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화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하하하! 요신, 역시 현명하오! 요족은 요신이 지키고 있으니 곧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것 같소! 오늘의 결정을 우리 남천신지는 잊지 않겠소!"
남검대제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요신이 직접 나설 줄 몰랐다.
덕븐에 이제 일이 순조롭게 되었다.
"진남, 죽어라!"
남검대제는 웃음을 거두고 싸늘한 눈빛을 한 채로 훌쩍 날아올랐다.
그의 몸에서 강대한 검의가 뿜어져 나와 진남에게 날아갔다.
다른 대제들은 이 광경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체내의 제력을 거두어들였다.
그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진남이 소속된 용제원에서마저 용제원을 포기했다.
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중에 웃음거리가 되는 건 용제원이지 그들과 상관없었다.
"큰일 났소! 사마공! 싸울 준비를 하시오!"
궁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눈에는 아홉 개의 그림자가 반짝거렸다.
"에잇, 나쁜 놈들! 요신은 무슨! 이 배은망덕한 놈! 내 조만간 놈의 둥지를 털고 구워 먹어 버릴 거다!"
사마공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법인을 드러냈다.
"남검대제!"
이때, 두 개의 외침이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용제와 오창천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두 개의 강력한 용위가 거대한 물결처럼 퍼지며 남검대제를 공격했다.
"용제, 오창천, 뭐 하려는 거요? 설마 요신의 명령을 거역하려는 거요? 자네들, 영원히 요족에서 쫓겨나고 싶소?"
남검대제는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것처럼 큰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나는……"
용제와 오창천은 흠칫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 발생하든 반드시 요신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때문에 요신의 말은 그들의 마음에 걸림돌이 되었다.
"흥! 남천검기(南天劍氣)!"
남검대제는 콧방귀를 뀌더니, 신념을 움직여 검기를 드러냈다.
마치 하늘 밖의 운석이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잠깐 사이에 검기가 진남의 머리 위까지 날아갔다.
"안……."
용제와 오창천 그리고 용제원의 봉주, 장로, 제자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들은 공격해도 막을 수 없었다.
"묘수공공! 모든 것이여, 사라져라!"
이때, 외침이 울려 퍼졌다.
사마공의 몸에서 현묘한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을 감쌌다.
진남은 남천검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로 움직였다.
사마공의 도술이었다.
그가 훔칠 때는 세상에서 속도가 가장 빨랐다.
"도망치려고? 어림없다!!"
남검대제는 눈에 귀찮음을 드러냈다.
쿵-!
남천검기가 영성이 있는 것처럼 방향을 틀더니 엄청난 속도로 진남을 공격했다.
남천검기의 대단한 점이었다.
상대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에 벗어날 수 없었다.
"에잇! 고약한 영감탱이!"
사마공은 안색이 퍼레졌다.
궁양은 침착하게 법인을 만들었다.
현묘한 빛에 휩싸인 진남도 몸을 움츠리더니 왼팔과 오른팔을 동시에 쳐들었다.
왼팔로 공격을 막고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키면 남천검기의 검의를 풀기 적합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무엄하다!"
큰 외침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엄청난 위압이 끝없는 허공 깊은 곳에서 내려왔다.
남검대제를 비롯한 모든 대제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기운이 이렇게나 강하지? 설마 무신강자가 나서려나?'
"감히 남천신지 따위가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느냐. 억지를 쓰는 것이 참으로 괘씸하구나! 남천신지, 몹쓸 문 따위가 창람대륙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먼저 나의 검에게 그래도 되는지 물어보거라!"
커다란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구름 속에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형상은 흰 옷자락이 펄럭였다.
기세는 마치 세상을 뒤집을 것처럼 대단했다.
"마……마발검신(魔發劍神)?"
남검대제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마발검신?"
"설마 반천맹(反天盟)?"
"반천맹은 남천과 상극이다. 저들이 나서다니?"
대제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반천맹은 이천 년 동안 창람대륙에서 사라졌던 마발검신이 오 년 전에 세운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반천맹에 강자가 몇 명 있는지 몰랐다.
단지 반천맹의 취지가 남천문을 반대하고 남천신지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것밖에 몰랐다.
반천맹은 남천신지를 공격했고, 그때마다 남천신지의 강자들과 천재들이 많이 죽어 손실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 반천맹의 마발검신이 진남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었다.
"부숴라!"
구름 속의 마발검신이 싸늘하게 소리쳤다.
하늘에서 수많은 검기가 뿜어져 내려왔다.
검기들은 겹쳐져 길이가 구백아흔아홉 장이 되는 검용을 이루어 남검대제에게 날아갔다.
"아차!"
남검대제는 새파랗게 질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소맷자락을 휘저어 삼대 세력의 장로, 제자 등을 전부 휘감았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강한 검의가 뿜어져 나와 허공에 들어갔다.
"도망치려고?"
마발에 흰옷을 입은 검신은 콧방귀를 뀌더니 허공을 찢고 사라졌다.
떠들썩하던 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반천맹?"
궁양은 눈썹을 찌푸렸다.
"허, 깜짝 놀랐소!"
사마공은 두려워하며 가슴을 쳤다.
그는 남검대제가 매우 싫었다.
그러나 그의 검의 위력은 진짜였다.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너 어서 용제원을 떠나거라. 그리고 은밀한 곳을 찾아 숨어 기다리거라. 좀 전에는 내가 반천맹의 마발검신의 기운을 모방한 것이었다. 앞으로 세 시진은 버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세 시진 후면 남천신지가 다시 쫓아올 거다."
무연각이었다.
좀 전에 나선 사람은 전설 속의 반천맹의 마발검신이 아니라 무연각이었다.
무연각은 줄곧 배후에 숨어있어 천기할멈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에도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마발검신으로 변하여 시선을 돌렸던 것이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마음이 뜨거워졌다.
남검대제가 손을 쓸 때 그와 궁양, 사마공은 이미 대책을 세워놨었다.
그러나 그 대책은 위험이 컸다.
"고마워할 필요 없다. 용제원의 일은 이제 스스로 잘 처리하거라."
무연각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발검신'으로 변해 남검대제를 죽이러 간 것이었다.
무연각의 말에 진남은 우울해졌다.
용제원을 위해 자신이 무도규칙을 초월한 걸 드러내 수많은 위험이 닥친 걸 그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위험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요신의 태도에 그는 마음이 싸늘해졌다.
그는 아직 제위에 오르지 못했고 남천신지의 삼성 등급의 적이 되었다.
때문에, 요신이 인간족인 그를 버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왠지 그는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내가 필요할 때는 무척 잘해주더니 쓸모없어졌다고 이렇게 버리려는 건가?'
"진남! 괜찮아?"
"진남? 너 어때?"
"진남……."
눈부신 도장의 용제, 오창천 그리고 용제원의 봉주, 장로, 제자들은 반응하고 진남의 앞으로 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남천신지는 이따 또 쫓아올 겁니다. 저는 바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그의 말에 용제와 오창천 등은 몸이 굳었다.
그들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용제원의 제자이지만 위험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다니. 그것도 요신이 진남을 떠나라고 내쫓다니.'
"진남!"
이때, 구미요제, 암흑요제 그리고 방금 원기를 회복한 오동방, 소청청, 화극무도, 목목 등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들도 요신의 전음을 들은 게 분명했다.
"회복되었구나. 회복되었으면 됐다. 내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선배님들, 사형제들, 사저와 사매들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용제원의 사람들이 저를 진심으로 대한 걸 압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진남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용제원 사람들에게 조금도 불만이 없었다.
용제와 용제원의 사람들은 이미 그를 위해 요신과 맞섰다.
그는 그런 그들에게 매우 감동했다.
"우리는……."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등은 마음이 아팠다.
"여러분, 그동안 저를 보살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여러분은 영원히 저의 마음속에서 선배님들이고 동문입니다. 나중에……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진남은 천천히 허리 숙여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등에게 인사했다.
잠시 후 그는 허리를 펴고 용제 등을 훑어봤다.
마치 그들을 모두 마음속에 간직하려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진남은 고개를 홱 돌려 도장 위의 대제, 장로, 제자들에게 공수했다.
궁양과 사마공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그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빛으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갔다.
이 광경을 본 도장 위의 대제, 장로, 제자들은 왠지 기분이 묘하고 마음이 아팠다.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등은 뭔가 말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지 말라고 말릴까? ……하지만 이 지경이 되었는데 어떻게 말린단 말이냐……. 어쩌면 용제원을 떠나는 것이 진남에게는 가장 좋은 결과일 것이다.'
"요수들. 모두 진남을 배웅하거라!"
용제는 크게 소리쳤다.
그는 커다란 몸을 드러내며 수많은 보라색 빛을 뿜었다.
산맥처럼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 떠올라 그림자로 아래를 덮었다.
구미요제, 암흑요제뿐만 아니라 모든 장로, 제자들도 동시에 본체로 변하여 허공에 떠올랐다.
몇백 마리의 요수들이 순식간에 하늘을 꽉 채웠다.
크라아아아-!
용제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의 포효엔 마음속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뒤의 대요들도 동시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요수들의 외침이 하늘을 흔들었다.
용제원의 하늘과 몇천 리 되는 허공이 동시에 찢어졌다.
이 광경을 본 다른 세력의 대제, 장로,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 광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멀리 날아가던 진남은 순간 제자리에 멈춰 섰다.
잠시 후 그의 입가에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이내 몸을 돌려 궁양, 사마공과 함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한참 후 구미요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원장님, 우리가 잘한 걸까요?"
용제는 그녀의 물음에도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등제의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오창천은 '전룡(戰龍)', 마녀 천천은 '마녀', 당청산은 '흑도'라는 제호를 얻었다.
이제 그들은 전룡대제(戰龍大帝), 마녀대제(魔女大帝), 흑도대제(黑刀大帝)가 되었다.
창람대륙의 대제, 즉 진정한 거물이 된 것이다.
예전이라면 제호를 책봉하여 세상에 알리는 일에 수많은 무인들이 감탄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중주 전체와 반신지국에서 아무도 제호를 책봉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등제의식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모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