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화 이제 시작이오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진남이었다.
이에 삼대 세력의 장로 안색이 굳어졌다.
그 자리에 있던 대제들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진남이 왜 웃은 걸까?'
"진작에 다 같이 덤볐어야지. 세 명씩 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느냐? 무수! 모습을 드러내라!"
진남은 웃음을 거두고 반신지국의 제자들을 바라봤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돌진했다.
콰쾅-!
그의 뒤에서 세 개 전신의 나무가 더 나와 하늘 높이 치솟더니 엄청난 전의를 뿜어냈다.
순식간에 무려 일곱 전신의 나무가 일곱 개의 운석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한곳에 떨어졌다.
그 기세가 굉장했다.
"이, 이건……."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장로와 다른 두 명의 장로는 눈을 부릅뜨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숨이 멎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
막 나서려던 수많은 대제들과 흑동대제, 도장 위에 있는 장로, 제자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일곱 개의 무수?'
'진남에게 일곱 개의 무수가 있다니?'
'진남의 진정한 경지가 일곱 개의 무수라고?'
진남을 죽이려던 열일곱 명의 제자들도 놀란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이 사용한 살초가 한데 뭉치면서 동시에 진남에게 떨어졌다.
순간 살초들이 한데 모여 큰 흐름을 형성했다.
거대한 흐름은 마치 세상의 모든 만물들을 없애버릴 것 같은 기세로 흘렀다.
쾅-!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일곱 전신의 나무는 곧장 하늘을 항해 올라갔다.
엄청난 파괴력이 제술을 부수면서 거대한 틈이 생겨났다.
그 틈을 통해 칼이 빠르게 날아와 삼대 세력의 제자들을 모두 죽이려 했다.
강렬한 위기감에 제자들은 빨리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제술을 펼쳤다.
"전신의 왼쪽 눈."
"보답천하."
"붕멸영역."
"전신의 왼팔."
"천황도술."
짧은 순간에 진남의 강한 수단들이 동시에 펼쳐졌다.
그는 제술들을 요리조리 피했다.
피할 수 없는 제술들은 붕멸영역이 막아주어 그의 몸에 가까이 못 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진남의 왼쪽 눈은 열일곱 명 제자의 모든 궤적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보답천하로 빠르게 움직이고, 전신의 왼팔로 막아내며, 붕멸지권을 날렸고, 천황도술로 베었다.
콰콰콰콰쾅-!
짧은 시간에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제자들은 순식간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도장 구석에 부딪혔다.
진남은 마치 사람 모습을 한 괴수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박살을 냈다.
진남은 점점 흥분하더니 이내 완전히 폭발했다.
"나를 중주의 하찮은 것이라고? 중주의 촌놈? 용제원의 잡것?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거라, 대체 누가 잡놈이고 누가 하찮은 놈인지!"
크게 부르짖는 소리가 연이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제자들은 모두 날아갔다.
이미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구타였다.
쾅-!
마지막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마지막 제자마저 날아가 도장에 부딪혔다.
진남도 천천히 땅에 내려왔다.
일곱 전신의 나무는 그의 뒤에 떠 있었고 그 기운은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큰 구덩이는 셀 수조차 없이 많았고, 선혈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반신지국의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의 제자들도 쓰러져 고통스러운 얼굴로 계속 신음하고 있었다.
제자들은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왕전혈까지 합하면 서른여섯 명이었다.
삼대 세력의 제자들은 진남에 의해 모두 정리되었다.
광망도장엔 침묵이 감돌았다.
모든 대제, 모든 장로, 모든 제자는 눈앞의 광경에 크게 충격받았다.
마치 그들의 영혼 깊숙한 곳에 이 장면이 박힌 것만 같았다.
삼대 세력의 세 장로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패배했다.'
그들은 패배했다.
삼대 세력의 삼십육 명의 제자들이 동시에 중주의 촌놈에게 완전히 패한 것이었다.
세 장로들도 문득 깨달았다.
삼대 세력의 임무는 완전히 망한 것이었다.
삼대 세력에 비하면 현장에 있는 대제, 장로, 거두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반응했다.
"하하하. 반신지국의 바보들, 계속 날뛰고 건방지게 굴거라. 능력만 믿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느냐? 지금 보아라. 내 형제 한 사람만으로도 너희들을 뒤집기 충분하다……!"
사마공은 두 손을 허리에 놓고 크게 웃었다.
옆에 있던 궁양도 흥분하여 피가 끓어올랐다.
그의 자제력이 좋지 않았더라면 사마공처럼 소리 지를 뻔했다.
"이겼어. 진남이 이겼어!"
"하하! 우리 중주가 이겼어."
"세상에나. 일곱 무수라니! 진남이 무려 일곱 무수를 가지고 있어."
"반신지국이 대단하다고? 우리 중주의 사람들도 일곱 무수가 있어."
"진남은 패기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진정한 무인이야!"
흥분한 사람들의 놀란 듯한 소리가 도장에서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에 구름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대제들마저도 마음속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매우 흥분했다.
삼대 세력이 중주에 모욕을 준 것은 그들마저 모욕한 것이었기에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통쾌했다.
"진남……."
용제, 오창천과 용제원의 장로, 제자들도 흥분하고 감격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코끝이 살짝 시큰거리고 마음이 더없이 복잡했다.
결국 진남은 용제원의 존엄을 지켰다.
"여러분, 조용하세요.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자리에 있던 각 대제, 장로,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직 안 끝났다고? 다 끝난 거 아니었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남천신지 쪽을 바라봤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외에 제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런데……. 제자 한 명뿐인데, 굳이 더 싸울 필요가 있을까?'
지금 진남의 실력이라면 제자 하나는 손쉽게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네가 스스로 나올 거냐 아니면 내가 나서게 할까?"
진남은 사람들의 반응을 뒤로 한 채 직접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가 겁을 먹은 것만 같았다.
"내가 네 신분을 발견하지 못할 줄 알았느냐? 반신지국 삼대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 중 한 명이자 삼대 무혼을 가진 성경천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오늘 한번 보자."
큰 외침과 함께 진남은 하늘로 뛰어오르며 강대한 도의를 뿜어냈다.
그는 성경천이 있는 곳을 향해 그대로 베어버렸다.
진남이 무도규칙을 뛰어넘은 일은 이미 밝혀졌다.
그러니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이 나았다.
이번에 남천신지의 무도규칙을 뛰어넘은 사람을 패배시켜야 했다.
"뭐? 저자가 성경천이라고?"
흥분했던 대제, 장로,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남천신지에서 삼대 무혼을 지닌 성경천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진남, 너는 나에게 깜짝 선물을 너무나도 많이 주는구나. 정말 고맙다!"
성경천은 강대한 도의를 마주하고도 오히려 크게 웃었다.
그는 소매를 뿌리더니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을 내 진남의 도의를 산산조각 냈다.
"그럼 오늘 너도 나에게 깜짝 선물을 주었으면 좋겠구나."
진남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소매를 뿌리며 쉽게 도의를 찢어버리는 것을 보면 성경천은 이미 힘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 분명했다.
진남의 일곱 무수가 동시에 일곱 방향으로 날아가 성경천을 진압했다.
이번에 진남이 분노를 참지 않고 나선 것이었지만,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아홉 무수를 다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적이 강할수록 더 많은 무수를 펼쳤을 뿐이었다.
진남은 지금 온몸의 전혈이 들끓었다.
그는 성경천의 실력이 실망스럽기 않기를 바랐다.
"깜짝 선물을 달라고? 그럼 그만둬라. 지금 이 몸은 단지 분신일 뿐이다."
성경천은 일곱 무수를 마주하고도 아무런 전의를 보이지 않았다.
대제, 장로, 제자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납득했다.
성경천의 본체가 여기에 왔다며 이상한 일이었다.
"분신일 뿐이라고? 설마 겁을 먹은 게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겁을 먹었냐고? 하하하! 진남. 지난번 반신지국에서 신방이 제명쟁탈전을 열었을 때 난 이미 제명을 받아 증제했다. 너의 일곱 무수가 아주 강하긴 하지만 너와 나의 경지는 지금 천지 차이다. 넌 내 상대가 아니다. 그저 먹잇감일 뿐이지."
성경천은 진남을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일어서서 크게 웃었다.
두루마기가 바람도 없이 흩날렸다.
마치 천지 사이에서 그만이 유일하고 진정한 지배자인 것 같았다.
그것이 그의 가장 솔직한 생각이었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나중에도 성경천이 그 말을 하기를 바랐다.
"진남, 내가 깜짝 선물을 줄 순 없지만 네가 무도규칙을 뛰어넘은 사실을 전달했으니 곧 깜짝 선물이 올 거다. 난 그저 네가 잘 버티고 잘 살아서 내 먹이가 되기를……."
성경천이 채 말하기 전에 진남이 그의 말을 끊었다.
"분신 따위로 허튼소리는 그만하거라!"
진남이 손을 흔들자 하늘의 일곱 무수가 그대로 떨어졌고, 성경천의 몸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너, 너 지금……."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과 다른 두 명의 장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진남이 성경천의 분신을 죽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뭐요? 삼대 세력의 제자들은 전부 패했습니다. 그러니 장로들도 죽기 싫으면 물러가세요."
진남은 싸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보라색 두루마기 노인 등은 그 광경을 보자 마음속에서 한기가 들었다.
그들은 그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가지 않는다면 진남은 정말로 그들을 죽일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흑동대제와 멀지 않은 곳에 용제, 비범도제, 타락마제 등 대제들은 뭔가를 알아차리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우르릉-!
공포스러운 폭발음이 하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끝없이 맑고 짙푸른 하늘은 거대한 어둠에 휩싸였고, 온 땅이 컴컴한 밤처럼 어둠에 잠겼다.
깊은 어둠 속에서 백 장이나 되는 광망의 문이 나타났다.
문에서 십 장이나 되는 희미한 그림자가 제위의 위엄을 짙게 풍기며 나왔다.
대제들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태상 장로를 뵙습니다."
무도종의 장로인 긴 머리카락의 중년 사내는 그를 보자 크게 기뻐했다.
그는 공수하며 허리를 굽혔다.
중년 사내는 무도종의 태상 장로인 극무대제(極武大帝)였다.
"뭐? 태상 장로?"
"무도종의 태상 장로도 온 거야?"
도장의 장로,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신지국에 가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삼대 세력의 기본 상황은 알고 있었다.
삼대 세력 중 지존장로(至尊長老)가 가장 권력이 컸고, 종주가 그다음이며 태상 장로가 세 번째였다.
태상 장로라면 경지는 반드시 대제였다.
게다가 대제 후기의 강자였다.
원래 반신지국, 무도종 내에서도 태상 장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무도종의 태상 장로가 직접 온 것이었다.
"이번에 진남이 싸우면서 속은 후련했지만 시끄러움이 뒤따라온 것이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자네 도술은 천하 으뜸이지?"
궁양이 굳은 얼굴로 사마공을 바라봤다.
"그럼! 내가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 천하에서 내가 제일이오. 이에 불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사마공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준비 잘하고 있소. 이제 시작이오."
궁양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