렸다.
침착하던 관호와 주위의 무인들은 잘린 돌들에 아무 보물도 없는 걸 보자, 점점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무 번째 돌을 잘랐을 때 관호와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어떻게 된 거지?'
'연속 스무 개를 잘랐는데 왜 보물이 하나도 없지?'
"도우, 너 나를 혼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 더 자르지 않느냐?"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너 거들먹거리지 말거라. 쓸모없는 돌을 다 벴을 뿐이다. 남은 열두 개에는 가격이 낮지 않은 보물들이 있을 거다. 멍하니 서서 뭐 해? 자르거라! 한꺼번에 전부 자르라고!"
관호는 먼저 진남을 향해 소리치더니 고개를 돌려 중년 사내들을 다그쳤다.
중년 사내들은 무조의 힘을 움직여 제술을 드러내 남은 돌들을 전부 잘랐다.
거리가 조용해졌다.
관호와 주위의 무인들은 서둘러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다른 물건이 없었다.
나머지 열두 개의 돌에는 영기가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모두 쓸모없는 돌이었다.
가장 처음에 나온 선천칠검검진 외에 서른두 개의 돌 중에서 서른한 개는 쓸모없는 돌이었다.
"어……."
관호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저 자식이 어떻게 전부 맞혔지……?'
진남을 바라보는 주위의 무인들의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어리고 기운이 평범한 청년에게 이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을 줄 몰랐다.
무리 밖에 서 있던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리고 하얀 안색의 여인은 깜짝 놀랐다.
아무도 그녀의 표정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