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1화 다음은 누가 나올 테냐
광망도장의 시공간이 마치 멈춘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쾅-!
폭발음과 함께 강대한 도광이 어디선가 날아와 왕전혈과 그의 아홉 분신을 베었다.
도광은 너무 빠르고 날카로웠으며, 사나웠다.
왕전혈의 안색이 돌변하여 빠르게 다리를 치우고 뒤로 후퇴했다.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도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을 죽이려고 했느냐?"
모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허공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남은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눈에서 붉은빛을 반짝이며, 온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뿜었다.
사람들은 한기를 느꼈다.
현장에 있던 대제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두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진남이잖아?'
'드디어 나서는 거야?'
여러 대제들과 달리 도천중, 방상천, 음천도인, 무면 무인 등 함께 제방 세 번째 관문을 치렀던 자들, 그리고 첫 번째 관문을 함께 하며 진남의 실력을 본 천재들은 어두워졌던 두 눈에 희망이 떠올랐다.
"진남! 진남이 왔어!"
"하하하, 드디어 진남이 왔구나!"
"반신지국의 잡것들, 너희들 좋은 날도 끝장이다!"
"진남을 화나게 하고도 계속 건방지게 굴 수 있나 두고 보자!"
천재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진남의 단천도와 다섯 무수를 보았고, 다른 일부는 진남의 아홉 무수와 모두를 휩쓸었던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으로 반신지국의 천재들을 처리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중주의 장로, 제자들은 살짝 놀랐다.
물론 그들도 진남은 실력이 대단하니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진남이 나타나자마자 중주의 정상급 천재들이 이렇게나 흥분할 줄은 몰랐다.
반신지국 삼대 세력의 장로들과 제자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의 반응 상황을 보면 진남은 아마 실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그래서 뭘 어쩔 건데? 왕전혈은 성경천 대인의 부하이다. 진남을 상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남? 평범한 이름이구나. 설마 그 무도규칙을 초월했다는 자가 너냐? 음양도인이 잘못 안 게 아니길 바라마. 아니면 너무 화가 날 거 같구나……."
남천신지 제자들 뒤에서 성경천이 두 눈에 빛을 뿜으며 혼잣말을 했다.
삼대 세력이 중주 제자들의 존엄을 짓밟으러 올 때 그가 올 필요까진 없었다.
그가 직접 온 것은 단지 음양도인이 네 번째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이 용제원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면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일부러 따라온 것이었다.
그리고 왕전혈을 내보내 용제원을 모욕했다.
"사, 사, 형……."
도장 바닥에 누운 오동방 등은 어둡던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오동방은 온몸의 힘을 다해서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합니다. 저희가 무능……해서 용제원……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
진남의 가슴이 찌릿했다.
'오동방. 고생했다.'
"용제원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너무 잘했다. 그러니 걱정 말고 이제부턴 나에게 맡겨라."
진남은 손을 들어 휘두르자 강력한 도기가 오동방 등을 잡은 혈망을 찢어버렸다.
남은 도기는 그들을 감싸고 용제원 장로들에게 날아갔다.
"누구냐? 이렇게 하는 건 규칙을 어기는 일이다!"
흑동대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습니다. 흑동 선배님, 저 열 명의 잡것들이 시시해지려던 참이었습니다. 또 하나가 나타났으니 이제 겨우 재미있어지려고 합니다."
왕전혈은 입술을 핥으며 도발했다.
"진남이라고 했느냐? 나 혼자 열 명을 상대할 수 있으니 용제원의 제자 아홉 명을 더 데려오너라."
도장 위에 있던 도천중 등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에게 아홉 명을 더 골라오라니?'
"사마공, 제가 놓친 일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벌어진 일들을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왕전혈을 무시하고 사마공에게 전음했다.
"자, 우선 삼대 세력에서 갑자기 등제의식에 온 것부터 말해주겠소……."
사마공은 빠르고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방금 벌어진 일들을 전부 알려주었다.
"삼대 세력이 갑자기 등제의식에 방문했다. 그리고 무도규칙을 초월한 삼대 천재의 일을 선포하고 제자를 받는 규칙을 개변했다! 이어 흑동대제가 삼대 세력의 천재들과 중주의 천재들이 무예를 겨루자고 제안했다.
도천중 등이 패했고 방상청 등이 패했다. 그리고 왕전혈은 구구와 양제를 반폐인으로 만들어 용제원의 화를 돋우었다. 내가 본 그 장면이었어. 왕전혈은 오동방 등을 미친 듯이 괴롭혔다."
진남은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중주의 잡것? ……구구를 반폐인으로 만들었다는 말이지?"
화가 난 진남이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그의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가 없을 때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어? 사람을 더 안 고르냐? 설마 너 혼자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좋다! 그렇다면 바로 꼬리 내리지 말거라!"
왕전혈은 진남이 움직이지 않자 눈썹을 추켜세우며 조롱했다.
도천중 등 천재들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중주의 다른 장로들과 제자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을 아직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속으론 진남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설마 중간에 꼬리를 내리지는 않겠지?'
"왕전혈."
진남은 입을 열었다.
"네가 한 모든 것을 백 배로 돌려주겠다. 너뿐만 아니다. 반신지국의 모든 천재들은 잘 듣거라. 나는 오늘 용제원과 전체 중주 무인들을 대표해서 삼대 세력의 모든 천재들에게 도전한다! 너희처럼 하찮은 것들 상대로 나 혼자 충분하다!"
한 글자 한 구절이 마치 우레 같았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말을 마친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살기를 뿜으며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생사전이다. 한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커다란 도장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용제, 도천중, 방상청 등은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두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무슨 장난을……. 진남 혼자 반신지국의 천재에 도전하다니. 그것도 사생결단? 미쳤나 봐……!'
"하하하! 봤소? 혼자서 삼대 세력의 천재들에게 도전하다니! 이 얼마나 패기 있는 행동이오! 이게 진짜 사내요! 그가 바로 내 형제란 말이요. 내 형제!"
사마공은 흥분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는 흥분한 채로 궁양에게 말했다.
궁양은 어이가 없었다.
'……내 형제는 아니오?'
궁양은 도장 한가운데를 바라보았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진남을 보자 가슴이 떨렸다.
그는 진남이 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공감할 순 없었다.
그러나 진남의 너무나 패기가 넘치고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모습에는 약간 동경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두 사람과 달리 삼대 세력의 장로, 제자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한 명이 우리 모두에게 도전해?"
"허허, 재미있어. 스스로 죽음을 찾는 놈은 처음이군!"
"하하, 용제원이 궁지에 몰리더니 이런 얼빠진 놈을 보내?"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군!"
장로와 제자들은 시큰둥한 눈빛엔 조롱이 가득하다.
비록 진남은 실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신방 천재이고 신방 서열 중하위에 든 자들이었다.
그리고 설령 신방 이십 위 안에 드는 절세 천재들이라고 해도 혼자서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할 순 없었다.
"좋아. 박력 있고 기세 있어서 좋다. 하지만 실력도 좀 있었으면 좋겠구나."
성경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흥미가 당겼다.
도천중 등 천재들 외에 대제, 장로와 제자들은 삼대 세력의 비웃음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진남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혼자 굳이 삼대 세력의 모든 천재에 도전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 아닌가?'
'진남……. 왜 그런 허튼짓을 하는 거냐.'
"저 녀석……,"
용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이 무도규칙을 초월했다지만 두 개의 무수가 다가 아닌가? 무수 두 개만으로 모든 천재들에게 모두 도전할 수 있을까?'
"허허, 우리 모두에게 도전하고 싶다? 정말 주제 파악도 못 하는군. 내 오늘 알려주마. 너 같은 잡것은 나 혼자 상대해도 충분하다! 혈신법신(血神法身)!"
왕전혈의 눈에 경멸이 비쳤다.
그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온몸으로 혈기를 뿜었다.
혈기들은 십여 장에 달하는 거대한 혈색 그림자가 되어 끝없는 위압을 발산했다.
하늘은 마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듯 혈색으로 물들였다.
기운은 무척이나 살벌했다.
이번 수법은 이전의 혈신법인보다 훨씬 강력했다.
진남을 단숨에 이기기 위해서 더 강력한 수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전신의 나무, 나오너라!"
진남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순간, 네 개의 전신 무수가 그의 뒤에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거대한 핏빛의 그림자를 공격했다.
쾅-!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다.
전신의지, 제술의지가 미친 듯이 솟구쳐 거대한 핏빛의 그림자를 흔들어 깨뜨렸다.
남은 힘은 왕전혈의 몸을 덮쳤다.
왕전혈의 몸은 마치 큰 산에 깔린 것처럼 그대로 도장 바닥으로 움푹 파고들었다.
"이런……."
반신지국 삼대 세력의 모든 장로, 제자들의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내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도천중 등을 제외한 다른 대제, 장로, 제자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네 개 이상 무수! 진남이 네 개의 이상 무수를 가지고 있다니!'
'이, 이럴 수가! 진남 역시 무도 규칙을 초월한 천재라니!'
슉-!
진남은 왕전혈의 위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왼손에 주먹을 쥐고 붕멸의지를 뿜어내 왕전혈의 가슴에 날렸다.
왕전혈은 동공이 움츠러들고 본능적으로 공법을 움직였다.
그의 가슴에 혈광이 겹겹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혈광은 붕멸의지에 닿자마자 부서졌다.
방대한 주먹이 사정없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우두둑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
왕전혈은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고통이 극에 달한 비명을 질렀다.
"이 한 방은 용제원을 대신한 것이다!"
진남의 눈빛은 싸늘했다.
그는 주먹을 한 방 내리쳤다.
"이 한 방은 구구 사저룰 대신해서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 주먹이 세게 부딪치는 소리, 왕전혈의 비명을 들으며 진남은 멈추지 않고 다시 주먹을 내밀었다.
진남의 주먹 위의 붕멸의지는 순간 단천도의로 변했다.
"이 한 방은 목목 대신이다!"
"이 한 방은 오동방 대신!"
"이 한 방은 소청청 대신!"
"이 한 방……."
연속 날아드는 주먹이 왕전혈의 가슴부터 몸 전체를 미친 듯이 때렸다.
수많은 주먹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도장에는 왕전혈의 비명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남의 주먹 끝에 붕멸의지, 단천도의, 천황도의가 계속 바뀌었다.
왕전혈은 온몸이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피로 범벅이 된 채로 지르는 비명이 하늘을 찔렀다.
그는 뼈만 부러진 게 아니었다.
붕멸의지, 단천도의 그리고 끝없는 천황도의가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그의 피와 뼈, 경맥, 내장, 단전 그리고 무수까지 전부 박살 냈다.
진남의 마지막 주먹이 떨어질 때 왕전혈은 완전히 폐인이 된 상태였다.
더 이상 망가질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다 때릴 때까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다.
진남이 휘두른 주먹이 너무 빨라서 마치 폭풍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너를 죽이지 않을 거다. 네가 이 세상에 계속 살아 있기를 바란다. 네가 평생의 고통을 느끼며 이 사실을 기억하고 살거라. 중주의 무인은 함부로 건드려서 안 되고 용제원의 무인은 더욱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진남은 차갑게 이 말을 내던지고 왕전혈의 몸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삼대 세력의 장로와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누가 나올 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