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화 무예 겨루기
도장에서 우레 같은 호통이 울려 퍼졌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무엄하다!"
"눈에 뵈는 게 없는 게냐!"
전룡 의자에 앉아있던 여러 대제의 분신들이 벌떡 일어나서 차가운 시선으로 삼대 세력을 노려봤다.
그들은 무서운 기운을 풍겼다.
도장의 분위기는 폭풍 전야였다.
"조약에 따르면 반신지국과 중주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로 했다. 때문에, 반신지국은 중주의 모든 종문 사무에 간섭할 수 없지.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용제는 두 눈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중주 여러 세력의 거물들도 같은 편에 섰다.
그들은 자주 싸웠지만, 삼대 세력이 그들의 근본을 건드리자 하나로 뭉쳤다.
"아니, 그게 아니오. 여러 대제들은 화를 푸시오."
보라색 두루마기 노인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반신지국은 중주와 그런 조약을 맺었소. 그러나 조약에 삼대 세력이 제자를 받는 조건을 바꿀 수 없다는 규정은 없었소. 저들이 삼대 세력에 가입하고 말고는 그들의 선택이오."
"우습다! 허튼수작을 부리지 말거라! 그럼 아예 규칙을 황급 십품이상의 무혼을 가진 자는 다 가입할 수 있다고 수정하려무나. 그럼 창람대륙을 전부 수중에 넣을 수 있지 않느냐?"
용제의 화는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 냉랭하게 말했다.
그의 뒤에 있던 대제들도 마찬가지였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호화롭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 그리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운 중년 사내까지.
그들은 서로 빠르게 시선을 교환하며 신념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오기 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삼대 세력의 장로들이었지만, 대제들과 실력 차이가 있었다.
계속 강경하게 맞서서 대제들의 미움을 산다면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허허, 용제. 자네는 여전히 성격이 난폭하구먼."
이때, 목이 쉰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머리카락이 적고 등이 굽어 지팡이를 쥔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밤하늘처럼 시커먼 눈을 부릅뜨고 허공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노인은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았지만, 대제들은 그를 보자 안색이 변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노인을 몰라도 대제들은 잘 알았다.
그는 '십대 무제'들 중 하나인 흑동대제(黑瞳大帝)였다.
천재들도 위아래가 있는 것처럼 무제들도 그러했다.
'십대 무제'란 대제들 중 가장 센 열 명이었다.
"흑동, 자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오?"
용제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흑동무제를 무서워했지만, 용제는 그렇지 않았다.
용제의 진짜 실력은 '십대 무제'들 중 누구와 싸운다고 해도 밀리지 않았다.
용제는 요수라서 십대 무제의 칭호를 얻지 못한 것 뿐이었다.
그는 궁금했다.
'흑동 대제와 삼대 세력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 왜 이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려고 하는 걸까?'
"조약을 체결했기에 삼대 세력은 겉으로는 중주의 일에 끼어들 수 없소. 그래서 남천신지에서 이번 일을 조율해달라고 나에게 특별히 요청한 것이오."
흑동무제는 멈춰 서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일은 나와 상관없소. 하지만 여러분, 삼대 세력은 이미 결심을 내렸소. 만약 막아서는 자가 있다면 다음에는 내가 아니라…… 신이 올 거요."
그의 말에 대제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흑동대제의 말을 알아들었다.
중주와 반신지국은 실력 차이가 컸다.
삼대 세력들이 서로 싸운다면 중주는 이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대 세력이 손을 잡았다면 막을 자가 없을 것이었다.
이 점을 깨달은 대제들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운 세력이 삼대 세력의 결정 하나로 큰 손해를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용제, 암흑요제, 구미요제는 두 눈이 차갑게 굳었다.
흑동대제가 이곳에 온 것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중주와 삼대 세력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용제는 심호흡했다.
그는 납계에 있는 요신 영패에 신념을 불어넣었다.
삼대 세력의 결정은 용제원에 타격이 가장 작았다.
그러나 그는 일부 요족들이 삼대 세력에 가입하고 인족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을 보기 싫었다.
"나도 알고 있다. 막지 말고 진행되게 하거라."
얼마 되지 않아 요신은 신념으로 답을 전했다.
용제는 답을 받고 침묵했다.
'요신도 막지 말라고 한다. 하면, 내 마음이 아무리 불편한들 어찌할 방법이 있겠는가?'
용제뿐만 아니라 다른 대제들도 신념을 전달했다.
어떤 이는 다른 대제 강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어떤 이는 뒤에 있는 인물에게 전달했다.
중주의 이성 세력들은 꽤 저력이 있었다.
그러나 답장을 받은 대제들은 안색이 굳었다.
그들 뒤에 있는 인물들도 삼대 세력의 결정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삼대 세력의 결정은 막을 수 없을 것 같소. 그러나 자네들이 불쾌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해하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겠소. 자네들이 인심도 얻고 체면도 서며 화도 풀 수 있는 제안이요."
흑동대제는 시커먼 두 눈에 광망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게 뭐지?"
용제 등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오늘은 오창천 등 세 명이 등제의식을 하는 날이요. 의식의 세 번째 관문에서 제자들끼리 겨루기가 있는 걸로 기억하고 있소. 마침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에서 모두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왔소. 그러니 삼대 세력의 제자들도 중주의 제자들과 싸우게 하는 게 어떻소?
물론 삼대 세력의 제자들은 모두 천급 육품 이상의 무혼이요. 겨루는 도중에 무혼을 사용할 수도 없고 대제 부적 등 살초도 사용할 수 없게 하겠소. 그리고 상대와 같은 경지로 실력을 누르게 하겠소. 만약 중주의 천재가 이긴다면 체면이 설뿐더러, 화가 풀릴 만한 일이 아니오?"
흑동대제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을 했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 그리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운 중년 사내는 동시에 눈을 반짝거렸다.
용제 등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장로와 천재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용제 등은 잘 알고 있었다.
반신지국의 천재들은 수행하는 공법이나 제술 등이 비범해서 무혼과 경지를 눌렀다고 해도 중주의 천재들보다 훨씬 강했다.
중주의 천재들이 그들과 무예를 겨룬다면 이길 희망은 무척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싸움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창천 등은 등제의식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삼대 세력이 그들을 축하해주러 왔기에 중주의 세력들도 제자를 내보내 무예를 겨루게 해야 했다.
첫 번째 이유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겨루기 신청에 응하지 않으면 중주는 기세에서 밀린 것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두 번째 이유였다.
'열세에 처했는데 겁을 먹고 겨루기 신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수하의 장로와 제자들은 그리고 다른 무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건 분명 삼대 세력이 미리 짜놓은 판이다! 아니면 삼대 세력이 이유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등제의식에 올 리 없다!'
삼대 세력은 중주에 손을 대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번 겨루기에서 중주의 기염을 꺾을 작정이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오? 먼저 내 생각을 말하겠소. 삼대 세력이 짠 판에서 우리가 이기면 괜찮지만, 진다면 결과는 참담하오. 삼대 세력은 아마 판을 짜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을 거요……."
용제는 심호흡하더니, 여러 대제들에게 전음했다.
대제들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두 눈에 의연한 빛을 드러냈다.
"결국은 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소. 중주에 선포합시다! 우리 제자들은 삼대 세력과 싸워도 뒤지지 않다고 말이오!"
비범대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싸우자면 싸우면 되지! 혹시라도 져도 괜찮소. 삼대 세력도 좋은 곳은 아니오.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니, 어떤 자들은 거기로 간다면 디딤돌밖에 더 되지 않소. 그때 되면 얌전히 돌아오겠지!"
타마대제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삼대 세력의 놈들이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소. 그럼 이제 싸울 수밖에 없소."
"음, 싸움에서 질 수 있어도 기세에서 지면 안 되지."
"일리가 있는 말이요."
대제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소수의 대제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겨루는 것을 찬성했다.
삼대 세력은 기세등등하게 와서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이제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좋소. 중주의 용제원, 천도종, 타마산장, 무극신맹, 유영루 등 스물다섯 개의 이성 세력은 제자들이 삼대 세력의 천재들과 겨루게 하겠소."
용제는 위엄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겨루면 되오?"
흑동대제는 그의 말을 듣고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그는 이번 임무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삼대 세력의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등은 그 말을 듣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중주의 세력들이 걸려들었구나!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 보람이 있구나!'
"겨루는 건 쉽소."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기쁜 표정을 겨우 감추며 나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삼대 세력과 중주의 여러 세력들에서 각자 다섯 명씩 제자를 내보내어 다섯 번을 겨루는 게 어떻소?"
도장의 장로와 천재들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일이 이 지경으로 발전할 줄 몰랐다.
"신방의 천재들이잖아!"
"신방의 천재들은 무혼과 경지를 낮추었다고 해도 우리가 이길 수 있겠어?"
"휴, 이번에 중주는 크게 패할 것 같구나."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속으로 삼대 세력의 천재들은 중주의 천재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다.
용제와 대제들은 서로 신념으로 대화를 나누며 결정을 내렸다.
"도천중, 문무 너희 둘이 나가거라."
비범대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구회(九悔), 네가 가서 삼대 세력의 천재들의 실력을 보고 오너라."
타마대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향태극(向太極), 신방 천재들과 놀아 주거라."
"두심원(杜心元), 올라가거라."
순식간에 다섯 천재가 호명되었다.
도천중은 제방 서열 십 위안에 든 사람이고 증제할 뻔한 사람이었다.
구회, 향태극, 두심원은 제방 서열 이십 위 안에 들었고. 문무는 제방 사십 위 안에 들었다.
이들은 중주에서 최고의 실력자들로, 실로 막강한 구성이었다.
대제들은 첫 번째 싸움에서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슉-!
바로 그때, 삼대 세력에서 세 명의 제자들이 도장 중앙으로 날아왔다.
그들은 요지성지의 여제자 두 명과 무도종의 제자 한 명이었다.
"……무슨 뜻이지?"
용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장로와 천재들은 얼떨떨했다.
무도종의 제자는 나서서 공수 인사를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제님들, 여러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방금 우리끼리 대화를 나눴는데 중주의 천재들을 상대하는데 다섯 명이나 나서는 건 낭비인 것 같습니다. 우리 셋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무거운 표정으로 있던 도천중 등은 화가 났다.
장로와 천재들 심지어 대제들도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건방지구나!"
"셋이서 우리 다섯을 상대하겠다니?"
"허! 이건 중주의 천재들을 무시한다는 뜻이잖아!
"도천중, 우리 다섯이 힘을 내서 저 나쁜 놈들을 혼내주자!"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천재들은 대부분 중주에서 태어난 자들이었다.
삼대 세력이 도천중 등을 무시하는 건 그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았다.
흑동대제가 입을 열었다.
"무예 겨루기를 시작하겠다!“